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05. 바로잡아야 합니다(54) >
인생 리셋 오 소위! 2부 320화
05. 바로잡아야 합니다(54)
한소희가 환한 미소로 오상진의 품에 폭 안겼다. 그 모습이 귀여워 오상진은 한소희의 머리 위에 손이 올라갔다. 그러자 한소희의 손이 오상진의 옆구리 쪽으로 파고들어갔다.
“어어······. 소희 씨 간지러워요.”
“간지러우라고 이러는 건데.”
“그럼 저 안 참아요.”
“참으란 소리 안 했는데.”
“좋았어. 참지 말라는 거죠.”
오상진이 강한 콧김을 뿜어댔다. 그러곤 한소희를 끌어안고는 일어났다.
“어멋, 어멋! 왜 이래요?”
“참지 말라면서요. 그래서 참지 않는 중입니다. 어흥!”
“어머나. 박력 있어.”
한소희도 꺄악 하며 동조했다. 그럴수록 오상진은 더욱 힘이 불끈 솟아 올랐다.
“오늘 소희 씨 가만두지 않을 겁니다.”
그 말과 함께 오상진은 한소희를 안고는 안방으로 들어갔다.
다음 날 아침 최강호 본부장이 비서로부터 보고를 받았다. 보고서를 훑어보던 최강호 본부장의 눈빛이 번쩍였다.
“진짜, 여기 적힌 보고대로인가?”
“네. 본부장님.”
“정말 사칭하고 다니는 사람이 있었단 말이야?”
“네. 변호사를 통해서 고소한 상태라고 합니다.”
“와, 어이가 없네. 소라를 사칭한다는 것이 말이 돼?”
“그게······. 한번 보시겠습니까?”
비서가 휴대폰으로 전송된 사진을 보여줬다. 최강호 본부장이 그 사진을 보고 깜짝 놀랐다.
“소라잖아.”
“본부장님. 몇 장 넘겨보시면 아실 겁니다.”
최강호 본부장이 몇 장을 더 넘겨봤다. 그러자 그가 감탄했다. 그곳에는 몇 장의 사진이 존재했다. 처음 선글라스를 낀 사진을 봤을 때는 영락없는 신소라였다. 하지만 선글라스를 벗자 뭔가 좀 어색한 신소라가 나타났다. 그녀를 본 최강호 본부장의 얼굴이 살짝 일그러졌다.
“이건 누가 봐도 소라가 아닌데······.”
하지만 그 어색함이 좀 사라지면 누가 봐도 신소라라고 할 수 있을 정도였다.
“도대체 이 사람 뭐야.”
“이 사람이 하는 말을 들어보니 예전부터 신소라 씨 팬이었다고 합니다. 원래 생김새도 신소라 씨와 좀 비슷했다고 합니다. 그래서 주위에서 배우 해도 되겠다는 말도 좀 듣고 그랬나 봅니다. 학창시절에 인기도 있었다고 하고요. 그러다가 아쉬운 마음에 신소라 씨 사진을 가지고 수술을 하게 되었답니다. 그런데 신소라 씨와 너무 똑같아졌다고 합니다. 그러다 보니 주변에서 신소라라고 오해하는 사람들도 생기고, 쫓아다니는 사람도 생기고······.”
최강호 본부장이 바로 비서의 말을 자르며 말했다.
“그러다가 본격적으로 사기를 치게 되었단 말이지.”
“본인 말로는 사기 치려고 한 것이 아니라, 주변 사람들이 오해를 한 것이다. 단지 부정을 하지 않았을 뿐이라고 말은 하는데 결론적으로는 그렇게 되었죠.”
“어이가 없군. 정말 어이가 없어. 내가 이 일로 소라랑 얼마나 싸웠는데······.”
최강호 본부장은 허탈한 표정을 지었다. 그는 갑자기 머리가 아파오는지 손으로 이마를 짚었다. 솔직히 최강호 본부장은 신소라에 대해 안 좋은 소문을 들은 것은 꽤나 오래전에 들었다.
처음에 신소라가 클럽에서 부비부비를 했다고 들었을 때 최강호 본부장은 코웃음을 쳤다. 그 당시 자신은 일 때문이 바빴고, 신소라의 곁에는 자기가 붙여준 경호원이 있어서 그런 일이 없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전 소속사가 망하고 나서 OH 엔터로 들어가기 전 신소라가 잠깐 홀로 활동하던 시기에 또 그 같은 소문이 들려왔다. 그때는 살짝 의심을 했다. 그래서 이번에는 대놓고 물었다.
“너 혹시 클럽 다니니?”
“어? 어떻게 알았어?”
“뭐? 진짜 갔었어?”
“아니. 친구 생일이라서 스트레스 풀려고 같이 갔지. 왜?”
“너는 무슨 여배우가 되어서 그렇게 다녀?”
“뭐야? 여배우는 뭐 사람 아니야? 그리고 내가 클럽에 가서 무슨 이상한 짓이라도 하니. 그냥 룸 잡아서 친구들과 논 것밖에 없는데.”
“그럼 나에게 말을 했어야지.”
“말을 했으면 허락은 했고?”
“그랬으면 내가 따로 레스토랑을 빌려서라도······.”
“아, 됐어. 자기가 그럴 것 같아서 말을 안 했던 거야. 그리고 생일 당사자 본인이 그걸 원해서 같이 가 준 거야. 소원이라는데 어떻게 해? 한번 들어줘야지.”
“야! 너 그러다가 남자가 그런 부탁을 해도 들어주겠다?”
“뭐라는 거야? 날 그렇게밖에 안 봐?”
“내 말은 그런 뜻이 아니잖아.”
그렇게 잠깐의 말다툼을 했다. 그리고 한동안 냉전기에 들어갔다. 그러다가 한동안 또 잠잠했는데 최근에 충격적인 사진을 보게 되었다.
-이거 신소라 아님?
그렇게 해서 커뮤니티에 올라온 사진 한 장을 최강호 본부장이 보게 되었다. 그 사진은 신소라와 어떤 남자가 모텔로 들어가는 사진이었다.
당연히 발끈한 최강호 본부장이 신소라에게 따졌고, 그녀 역시 전혀 모르는 일이라고 말했다.
“아니라고? 이건 누가 봐도 넌데?”
“뭐야, 이거? 합성 아니야?”
“합성?”
“그래! 나 이때는 집에 있었어.”
“집? 정말이야?”
“핫! 그렇게 정 못 믿겠으면 CCTV를 돌려보든가.”
신소라의 말에 최강호 본부장이 CCTV를 돌려봤다. 정말 신소라의 말대로 오피스텔에 들어간 이후 나온 적이 없었다.
만약에 이 사진 속 인물이 신소라라면 창밖으로 뛰어내리거나 다른 사람을 통해서 CCTV를 멈추고 몰래 빠져나가야 했다. 하지만 전혀 그러지는 않았다.
‘이게 어떻게 된 일이지?’
사진 역시 잘못 찍힌 건가? 아니면 시간이 잘못된 건가? 날짜? 아니면 뭐지?
최강호 본부장은 온갖 상상을 다 했다. 그렇게 최강호가 고민을 했다. 그런데 알고 보니 진짜 닮은 여자가 신소라 행색을 하고 다니고 있었다.
“하아, 미치겠네.”
민망하기도 하고, 또한 신소라에게 엄청 미안한 마음이 들었다. 그것보다 이 여자는 어떻게 되었는지 궁금했다.
“그래서. 어떻게 되었어?”
“OH 엔터에서 조만간 보도자료가 뿌려질 것 같습니다.”
“그래? 그럼 전 신문사에 연락해서 최대한 시끄럽게 하게 하고 법적 조치까지 하라고 꼭 얘기해.”
“네. 알겠습니다. 그런데 본부장님. OH 엔터에서는 아직 법적 조치까지는 안 가는 것 같은데 말입니다.”
“법적 조치에 대해서는 우리 쪽에서 하겠다고 얘기해. 어차피 소라의 광고가 우리 선진그룹을 통해 나가고 있지 않아. 우리 그룹의 이미지 손상이라는 명목하에 나가면 되니까. 최대한 법적 지원을 아끼지 않겠다고 해.”
“알겠습니다.”
비서가 나고 최강호 본부장이 깊은 한숨을 내쉬었다.
“하아······.”
현재 최강호 본부장의 큰 문제는 신소라에 대한 오해였다. 최강호 본부장이 또 한 번 손으로 이마를 짚었다.
“그나저나 소라에게는 뭐라고 해야 하나.”
그러고 있다가 자신의 휴대폰을 들었다. 그는 신소라에게 전화를 걸었다. 그렇게 통화연결음이 가고 얼마 지나지 않아 신소라의 음성이 들려왔다.
-응.
“일어났어?”
-진즉에 일어났지.
“뭐해?”
-나? 집에서 필라테스 중인데.
“그래?”
-그런데 왜 전화했어?
“그냥 뭐······. 목소리 듣고 싶어서.”
-웃기시네. 뭐 때문에 전화했어.
신소라는 다 알고 있다는 듯 수화기 너머 웃는 소리가 들려왔다.
“그냥 목소리 듣고 싶어서 했다니까.”
-솔직히 말 안 하면 나 끊는다.
“크흠······. 미안하다.”
-뭐가?
“얘기 들었어. 너 흉내 내는 사람 있다는 거.”
-아하, 그랬어?
뭔가 여운이 있는 끝맺음이었다. 최강호 본부장은 다음 말을 하지 않았다. 그리고 신소라의 음성이 들려왔다.
-그것보다 왜 그걸 미안해해? 가만! 미안했다는 소리는 날 계속 의심했다는 것인데······. 맞아?
“의심했다기보다는 그런 일 때문에 내가 좀 신경을 썼다는 소리지.”
-뭐야! 그게 그거잖아. 됐어. 날 믿지도 못하는 사람을 왜 만나. 우리 헤어져!
“왜 그렇게 얘기를 해. 솔직히 네가 좀 예뻐. 우리나라 톱스타 배우고, 대한민국 모든 남자들의 여신이잖아. 눈이라도 마주치면 환장을 하는데 내가 어떻게 신경을 안 쓰고 있겠어.”
-칫! 이럴 때만 그러지.
“어허. 이럴 때만이 아니라. 솔직히 이런 말까지 안 하려고 했는데 나 너 예뻐서 만나는 거야.”
-뭐야. 그 소리는? 언제는 예쁜 여자는 관심도 없고, 여자 얼굴 보고 만난 적 없다면서.
“그건 그냥 해본 소리고. 아니, 그건 다른 여자 얘기고. 넌 예뻐서 만나는 거 맞아.”
-와. 나중에 안 예뻐지면 나 안 만나겠네.
“그러니 그전에 결혼해야지. 빼도 박도 못 하게 법적으로 말이야.”
-칫, 말이나 못하면······.
“아무튼 그 문제는 너무 걱정하지 마. 내가 법률팀을 보내서 확실하게 처벌받게 할 테니까.”
-그건 오빠가 알아서 하고. 그것보다 우리 대표님에게 오빠가 감사하다고 전해줘.
“한 대표에게?”
-응.
“그거야 알아서 할게.”
-말로만 하지 말고. 나 한 대표 아니었으면 나랑 오빠 사이 계속 안 좋았을 거야. 그리고 나도 계속 안 좋은 소문 났을 것이고 그걸 미리 사전에 막아준 거야. 어디까지 얘기를 들었는지 모르겠지만 한 대표가 끝까지 물고 늘어져서 잡은 거야.
“그랬어? 알았어. 내가 선물이라도 할게.”
-선물 말고, 우리 회사에 투자 좀 해라.
“투자? 무슨 투자?”
-아니. 얘기를 들어보니 오디션도 보고 해야 하는데 인력도 부족한 것 같고. 자금도 부족한 것 같아서 대표님이 고민을 하는 것 같더라고.
“엔터 초반에는 다 그렇지. 이제 신생 기획사인데 뭔 욕심을 부려.”
-오빠도 참! 회사가 좀 북적대고, 사람도 많아야 나도 어디 가서 내세우지. 내가 한동안 기획사 없이 그렇게 지내니까. 어중이떠중이들이 사칭을 하고 다니는 거잖아.
“그래?”
-그러니 오빠가 좀 신경 써줘.
“알았어. 생각해 볼게.”
-그래.
“있다가 저녁에 갈까?”
-바쁘지 않으면 와.
“알았어.”
최강호 본부장이 휴대폰을 끊었다. 잠깐 생각을 하다가 인터폰을 눌렀다.
삐이익!
-네, 본부장님.
“강 비서 들어와.”
-네.
잠시 후 문이 열리며 강 비서가 들어왔다.
“부르셨습니까.”
“OH 엔터에 뭐가 가장 필요한지 자네가 좀 알아봐봐.”
그랬더니 강 비서가 고개를 끄덕이며 대답했다.
“네. 알겠습니다.”
강 비서가 나가고 그로부터 한 시간 후 그가 다시 들어왔다.
“제가 따로 알아봤는데 말입니다.”
“어.”
“현재 OH 엔터에서 가장 중점적으로 두고 있는 것이 엔젤스 데뷔라고 합니다.”
“엔젤스? 준비 중인 걸그룹이라고 했나?”
“네.”
“어때? 준비는 잘되었고?”
“준비는 잘하고 있는데 아무래도 레드오션이 약해서 초반에 인기를 끌지 못하면 주목받기 쉽지 않으니 그것을 고민 중인 것 같습니다. 방송사에서 OH 엔터가 신생 기획사이다 보니 딱히 관심을 가져주지 않는 것 같습니다.”
“그러면 안 되지. 우리 소라가 있는 기획사인데······. 으음, 그러지 말고 각 방송국 예능국장들하고 자리 좀 만들어 봐.”
“예능국장들 말입니까?”
“그래.”
“네. 알겠습니다.”
강 비서가 인사를 하고 사무실을 나갔다. 그러곤 최강호 본부장이 나직이 중얼거렸다.
“그래. 기왕 도울 거면 엔젤스를 확실하게 밀어줘야지. 그러면 우리 소라 체면도 서겠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