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05. 바로잡아야 합니다(40) >
인생 리셋 오 소위! 2부 306화
05. 바로잡아야 합니다(40)
“뭐? 얌전히 있어? 참새가 방앗간을 그냥 지나치는 소릴 하고 있네. 고양이가 생선을 끊지. 너 인마 지난번에 황 하사랑 시시덕거리는 것을 봤는데.”
“그건 그냥 밥 먹고 나와서 황 하사와 잠깐 얘기한 것뿐입니다.”
“얘기? 뭔 얘기?”
“그게 말입니다. 황 하사가 아무래도 친구가 없는 모양입니다.”
“뭐? 친구가 없어. 군대에서 무슨 친구를 찾아. 여기가 무슨 놀이터야?”
“그게 아니라. 윤태민 소위 사건으로 황 하사에게 안 좋은 소문이 좀 났습니다.”
“안 좋은 소문? 무슨 소문?”
“주임원사님도 듣지 않았습니까. 유 하사 말입니다. 황 하사가 방치해서 그런 사건이 났다고 말입니다.”
“뭐?”
방대철 주임원사의 눈이 부릅떠졌다.
“아니. 그게 왜 황 하사 잘못이야. 술이 떡이 되도록 먹은 유 하사 잘못이 크지. 그리고 황 하사가 길거리에다가 유 하사를 버렸어? 윤 소위가 차를 끌고 왔으니 믿고 맡긴 것이 아니야.”
“그러니까, 말입니다. 저도 그렇게 생각을 하는데 사람들 생각은 다른 모양입니다. 다들 황 하사가 끝까지 동기를 챙겼어야 했다. 그걸 어떻게 윤 소위에게 맡기냐. 고양이에게 생선을 맡긴 꼴이다. 이런 말들이 나오고 있습니다. 황 하사가 겉으로 티를 내지 않지만 좀 우울해 보이기에······.”
“그래서 황 하사에게 들이댄 거야?”
“아닙니다. 밥 먹고 나가는 길에 눈이 마주쳐서 인사는 안 할 수는 없지 않습니까. 그냥 인사를 하면서 간단히 인사를 나눴습니다. 그런데 표정이 좋지 않아 물었더니 갑자기 커피 한 잔 사 달라고 하는 겁니다. 그래서 근처 자판기에서 커피를 사 주기 된 겁니다.”
“아이고 내가 네 말을 믿냐. 보나 마나 황 하사 표정이 좋지 않으니까. 옆으로 가서는 열심히 뻐꾸기를 날렸겠지.”
그러자 홍성율 중사가 잔뜩 억울하다는 표정을 지었다.
“진짜, 진짜. 아닙니다. 정 못 믿겠으면 황 하사 불러서 물어보십시오.”
하지만 방대철 주임원사는 코웃음을 쳤다. 딱 봐도 황하나 하사는 여자 군인들 중에서도 예뻤다. 몸매도 좋고 말이다. 그러나 방대철 주임원사 스타일은 아니었다. 좀 여리여리하고 자신을 봤을 때 약간 무서워하는 그런 사람을 좋아한다. 황하나 하사처럼 씩씩하고 자기 할 일 열심히 하는 그런 사람은 별로 좋아하지 않는다. 처음에 황하나 하사와 유선영 하사가 왔을 때 황하나 하사보다는 유선영 하사를 눈독을 들였다.
유선영 하사가 황하나 하사처럼 예쁘장한 얼굴을 아니지만 잘 뜯어보면 나름 매력이 있는 얼굴이었다. 군복에 가려 잘 보이지는 않지만 볼륨감도 있었다. 원래 박지영 중사를 대신해 유선영 하사를 예뻐해 줄 생각이었다.
그러다가 윤태민 소위와 그런 일이 있었을 때 방대철 주임원사는 때가 왔다고 생각을 했다. 그래서 윤태민 소위 건을 잘 중재를 하면 유선영 하사가 자신을 따를 것이고 그때 자연스럽게 자신의 말을 잘 듣는 예쁜 아이로 만들겠다고 마음먹고 있었다.
그런데 유선영 하사가 4중대장에게 붙더니 뜬금없이 고소를 해버리고 결국 윤태민 소위를 군 형무소에 보내버렸다. 그 순간 유선영 하사의 환상이 확 깨어져 버렸다. 그때 방대철 주임원사가 속으로 중얼거렸다.
‘독한 년! 아무리 그래도 그렇지. 자기도 잘못한 것이 있었으면서 어떻게 동료를 팔아먹을 수가 있어. 아무리 윤 소위가 잘못을 했다고 해도 말이야. 에잇! 군대 개판으로 돌아가고 있네.’
실제 나중에 윤태민 소위는 군 형무소에서 징역살이를 한 후 자동적으로 제대를 맞이한다는 소문을 접한 후 유선영 하사의 그림자만 봐도 소름이 끼쳤다. 그래서 방대철 주임원사의 머릿속에서 유선영 하사를 완전히 지워 버렸다.
그래서 어쩔 수 없이 약간 질리고 물린 박지영 중사를 다시 찾고 있다. 하지만 전수조사까지 한다고 하니 박지영 중사 말고 다른 여 부사관을 찾아야겠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황하나 하사 얘기를 들으니 뭔가 떠올랐다.
“홍 중사.”
“네.”
“내가 진짜 황 하사와 잘 되게 해줄까?”
방대철 주임원사의 말에 홍성율 중사의 눈이 크게 떠졌다가 바로 사라졌다.
“아닙니다. 저 진짜 아닙니다.”
“싫어?”
“아니 진짜 왜 자꾸 황 하사와 저를 엮으시는 겁니까?”
“하지 마? 알았다. 그럼 황 하사 다른 사람에게 소개시켜 줘야겠다.”
“······.”
홍성율 중사가 입을 다물었다. 그런 홍성율 중사를 보며 방대철 주임원사가 볼일 다 봤다는 듯 퉁명스럽게 말했다.
“알았어. 가 봐.”
“네?”
“가 보라고. 더 이상 할 말 없으니까.”
홍성율 중사가 자리에서 일어났다. 몸을 돌리려던 그가 멈추고는 도로 자리에 앉았다.
“뭔데 말입니까?”
방대철 주임원사의 입꼬리가 슬쩍 올라갔다. 그러면서 슬쩍 얘기를 꺼냈다.
“너 말이야. 내가 시키는 대로 할 수 있어?”
“뭔지 들어보겠습니다.”
“야! 홍성율이. 지금 장난해. 주임원사인 내가 말하는데 개미 콧구녕으로 들려?”
“아닙니다.”
“아니긴······. 너 인마 이 얘기 들으면 무조건 내가 시키는 대로 해야 해. 너는 무조건 나랑 한배를 탄 거야. 알았어?”
“뭔데 말입니까?”
“할 거야. 말 거야.”
“그게······.”
“홍 중사. 잘 생각해. 네 주제에 황 하사와 어떻게 만나. 안 그래? 너 내 말만 잘 들으면 황 하사······. 그냥 넘어뜨릴 수 있다니까.”
그 말에 홍성율 중사가 마른침을 꿀꺽 삼켰다. 솔직히 황하나 하사에게 관심이 없다는 것은 거짓말이었다. 방대철 주임원사가 꼬치꼬치 캐묻고 지랄을 하니 아니라고 표현을 했다. 그러나 황하나 하사가 자신과 만나준다면 정말 절이라도 할 판이었다.
“네, 알겠습니다. 제가 어떻게 하면 되는 겁니까?”
방대철 주임원사가 씨익 웃으며 입을 열었다.
“네가 소문을 좀 내.”
“네? 무슨 소문을 말입니까?”
“황 하사 문제 있다고. 그 얘 독하다고 말이야.
“네? 아니 무슨 그런 소문을 냅니까. 안 그래도 힘들어하는 애를······.”
홍성율 중사가 바로 반발했다. 방대철 주임원사가 인상을 썼다.
“하, 거참······. 홍 중사. 넌 그래서 안 되는 거야. 당장 앞만 보는 거잖아. 그리고 네가 생각하기에 황 하사 그런 소문에 군 생활 그만둘 것 같냐? 보통 이런 급박한 상황에 몰린 여 부사관들은 다른 곳으로 보내달라고 하거나. 전역을 해버려. 알잖아.”
“그, 그렇죠.”
“그런데 황 하사는 꿋꿋하게 버티고 있잖아. 이런 애들은 군 생활을 해야 할 이유가 있는 거야.”
“그렇게 소문을 내면 뭐가 달라지는데 말입니다.”
일단 홍성율 중사는 방대철 주임원사가 하는 것이 마음에 들지 않았다. 그래서 약간 퉁명스럽게 물어봤다.
“이 멍청한 놈아. 당연히 황 하사 입지가 줄어들잖아. 주변 관계도 줄어들 것이고. 그러다 보면 누군가에게 의지하지 않겠냐?”
“아, 그러니까 저에게 의지하게 만들자 이 말씀이시죠?”
“그래. 그래! 그런 식으로 분위기를 만들어야지 황 하사와 자네가 잘 될 거 아니야. 생각을 좀 해봐라.”
“네에······.”
홍성율 중사가 고개를 끄덕였다. 생각해 보니 괜찮은 생각인 것 같았다. 하지만 반대로 보면 큰 리스크도 있는 것 같았다.
“주임원사님.”
“그래.”
“만약에 말입니다. 황 하사가 알아버리면 오히려 위험한 것이 아닙니까?”
“뭐가?”
“만에 하나 제가 소문을 냈다는 것을 들키면 어떻게 됩니까?”
방대철 주임원사가 한심하다는 듯 홍성율 중사를 바라봤다.
“허허, 멍청한 놈! 들킬 것이 뭐가 있어. 없는 소문을 만들어서 내라고 했어? 그냥 있는 그대로 소문을 내. 다만 거기다가 양념을 조금 더 쳐서 내라는 거지.”
“양념 말입니까?”
“그래. 황 하사가 아직도 유 하사 탓을 하고 있다. 게다가 다른 부사관 탓도 하고 있다. 그런 식으로 다른 부사관들에게 소문을 내면 되는 거지.”
“유 하사는 이해가 되는데 다른 부사관들은 왜······.”
홍성율 중사가 의문을 가지며 말했다.
“거기 뭐냐. 회식자리에 다 같이 부사관들이 함께 자리를 했다면서.”
“네. 그렇습니다.”
“그런데 유선영 하사를 왜 황하나 하사에게 넘겼겠어?”
“그야 같은 여자니 그런 것이 아니겠습니까?”
“그딴 것이 어디 있어. 유 하사 체구가 여리여리한 것도 아니고 당연히 지들이 부축하고 나갔어야지. 하나가 업고, 하나가 뒤를 봐줬으면 진즉에 아무 일 없이 관사까지 갔겠지.”
“그건 뭐······ 그럴 수도 있겠죠.”
“그럴 수도 있는 것이 아니라. 그렇게 됐어야 했어. 아무튼 당연히 황 하사 입장에서는 자신에게 유 하사를 떠넘긴 다른 부사관들이 싫을 것이 아니야.”
“네? 와, 그 얘기까지 하고 나면 진짜 이 부대에 못 있을 수도 있습니다.”
“그러니까. 어떻게 되든 그런 것은 신경 쓰지 말고 해보란 말이야. 그렇게 하면 홍 중사 너에게 의지를 할 테니까. 아무리 군인이라고 해도 여자야.”
“으음······. 저는 좀 세게 나가는 것 같아 불안합니다.”
“멍청한 새끼야. 그 정도로 안 하면 미인을 얻을 수 있을 것 같아? 그리고 홍 중사! 만에 하나 얘기 들었는데 똑바로 안 한다? 그럼 바로 다른 애에게 토스한다. 그때부터 넌 황 하사 곁에 얼씬도 하지 마. 알았어?”
“왜 갑자기 그렇게 극단적으로 말씀을 하십니까.”
“그래서 어떻게 할 거야? 네가 할 거야 말 거야?”
“하아······. 정말 제가 이대로 하면 제대로 밀어주실 겁니까?”
“그래! 내가 제대로 밀어줄게.”
“······알았습니다. 그렇게 하겠습니다.”
“진짜야. 나중에 딴말하지 마.”
“네.”
홍성율 중사와 얘기를 마치고 휴게실에서 내보냈다. 멀어지는 홍성율 중사의 뒷모습을 보고 방대철 주임원사가 씨익 웃었다.
“병신 같은 놈······. 그딴 소문을 냈는데 황 하사가 널 만나줄 것 같아. 이렇게 해서 홍 중사가 황 하사를 외롭게 만들면 내가 또 주임원사로서 나서줘야겠네.”
그 얘기를 하며 방대철 주임원사가 기분 좋게 웃었다. 물론 당분간은 전수조사 때문에 몸을 사려야겠지만 천년만년 하는 것도 아니고 말이다. 아마 한두 달쯤 하다가 어영부영 끝날 것이다.
그런 식으로 황하나 하사를 고립시키고, 전수조사가 끝이 나면 자연스럽게 그녀를 불러들이면 될 것 같았다. 방대철 주임원사는 모든 계획을 짠 후 고개를 끄덕였다.
“완벽해. 흐흐흐······.”
그러다가 박지영 중사를 떠올렸다.
“그래. 박 중사는 이제 한 물 같지. 그보다 아쉽네. 한 번 넘어뜨렸어야 했는데 거기까지는 절대로 허용하지 않고 말이야. 이미 결혼까지 했으면 줄만 한데 말이지. 됐다, 이거야. 박 중사! 그동안 네가 내 예쁨 좀 받았다고 기고만장했지만 황 하사만 오면 넌 끝이야. 조선시대도 아닌데 지 주제에 지조를 지켜. 이미 내 손맛을 다 봤으면서.”
그렇게 중얼거리던 방대철 주임원사가 박지영 중사를 생각하며 코웃음을 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