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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생 리셋 오 소위-973화 (973/1,018)

< 05. 바로잡아야 합니다(37) >

인생 리셋 오 소위! 2부 303화

05. 바로잡아야 합니다(37)

방대철 주임원사는 주변 눈치를 살피며 바로 작전과를 나갔다. 그런 방대철 주임원사를 보며 홍민우 소령이 짜증을 냈다.

“아, 진짜. 이 새끼고, 저 새끼고······. 내가 진짜 만만하나. 왜 다들 지랄들이야.”

그 소리에 함승희 중위가 화들짝 놀라며 눈물을 터뜨렸다.

“흐흑······.”

“안 그쳐!”

홍민우 소령이 강하게 소리쳤다. 그 순간 함승희 중위가 움찔하며 울음소리를 멈췄다.

“꺼억, 꺼억······.”

“너는 소위도 아니고 중위라는 녀석이 언제까지 등신 같은 짓을 할래! 그럴 거면 전역서를 제출하든지 아니면 전출 신청을 해. 여기서 질질 짜지 말고. 작전과 구석에 앉아서 꿀 빨 때는 좋고, 뭐 일을 시키면 등신같이 이 처리를 하고 말이야.”

“······죄송합니다.”

“가서 세수하고 와!”

“네.”

함승희 중위가 재빨리 뛰어나갔다. 이재식 대위도 눈치를 살피며 입을 열었다.

“과장님. 왜 짜증이 나셨는지는 모르겠지만 애꿎은 함 중위에게 그러십니까.”

“뭐라고? 자네 말이야. 노선 확실하게 정해. 어제는 일 형편없이 한다고 지랄을 하더니. 하루 만에 생각이 바뀌었어?”

“함 중위가 한 건 했습니다.”

“한 건 해? 뭘?”

“어제 박 중사를 만난 모양입니다.”

“박 중사?”

“네. 박지영 중사에게 어떤 말을 했는지는 모르겠지만 녹음을 가져왔습니다.”

“녹음?”

“네. 그렇습니다. 다 듣지는 않고, 잠깐 듣긴 했는데 말입니다. 주임원사 목소리 잘 들리던데 말입니다.”

“그걸 가지고 주임원사를 엮을 수 있겠어?”

“으음······. 확실히는 모르겠지만 타격은 줄 수 있습니다. 그보다 주임원사 완전히 사람 새끼가 아닙니다. 뭔, 아빠 같은 소리를 지껄이더니 한번 안아보자고 하고. 애도 안 낳았는데 엉덩이는 왜 처진 것 같냐. 요새 운동은 제대로 하고 있냐. 그러면서 브라는 뭘 차고 있냐. 한 번 보여줄 수 있냐. 뭐, 그런 미친 소리를 다 합니다.”

“어후 저런 새끼가 부대 주임원사라니······. 내가 진짜 어이가 없어서.”

“그런데 무슨 일로 연대까지 갔다 오신 겁니까?”

홍민우 소령이 이재식 대위를 보며 눈빛을 달리했다.

“이 대위.”

“네.”

“저쪽 회의실로 와.”

홍민우 소령이 그곳으로 갔고, 이재식 대위도 주변 눈치를 한번 살피고는 따라갔다.

“이 대위.”

“네.”

“너 나 믿어?”

“네?”

“나 믿냐고.”

“무슨 그런 말씀을 하십니까.”

“나랑 끝까지 갈 자신 있어?”

“······.”

갑작스러운 말에 이재식 대위는 어떤 답을 해야 할지 몰랐다.

“다시 묻는다. 나랑 끝까지 갈 수 있어?”

“갑자기 그런 말씀을 하십니까. 불안합니다.”

“그래서 네가 감당하지 못하면 도망칠 거야? 딴 곳으로 가고?”

이재식 대위가 눈알을 굴리며 말했다.

“이제 와 제가 어디를 갑니까. 그러는 과장님께서는 절 믿으십니까?”

“그러면 내가 널 따로 이리 부른 이유가 뭐라고 생각해.”

그 말에 이재식 대위의 얼굴이 환해졌다.

“아, 진짜······. 그렇게 말씀하시면 저는 어떻게 하라는 말입니까.”

“됐다.”

“네?”

“됐다고.”

“뭐가 말입니까.”

“됐다고, 너 그러는 거. 합격이라고.”

“네에?”

이재식 대위는 아직도 이해가 되지 않는 눈치였다. 홍민우 소령은 만약에 바로 이재식 대위가 받아버린다면 믿지 않으려고 했다. 그런데 이재식 대위가 고민을 하고 그 와중에 자신과의 인연을 생각해 자리를 뜨지 않고 끝까지 고민을 하는 모습에 믿음이 생겨났다.

“이 대위.”

“네. 과장님.”

“이제 이 방에서 나눈 얘기는 죽을 때까지 비밀이다.”

그 말에 이재식 대위의 눈빛이 달라졌다.

“알겠습니다.”

“아무래도 우리 대대장님······.”

“육본에 올라가십니까?”

“아니. 방 빼실 것 같다.”

“네? 그게 무슨······.”

이재식 대위가 의문스러운 얼굴로 되물었다.

“아니. 여기 육참 라인에서 조사를 한다고 한다.”

“네에? 그러면 안 되죠. 여기 육참 라인에서 조사를 한다면 큰일 나죠. 장난 아닐 텐데요. 여기 85사단, 아니지 연대만 해도 그렇고요.”

“그런데 전수조사가 전국적으로 실시된 원인이 어디냐. 우리 대대잖아. 바로 윤 소위 건.”

“아······.”

“그래서 도저히 뺄 수가 없단다. 일심회 쪽에서 조사를 할 수가 없다고 해.”

“그렇군요. 한마디로 버리는 것입니까?”

“맞아. 그러면 누가 책임을 질까? 내가 책임을 질까?”

“어떻게 작전과장님께서 책임을 집니까. 약빨이 안 될 텐데 말입니다.”

“맞아. 난 안 되고, 최소한 대대장급 정도는 되어야지. 안 그래?”

“그래야죠. 그래서 저희 대대장님을······.”

“어. 위에서 그렇게 점 찍은 것 같다.”

“그럼 저는 어떻게 합니까?”

“일단 윗선에서는 나보고 이 일을 수습하라고 하고 있어.”

“그러면 작전과장님께서 다 뒤집어쓰는 거 아닙니까?”

“그럴 수도 있고, 아닐 수도 있고.”

“어떻게 말입니까?”

“내가 이 일을 잘 처리하면 연대장님께서 내 뒤를 봐주기로 했어.”

“그렇습니까?”

“만약 잘못되면 내가 책임을 져야지. 어떻게 할래? 나랑 같이 할 거야?”

“아······. 못 들었으면 모를까. 다 들었는데 어떻게 모른 척합니까.”

“그래. 넌 그럴 줄 알았다.”

“그럼 저에게 일부러 그러신 겁니까?”

“그런 것도 있고. 아무튼 이렇게 된 이상 우리가 판을 잘 짜야 해. 그렇다고 해서 우리 손에 피를 묻힐 수는 없잖아.”

“그러면 말입니까?”

“이 판에 오상진 대위를 끌어들일 거야.”

“4중대장을 말입니까?”

“우리 쪽에 있는 자료 최대한 준비를 해서 오 대위에게 몰래 넘길 준비를 하고 있어.”

“아······. 그 자료를 토대로 4중대장이 칼춤을 추게 만든다는 얘기죠.”

“맞아.”

“그럼 이 녹음 파일은 어떻게 합니까?”

이재식 대위가 손에 쥔 USB를 봤다.

“그것도 그냥 4중대장에게 넘겨. 우리는 받은 적이 없는 거로 하고.”

“만약 4중대장이 안 한다고 하면 말입니까.”

“그가 절대로 안 하겠다 하진 않을 거야.”

“그럼 이렇게 하면 어떻습니까?”

“뭘?”

“함승희 중위를 이용하시죠.”

“함 중위를?”

“이번에 주임원사가 쪽을 줬지 않습니까. 방금 과장님께 한 소리 들었고······.”

“야. 내가 뭐 싫어서 그랬냐. 위해서 그랬지.”

“네. 함 중위도 알고 있을 겁니다. 그래도 보이는 걸로는 과장님께서 짜증을 냈다고 볼 수 있지 않습니까.”

“그 핑계로 함 중위를 오 대위에게 보내자?”

“네.”

“그것도 나쁘지 않네.”

이재식 대위가 씨익 웃었다.

“그럼. 이 일은 제가 알아서 처리하겠습니다. 과장님께서 잠시 물러나 계시죠.”

“너 잘해야 한다.”

“네. 안 되면 욕 좀 얻어먹고 말죠. 문제가 있겠습니까.”

“이 대위. 너 욕 안 먹는다고 말은 쉽다.”

“과장님은 말을 또 그렇게 하십니까. 이제는 같은 배를 탔는데 말입니다.”

“아무튼 이 일은 최대한 비밀로 해야 하는 거 알지?”

“네네. 알겠습니다.”

“그래. 너만 믿는다.”

홍민우 소령이 이재식 대위의 어깨를 툭 치고는 사무실로 들어갔다. 이재식 대위는 홀로 회의실에 남았다.

“아······. 이게 맞겠지? 그래, 아무리 그래도 대대장님보다는 작전과장님이지.”

더욱 확실하게 마음을 굳힌 이재식 대위가 뒤늦게 회의실을 나왔다.

다음 날 오상진은 여느 때와 같이 출근을 했다. 전투복 차림에 전투모를 쓰고 등 뒤에는 가방을 멨다. 중앙 현관을 통해 들어가 우측으로 몸을 바로 틀자 행정실이 보였다.

오상진이 출근하자마자 하는 일은 행정실에 들어가 인사를 하는 것이었다.

“모두 좋은 아침.”

오상진의 인사에 다들 자리에서 일어났다. 먼저 김진수 1소대장이 경례를 했다.

“충성! 출근하셨습니까, 중대장님.”

“어, 그래. 1소대장. 좋은 아침.”

“네. 좋은 아침입니다.”

박윤지 3소대장도 환한 얼굴로 인사했다.

“좋은 아침입니다. 중대장님.”

“그래. 3소대장도 좋은 아침.”

홍일도 4소대장도 반갑게 인사를 했다. 오상진은 그들에게 일일이 인사를 나눈 후 자신의 사무실로 갔다.

전투모를 옷걸이에 걸친 후 가방을 내려놓았다. 가방 안에서 노트북을 꺼내 책상 위에 설치를 했다. 그 사이 오상진은 찻잔이 놓인 곳으로 가서 커피를 타서 가지고 왔다. 다시 책상에 앉은 오상진이 휴대폰을 꺼내 한소희에게 깨톡을 보냈다.

-저 출근 잘했어요.

그러자 곧바로 한소희에게 톡이 날아왔다.

-우리 상진 씨는 참 부지런해요. 하루를 지각하는 법이 없어요.

-당연하죠. 나는 군인이에요. 군인은 지각할 수 없죠.

-알겠어요. 저도 이제 곧 출근할 거예요. 오늘은 영화사 미팅이 잡혀 있어요.

-그래요. 오늘 하루도 수고해요.

-상진 씨도요.

그렇게 깨톡을 주고받은 후 오상진은 업무를 시작했다. 제일 먼저 오늘 할 업무에 대해 확인을 했고, 지난밤 병사들에게서 별다른 일은 없었는지 확인했다.

그러고 있는데 사무실 문을 두드리는 소리가 들려왔다.

똑똑똑.

오상진이 고개를 들었다.

“네. 들어와요.”

오상진은 당연히 1소대장이나, 아니면 다른 소대장일 거라 생각을 했다. 그런데 함승희 중위가 아침 일찍 자신을 찾아왔다.

“어······.”

오상진은 바로 알아보지 못하며 함승희 중위를 바라봤다. 그러자 함승희 중위가 바로 경례를 했다.

“충성. 작전과 함승희 중위입니다.”

“아, 그래. 함 중위. 내가 바로 알아보지 못했네. 솔직히 긴가민가했거든.”

“괜찮습니다.”

“들어와서 앉아.”

“감사합니다.”

오상진은 대대에 올라가서 스쳐 지나가듯 작전과 함승희 중위를 본 적이 있었다. 그러나 큰 접점은 없었다. 오늘 이렇듯 직접 얼굴을 보며 대화를 한 적은 처음이다.

물론 처음 이곳에 부임했을 때 인사를 한 번 했었다. 또 홍민우 소령을 만나러 몇 번 대대에 갔을 때도 함승희 중위와 눈인사만 주고받고 그랬다.

단지 접점은 그것이 다였다. 그래서 이렇듯 함승희 중위가 직접 찾아올 줄은 예상하지 못했다.

“함 중위. 차 한 잔 줄까?”

“아닙니다. 괜찮습니다.”

“그래? 알았어. 그보다 아침부터 함 중위가 4중대는 무슨 일로 왔어?”

“저어 그것이······.”

갑자기 함승희 중위가 손에 들고 있던 USB를 탁자 위에 내밀었다.

“이게 뭐야?”

딱 봐도 사단에서 허가받지 않은 것이라는 것을 대번에 눈치챘다. 오상진은 눈으로 확인 후 얼굴이 굳어졌다. 함승희 중위가 차분하게 말했다.

“녹음 파일입니다.”

“녹음 파일?”

“네. 혹시 박지영 중사라고 아십니까?”

“박지영 중사? 어어······. 대충 얼굴은 알고 있어. 하지만 딱히 얘기는 나눠보지 않았는데. 그런데 왜?”

“박지영 중사가 주임원사께 추행을 당하고 있습니다.”

“뭐?”

“그 증거입니다.”

오상진의 눈이 동그랗게 떴다.

어제저녁 함승희 중위는 이재식 대위, 홍민우 소령, 김윤식 중위 이렇게 네 명이서 회식을 했다. 말이 좋아 회식이지 주된 목적은 고생한 함승희 중위를 위로해 주려는 것이었다.

홍민우 소령이 먼저 맥주를 들어 함승희 중위에게 내밀었다. 함승희 중위가 냉큼 맥주잔을 들었다.

“함 중위. 아까 내가 뭐라고 했다고 서운하고 그런 것은 아니지?”

“아닙니다. 제가 부주의해서 그런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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