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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생 리셋 오 소위-978화 (978/1,018)

< 05. 바로잡아야 합니다(42) >

인생 리셋 오 소위! 2부 308화

05. 바로잡아야 합니다(42)

사단 헌병대로 돌아온 임규태 중령은 자리에 앉자마자 오상진이 건넨 USB를 바라봤다. 그러곤 전화기를 들어 번호를 눌렀다.

“나다. 황 대위와 조 상사 내 방으로 와.”

전화를 끊고 얼마 지나지 않아 두 사람이 들어왔다.

똑똑.

문이 열리고 들어온 황인태 대위와 조현철 상사. 두 사람은 임규태 중령 책상 옆에 나란히 섰다.

“저희 찾으셨습니까.”

“어어. 그래. 조사는 어때?”

“잘 진행되고 있습니다.”

“말로만 그러지 말고, 구두 보고라도 해봐.”

임규태 중령이 조사가 마무리되지 않았음에도 보고를 듣고 싶어 하는 것은 그만큼 이 사건에 대해 신경을 쓰고 있다는 것이었다.

황인태 대위가 입을 열었다.

“일단 저는 최윤희 씨가 보내준 자료를 정리하고 있고, 조만간 한번 직접 찾아가 볼 생각입니다.”

“얘기는 해놨고?”

“네. 최윤희 씨 아버님께 미리 얘기는 해뒀습니다. 초반엔 엄청 날 선 반응이었습니다만, 지금은 제가 잘 설득했습니다.”

“그래? 잘했네.”

원래 최윤희 아버지 최대성도 미리 김태호 상사에게 전달을 받았다. 군에서 연락이 오면 모른 척하라고 그래서 최대성이 날 선 반응을 보였던 것이다. 그 사실을 모르는 황인태 대위였기에 초반에 좀 힘이 들었다.

그러나 황인태 대위는 그 정도에 감정 상하지 않고, 충분히 최대성의 입장을 이해하고 침착하게 상황을 설명해 줬다.

게다가 전수조사와는 별개로 사단 헌병대에서 은밀하게 따로 조사를 한다고 얘기를 했다. 그 말에 최대성도 마음을 조금은 연 상태였다.

“최윤희 씨 관련 조사는 항상 조심해서 움직이도록 해. 절대 두 번 피해 주는 일 없도록 말이야.”

“네. 알겠습니다.”

임규태 중령의 시선이 조현철 상사에게 향했다.

“조 상사는? 뭐라도 건진 것 있어?”

“저는 방대철 주임원사 주변을 파고 있었는데 말입니다. 뜬금없이 송 중령 얘기가 나오더란 말입니다.”

“뭐? 송 중령? 갑자기 송 중령 얘기가 왜 나와?”

“지난번 조사 건으로 3대대 부사관들하고 조금 친분을 가지고 있었습니다. 그래서 이번에 만나서 이 얘기 저 얘기 물었는데 그 양반이 오히려 저에게 송 중령에 대해서 묻는 겁니다.”

“송 중령에 대해서?”

“네. 알고 있는 것이 있는지 떠 보는 것 같았습니다. 정확히 말하면 나에게 제보를 하려는 것인지 아니면 염탐을 하려는 것인지. 살짝 헷갈리는 상황입니다.”

“으음······.”

임규태 중령이 낮은 신음을 흘릴 때 황인태 대위가 바로 말했다.

“그거 제보인 것 같은데, 제보! 아니면 역으로 정보를 흘리려는 것이 분명하고 말이죠.”

“네?”

“아니면 어쩜 둘 다일 수도 있고요.”

“둘 다 말입니까?”

“어쩌면 주임원사 입장에서 자신의 뒤를 캔다는 것을 느끼면 그냥 당하고만 있지는 않겠죠. 당연히 배후를 찾을 것이고, 대대장일 수도 있다는 생각을 했겠죠. 아니, 확신을 가져서 그럴 수도 있습니다. 자신의 뒷조사를 시킬 사람은 대대장밖에 없으니까요.”

얘기를 듣던 조현철 상사가 고개를 끄덕였다.

“오호. 그럴 수도 있겠습니다. 그런데 말이죠. 지난번에 봤을 때는 두 사람 사이가 그다지 나쁘지는 않았습니다.”

조현철 상사의 말에 황 대위가 바로 말했다.

“그렇다고 또 좋다고도 말할 수 없지 않잖아요.”

“하긴 그렇습니다. 표면상으로 드러나지 않은 갈등이 있을 수 있으니 말입니다.”

이번에는 임규태 중령이 끼어들어 물었다.

“그래서 송 중령에 대해서 뭐라고 해?”

“그냥 뭐. 떠도는 소문을 얘기하고 그러는데 말입니다. 대부분이 같은 얘기를 합니다. 전 부대에서 유부녀 장교를 임신시켰다. 뭐 그런 얘기들을 말입니다.”

“오, 그래? 만약 그 소문이 사실이면 사안이 중할 텐데.”

“그래서 제가 그 소문에 대해서 좀 더 알아보려고 합니다.”

“그래, 그래. 조심해서 조사해 봐.”

“넵!”

“그리고 이거.”

임규태 중령이 USB를 건넸다. 그것을 받아 든 황인태 대위가 물었다.

“이건 뭡니까?”

“이번에 새로 들어온 증거.”

황인태 대위가 살짝 놀라는 얼굴이었다.

“와, 대대장님께서는 이런 것을 어디서 구해 오십니까?”

임규태 중령이 씨익 웃었다.

“내가 괜히 헌병대대장인 줄 알아. 아무튼 나도 안 들었으니까. 자네들이 듣고 판단해 보도록.”

“네. 알겠습니다.”

황인태 대위가 경례를 하고 두 사람이 사무실을 나갔다.

두 사람이 사무실 자리로 돌아오고 조현철 상사는 곧바로 휴대폰과 수첩을 챙겨서 나갔다.

“저는 그럼 다녀오겠습니다.”

“그래요. 조 상사. 조심하고.”

“네.”

황인태 대위가 컴퓨터에 USB를 꽂았다. 잠시 후 파일창이 뜨고 그곳에 저장된 녹음파일을 확인했다. 곧바로 이어폰을 귀에 꽂고 그 녹음파일을 재생시켰다.

그리고 그곳에서 흘러나오는 방대철 주임원사의 추악함에 와락 인상을 구겼다.

“와. 이 새끼 진짜 사람 새끼가 아니네. 어떻게 이런 새끼가 주임원사 자리에 앉아 있을 수가 있지?”

황인태 대위는 다시 한번 치를 떨었다.

한편 최영도 소령이 헌병대대장실로 향했다. 맞은 편에서 박진태 중위도 나타났다. 두 사람은 그 사건 이후로 사실 서먹서먹하게 지내고 있었다.

“충성.”

“그, 그래······. 자네 대대장실에 가는가?”

“네. 그렇습니다. 과장님께서도 입니까?”

“그래.”

최영도 소령은 갑자기 자신과 박진태 중위를 부른 이유가 궁금했다.

“일단 들어가지.”

“네.”

최영도 소령이 똑똑 문을 두드렸다. 그리고 천천히 문을 열고는 안으로 들어갔다.

“충성.”

“어, 왔나.”

“저희 부르셨습니까.”

“어, 그래. 두 사람. 요즘 맡은 사건 있나?”

최영도 소령도, 박진태 중위도 현재까지 딱히 맡은 것이 없었다.

“없습니다.”

“없습니다.”

“그래? 잘되었군.”

임규태 중령이 책상에 두 팔을 올려 깍지를 꼈다.

“내가 말이야. 이번에 자네 두 사람에게 일을 하나 맡길 생각이야.”

“일, 말입니까?”

“그래. 일!”

“무슨 일입니까?”

“이번에 전수조사하는 거 알고 있지.”

“네.”

“우리도 전수조사에 참여하게 되었다. 그래서 사단 전체를 조사하게 되었는데 자네 두 사람이 17보병 연대를 맡아서 한번 조사해 봐.”

“17보병 연대를 말입니까?”

“그래. 왜? 싫은가?”

“아닙니다. 그보다 저희 두 사람이서 말입니까?”

최영도 소령이 옆에 서 있는 박진태 중위를 가리켰다. 임규태 중령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 왜? 힘든가?”

“아닙니다.”

최영도 소령이 바로 답했다. 두 사람의 눈치를 보던 박진태 중위가 슬쩍 물었다.

“그럼 과장님과 저만 하는 겁니까?”

그 말은 임규태 중령의 최측근인 황인태 대위와 조현철 상사는 참여하지 않는지 묻는 것이었다.

“아. 다른 사람들은 내가 따로 시킬 것이 있고. 자네 둘은 이 일을 맡아서 하면 되는 거야. 왜? 싫어?”

“아닙니다. 하겠습니다.”

박진태 중위도 바로 답했다. 임규태 중령이 고개를 끄덕인 후 업무를 봤다.

“그래. 준비해서 보고하도록.”

“알겠습니다. 충성.”

최영도 소령이 경례를 하고는 사무실을 나갔다. 그 뒤를 박진태 중위가 따라 나왔다. 두 사람은 말없이 걸어갔다. 그 사건 이후로 계속 이런 뻘쭘한 상태였다. 사무실 문을 열려고 하던 최영도 소령이 몸을 돌렸다.

“박 중위.”

“예?”

“나랑 담배 한 대 태우지.”

“······알겠습니다.”

두 사람이 흡연실로 나가고 담배를 꺼내 박 중위에게 건넸다. 그걸 두 손으로 조심스럽게 받았다.

“감사합니다.”

박진태 중위가 바로 라이터를 꺼냈다. 최영도 소령이 담배에 불은 붙인 후 가볍게 내뱉었다.

“후우, 박 중위. 또 일이 이렇게 되었다.”

최영도 소령의 말에 박진태 중위는 씁쓸하게 웃었다. 솔직히 안보고 부대에 다닐 수 없다고 생각했다. 조금 불편하지만 어쩌면 같이 일할 수 있다고는 생각했다. 그런데 이렇듯 빨리 엮일 줄은 최영도 소령은 생각지 않았다. 물론 박진태 중위도 같은 생각이었다.

하지만 최영도 소령은 또 다른 생각을 했다. 이미 그 사건으로 임규태 중령의 눈 밖에 난 두 사람이다. 그런데 다시 두 사람을 붙여줬다. 최영도 소령은 솔직히 그가 무슨 꿍꿍이로 이러는지 궁금했다.

박진태 중위도 담배를 한 모금 빨고는 입을 열었다.

“네. 과장님.”

박진태 중위가 멋쩍게 웃었다. 최영도 소령이 먼저 손을 내밀었다.

“아무튼 우리 일은 해야 하니까. 그동안의 감정들은 털어내자고.”

먼저 내민 손을 바라보던 박진태 중위가 애써 미소를 지으며 대답했다.

“네.”

그러나 손을 맞잡은 그는 속으로 중얼거렸다.

‘감정은 무슨 지가 일방적으로 내 등에 칼을 꽂아놓고선.’

그렇지만 어쩌겠냐. 자신의 상관이고 이제부터 또 같이 일해야 하니 그런 감정을 드러낼 수는 없었다.

“그건 그렇고 또 무슨 꿍꿍이인지 모르겠네.”

최영도 소령의 중얼거림에 박진태 중위가 말했다.

“저도 잘 모르겠습니다.”

“아무튼 뭔가 있는 것 같긴 하니 섣불리 움직이지는 말자고.”

“네.”

박진태 중위가 담배를 비벼 껐다.

“저 먼저 들어가보겠습니다.”

“그래. 난 담배 하나 더 피우고 들어가겠네.”

“네.”

박진태 중위가 건물 안으로 들어갔다. 최영도 소령은 다시 담배 하나를 더 꺼내 불을 붙였다.

“후우······.”

잠깐 생각을 하던 그가 휴대폰을 꺼내 홍민우 소령에게 전화를 걸었다. 한참의 통화음이 가고 수화기 너머 홍민우 소령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어, 그래. 최 소령. 잘 지냈나?

“어. 그래. 홍 소령. 내가 너무 오랜만에 전화했지?”

-알면 됐어.

“미안하네. 자네도 대강 눈치를 챘겠지만 사정이 좀 그랬어.”

-됐어. 우리 사이에······. 나도 얼핏 들었네. 나 때문에 자네가 많이 곤란해졌다는 것을 말이야. 오히려 내가 미안하네.

그렇게 얘기를 하니 최영도 소령도 더 미안해했다.

“아, 참! 우리가 조만간 17연대 조사를 나갈 거야. 그럼 3대대도 조사를 할 거야.”

-어후, 그래? 잘됐네.

“그런데 뭘까? 무슨 꿍꿍이로 우리를 다시 너희 쪽으로 보내는지 모르겠단 말이야.”

-글쎄······. 그보다 최 소령. 나랑 술이나 한잔하지. 그때 얘기를 다시 해보는 것이 좋겠는데.

“술?”

최영도 소령의 눈빛이 반짝였다. 자신에게 뭔가 부탁을 할 것이 있거나 할 얘기가 있어서 저런 식으로 얘기를 한다는 것을 말이다.

“왜? 뭔데?”

최영도 소령이 물었다.

-자세한 것은 만나서 하자고.

“그래. 오랜만에 동기끼리 만나서 술이나 한잔하자고.

전화를 끊은 최영도 소령이 두 번째 담배를 비벼 껐다.

“아이씨. 또 뭘 부탁하려고 그러지? 불안하게.”

그 사건 이후 솔직히 최영도 소령은 홍민우 소령의 부탁을 받기가 좀 그랬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또 모른 척할 수도 없는 것이 최영도 소령이었다.

“후우······. 어쩔 수 없나?”

그 말을 되뇌며 헌병대 건물 안으로 들어갔다. 들어가는 최영도 소령의 양어깨가 무겁게 느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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