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05. 바로잡아야 합니다(50) >
인생 리셋 오 소위! 2부 316화
05. 바로잡아야 합니다(50)
“김연자! 야! 김연자!”
아무리 큰 소리로 대답을 해도 이미 끊어진 전화기에서는 김연자의 목소리가 들려오지 않았다.
“핫! 이년이 진짜······.”
재차 전화를 걸어봤지만 바로 소리샘으로 넘어갔다. 거칠게 종료 버튼을 누른 조애령이 인상을 썼다.
“하아, 진짜······. 짜증 나 죽겠네.”
조애령이 발을 동동 구르다가 번뜩 생각이 났다. 그녀는 다시 휴대폰을 들어 전화번호부를 검색했다. 그러다 그곳에서 최만석 과장이라고 된 이름을 찾아 눌렀다.
-여보세요?
수화기 너머 최만석 과장의 당황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조애령은 최대한 밝은 목소리로 대답했다.
“어머나. 최 과장님. 저 조애령이에요.”
-아, 네에. 조 이사님. 무슨 일이십니까?
순간 조애령의 표정이 굳어졌다. 평소에는 여사님이라고 부르는 그였다. 그런데 지금은 조 이사라고 불렀다.
“왜요? 옆에 누구 있어요?”
조애령이 바로 눈치를 채고 물었다. 최만석 과장이 얘기를 했다.
-잠시만요.
그리고 그가 어디로 움직이는 소리가 들려왔다. 문이 닫히는 소리가 들리고 뭔가 울리는 소리가 났다.
-아이고 여사님. 갑자기 무슨 일이십니까?
“과장님 갑자기 우리 회사로 세무조사가 나왔어요.”
-어이구 거기까지 갔습니까?
“네? 무슨 소리예요?”
-하아······. 여기도 난리가 아닙니다. 그 일로 인해 저희 부서 감사받고, 저도 지금 징계를 받을지도 모릅니다.
“네에? 과장님이요?”
조애령이 깜짝 놀랐다. 사실 서울시에서 최만석 과장의 직책이라면 나름 권력이 막강했다. 게다가 최만석 과장은 나름 인맥도 좋았다. 여기저기 동문들도 많았고 말이다.
조애령도 최만석 과장을 찍은 이유였다. 저 사람은 적당히 먹여도 아무런 탈이 없을 사람이라는 것을 알았기 때문이다. 또한 오래 공무원 생활을 할 사람으로 생각해 선을 놓았던 것이다.
그런데 그런 그가 징계를 받는다고 하니 당황스러울 수밖에 없었다.
“아니, 왜 징계를······.”
-하아······.
최만석 과장의 깊은 한숨이 흘러나왔다.
-이게 참, 뭐라고 말씀드리기 그런데요. 이번에 윗선으로 제보가 들어간 것 같습니다. 그래서 저도 지금 최대한 빠져나가려고 노력 중인데······. 그럼에도 징계를 피하기는 어려울 것 같아요.
“어? 그러면 안 되는데······.”
조애령이 중얼거리듯 말했다.
-그런데 여사님 뭐 때문에 연락했어요?
“네. 아까도 말했지만 저희 회사에 세무조사가 나왔어요. 어디서 그 지시가 내려왔는지 알 수 있을까요?”
-아. 그 세무조사요? 아마 윗선에서 내려왔을 겁니다.
“윗선이라면······.”
-아마 민국당 쪽에서 푸시가 들어갔을 거예요.
“민국당이라면 최익현 의원님요?”
-네에? 최익현 의원님요? 혹시 최익현 의원님하고 무슨 일 있었습니까?
“아, 그것이······.”
조애령이 주춤 말을 더듬었다.
-무슨 일입니까?
“그냥 좀 좋지 않은 일이 있었어요.”
-아이고······. 최익현 의원님이라, 어쩐지 감사 나온 직원들의 눈에 불이 켜져 있던데. 아무래도 최익현 의원님이었군요.
최만석 과장이 한숨을 내쉬었다. 그 역시도 위에서 누가 찍어 누른다는 생각은 하고 있었다. 그런데 그 실체가 누군지는 정확하게 알지 못했다. 그래서 입을 꾹 다물고 있으면서 버티고 있었던 것이다.
버티다 보면 최만석 과장과 연루된 사람들이 손을 써 줄 것이라 생각한 것이다. 하지만 방금 조애령과 대화를 나눈 후 그 사람이 누군지 알게 되었다.
-하아, 미치겠네.
최만석 과장 역시도 눈앞이 캄캄했다. 조애령이 조심스럽게 물었다.
“그 사람이면 힘들까요?”
-최익현 의원님께서 나선 것이라면 저도 난감하네요. 제가 지금 여사님 전화를 받을 상황이 아니네요.
“과장님. 그러지 마시고 제발 좀 힘 좀 써 주세요.”
-여사님. 내가 이런 말 드리기가 좀 그런데요. 일이 이렇게 된 것도 다 여사님 때문 아닙니까.
“최 과장님 말씀 참 이상하시게 하시네요. 그동안 저희에게 대가를 받을 때는 아무 말씀 없으시다가 이제 와 그러시면 어떻게 해요?”
-제가 진짜 그것 때문에 지금 이렇게 전화를 받고 있는 것이 아닙니까. 아니면 내가 지금이라도 다 터뜨릴까요? 다 얘기를 해요? 다 죽어봐요?
“아니 왜 얘기가 그렇게 가요.”
-그러니까, 저에게 닦달하지 말라고요. 저도 내 코가 석 자인데 살고 봐야 하지 않습니까. 그런데 여사님까지 이러면 내가 어떻게 합니까? 내가 할 수 있는 일은 다 같이 죽는 길밖에 없어요. 그걸 원하세요?
“아니에요. 알았어요. 연락하지 않을 테니까. 최 과장님도 잘 수습해 보세요.”
-네. 여사님도 한호푸드에서 특별히 탈세한 것이 없으면 세무조사를 해도 별 탈 없을 겁니다.
“······.”
-그럼 끊습니다.
그 말과 함께 최만석 과장의 목소리가 끊어졌다. 조애령은 귀에서 뗀 휴대폰을 바라보며 짜증을 냈다.
“핫! 내가 왜 전화를 했겠어. 왜 했겠냐고. 이리저리 해 먹은 것이 많으니까. 전화를 한 거지. 아, 짜증 나!”
조애령이 발을 동동 굴렀다. 그러다가 바로 휴대폰을 들어 전화번호부를 검색했다.
“가, 가만 아직 아니지. 누가 또 있더라?”
그 이후로도 조애령은 자신이 알고 있는 지인들에게 모두 연락을 돌렸다. 하지만 결과적으로 그 누구도 조애령을 도와주려 하지 않았다.
서울의 어느 빌딩 지하 주차장.
그곳으로 한소희가 나왔다. 그녀의 얼굴은 매우 지친 표정이었다.
“후우······.”
깊은 한숨을 내쉰 한소희는 뚜벅뚜벅 걸음을 옮겼다. 그때 한쪽에서 차가 왔다. 그녀는 곧바로 뒷좌석 문을 열고 탔다.
“대표님 수고하셨습니다. 미팅은 잘 끝나셨습니까?”
“네.”
“회사로 이동합니까?”
“그래 주세요.”
“알겠습니다.”
차가 출발하고 한소희는 휴대폰을 꺼내 최지현에게 연락을 넣었다.
-네, 대표님.
“최 이사님, 저 방금 미팅 마쳤고요. 이제 회사로 들어가요.”
-그래요. 미팅 잘 끝났어요?
“일단 좀 더 봐야 할 것 같아요.”
-그래요? 알겠습니다.
“그보다 뭐 좀 사 갈까요?”
-그냥 오셔도 되는데요.
“나중에 후회하지 말고 말해요.”
-그럼, 지난번에 먹었던 케이크가 맛있더라고요.
“알았어요. 어차피 가는 길이니 제가 중간에 내려서 사 갈게요.”
-고마워요. 조심해서 오세요, 대표님.
“그래요. 회사에서 봐요.”
한소희가 전화를 끊었다. 그러곤 기사에게 말했다.
“박 기사님 내용 들었죠?”
박 기사가 룸미러를 통해 말했다.
“네. 전에 갔었던 그 카페에 먼저 가면 되는 거죠?”
“네.”
한소희는 대답을 한 후 눈을 감았다. 솔직히 미팅은 순조로웠다. 다만 확답을 확실하게 주지 않았다. 뭔가 걸리는 것이 있는지 아니면 다른 쪽에서도 제안이 들어왔는지 망설이는 것이 보였다.
“하아, 지치네······.”
한소희가 낮게 한숨을 내쉬며 중얼거렸다. 그 상태로 대략 20여 분이 흘러갔다. 차가 서고 박 기사가 입을 열었다.
“대표님 도착했습니다.”
“어멋. 그래요?”
“제가 다녀오겠습니다. 전에 샀던 케이크면 됩니까?”
“아뇨. 그냥 여기서 기다려 주세요. 제가 들어갈게요.”
“알겠습니다.”
한소희가 뒷좌석에서 내려 카페로 갔다. 이 카페는 커피도 맛이 있지만 케이크가 입맛에 맞았다. 카페로 들어간 한소희는 진열대에 있는 케이크를 손으로 가리켰다.
“이 케이크 진열대에 있는 것 다 주세요.”
“전부 다요?”
“네.”
“알겠습니다. 잠시만 기다려 주세요.”
“그래요.”
한소희는 지갑을 꺼내 카드를 빼 계산 준비를 했다. 그때 그녀 뒤로 한 남자가 나타났다. 그 남자는 주문을 하는 척하더니 한소희를 쓰윽 봤다. 그러곤 한소희에게 다가갔다.
“저기······.”
한소희는 자신을 부르는 소리에 고개를 돌렸다. 낯선 남자가 자신을 바라보고 있었다.
“네?”
“다른 것은 아닙니다. 그리고 오해하지 마시고 저 이런 사람입니다.”
그 남자가 명함을 내밀었다. 한소희가 그 명함을 받아 들고 확인을 했다. 쇼 엔터테인먼트 강우식 대표라고 적혀 있었다.
‘응? 쇼 엔터?’
한소희가 명함을 손에 쥐고는 그 남자를 다시 봤다.
“그런데요?”
“너무 마스크도 좋으시고 해서 연예인 해볼 생각 없으세요? 제가 확실하게 키워 드리겠습니다.”
그 말에 한소희는 자신도 모르게 웃음이 나왔다.
“아하, 연예인요? 됐어요.”
“그러지 마시고 제가 보기에는 지금 바로 데뷔를 해도 충분하십니다. 아니, 제가 장담하는데 조금만 손을 보면 신소라만큼 성공할 것 같은데요.”
한소희는 순간 신소라라는 말에 피식 웃음을 흘렸다. 그 웃음을 본 강우식 대표가 말했다.
“왜요? 제 말 못 믿으시겠어요? 저요, 나름 연예계에서 미다스 손으로 불리고 있어요.”
“아, 그러세요. 저를 좋게 봐주셔서 감사하긴 한데요. 됐어요. 저는 관심 없어요.”
한소희가 딱 잘라 말했다. 그러자 강우식 대표가 살짝 어이없어했다.
“와. 진짜······. 갑자기 승부욕 돋게 하네. 모르시나 본데요. 제가 신소라 키웠습니다.”
그 소리에 한소희의 눈가에 살짝 주름이 잡혔다.
“네?”
“내가 신소라를 키웠단 말입니다.”
“정말요?”
“네. 못 믿겠으면 통화시켜 드려요?”
강우식 대표가 당당하게 말했다. 한소희가 어이없어했다. 지금 신소라는 자신의 소속사 연예인이기 때문이었다. 한소희의 표정이 미묘하게 바뀌었다.
“그래요? 좋아요. 연결시켜 주세요.”
“기다려 봐요.”
강우식 대표가 휴대폰을 꺼내 어딘가로 전화를 걸었다. 그러곤 한소희를 보며 씨익 웃으며 말했다.
“어, 소라야.”
-네.
“잠깐만 너 목소리 한 번만 들려줘.”
-뭐? 왜 또 귀찮게 그래.
“잠깐 목소리만 들려줘.”
그러곤 강우식 대표가 휴대폰을 한소희에게 건넸다.
“받아보세요.”
한소희가 휴대폰을 받았다.
“네. 여보세요.”
-누구세요?
“하나만 묻죠. 정말 신소라 씨세요?”
-네. 제가 신소라인데요.
수화기 너머 당당한 목소리에서 전혀 거짓말을 하고 있다는 느낌은 들지 않았다. 하지만 한소희가 알고 있던 신소라의 목소리는 아니었다.
강우식 대표가 자신감에 찬 얼굴로 말했다.
“어때요? 맞죠?”
한소희가 씨익 웃으며 말했다.
“목소리만 들어서 어떻게 알아요.”
“사람을 너무 못 믿으시는 것 아니에요?”
강우식 대표는 살짝 억울하다는 얼굴이 되었다. 그때 종업원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손님. 말씀하신 케이크 준비 다 되었습니다.”
그 소리에 한소희가 강우식 대표를 보며 말했다.
“말씀은 잘 들었고요. 제안은 고맙고요. 저는 관심이 없네요. 그럼.”
한소희가 가볍게 인사를 하고는 계산을 마치고 몸을 돌려 가려고 했다. 그러자 강우식 대표가 바로 뒤쫓아왔다.
“저기요. 저기요.”
“네?”
“진짜 농담이 아니라니까요.”
“뭘요?”
“그럼 농담이 아니라 저에게 딱 30분만 줘요. 그 30분 안에 인생을 바꿔드릴 테니까요.”
한소희가 가볍게 한숨을 내쉬었다.
“하아······. 됐습니다.”
한소희가 차로 가서 뒷문을 열었다. 그 앞으로 강우식 대표가 막아섰다.
“이렇게까지 했는데 정말 해도 너무한 거 아닙니까. 30분 시간도 못 내줍니까? 저에게 시간을 내주는 것이 그렇게 아까워요?”
그때 운전석에서 박 기사가 내렸다.
“대표님. 무슨 일이십니까?”
그러자 한소희가 손을 들어 말했다.
“괜찮아요. 제가 알아서 할게요.”
“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