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05. 바로잡아야 합니다(55) >
인생 리셋 오 소위! 2부 321화
05. 바로잡아야 합니다(55)
어차피 알게 모르게 자신이 신소라의 진짜 남자친구라는 소문이 업계에 퍼져 있었다. 게다가 자신이 이렇듯 밀어주면 신소라 역시 회사에서 우대해 줄 것이라 굳게 믿었다.
“그래. 좋았어. 이 정도쯤이야.”
최강호 본부장은 이렇게라도 신소라를 오해했던 마음을 풀어 줄 수만 있다면 아주 값싼 것이라 생각하며 어깨를 으쓱거렸다.
김승호 이사는 M 닷컴 근처 중식집에서 누군가를 기다렸다.
“올 때가 되었는데······.”
그의 시선이 자꾸만 입구 쪽으로 향했다. 그때 문이 열리며 누군가가 나타났다. 김승호 이사의 표정이 바로 환해졌다.
“최 PD님 여기입니다.”
김승호 이사가 자리에서 일어나 바로 손을 흔들었다. 최 PD 역시 그런 김승호 이사를 발견하고는 손을 들어 답했다. 곧장 김승호 이사가 있는 곳으로 갔다.
“오랜만입니다.”
“네. 오랜만입니다.”
두 사람은 악수를 하며 간단히 인사를 했다. 최 PD가 맞은편에 앉으며 물었다.
“제가 좀 늦었죠?”
“아닙니다. 딱 맞춰 오셨습니다.”
“바쁘실 것 같아서 제가 미리 코스로 시켰는데 괜찮죠?”
김승호 이사가 매우 조심스럽게 물었다. 최 PD의 표정이 매우 밝아졌다.
“코스 좋죠. 나는 또 중식당에 불러놓고 자장면을 시켜 먹는 줄 알았습니다.”
“에이. 이런 고급 중식당에 왔는데 무슨 자장면입니까. 당연히 코스로 먹어야죠. 그리고 최 PD님께 제가 어떻게 자장면을 대접합니까.”
그 얘기에 최 PD가 피식 웃었다. 예전에 김승호 이사가 빅스타 엔터테인먼트에 있었을 때에 최 PD는 이곳에 만나 자장면을 얻어먹었던 적이 있었다.
‘오늘은 무슨 바람이 불어서 코스 요리라니?’
최 PD는 궁금하다는 얼굴로 바라봤다. 그러다가 슬쩍 물었다.
“그런데 김 이사님 얼굴이 보기 좋습니다. 빅스타 요즘 잘되고 있어요?”
“빅스타요? 에이, 저 빅스타 나온 지 오래되었어요.”
“아, 그래요? 그럼 현재 어디 있어요?”
“OH 엔터라고 혹시 들어봤습니까?”
“OH 엔터요?”
“네. 신소라 씨······.”
“아!”
최 PD는 바로 기억을 했다. 신소라가 신생 기획사와 매니지먼트를 계약해서 확실하게 기억하고 있었다. 뜬금없는 계약 소식에 이런저런 소문이 많이 돌았다. 물론 전부 다 말도 안 되는 찌라시 같은 소문이 허다했지만 말이다.
“거기 신생 기획사죠.”
“네. 맞습니다.”
“김 이사님도 거기로 옮겼어요?”
“조건이 좋아서 옮기게 되었습니다.”
“잘했어요. 빅스타 거기는 얘기를 들어봤는데 영 아니더라고요.”
최 PD역시 빅스타 엔터테인먼트가 현재 어떻게 되고 있는지 잘 알지는 못한다. 그 역시도 주변 지인들로부터 듣는 소문에 의존하고 있었다.
어쨌든 주변 지인들 대부분은 빅스타에 대해서 좋은 얘기를 한 사람은 없었다.
김승호 이사가 조용히 말했다.
“저도 빅스타에서 고생을 많이 했죠. 저희 애들도 말이죠.”
“잠깐. 그때 키운다던 걸그룹은······.”
“아. 다 데리고 OH 엔터테인먼트로 왔습니다.”
“오, 그래요? 그럼 오늘 만나자고 한 것도······.”
“예! 우리 애들 데뷔 준비가 다 되었는데요. 그냥 맨땅에 헤딩하는 것보다는 푸쉬 좀 받는 것이 좋지 않겠습니까. 그래서 말인데요. 저희 애들 좀 도와주십시오.”
김승호 이사의 부탁에 최 PD는 살짝 난감한 얼굴이 되었다.
“아이고······. 제가 무슨 힘이 있다고요.”
“왜 그러십니까. 그래도 우리 최 PD님 하면 업계에서도 알아주는 분 아닙니까.”
“그렇긴 합니다만······.”
“예전에 한번 우리 애들 봤을 것 아닙니까. 확실히 실력은 보장합니다. 최 PD님도 알다시피 바로 저 김승호입니다. 제가 키운 애들이 어디 빠지지 않는다는 것은 잘 알지 않습니까.”
김승호 이사의 말에 최 PD가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죠. 우리 김 이사님이라면 확실하게 믿죠.”
“그렇다면······.”
“네. 도와드려야죠.”
순간 김승호 이사의 표정이 환해졌다.
“감사합니다. 최 PD님.”
그때 때마침 코스 요리 중 첫 번째 요리가 나왔다. 그 요리를 본 후 최 PD가 씨익 웃으며 젓가락을 들었다. 그러곤 첫 번째 요리를 입에 넣었다.
“으음······. 맛있네요.”
“네. 그렇죠. 많이 드십시오.”
김승호 이사가 환하게 웃으며 말했다. 최 PD도 본격적으로 요리를 먹으며 천천히 얘기를 시작했다.
“그때 그 뭐냐. 애들 키운다는 그룹 이름이 뭐였죠?”
“엔젤스입니다. 엔젤스!”
“어어, 맞아요. 엔젤스. 멤버들은 그대로 있는 거죠?”
“네. 그대로 다 데리고 나왔습니다.”
“맞다. 걔네들 중에 센터에 있던 여자애 말이에요. 참 마스크가 좋더라고요.”
“아, 세나 말씀이구나. 그 친구가 아직 센터에 있습니다.”
최 PD는 M 닷컴에서 아이돌 생활백서 프로그램을 연출하고 있다. 그 프로그램은 주로 음악 차트뿐만이 아니라 아이돌의 이모저모를 보여준다. 또한 한 달에 한 번씩, 또는 일주일에 한 번씩 신인 아이돌을 소개하는 방송이었다.
그래서 이제 데뷔를 준비하는 신인들은 이 프로그램에 서로 나가기를 원했다. 어떤 아이돌은 순서에 밀려 데뷔를 하고 난 후 한 달 만에 나오기도 한다. 그만큼 신인 아이돌들에 있어서 아이돌 생활백서는 자신을 홍보하고 알리는 것에 최적의 프로그램인 것이다.
또한 최 PD는 아이돌 그룹을 키우는 기획사들에게 있어서 가장 먼저 만나봐야 하고 접대 1순위였다. 최 PD는 이 프로그램을 하면서 정말 수많은 아이돌들을 만나왔다.
세나처럼 화장을 하지 않아도 눈에 확 들어오는 멤버는 극히 드물었다. 예전에도 이 멤버 때문에 어느 정도 사랑은 받겠다는 생각이 들긴 했다.
첫 번째 요리가 나가고 곧바로 두 번째 요리가 들어왔다. 두 번째 요리를 먹으며 최 PD가 입을 열었다.
“그래서 우리 프로그램에 출연하고 싶다 이거죠.”
“네네. 어떻게 안 되겠습니까?”
“흐음······. 어쩐다.”
“안 됩니까?”
김승호 이사가 걱정스러운 얼굴로 물었다. 최 PD가 젓가락을 내려놨다.
“김 이사님도 아시죠? 우리 프로그램이 엄청 인기가 있는 거요.”
“알죠. 정말 다 알고 있죠.”
“어디 보자. 아마 3개월? 아니, 4개월까지 스케줄이 꽉 차 있어요. 언제쯤 데뷔를 하는 거죠?”
“저희는 다음 달 예상하는데요.”
“으음······. 그러면 아마도 활동이 거의 끝나갈 때쯤 프로그램에 나올 수 있을 것 같은데요. 그래도 괜찮습니까?”
최 PD의 말에 김승호 이사가 쓴웃음을 지었다. 솔직히 말해서 앨범을 내면 인기 걸그룹들은 최대 2달 정도 활동을 한다. 후속곡까지 포함하면 3달 정도 된다.
보통 아이돌 그룹은 첫 앨범을 내고 인기를 끌지 못하면 한 달 안에 활동을 접는 경우가 많았다.
그런데 3달 있다가 출연을 하라는 말에 김승호 이사는 순간 멘붕이 왔다. 앨범 활동을 끝내고 설사 예능에 출연한다고 해도 큰 반사이익을 얻지 못할 가능성이 높았다.
그렇다고 나름 아이돌에게 인기 있는 프로그램을 연출하고 있는 최 PD를 불러다 놓고 3달을 못 기다리겠다는 그런 소리는 못 했다.
“그렇게라도 출연시켜주시면 감사하죠.”
“내가 뭐 밥을 얻어먹어서가 아니라 혹시라도 당길 수 있다면 당겨보도록 할게요.”
“정말 그렇게만 해주신다면 감사하죠.”
“그렇다고 너무 큰 기대는 하지 마요.”
“네. 출연만 시켜주세요.”
“그래요. 자, 그럼 이제 본격적으로 먹어도 되는 거죠?”
“아! 그럼요. 어서 드시죠.”
그렇게 김승호 이사는 최 PD를 정말 깍듯하게 대접을 했다.
“이거 드셔 보십시오. 이 집에서 가장 자신 있어 하는 요리입니다.”
“아, 그래요?”
최 PD는 서슴없이 요리를 먹었다. 그렇게 김승호 이사는 아낌없이 법인 카드를 사용했다.
모든 식사를 마친 최 PD와 김승호 이사가 주차장에서 서로 인사를 나눴다.
“자, 그럼 다음에 또 봅시다. 김 이사님.”
“네. 그래요. 아무쪼록 잘 부탁합니다. 최 PD님.”
“그래요.”
최 PD가 손을 흔들고는 차를 타고 떠났다. 김승호 이사는 그런 최 PD가 떠나는 모습을 지켜보다가 한숨을 내쉬었다.
“후우······. 이것도 힘드네. 참······.”
김승호 이사는 몸을 돌려 자신의 차량으로 갔다. 돌아서는 그의 어깨가 매우 무겁게 느껴졌다.
최 PD는 거하게 식사를 대접받은 후 또다시 방송국으로 돌아왔다. 여느 PD와 달리 그는 인기 프로그램 PD였다. 그래서 여러 기획사들로부터 많은 대접을 받는다. 조금 전 김승호 이사에게 대접받은 식사 역시도 그 일과의 연장선으로 생각했다.
“김 이사가 자장면이 아니라 코스 요리를 대접해 주다니. 신생 기획사인데 제법 여유가 있나 보네.”
최 PD가 혼잣말을 하며 방송국에 들어섰다. 그러자 지나가는 후배들과 연예인들이 인사를 했다.
“최 PD님 안녕하세요.”
“어어, 그래. 아윤아 너 이번 곡 좋더라.”
“호호호. 감사해요. 다 PD님 덕분이죠.”
“그럼 나중에 한턱 쏴!”
“알겠어요.”
최 PD가 웃으며 지나갔다. 그리곤 또다시 후배 PD를 만났다.
“선배님 안녕하세요.”
“그래. 박 PD. 너 이번 프로그램 시청률 얼마 나왔냐?”
순간 굳어버린 박 PD였다. 그의 표정만 봐도 알 것 같은 얼굴로 말했다.
“괜찮아. 좀 더 노력해서 잘 만들면 되지. 안 그래?”
“······네.”
“그래. 그래.”
최 PD는 후배 박 PD를 위로하며 이동했다. 그렇게 예능국으로 온 그는 자신의 자리에 앉았다. 자리에 앉자마자 고영국 FD가 다가와서 물었다.
“식사하셨어요?”
“어, 그래. 넌 밥 먹었냐?”
“네. 구내식당에서 먹고 왔어요.”
“그래. 그래. 밥은 구내식당이 최고지.”
최 PD가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자 고영국 FD가 슬쩍 물었다.
“그런데 선배는 어디서 식사하고 오셨어요?”
“나? 네가 그걸 알아서 뭐 하게.”
“에이. 좋은 곳에서 식사하셨으면 저도 좀 데리고 가시지.”
고영국 FD가 약간 서운한 얼굴로 말했다. 사실 고 FD는 최 PD가 아이돌 생활백서를 연출하면서 인기가 많아졌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그래서 최 PD가 점심 무렵에 나갈 때마다 살짝 좀 서운했다.
물론 고영국 FD가 오래 일한 것은 아니지만 나름 최 PD의 오른팔이라고 생각했다. 그래서 혼자만 맛있는 밥을 얻어먹고 오는 것에 서운한 것이었다.
하지만 최 PD도 어쩔 수 없는 것이 접대를 받는 것은 솔직히 부담이었다. 그도 그럴 것이 접대를 받으면 상대방에게도 뭔가 합당한 결과물을 보여줘야 한다. 그런데 출연권을 놓고 장사를 하고 싶은 생각은 없었다.
“참! 다음번 금요 초대석 시간 언제 나니?”
“금요 초대석이요? 앞으로 3개월은 꽉 차 있잖아요. 중간에 펑크가 나거나 당길 만한 것 없어?”
최 PD의 물음에 고영국 FD가 고개를 갸웃하며 물었다.
“도대체 누굴 만나고 와서 그래요?”
“내가 말하면 네가 아냐.”
“에이, 저도 웬만하면 다 알죠. 저도 선배님 밑에서 거의 1년을 일했는데요.”
“오, 그래? 벌써 1년이나 되었어?”
“네. 그러니 누군데요? 말해주세요.”
“엔젤스라고 이제 곧 데뷔하는 걸그룹이야.”
“엔젤스요? 아! 저 압니다.”
“뭐? 알아? 아니, 어떻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