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05. 바로잡아야 합니다(57) >
인생 리셋 오 소위! 2부 323화
05. 바로잡아야 합니다(57)
“어. 김 이사님.”
최천식 PD가 전화를 건 사람은 김승호 이사였다.
-네. 최 PD님.
“지금 어디에요?”
-회사에 들어왔습니다.
“벌써요? 빠르시네.”
-무슨 일이십니까?
“다른 것이 아니고 자리가 날 것 같아요.”
-네?
“엔젤스 말입니다. 데뷔 날짜를 말해주시면 제가 어떻게 시간을 만들어 볼게요.”
-정말입니까?
“그래요.”
-제가 바로 확정 날짜 문자로 보내드리겠습니다. 정말 감사합니다. 최 PD님.
“그래요.”
그렇게 전화를 끊은 최천식 PD는 곧바로 아이돌 생활백서 팀들을 소집했다.
OH 엔터테인먼트의 김승호 이사는 자신의 사무실에 앉아 심각한 얼굴로 고민을 했다. 아니, 엔젤스 데뷔를 앞두고 이래저래 고민이 많았다. 타이틀곡에 대한 고민과 엔젤스들을 어떻게 띄울 것인가에 대한 고민이었다.
“하아······.”
절로 깊은 한숨이 나왔다.
솔직히 타이틀곡이야 수록곡 중에서 뭘 사용할지 정하는 것이라 크게 상관은 없었다. 자신이 만들어서가 아니라 김승호 이사는 오랫동안 준비한 노래들이 다 잘될 것이라 어느 정도의 확신이 들었다.
그래서 어떤 타이틀곡을 삼아도 아무 상관이 없었다. 문제는 데뷔 방식이었다.
기본적으로 음악방송을 통해서 데뷔를 하는 것이 일방적이다. 그런데 워낙에 대형기획사들이 아이돌 시장을 장악하고 있다.
그 와중에 엔젤스가 얼마나 인기를 끌 수 있을지 장담을 못하는 상황이었다. 내부적으로 음악방송과는 별개로 좀 더 엔젤스를 홍보할 수 있는 방향으로 나가는 것이 어떻겠냐는 얘기들이 나왔다. 그 뜻에는 김승호 이사 역시 동감을 했다.
게다가 OH 엔터테인먼트가 돈이 없는 회사도 아니다. 챠밍 엔터를 인수하면서 덩치도 커졌고 말이다. 또 오상진이 약속대로 원하는 인력들까지 충원을 해줬다. 김승호 이사를 뒷받침 해줄 운영팀 황인찬 팀장이 들어왔고, 엔지니어링을 봐줄 박찬기 팀장도 들어왔다. 엔젤스 애들을 케어해 줄 조인혜 실장과 보컬 트레이너 공지선도 합류했다.
이렇듯 나름의 틀이 짜여졌다. 예전의 주먹구구식으로 하던 빅스타 엔터테인먼트에서야 데뷔하는 게 일이었을 것이었으나 이곳에서는 아니었다. 그러다 보니 김승호 이사는 욕심이 생겨났다.
그래서 김승호 이사는 엔젤스 아이들의 프로필 사진과 녹음 음원 녹음 CD를 들고 여러 방송국을 찾아다녔다. 그냥 막무가내로 들이받은 것이다.
“저희 애들 좀 잘 봐주십시오.”
물론 보통 이렇게 주먹구구식으로 하면 열에 아홉은 귀찮다는 반응이다. 그래도 한 명씩 반응을 보이는 경우가 있었다. 그래서 그 사람들에게 어필하다 보면 50%의 확률로 또는 둘 중의 하나 정도는 엔젤스의 노래가 괜찮다는 반응을 보였다.
“이 노래 괜찮은데요.”
보통은 노래를 칭찬하는 경우도 있고, 멤버들을 칭찬하는 경우가 있다. 그런데 김승호 이사가 들이댄 예능 PD 같은 경우는 예능에서 먹힐 만하겠다, 이런 공통적인 의견이었다.
그 이유는 엔젤스의 중심인 세나 때문이었다. 세나가 워낙 비주얼이 원톱인 데다가 화장을 하지 않아도 특유의 예쁨이 존재했다.
순수하게 때 묻지 않은 그런 이미지가 있어서 세나를 간판으로 내세워 밀고 나가면 괜찮을 것 같다는 얘기가 있었다.
그렇게 스케줄을 잡고 얘기를 진행 하려고 하면 그다음 날이나 다다음 날이면 꼭 이런 전화가 왔다.
-아, 미안한데 우리 예능과는 잘 맞지 않는 것 같다. 다음에 얘기를 하자.
이런 식으로 얘기가 나왔다. 이와 같은 일이 몇 번 반복되자, 김승호 이사는 답답한 마음에 퇴짜를 놓은 PD를 찾아가 확인을 해본 적도 있었다. 그때 그 PD가 한숨을 내쉬며 이렇게 말했다.
“혹시 말입니다. 원한 산 일이 있습니까?”
“원한요?”
“아니, 우리 예능 국장님 쪽으로 전화가 온다고 합니다. 그래서 김 이사님께서 배신을 했다느니 이런 말들이 나오니까. 우리 입장에서도 사실 검증이 된 사람을 쓰는 것도 아니고 신인을 쓰는 거잖아요. 그런데 이렇게 구설수에 오르면 득보다 실이 많은 거죠. 그러니 이해해 주십시오.”
얘기를 다 들은 김승호 이사가 한 숨을 푹 내쉬었다.
“하아······. 결국에는 빅스타에서 수작을 부리는 구나.”
김승호 이사는 대번에 눈치를 챘다. 결국 김승호 이사는 화가 난 나머지 빅스타 엔터테인먼트를 찾아갔다.
쾅쾅쾅!
문을 두드렸지만 전혀 반응이 없었다. 알고 보니 빅스타 엔터테인먼트는 간판만 남아 있는 상태였다. 심지어 상주하는 사람도 없었다.
이에 김승호 이사가 좀 더 자세히 확인을 해보니 빅스타 엔터테인먼트의 사장인 최규식이 아닌 그의 형, 요양병원 원장인 최대식이 앙심을 품고 그랬던 것이다. 자신의 딸이 완전히 묻혀 버린 것 때문에 말이다.
“하아. 정말입니까?”
“네. 그렇습니다.”
확인을 해온 심부름센터의 직원이 대답했다. 김승호 이사는 정말 어이가 없었다. 따져 물을 빅스타 엔터테인먼트는 거의 폐업 직전이었다. 이런 상태를 확인하고 나니 미치고 팔짝 뛸 노릇이었다.
그러고 있다가 어렵사리 최찬식 PD를 만났다. 아이돌 생활백서라는 프로그램을 진행하고 있었는데 이것이 또 공중파만큼의 시청률은 나오지는 않지만 팬들 사이에서는 소소하게 알려져 있는 프로그램이었다. 김승호 이사는 가만히 생각을 해봤다.
‘그래. 너무 처음부터 대형 프로그램과 접촉을 했어. 케이블 TV와 해도 괜찮아.’
그렇게 해서 최찬식 PD와 접촉을 했고 다행히 승인이 떨어진 것이다. 그래서 김승호 이사는 통화를 마무리한 후 깊게 한숨을 내쉬었다.
“후우······.”
김승호 이사는 이제야 자신의 면이 사는 듯했다. 그리고 바로 팀원들을 소집했다.
“황 팀장!”
“네. 이사님.”
황인찬 팀장은 업무를 보고 있다가 김승호 이사의 부름에 고개를 들어 대답했다.
“무슨 일 있습니까?”
“지금 당장 팀원들 회의 소집해.”
“회의요?”
“그래! 지금 당장.”
“네. 알겠습니다.”
김승호 이사는 바로 회의실로 이동했다. 그사이 황인찬 팀장은 팀원들을 불러서 회의실로 갔다.
제일 먼저 황인찬 팀장과 박찬기 팀장이 오고, 잠시 후 조인혜 실장과 공지선 보컬 트레이너도 들어왔다. 그녀의 손에는 쟁반이 들려 있었고, 커피가 올려져 있었다.
“이사님 커피 드세요.”
“고마워.”
김승호 이사가 환한 얼굴로 커피를 받았다. 모두 자리하자 황인찬 팀장이 물었다.
“무슨 일입니까?”
“그래. 다름이 아니라 우리 엔젤스 말이야. 방송 잡혔어.”
“정말입니까?”
“그래.”
“어디입니까?”
“아이돌 생활백서!”
“오오, 거길 잡은 겁니까?”
“맞아.”
대답을 하는 김승호 이사에게서 자신감이 가득 묻어났다. 조인혜 실장도 정말 다행이라고 생각했다.
“정말 잘되었어요. 그것까지 잡히지 않았다면 애들 정말 실망할 뻔했어요.”
그러자 공지선이 입을 열었다.
“저는 될 줄 알았는데요.”
“뭐? 알았어?”
“네. 거기요. 아이돌 전담 프로그램이긴 한데 생각만큼 시청률이 그리 높지 않아요.”
그 말에 황인찬 팀장이 말했다.
“에헤이! 공 선생. 그거 아니야.”
“맞아요. 전에 있었던 회사에서도 바로 섭외되었어요.”
“거기 회사는 대형기획사라서 그렇고. 알다시피 요즘은 대형기획사들 콧대가 더 높아요. 내가 이런 얘기까지는 안하려고 했는데······. 아까 우리 이사님 표정 좋지 않았어요. 처음에는 잘 안된다고 했죠?”
황인찬 팀장의 물음에 김승호 이사가 고개를 끄덕였다.
“어, 뭐······. 그쪽에서 대놓고 하지는 않는데. 하는 말이 한 달에서 두 달 정도는 기다려야 한다고 말했지.”
“와, 그렇게나 기다려야 한대요? 대기하는 인원이 얼마나 많다고요.”
황인찬 팀장이 입을 열었다.
“대기하는 인원이 많겠지. 대형기획사에서는 제일 먼저 밀어넣는 곳이 바로 그곳이니까. 우리가 먼저겠어?”
공지선이 말했다.
“그래도 저희 회사 정도면 규모가 제법 크지 않아요?”
“그래. 회사로 따지면 큰 편이지. 그런데 별거 없어. 우리는 아직까지 아이돌로는 성과를 낸 것이 없잖아.”
“그래도 신소라 씨가 있는 기획사인데······.”
공지선의 그 말에 김승호 이사가 멋쩍은 표정을 지었다. 솔직히 좀 더 홍보를 편안하게 할 수는 있었다. OH 엔터테인먼트가 신소라의 기획사라고 말이다. 신소라가 조금 더 엔젤스에 대해서 홍보를 해준다면 아마도 방송 잡기가 쉬웠을 것이다.
신소라는 평소에도 예능에 출연하는 배우가 아니었다. 연기에만 집중하는 배우였다. 게다가 워낙에 톱스타다 보니 신소라에게 가서 우리 애들 좀 케어해 주십시오. 그런 말조차 할 수 없었다.
때문에 김승호 이사도 나름 그런 부탁은 좀 힘들었다. 자신이 오랫동안 준비해서 기획사까지 옮기며 든든한 지원까지 받았는데 말이다.
이사라고 해서 책상에만 앉아 있고 가만히 지시만 내릴 것이었다면 애당초 독립하지도 않았을 거다. 그래서 최찬식 PD로부터 그런 말을 받고서는 고민을 많이 했다. 그런데 이렇듯 긍정적인 반응을 얻으니 기분이 좋았다.
황인찬 팀장이 말했다.
“그럼 저희 언제쯤 촬영합니까?”
“그건 저쪽에서 회의를 통해 알려 준다고 했어. 최대한 빨리 우리 데뷔 시간에 맞춰서 해줄 것 같아.”
“와, 그나마 다행입니다. 이렇게 되면 숨통이 좀 트이는 것이 아닙니까.”
“숨통이 트이죠.”
조인혜 실장이 바로 호응을 해줬다.
“사실 요새는 예전처럼 검증 안 된 애들 방송 출연이 쉽지 않아서 말이죠. 아이돌 생활백서에 들어가는 것은 최선이죠. 잘된 겁니다. 완전 베스트죠.”
그러자 공지선이 입을 열었다.
“그래도 잘나가는 예능 쪽으로 애들 붙여주면 정말 좋긴 할 건데요.”
그러자 황인찬 팀장이 입을 열었다.
“그걸 몰라요? 우리도 다 알아요. 그냥 돈으로 그 프로그램에 출연할 수 있으면 벌써 했죠. 그런데 그게 안 된다고 하잖아요.”
“이상하다? 전의 소속사에서는 어떻게 했지?”
“에헤이, 전 소속사 얘기는 그만해요. 알아서요. 공 선생 잘나가고 유명한 건 알겠어요. 이제 우리 OH 엔터 얘기만 합시다.”
“아니, 그런 것이 아니라요. 진짜 이렇게 어려울 줄은 몰랐다니까요. 저 정말 우리 애들 잘되었으면 좋겠어요.”
공지선이 표정을 굳히며 말했다.
사실 황인찬 팀장은 운영적인 면에서 김승호 이사를 돕기 위해서 들어왔다. 그래서 업계 쪽에 관한 것은 대부분 알고 있었다. 다른 중견 기획사에서 오랫동안 실장으로 일해와서 말이다.
반면 조인혜 실장과 공지선 보컬트레이너는 대형기획사에서 영입한 케이스였다. 그곳에서 라인이 없어서 두 사람 다 처지가 애매하다는 얘기를 듣고 김승호 이사가 스카우트를 제의한 것이었다.
조인혜 실장은 아이돌 그룹을 케어한 경험이 있어서 그런지 엔젤스를 잘 챙겼다.
문제는 공지선 보컬트레이너였다. 그녀의 실력은 나름 출중했다. 다만, 좀 엉뚱하고 예전 잘나갔던 대형기획사에 있었던 자부심을 가지고 있었다. 그래서 눈치가 좀 없다는 것이 흠이었다.
“어쨌든 이번 기회를 잘 살려봅시다.”
김승호 이사의 말에 다들 공감을 하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