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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생 리셋 오 소위-983화 (983/1,018)

< 05. 바로잡아야 합니다(47) >

인생 리셋 오 소위! 2부 313화

05. 바로잡아야 합니다(47)

“와아. 진짜로 하네.”

“그러게. 난 그냥 국방부에서 으레 하는 퍼포먼스로 알았어.”

“저도 그렇게 생각했어요. 그런데 진짜로 할 줄은 몰랐네요.”

“워낙에 국민들에게 관심을 받았잖아. 게다가 최익현 의원까지 나서서 발표를 했으니 국방부도 가만히 있을 수 없었겠지.”

“하긴 그렇죠.”

국방부 출입 기자들이 잡담을 하고 있을 때 기자들이 머물고 있는 곳으로 철가방을 든 자장면 기사가 들어왔다.

“자장면 시키신 분.”

“여기요.”

“자자, 다들 모여봐. 그래도 먹고들 하자고.”

“좋죠.”

“짬뽕 누구야?”

“저요. 접니다.”

“잡채밥은?”

“저요.”

각 기자들이 서로 자신들이 주문한 요리를 챙겨갔다. 그리고 여러 명이 둘러앉은 자리 가운데에는 탕수육이 놓였다.

“부먹? 찍먹?”

“저는 부먹요.”

“나는 찍먹인데······.”

“그냥 찍먹하죠.”

그래도 기자들 중에서 최고 고참이 찍먹이니 그 말을 따랐다. 그렇게 밥을 먹으며 수다는 계속 이어졌다.

“그런데 말이야. 최익현 의원. 진짜 대단하지 않아? 어떻게 군부대 전체 전수조사를 실시하라고 할 수 있지?”

“저도 그 말 듣고 깜짝 놀랐어요. 게다가 국방부까지 허락했잖아요.”

“알잖아요. 최익현 의원 국민들에게 지지받고 있는 거요.”

“그래서 항간에 이런 말도 돌잖아. 최익현 의원 대선 병에 걸렸다고 말이야.”

“대선 병이요?”

“그래! 최익현 의원. 요새 대선 후보가 되려고 환장했잖아. 몰랐어?”

그러다가 저쪽에서 자장면을 먹던 한 기자가 입을 열었다.

“에이. 선배! 아무리 그래도 최익현 의원님은 아니죠. 아직 짬도 안 되는데······. 뭐, 차차기 대선후보면 모를까.”

그 말에 선배 기자가 씨익 웃었다.

“그래. 원래라면 그렇지. 그런데 대선 후보가 되는 데 순서가 문제겠어? 그리고 최익현 의원이 부족한 것은 또 뭐야? 지금 민국당 의원들 중에서 최익현 의원보다 나은 사람이 누가 있다고. 안 그래?”

선배 기자의 말에 일부 기자들이 고개를 끄덕였다. 하지만 다른 기자들은 고개를 갸웃했다.

“그렇긴 하지만······. 아무리 그래도 대통령 선거 나가겠다고 이런 퍼포먼스는 좀 그렇지.”

“그건 그렇지만 뭔 생각인지는 잘 모르죠.”

“네. 저도 같아요.”

“뭐, 좀 더 지켜보면 알게 되겠지.”

그때 볶음밥을 시켜서 먹고 있던 또 다른 선배 기자가 한마디 툭 내뱉었다.

“지켜보긴 뭘 지켜봐. 딱 보면 몰라? 최익현 의원이 국방위원회 소속이고 그분께서 앞에서 설쳐주면 국방부가 적당히 맞춰주는 척하면서 실적 만들어주려는 의도가 말이야. 내 눈에는 딱 보이는데 너희들 눈에는 안 보여?”

“으음······.”

다들 공감하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다가 한 기자가 입을 열었다.

“그런데 말이에요. 국방부 장관이 최익현 의원 라인이에요?”

“뭔 소리야. 국방부 장관은 대한당쪽에서 밀었는데.”

“그런데 왜? 국방부 장관이 왜 최익현 의원을 도와? 이건 말이 안 되는 거잖아.”

“말이 안 되지. 그러니까, 우리가 모르는 뭔가가 있다는 거야. 그리고 두고 봐. 이 일 분명 흐지부지 끝난다니까.”

기자 한 명이 자신감 있게 말했다. 그러자 그 옆 기자도 입을 열었다.

“하긴 군대가 제 살 깎아 먹을 짓을 할 리가 없지. 군대가 어떤 조직인데.”

“맞아. 맞아.”

기자들 대부분은 부정적이었다. 게다가 TV 등 언론 매체들 역시 부정적인 생각을 가지고 있었다.

이렇듯 연일 신문과 언론에서는 부정적인 말만 쏟아져 나왔지만 국방부에서는 이렇다 할 말이 없었다.

다만 대중적인 여론이 부정적으로 흐르는 것에 신경이 많이 쓰이긴 한 모양이었다. 이에 국방부에서도 흐지부지 할 수 없다는 반응이 올라왔다. 물론 국방부 장관 역시 그럴 생각도 없었다.

박찬중 국방부 장관도 기자들과 여론들의 반응을 살피고 있었다. 그 옆의 최우일 감찰부장이 슬쩍 말했다.

“장관님 아무래도 제대로 조사를 해야 할 것 같습니다.”

“그래. 그래야지. 아무래도 제대로 하지 않으면 욕은 우리가 다 먹을 것 같은데.”

“네. 저도 같은 생각입니다.”

“어쨌든 오늘 군 성폭력 특별위원회 발족식은 차질 없이 진행하도록.”

“네. 육군참모총장도 이미 도착했다고 연락받았습니다.”

“알았네. 그럼 진행하도록 해.”

“네.”

잠시 후 국방부 대 회의실에서는 군 성폭력 특별위원회 발족식 준비가 한창이었다. 임규태 중령도 공문을 받아 한 시간 전에 국방부에 도착해 있었다.

‘으음······.’

임규태 중령은 일주일 전에 미리 공문을 받았다. 군 성폭력 특별위원회 책임 조사관으로 임명하니 이번 발족식에 참여하라는 내용이었다.

‘이곳에 오긴 왔는데······.’

임규태 중령의 시선이 대회의실에 모인 각 대대장급과 연대장급을 살폈다. 대한민국에 사단이 55사단이 존재한다. 그곳의 책임 조사관을 파견하려면 55명 이상이 필요했다.

그래서 국방부에는 중령과 대령급으로 구성된 책임 조사관 60여 명이 모였다. 그곳에는 임규태 중령이 아는 얼굴도 있고, 모르는 얼굴도 있었다.

‘장군급들은 한 명도 없네. 하긴 중령이나 급이 좀 낮은 대령급들이 실무자니까.’

임규태 중령이 고개를 끄덕였다. 책임 조사관이라는 감투를 씌운 후 조사를 시키겠다는 의도였다. 어쨌든 임규태 중령은 미리 책임 조사관이 될 것이라고 통보를 받았기 때문에 별다른 감흥은 없었다.

‘일단 자리에 앉을까?’

빈자리를 찾아 그곳으로 이동한 후 앉았다. 몇몇 사람들은 끼리끼리 모여 대화를 나눴다. 그리고 최우일 감찰부장이 대회의실 문을 열고 들어왔다.

“국방부 장관님과 육군참모총장님께서 오십니다.”

그 말에 다들 잡담을 멈추고 재빨리 자리에 앉았다. 그리고 잠시 후 진국진 육군참모총장과 박찬중 국방부 장관이 나란히 회의실로 들어왔다.

두 사람이 자리에 앉자 최우일 감찰부장이 사회자 자리로 가서 사회를 봤다.

“자. 지금부터 육군 성폭력 특별위원회 발족식을 거행하겠습니다. 국민의례가 있겠습니다. 모두 자리에서 일어나 주시기 바랍니다.”

그 뒤로 차곡차곡 행사를 진행했다. 모든 행사를 마무리한 후 최우일 감찰부장이 마이크를 잡았다.

“다음은 첫 번째 회의를 진행하도록 하겠습니다. 첫 번째 회의는······.”

최우일 감찰부장의 진행으로 회의가 진행되었다. 회의는 별거 없었다. 그저 육군 양대 거두인 국방부 장관과 육군참모총장의 간단한 훈시가 있었고. 그다음 성폭력 특별위원회의 책임 조사관들의 소개와 서로 인사를 나누는 것으로 끝이 났다.

딱히 회의라고 할 것도 없었다.

“이것으로 군 성폭력 발족식을 끝내겠습니다.”

짝짝짝짝짝!

박수 소리가 들리고 국방부 장관과 육군참모총장이 그곳을 떠났다. 최우일 감찰부장이 다시 마이크를 잡았다.

“자, 10분간 휴식 후 2부 교육이 실시됩니다. 화장실 다녀오시고 다시 이곳 회의실로 모이시면 됩니다.”

임규태 중령이 자리에서 일어나 바로 화장실로 갔다. 간단히 볼일을 본 후 다시 자리로 돌아와 앉았다. 10분의 휴식이 끝나고 소령이 들어왔다.

“안녕하십니까. 선배님들 이번 성폭력 특별위원회 교육장교인 한대인 소령입니다. 충성!”

자리에 앉은 선배들은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고 대회의실 불이 꺼지고 교육이 진행되었다.

“첫 번째 교육을 실시하도록 하겠습니다.”

한대인 소령의 교육은 성폭력 특별위원회가 왜 생겨났는지에 대한 PT로 시작했다. 그 내용은 뻔한 것이었고, 그런 뻔한 시간들이 지나고 난 후 60명의 조사관들은 바로 시청각 교육으로 넘어갔다.

그 시청각 교육의 내용은 이러했다.

-우리 군이 나아가야 할 길.

-앞으로 어떻게 해야 하나.

-해외 군들은 이런 일을 어떻게 대처하고 있나.

-앞으로 재발 방지에 대한 대책은?

미리 잘 만들어진 시청각 교육자료였다. 하지만 다들 계급이 있다 보니 가만히 앉아 시청각 교육을 받는 게 몸이 근질근질한 모양이었다. 간혹 잠을 자는 자도 있었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여기에 보신 해외 사례에서 나오다시피 우리 군이 해야 할 목적은······.”

한대인 소령이 열심히 설명을 이어가고 있지만 교육 참가자들 중 80%는 제대로 듣고 있지 않았다. 저마다 옆의 사람과 소곤소곤 잡담을 나누고 있었다.

“뭐야. 우리가 쏘가리도 아니고 무슨 이따위 교육을 받고 앉아 있어야 해.”

“그러게 말입니다. 이럴 줄 알았으면 여기 안 오는 건데······.”

“에헤이. 이 사람도 참······. 우리가 여기 오고 싶어서 오는 사람이 어디 있나. 위에서 까라니까 까는 거지. 안 그래?”

“맞습니다.”

“그런데 뜬금없이 성폭력 특별 위원회야. 언제부터 이랬다고······.”

“하하하. 그러게 말입니다. 어차피 하는 시늉만 하면 끝이지 않습니까?”

“그렇지. 그런데 헌병대나 기무사에서만 파견 나온 것은 아닌데······.”

“네. 그런 것 같습니다.”

그러다가 바로 옆에 있던 중령이 슬쩍 얘기에 끼어들었다.

“솔직히 저는 부서도 완전히 다릅니다.”

“달라?”

“네. 갑자기 여기 가라고 해서 왔는데 뭘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겠습니다.”

“으잉? 헌병대나 기무사 쪽 아니야?”

“아닙니다.”

“저는 작전처에만 있었습니다.”

“그래? 작전처?”

“네. 그리고 저기 저쪽에 있는 사람은 통신대대장이라고 들었습니다.”

“어이쿠야. 통신대대장이 왜 와?”

“저도 잘 모르겠습니다.”

그러다가 한 중령이 그들을 살피며 슬쩍 물었다.

“그런데 다들 육사 몇 기입니까? 육사는 나오셨죠?”

그러자 몇몇 중령들이 불편한 얼굴이 되었다. 그러면서 자연스럽게 육사와 삼사, ROTC로 또 자연스럽게 바뀌었다.

임규태 중령은 뒷자리에 자리하고 있었다. 그런데 저렇듯 앞에서 떠드는 모습들이 계속 눈에 들어왔다. 앞에서 설명을 하고 있는 장교도 자기 할 말만 하지 그들에게 딱히 신경을 쓰지 않았다. 어차피 소령인 교육장교는 여기 있는 사람들보다 계급이 낮았다.

“그래서 이 같은 사례와 더불어 저희가 중점적으로 봐야 할 것은······.”

한 대인 교육장교가 열심히 설명은 하고 있지만 그 말을 제대로 듣는 이는 없었다. 임규태 중령은 그 모습을 보며 속으로 중얼거렸다.

‘쯧쯧쯧, 이번에도 대충대충 넘어가겠구만. 어디서 이런 인간들만 뽑아왔는지······.’

임규태 중령이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사실 이곳에 모인 중령, 대령급들은 헌병대대장 출신들이 대부분이었다. 그런 사람들은 어찌 보면 육군참모총장 쪽 라인들이었다.

반면 일심회쪽은 적당히 물타기 할 수 있는 그런 사람들만 뽑아 놓았다. 그러다 보니 서로 교육에 집중이 안 되고, 이 교육을 왜 해야 하는지 모르겠다면 구시렁거리는 사람들로 가득했다.

그런 사람들이 떠들다 보니 교육 분위기도 엉망이 되고, 교육이 어떻게 진행되는지도 몰랐다. 그렇게 시간이 흘러 쉬는 시간이 되었다.

임규태 중령이 자리에서 일어나 커피 자판기로 갔다. 그곳에도 몇몇 장교들이 모여 있었다. 그중 몇몇 헌병대대장들이 임규태 중령을 발견하고 다가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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