< 05. 바로잡아야 합니다(59) >
인생 리셋 오 소위! 2부 325화
05. 바로잡아야 합니다(59)
“어멋! 정말요?”
“그래요. 어쨌든 소라 씨 더욱 케어해 주도록 해요. 불편함이 없도록 말이에요. 그리고 소라 씨가 원하는 방향은 뭐든지 긍정적으로 해주도록 노력하고요.”
“네. 알겠습니다. 대표님.”
“그래요. 나가서 일 보세요.”
“네.”
최지현이 인사를 하고 다시 사무실을 나갔다. 그렇게 일을 마무리한 한소희는 어느 정도 한시름 놓을 수 있었다.
솔직히 그녀도 엔젤스가 데뷔를 한다고 했을 때 이런저런 걱정이 많았다.
물론 김승호 이사에게 모든 것을 맡겼지만 그럼에도 소속사 대표로서 뭔가 방법을 강구해야 했다. 어떻게 하면 인지도를 쌓을지, 또 홍보는 어떻게 할지 말이다.
그래서 홍보팀을 따로 불러서 회의를 하는 것까지 생각했었다. 하지만 오늘 뭔가 일이 풀리려는지 방송국에서 섭외 전화가 왔다. 아직 데뷔도 하지 않았는데 말이다.
아마도 최강호 본부장의 입김이 컸을 것이다. 그에게 큰 도움을 받은 한소희는 마음 한편으로 고마우면서도 어떻게든 보답을 해야겠다고 강하게 마음을 먹었다.
차를 타고 이동하는 김승호 이사는 아직도 꿈인지 생시인지 실감이 나지 않았다.
“정말이지? 정말 KBX 간판 예능프로그램 2박3일 담당 PD에서 연락이 온 거지?”
김승호 이사는 몇 번이고 전화번호를 확인했다. 발신자에 정확하게 그 번호와 저장된 이름이 등록되어 있었다.
“진짜네. 진짜야.”
그렇게 중얼거리면서도 진정이 되지 않았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모르는 척하는 그였다. 하물며 거들떠보지도 않았다. 뭐, 김승호 이사야 워낙에 그런 일을 많이 겪었기 때문에 아무렇지 않았다.
그런데 PD에게서 먼저 연락이 온 적은 없었다. 그것도 요즘 핫한 예능 프로그램인 2박3일에서 직접 말이다. KBX 본관 주차장으로 들어서는 김승호 이사는 긴장이 되었다.
“잘할 수 있다. 그래!”
김승호 이사는 혼잣말로 다짐을 한 후 차에서 내렸다. 곧장 주차장에서 벗어나 KBX 본관 로비로 들어갔다. 그곳을 지나 예능국으로 올라가서 KBX 간판 예능인 2박3일의 김재철 PD를 만나기로 했다.
“안 늦었겠지?”
김승호 이사가 시계를 보며 빠르게 걸어가는데 누군가와 살짝 어깨를 부딪혔다. 정신없는 김승호 이사가 바로 사과를 했다.
“아, 죄송합니다.”
그렇게 고개를 드는데 그 앞에 방 PD가 서 있었다. 김승호 이사가 눈을 번쩍 떴다.
“어? 방 PD님.”
방 PD 역시 김승호 이사를 발견하고는 놀란 얼굴이 되었다.
“어? 김 이사님. 방송국에는 어쩐 일이세요?”
“아. 그게. 잠깐 들어오라고 연락을 받아서요.”
“누가요?”
“어, 그게······.”
김승호 이사가 살짝 말을 더듬었다. 그러자 방 PD가 바로 웃음을 지었다.
“에이. 한두 번 보는 사이도 아니고 우리끼리 그러깁니까. 뭔데 그래요? 얘기도 못 해요?”
“아. 그것이 김 PD님이 잠깐 얘기 좀 하자고 해서요.”
“김 PD? 어느 김 PD님이요?”
그때 방 PD의 머릿속에 많은 김 PD가 떠올랐다. 그러면서 혹시나 해서 물었다.
“설마 김재철 PD님이요?”
김승호 이사가 고개를 작게 끄덕였다. 순간 방 PD의 눈이 크게 떠졌다.
“진짜요?”
“아, 예, 예!”
“헐. 김재철 PD님 연락을 받은 거라고요?”
“네. 그렇게 되었습니다. 그런데 아마 별거 아닐 겁니다. 그냥 잠깐 보자고 해서요. 그럼 전 이만······.”
김승호 이사가 황급히 인사를 하고 몸을 돌려 걸어갔다. 그렇게 걸어가던 김승호 이사가 다시 몸을 돌려 저만치 사내카페로 향했다.
그런 김승호이사의 모습을 가만히 지켜보고 있는 방 PD였다. 그때 그 옆을 지나가던 강 PD가 멍하니 있는 방 PD를 툭 쳤다.
“뭐해? 여기서······.”
흠칫 놀라는 방 PD가 강 PD를 보고 대답했다.
“어? 강 PD님.”
“그래. 나다. 뭐 하고 있었어? 설마 날 기다린 거야?”
“아뇨. 그보다 저기······.”
“저기 뭐?”
강 PD는 방 PD가 가리킨 방향을 보며 두리번거렸다. 그곳은 사내 카페였다.
“저기 김승호 이사 말이에요.”
“김승호 이사?”
강 PD의 눈에 커피를 주문하고 있는 김승호 이사가 보였다.
“저 사람이 김승호 이사야?”
“네.”
“저 양반이 누군데.”
“모르세요?”
“모르지. 내가 꼭 알아야 해?”
“아니. 이번에 신소라 씨가 들어간 곳 말이에요. OH 엔터테인먼트라고 해서······.”
그제야 생각나는 강 PD였다. 그는 바로 고개를 끄덕였다.
“아아아. 거기! 그런데 저 양반이 왜? 설마 신소라 씨를 네가 하는 프로그램에 출연시켜준대?”
“아뇨.”
방 PD도 퀴즈 프로그램을 하나 하고 있었다. 그곳에 신소라를 출연시키고 싶었다. 아직 단 한 번도 예능에 나오지 않은 신소라를 출연시키는 것만으로도 확실한 시청률을 잡을 수 있을 것 같았다. 그래서 김승호 이사에게 신소라 출연을 미끼로 엔젤스 멤버들을 출연시켜 주겠다고 했다.
하지만 김승호 이사는 거절했다. 자신이 아무리 OH엔터 소속 이사라고 해도 가수 쪽 이사지 배우 쪽 이사는 아니었다. 게다가 신소라를 좌지우지 할 수도 없는 위치였다.
“미안합니다. 내가 신소라 씨를 출연시키고 말고 할 힘이 없습니다.”
“그래도 같은 소속사 아닙니까. 자신은 언제든지 출연할 수 있는 자리를 마련해 놓을 테니까. 신소라 씨 출연만 확답해 주세요. 그럼 됩니다.”
방 PD가 그런 식으로 말을 한 것이다. 이 모든 것을 알고 있던 강 PD가 슬쩍 말했다.
“그래서 신소라씨 섭외해 준대?”
“그게 아니라. 김 PD님이 불러서 왔대요.”
“뭐? 김 PD?”
“네. 2박3일 담당 PD님 말이에요.”
“어? 그 PD가 왜?”
“저도 궁금하네요. 갑자기 왜 불렀는지 말이에요. 그냥 갑자기 불러서 부랴부랴 왔다는데요.”
그러자 강 PD가 얘기를 했다.
“설마 저쪽에 신소라 꽂아 넣은 거 아니야?”
“에이 그러면 안 되죠. 내가 먼저 신소라 씨를 찜했는데요.”
“찜하고 말고 뭐가 있어. 솔직히 막말로 예능프로에 나가려면 2박3일이 낫지. 안 그래?”
“와! 말 너무 서운하게 하십니다.”
“아니, 내 말이 틀렸어? 내가 신소라라고 해도 저기 가겠다.”
“아이씨, 이건 아닌데.”
방 PD가 기분 나쁜 얼굴이 되었다. 그리고 카페에 있는 김승호 이사에게 성큼성큼 다가갔다. 김승호 이사가 커피 주문을 하고 기다리고 있는데 방 PD가 말을 걸었다.
“김 이사님.”
“네?”
김승호 이사가 고개를 돌렸다. 방 PD는 노골적으로 기분 나쁘다는 것을 얼굴에 드러냈다.
“저랑 잠깐 얘기 좀 하죠.”
“무슨 일이신데요?”
“혹시 말이에요. 2박3일에 신소라 씨 출연시키기로 했어요?”
“네? 아닙니다.”
김승호 이사가 화들짝 놀라다가 이내 두 손을 흔들었다.
“정말요?”
“그럼요.”
“그럼 김 PD님이 왜 보자고 해요?”
“아. 그건 지난번에 제가 우리 엔젤스 애들 출연 좀 검토해 달라고 했거든요. 잠깐 출연할 만한 뭔가가 있는 모양이에요. 그래서 들어오라고 해서 들어온 겁니다.”
“정말요?”
“네.”
“그런데 이런 식으로 말을 해놓고 김 PD님에게 신소라 출연시키면 저 진짜 서운합니다.”
“네네. 걱정하지 마세요.”
김승호 이사가 환하게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면서 괜히 속으로 욕을 했다.
‘완전 웃기고 있네. 신소라 씨가 물건인가? 달라 말라 하고 있어.’
여태껏 수많은 PD에게 퇴짜를 받았지만 김승호 이사는 가장 서글프게 만들었던 것은 바로 이것이었다. OH 엔터테인먼트에 신소라가 있다는 것을 알고 그녀를 출연시켜달라고 접근하는 것이었다.
그럴 때마다 김승호 이사는 제일 난감했다. 그거도 명색이 OH엔터테인먼트의 이사이니 힘을 쓰면 얼마든지 출연시킬 수 있다고 생각하는 모양이었다. 게다가 신소라를 출연시키면서 엔젤스도 함께 출연시키면 서로 윈윈 아니냐는 그런 사고도 가지고 있었다.
사실 말이 안 되는 일이었다. 신소라는 거의 예능 프로에 출연하지 않는다. 가끔 연예 중계 프로그램에 가끔 얼굴을 내미는 정도지 예능프로그램에는 단 한 번도 나온 적이 없다.
그래서 방송사마다 신소라를 예능프로그램에 섭외를 하려고 혈안이 되어 있었다. 솔직히 말해서 예능프로그램에 출연은 한다면 최소한 엔젤스를 고정 정도 또는 장기간 출연시킨다. 그 정도는 얘기가 나와야지 김승호 이사도 진지하게 고민을 해본다고 말을 할 수 있다.
그런데 대부분 신소라가 메인이고 엔젤스는 거의 카메라에 걸치는 병풍처럼 써먹을 생각밖에 없었다.
그리고 막말로 신소라를 출연시켰는데 저쪽에서 스케줄과 컨셉상 엔젤스는 나중에 출연시키겠다고 말을 해도 어찌할 바가 없는 것이다.
방송사들의 그런 뻔한 속셈을 김승호 이사도 잘 알고 있기 때문에 신소라 얘기가 나오면 난색을 표했다. 그런데 이제 와 저런 식으로 나오니 정말 웃겼다.
‘막말로 자기가 나에게 뭘 해줬다고 저래? 진짜 웃기네.’
김승호 이사가 속으로 어이없어했다. 그때 카페 직원의 음성이 들려왔다.
“손님 음료 나왔습니다.”
“네에.”
김승호 이사는 나온 커피를 챙겨서 곧바로 2박3일 팀이 있는 예능국으로 올라갔다.
2박3일 예능팀에 도착을 한 김승호 이사가 두리번거렸다. 그때 작가로 보이는 한 여성이 일어나 물었다.
“어떻게 오셨어요?”
“네에. 김재철 PD님을 뵈러 왔는데요.”
“아, 김 PD님요. 지금 편집실에 계실 텐데······. 혹시 약속하셨어요?”
“네. 만나기로 했습니다.”
“그래요? 혹시 누구라고 전해드릴까요?”
“OH 엔터의 김승호 이사라고 합니다.”
“김승호 이사님요. 잠시만요.”
그녀가 어딘가로 전화를 걸었다. 잠깐 통화를 마친 후 바로 얘기를 했다.
“지금 바로 내려오신다고 하네요. 그럼 저쪽 회의실에서 기다리시겠어요?”
“그러죠. 감사합니다.”
김승호 이사가 대답을 한 후 2박3일 팀 회의실로 들어갔다. 회의실에 들어간 김승호 이사가 앉아 있고, 5분이 흘렀다.
회의실 문이 열리고 김재철 PD가 나타났다.
“아후, 김 이사님. 미안합니다. 마침 편집할 것이 있어서요.”
“아닙니다. 괜찮습니다.”
김승호 이사도 바로 자리에서 일어나 인사를 했다.
“앉으세요. 앉아요.”
김재철 PD가 바로 말했다. 김승호 이사가 자리에 앉았다. 그리고 손에 든 커피를 내밀었다.
“제가 뭘 드시는지 몰라서 아메리카노로 준비를 했습니다.”
“네. 괜찮아요. 저 이거 먹어요.”
“다행입니다.”
“그런데 일찍 오셨네요.”
김재철 PD가 슬쩍 시계를 확인했다. 김승호 이사가 환하게 웃으며 말했다.
“PD님 전화를 받고 가만히 있을 수가 있어야죠.”
“아휴, 그렇게 하지 않아도 된다니까요.”
김재철 PD가 아메리카노를 쪽 빨았다. 그러면서 슬쩍 김승호 이사를 바라봤다. 솔직히 김재철 PD는 엔젤스를 방송에 출연시킬 이유가 없었다.
당연한 일이다. 엔젤스를 어떻게 출연을 시키나. 아직 정식으로 데뷔한 것도 아니고 아직은 연습생이다. 게다가 2박3일이면 현재도 무려 시청률이 20%가 넘는 제일 잘 나가는 예능 프로그램이다.
한마디로 KBX의 예능 간판프로그램이라는 거다. 그러니 나오고 싶어 하는 사람이 한두 명이 아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