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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생 리셋 오 소위-992화 (992/1,018)

< 05. 바로잡아야 합니다(56) >

인생 리셋 오 소위! 2부 322화

05. 바로잡아야 합니다(56)

최 PD가 깜짝 놀랐다. 아직 데뷔도 하지 않은 걸그룹을 밑의 FD가 어떻게 하는지 말이다.

“에이. 기억 안 나세요? 저 초창기 때 선배님께서 말씀하셨잖아요. 엔젤스라고 해서 센터에 아주 예쁜 애가 있다고.”

“아. 내가 그랬어?”

“그랬다니까요.”

“뭐. 아무튼 내가 그렇게까지 얘기를 했다면 너도 기억하겠네. 내가 또 그런 말을 잘 안 하잖아.”

“그렇죠. 선배님은 웬만해서는 아이돌 칭찬을 잘 하지 않죠. 그래서 저도 기억하고요.”

“그래. 그래. 나도 꽤 강렬하게 기억에 남았으니까.”

“그런데 그렇게 예뻐요?”

“예쁘다기보다는 그냥 뭐랄까. 끌림? 그렇게 화장기가 없는데도 나의 뇌리에 확 박혔으니까.”

“아······. 그렇다면 엔젤스가 뜨겠네요.”

“뭐?”

“그렇잖아요. 선배님이 기억한다는 것은 뜬 것이나 다름이 없죠. 제가 보기에 선배님께서 기억하는 걸그룹은 거의 떴다고 보는데요.”

“그랬나?”

“네.”

고영국 FD가 강하게 고개를 끄덕였다. 하지만 정작 최 PD는 그런 줄도 몰랐다.

“그런데 선배님께서 그렇게 묻는 것을 보니 엔젤스 그 그룹이 곧 데뷔를 하나 보네요.”

“한 달 후에 데뷔를 한다네.”

“이야. 그럼 기대가 되는데요. 선배님께서 예쁘다고 하셨는데······. 저도 그 센터가 기대되네요.”

최 PD는 아이돌에 대해서 평가가 좀 박한 편이었다. 정용찬 예능국장이 등 떠밀어서 아이돌 프로그램을 맡고 있긴 하지만 사실 최 PD는 아이돌을 썩 좋아하는 편은 아니었다.

그런데 다른 사람보다는 세나는 확실하게 눈에 들어오니 말이다. 그때의 기억을 슬쩍 더듬던 최 PD가 입을 열었다.

“참. 엔젤스 말이야. 빅스타에 있었잖아.”

“그랬죠.”

“그런데 OH 엔터라는 신생 기획사로 옮겼더라.”

“OH 엔터요? 오······. 거기 신소라랑 계약한 곳 아니에요? 항간에는 신소라 본인이 세운 기획사라는 말도 있고 하던데······.”

“뭐? 정말이야?”

“에이. 아니에요. 그냥 소문이죠.”

고영국 FD가 손을 흔들었다. 그 모습을 신기하게 바라보는 최 PD가 말했다.

“그래도 너 의외로 그런 쪽으로 많이 알고 있다. 나는 이번에 밥 먹으러 나가서 알았어.”

“그래요. 어쨌든 아까 내가 말한 것은 그냥 소문이고요. 이게 진짜입니다. 사실 OH 엔터가 현재 사용하고 있는 건물이 옛날 챠밍 엔터 있잖아요. 거기 자리라고 해요.”

“그래?”

“네. 그리고 OH 엔터 대표가 돈이 많다고 해요. 이건 진실입니다.”

“아, 그래?”

“네. 전 소속사 챠밍 엔터 있잖아요. 거기에 사실 아는 동생이 있었거든요. 그 동생을 통해 들은 것입니다.”

“오호, 그렇군.”

그 말이라면 더 믿음이 갔다.

“그럼 전 소속사 빅스타 엔터는 어떻게 된 겁니까?”

“에이. 거긴 망했다고 봐야지. 빅스타에서 그나마 일을 좀 하는 사람이 김승호 이사라고 있어. 그 사람인데 그 사람이 엔젤스를 데리고 OH 엔터로 넘어갔잖아. 이제 거기는 간판만 달린 거지. 거의 끝났다고 봐야 하는 거야.”

이번에는 최 PD가 나름 주워들은 걸로 얘기했다.

“그렇구나. 그럼 빅스타 엔터는 연락 지워도 되는 거죠.”

“그건 아니지.”

“네?”

“그래도 어디서 연락 오는지는 알아야 연락을 피하든가 하지. 괜히 연락처 지워서 곤란한 상황에 빠지면 어떻게 해.”

“아. 그것 또 그러네요.”

고영국 FD가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게 두 사람이 대화를 하고 있는데 휴대폰이 울렸다. 최 PD가 발신자를 확인했다.

“응? 국장님이네.”

최 PD에게 연락 온 사람은 정용찬 예능국장이었다. 그 소리에 고영국 FD는 입을 꾹 다물었다. 최 PD가 통화 버튼을 눌렀다.

“네. 최 PD입니다.”

-최 PD 어디냐?

“저 지금 제 책상에 있습니다.”

-그래? 잠깐 내 방을 와.

“알겠어요.”

최 PD가 전화를 끊고 자리에서 일어났다. 고영국 FD가 바로 물었다.

“국장님께서 오라고 하세요?”

“그러네.”

“갑자기 왜 부르실까요?”

“그걸 내가 어떻게 아냐. 가 봐야 알지.”

“으음······.”

고영국 FD는 인상을 찡그리며 생각했다. 그 모습을 보며 최 PD가 물었다.

“너 나 몰래 사고 친 거 있냐?”

그러자 고영국 FD가 바로 두 손을 흔들었다.

“무슨 말씀이세요. 저 사고 안 쳤습니다. 수습이면 또 모를까.”

“잘 생각해 봐. 진짜 없어?”

“없습니다.”

고영국 FD가 시무룩했다. 그 모습을 보며 최 PD가 혼잣말을 중얼거렸다.

“아이씨. 또 뭐지? 왜 또 날 부르지.”

최 PD는 불안한 생각이 들며 국장실로 올라갔다.

똑똑똑.

“들어와.”

최 PD가 예능국장실 문을 열고 들어갔다. 책상에 앉아 있는 그를 보며 인사를 했다.

“국장님 부르셨습니까.”

“어, 그래. 최 PD. 어서 와. 자리에 앉아.”

최 PD가 자리에 앉았다. 정용찬 예능국장도 자리에서 일어났다.

“커피 마실래? 한 잔 줘?”

“어후. 국장님께서 타주시는 커피는 마셔야죠.”

“자식이······.”

정용찬 예능국장이 피식 웃었다. 그러곤 커피가 있는 곳으로 가서는 믹스커피를 종이컵에 타서 가져왔다.

“인마. 알지? 나 커피 웬만하면 안 타주는 거. 너니까 타주는 거야.”

“당연하죠. 저 만큼 시청률이 보장 된 프로그램도 없잖아요.”

“어쭈. 이 자식이······.”

정용찬 예능국장이 인상을 썼지만 그 말 역시 사실이라 반박은 못했다. 그러면서 피식 웃었다.

“맞는 말이다. 자, 마셔라.”

최 PD가 믹스 커피를 바라보며 물었다.

“설마 여기에 침 뱉은 것은 아니죠.”

“이 자식이······. 인마 먹지 마.”

“아, 아닙니다.”

“어후, 그냥 침을 뱉을 걸 그랬네.”

“어? 그런 로얄제리 아닙니까? 그걸 먹는다면야······.”

“아후, 넌 어떻게 한 번을 안 지려고 하냐.”

“에이. 제가 국장님하고 일한 지가 몇 년인데요. 안 그렇습니까?”

“하아······. 그래. 너와 내가 몇 년을 보고 지냈는데.”

사실 정용찬 예능국장과 최 PD는 바로 윗기수와 아랫기수 선후배 사이였다. 두 사람은 같이 프로그램도 만들고 오랫동안 함께 해 왔다. 그래서 말하는 것도 거침이 없었다.

두 사람이 커피를 한 모금 마셨다. 그러곤 잠깐 말이 없었다. 먼저 입을 연 쪽은 최 PD였다.

“말해봐요. 나 왜 불렀어요.”

“너 말이야. 혹시 OH 엔터라고 아냐?”

“OH 엔터요?”

대답을 하는 최 PD가 뜨금했다.

‘뭐지? 설마 아까 그 김승호 이사를 만나서 그런가? 아니지. 칭찬받을 일을 한 것은 없는데······.’

최 PD는 고개를 갸웃하며 정용찬 예능국장을 바라봤다. 그는 커피를 한 모금 마시고는 입을 열었다.

“거기 OH 엔터에서 말이야. 걸 그룹이 이번에 나오는 것 같아. 혹시 거기에 대해서 들은 얘기 없어?”

“오······. 그게 엔젤스라고 있을 겁니다.”

“그래? 엔젤스라······. 자네가 보기에는 어때? 괜찮아?”

“노래는 못 들어봤지만 마스크 하나는 괜찮습니다.”

“오호, 그래? 그럼 한번 밀어볼 만하겠네.”

정용찬 예능국장의 뜬금없는 말에 최 PD가 고개를 갸웃했다.

“네에? 갑자기 무슨 말입니까?”

“아니 자네가 하는 프로그램 말이야. 신인 아이돌 그룹을 소개시켜주는 거잖아.”

“네. 뭐 그렇죠.”

“거기에 엔젤스를 넣어줘. 왜? 힘들어?”

“그건 아니지만······.”

“내가 지금 말하는 것은 데뷔할 때 같이 나가자는 말이야.”

그 말에 최 PD는 살짝 곤란한 얼굴이 되었다. 이미 찍어 놓은 것도 있고 방송 날짜도 다 잡혀 있었다.

“그건 좀 힘들지도 모르겠습니다.”

“왜? 뭐 때문에 그래?”

“아시지 않습니까. 지금 저희 스케줄이 3달째 꽉 차 있어요. 그런데 어떻게 집어넣어요.”

“어허. 이 사람. 또 그 고집 나오네. 스케줄 꽉 차 있는 것은 차 있는 거고. 융통성을 발휘해서 다른 그룹을 뒤로 좀 미룰 수 있잖아. 자네 자리 하나 만드는 것이 그렇게 어려운 일이야?”

“그건 아닌데요.”

“그럼 또 뭐가 문제야? 내가 이렇게 말하는데. 아니면 무릎이라도 꿇을까?”

“에이. 국장님 왜 그러세요.”

정용찬 예능국장이 살짝 흘러내린 안경을 올렸다.

“천식아.”

“네.”

“너에게만 말하는 건데. 엔젤스 받으면 선진그룹에서 광고 넣어준단다.”

“네? 선진그룹에서요?”

“그래.”

“아니, 선진그룹에서 왜······.”

선진그룹은 국내 굴지의 그룹이기도 하고 어지간해서는 광고를 잘 안 넣어주기로 유명했다.

하물며 케이블 채널에 신인 아이돌 그룹으로 운영되는 곳이다. 인지도 면에서는 많이 떨어지는 것 역시 사실이었다. 그런 곳에 선진그룹의 광고를 넣는다는 것은 상상도 하지 못했다.

“찬식아. 사실 느낌인데 말이야. 선진그룹에서 OH 엔터 뒤를 봐주는 것 같다.”

“네? 설마 OH 엔터 뒤에 선진그룹이 있다고 말씀하시는 겁니까?”

“그래. 그렇지 않고서야 선진그룹 홍보팀에서 직접 연락할 리가 없잖아.”

“아······.”

최 PD도 이해가 되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면서 정용찬 예능국장이 오늘 점심 때 일을 얘기했다.

“사실 오늘 점심 나 누구랑 먹었는 줄 아냐?”

“······?”

“바로 선진그룹 차기 후계자로 지목 된 최강호 본부장님과 먹었다.”

“네에?”

“정말이야. 나도 깜짝 놀랐다. 점심을 같이하자고 해서 말이야. 아무튼 점심을 먹고 난 후 뜬금없이 그런 말을 하더라고. 그리고 광고를 넣어 준다는데 우리야 손해 볼 것이 없잖아. 이득이 되면 되었지. 그러니 그 정도는 해줘도 괜찮잖아. 안 그래?”

“네에. 뭐, 그렇죠.”

최 PD도 고개를 끄덕였다. 솔직히 이미 스케줄이 잡혀 있기 때문에 엔젤스를 넣으면 한 주씩 뒤로 미뤄지는 것이다. 하지만 다른 곳은 인사치레만 한 반면에 선진그룹에서 직접 광고까지 넣어준다.

아이돌 입장에서는 이만큼 좋은 것도 없었다. 아이돌도 언제까지 천년만년 잘될 것이라는 보장도 없고 말이다. 시청률이 떨어지면 폐지가 되는 것 역시 수순이고.

그런데 선진그룹에서 광고를 넣어주면 확실히 돈이 되는 것이 맞았다. 그리고 그다음 시청률이 좀 떨어져도 확실한 선진그룹이라는 확실한 광고주가 있기에 부담도 없었다. 아니, 좀 더 돈을 들여서 제작할 수 있는 여건도 마련되는 것이다.

“최천식!”

“네?”

“너 엔젤스 이번에 추가로 더 띄우면 말이다. 너 하고 싶은 프로그램 할 수 있게 밀어준다.”

그 순간 최천식 PD의 눈이 번쩍 떠졌다.

“진짜죠. 형! 거짓말 아니죠.”

“인마. 형이 아니라. 국장님!”

“아무튼요. 진짜죠.”

“그래. 인마. 그러니 엔젤스 제대로 한번 띄워봐. 내가 지난번에 깐 거 그거 시켜줄게.”

정용찬 예능국장이 약속하듯 말했다. 최천식 PD가 약속 받듯이 재차 물었다.

“나중에 딴소리하기 없기입니다.”

“어. 그래!”

“알겠어요. 내가 제대로 만들어 볼게요.”

최천식 PD가 자리에서 벌떡 일어났다. 예능국장실을 나온 최천식 PD의 눈빛은 그 어느 때보다 불타오르고 있었다.

“좋았어. 한번 해보자고.”

그러곤 휴대폰을 꺼내 어딘가로 전화를 걸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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