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05. 바로잡아야 합니다(51) >
인생 리셋 오 소위! 2부 317화
05. 바로잡아야 합니다(51)
박 기사는 운전석에 타지 않고 강우식 대표를 노려봤다. 강우식 대표가 움찔했지만 한소희에게서 시선을 떼지 않았다.
“대표님이라고요?”
“그것보다 궁금하네요. 30분 안에 무슨 인생이 바뀐다고 했죠?”
한소희의 말에 강우식 대표가 정신을 차리며 말했다.
“네!”
“그전에 한 가지만 묻죠. 정말 신소라 씨랑 친해요?”
“그럼요. 아까 통화했잖아요.”
“그럼 신소라 씨를 부를 수 있어요?”
“그럼요. 신소라 씨만 불러주면 되는 건가요?”
“그래요.”
한소희가 팔짱을 끼며 말했다. 강우식 대표가 고개를 바로 끄덕였다.
“좋아요. 불러 드리겠습니다. 그럼 저기 카페로 가서 얘기 좀 하시죠.”
“좋아요.”
강우식 대표는 다시 카페로 향했고 한소희는 박 기사를 보며 말했다.
“미안해요. 좀 더 기다려 줄 수 있죠?”
“네. 알겠습니다. 그런데 정말 제가 나서지 않아도 괜찮으시겠습니까?”
“괜찮아요. 재미있잖아요. 신소라 씨를 안다고 하니까요. 내가 아는 신소라 씨가 정말 맞는지 궁금하기도 하고요. 아무튼 잠깐만 기다리고 계세요. 아, 그리고 이 케이크는 차에 두세요.”
“네. 대표님.”
한소희가 몸을 돌려 카페로 갔다. 그곳에서 강우식 대표와 마주 보며 앉았다. 강우식 대표가 입을 열었다.
“저 통화 한 통만 하고 오겠습니다.”
“그래요.”
강우식 대표가 자리에서 일어나 구석으로 갔다. 그리고 아까 통화했던 사람에게 전화를 걸었다.
“야야.”
-아, 왜?
“너 지금 옷 차려 입고 빨리 와라.”
-거기가 어딘 줄 알고 빨리 나오라는 거야. 오빠! 내가 이런 식으로 불러내지 말라고 했지.
“야! 너 지금 안 나오면 신소라 가짜 행세하는 거 다 말해 버린다.”
-아, 진짜. 완전 양아치 새끼네······.
“그러니까, 좋은 말 할 때 빨리 와라. 이번 한 번만 도와주면 아무 말도 안 할게.”
-누군데 그래?
“아니, 진짜 완전 예뻐! 내가 살다 살다 이렇게 예쁜 여자는 처음 봤다.”
-미친······. 여자에 환장했냐.
“나 한 번만 도와달라니까. 빨리와, 빨리! 알았어?”
-아, 진짜 귀찮게······. 알았어.
한편 그 시각 한소희도 휴대폰을 꺼내 최지현에게 깨톡을 보냈다.
-최 이사님. 미안한데 오늘 좀 늦을 것 같네요.
-네? 무슨 일 있어요?
-아니. 어떤 사람이 나 연예인 시켜주겠다고 30분만 시간 달라고 하네요.
-오올······. 대표님 좋겠다. 이제 연예인되는 거예요?
장난스러운 깨톡에 한소희가 피식 웃었다.
-연예인은 무슨······. 그냥 신기해서 상대해 주는 거예요. 궁금하기도 하고.
-그런데 그 사람 진짜예요?
-뭐, 잘 몰라요. 그냥 신소라 씨랑 아는 사람이라고 하는데요. 그래서 내가 진짜인가 싶어서 잠깐 상대해 주는 거예요. 그런데 신소라 씨라고 해서 목소리를 들려주더라고요.
-정말요? 진짜 신소라 씨랑 아는 사람이에요?
-아뇨. 내가 아는 신소라 씨 목소리가 아니던데요.
-혹시 모르니까, 한번 알아봐 드려요? 아니다. 바로 알아볼게요. 잠깐만요.
최지현에게서 깨톡이 멈추고 잠깐의 시간이 흐른 후 한소희의 휴대폰이 울렸다.
“네. 최 이사님.”
-대표님, 지금 어디세요?
“케이크 산 데요. 왜요?”
-그 사람 최대한 붙잡고 있어봐요.
“응?”
-아, 신소라 씨가 그러는데요. 자꾸 자기를 사칭하고 돌아다니면서 사고치는 사람이 있다고 그래요. 아마도 그 사람인 것 같다고 신소라 씨가 그러네요.
“네에? 왜 진즉에 그 말을 하지 않았대요?”
-그냥 흘러가는 소문으로만 알았데요. 자신에게 아직은 직접적인 피해도 없고요. 그래서 그냥 웃어넘겼대요. 그런데 대표님에게 다가갔다고 하니 확인하고 싶다고 해서요.
“아. 그래요? 알았어요.”
한소희가 전화를 끊었다. 그와 함께 강우식 대표도 맞은편에 앉았다.
“신소라 씨 온다고 해요?”
“네. 그런데 시간이 좀 걸린다고 하네요.”
“상관없어요. 얼굴만 보면 되니까요.”
강우식 대표가 미소를 띤 얼굴로 말했다.
“자. 그럼 신소라가 올 때까지 우리 비즈니스 얘기를 해볼까요?”
“좋아요. 얘기나 들어보죠.”
강우식 대표는 거슴츠레한 눈으로 한소희를 바라보며 사탕발림을 털어 놓았다. 그러면서도 한소희를 살피듯 위아래를 훑는 것도 잊지 않았다.
한소희도 OH 엔터테이먼트 대표가 된 이후로 어느 정도 정장을 입고 다니기 시작했는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바디라인은 숨길 수가 없었다.
‘와. 미친······. 몸매가 진짜 환상이네.’
그런 강우식 대표의 눈빛을 보며 한소희는 코웃음을 치며 얘기를 들어주기만 했다. 그렇게 한참의 시간이 흐른 후 어디서 또각또각 발소리가 나더니 어떤 여자가 나타났다.
강우식 대표가 바로 확인을 하고는 손을 들었다.
“소라야. 여기.”
소라라고 불린 여자는 황급히 고개를 좌우로 돌리더니 인상을 쓰며 말했다.
“조용히 해.”
그러곤 강우식 대표 옆자리로 가서 슬쩍 앉았다. 맞은편에 앉아 있던 한소희가 그 여자를 보며 흠칫 놀랐다. 진짜 신소라와 거의 비슷한 상태였다.
물론 얼굴을 가리려고 커다란 선글라스를 착용했지만 자신이 알고 있는 신소라의 실루엣과 거의 흡사했다. 아니, 전체적인 느낌이 거의 신소라였다.
‘와, 놀래라. 정말이네.’
한소희가 속으로 감탄을 했다. 하지만 한소희는 그녀가 신소라가 아니라는 것을 알고 있다. 만약 신소라였다면 한소희를 보고 바로 아는 척을 했을 것이다.
강우식 대표는 어깨에 잔뜩 힘이 들어갔는지 옆에 앉은 여자에게 말했다.
“야, 선글라스 좀 벗어.”
“됐어. 얼굴 팔 일 있어?”
“얼굴이라도 보여줘야지. 그렇게 커다란 선글라스를 쓰고 있으면 신소라인 줄 알겠냐.”
“아, 진짜······.”
그녀는 커다란 선글라스를 코 밑으로 살짝 내렸다가 다시 올렸다.
“됐지.”
한소희는 그것을 놓치지 않고 바르게 훑고 지나갔다. 그리고 순간 쓴웃음을 지었다.
전체적인 이목구비는 비슷하지만 얼굴 형태가 다 뜯어고친 모습이었다. 한마디로 신소라는 자연미인인데 앞에 앉은 여자는 성형한 티가 좀 났다.
한소희가 씨익 웃으며 물었다.
“정말 신소라 씨예요?”
“보면 몰라요?”
“그렇구나. 영광이에요. 괜찮으시면 사인 한 장 해주시겠어요?”
“사인요? 잠시만요.”
한소희는 가방에서 다이어리를 꺼내 빈 곳을 내밀었다. 볼펜까지 건네었고, 그녀는 그곳에 사인을 홱 휘갈겼다. 그녀의 사인은 신소라의 사인과 똑같았다. 하지만 이것 역시 위조나 마찬가지였다.
“으음······. 정말 신소라 씨 사인이네요.”
“내가 그랬잖아요.”
강우식 대표가 큰 소리로 말했다. 하지만 한소희의 표정은 점점 굳어졌다. 솔직히 그냥 신소라를 흉내 내는 사람이라면 그냥 경고하는 선에서 끝낼 생각이었다.
그런데 신소라 사인까지도 똑같이 흉내를 내자 점점 더 어이가 없어 졌다.
“죄송한데요. 사진도 가능할까요? 같이?”
“귀찮은데······. 알겠어요. 대신에 선글라스는 안 벗어요.”
“예, 그래요.”
한소희가 옆으로 가서 가볍게 무릎을 굽혀서 사진을 찍을 자세를 취했다. 강우식 대표는 신나 하며 사진을 찍어 줬다.
“고마워요.”
한소희는 사진을 찍은 것을 확인 한 후 곧바로 최지현에게 보냈다. 그러자 바로 최지현에게서 깨톡이 날아왔다.
-와, 진짜 비슷하네요.
-사인도 완전히 똑같이 하고 있어요. 이건 대놓고 사기를 친다는 것 아니에요.
-잠시만 기다리세요. 지금 그쪽으로 가고 있어요.
-알았어요.
그렇게 책상 아래에서 깨톡을 주고받고는 한소희는 바로 시간을 끌었다.
“어머! 정말이었네요. 정말 신소라씨랑 친한 줄 몰랐어요. 미안해요.”
“제가 말했잖아요. 내가 신소라를 키웠다고요.”
“웃겨. 오빠가 날 키워?”
“오빠라니. 대표님이라고 불러야지.”
“네네. 알겠어요. 대표님. 대표님. 하아, 진짜······.”
그녀가 팔짱을 끼며 못마땅한 표정을 지었다. 한소희는 그 모습을 보며 얘기를 했다.
“그런데 신소라 씨 소속사를 옮겼다고 들었는데······. 여기 쇼 엔터테인먼트로 옮겼어요?”
“아, 예에. 뭐······.”
“어? 이상하다. 그런 기사는 못 봤던 것 같은데. 제가 신소라 씨 펜이라서 기사가 나오면 대부분 찾아서 보고 있거든요.”
한소희의 말에 강우식 대표가 살짝 당황하며 말했다.
“아. 그것이 이 바닥이 그렇게 다 기사가 나가고 그런 것은 아닙니다. 소라같이 톱스타인 경우는 관련된 회사들이 많아요. 저희도 관련된 곳이고요.”
“아······. 그렇구나.”
한소희는 고개를 끄덕였다. 하지만 속으로는 정말 어이가 없었다.
‘세상에 무슨 그런 말도 안 되는······.’
하지만 그 말이 먹혀 들어갔다고 생각한 강우식 대표는 웃고 떠들면서 자신의 자랑을 늘어놓았다.
“······그렇게 된 거예요. 그리고 아까도 말씀드렸다시피 저 믿고 6개월만 제 말대로 하면 엄청 뜰 수 있어요. 여기 있는 신소라만큼 키워 줄 수 있어요.”
그러거나 말거나 가짜 신소라는 건방지게 다리를 꼰 채로 남자가 마시다 만 아메리카노를 쭉쭉 마셨다. 잠시 후 카페 문이 열렸다.
딸랑딸랑.
그 소리에 아메리카노를 마시던 가짜 신소라의 시선이 입구로 향했다. 그 순간 풉 하며 먹고 있던 아메리카노를 내뱉었다.
“아이씨, 뭐 하는 거야. 더럽게.”
강우식 대표가 짜증 난 얼굴로 한마디 했다. 가짜 신소라가 손을 들어 가리켰다.
“오빠, 저기······.”
“뭐?”
강우식 대표가 고개를 돌려 가리킨 방향을 봤다. 그곳에는 진짜 신소라가 또각또각 걸어오고 있었다. 그 모습을 본 두 사람이 흠칫 놀랐다.
그런데 신소라 뒤로는 체격 건장한 경호원 4명이 따라왔다.
신소라는 한소희 옆에 서며 말했다.
“대표님 여기 계셨어요.”
한소희가 씨익 웃으며 신소라를 바라봤다.
“소라 씨 왔어요?”
그녀들의 대화를 듣던 강우식 대표와 가짜 신소라는 너무 놀라 입을 다물지 못했다. 한소희의 시선이 두 사람에게 향했다.
“자, 인사해요. 여기가 진짜 신소라 씨.”
“······.”
“······.”
두 사람은 아무런 대답도 하지 못했다. 신소라의 시선이 앉아 있는 두 사람에게 향했다.
“누가 자꾸 나를 사칭하고 다닌다는 소문이 돌던데. 그 주인공이 여기 있었네. 당신 누구예요?”
신소라는 가짜 신소라를 바라보며 물었다. 가짜 신소라는 당황하며 시선을 회피했다.
“아, 그게······. 오빠 이게 뭐야!”
가짜 신소라는 바로 화를 내며 옆에 앉은 강우식 대표를 툭 쳤다. 강우식 대표는 바로 미소를 띠며 말했다.
“저기 뭔가 오해가 있었던 것 같은데. 그런 거 아닙니다. 장난친 겁니다. 장난.”
“장난이 아닌 것 같은데요.”
한소희가 말을 하며 아까 받아뒀던 사인을 내밀었다.
“여기 봐요. 신소라 씨 사인 아니에요? 지금까지 계속 신소라 씨 매니저라고 하면서 얘기하셨지 않아요?”
“제가 언제요?”
강우식 대표는 일단 발뺌을 했다. 한소희가 휴대폰을 내밀며 흔들었다.
“이 휴대폰은 제가 장식품으로 가지고 다닌 줄 알아요? 아까부터 계속 녹음 중이었거든요.”
“그걸 녹음하시면 어떻게 합니까.”
“그쪽에서 대놓고 사기를 치는데 내가 녹음을 해야죠. 그럼 어떻게 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