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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생 리셋 오 소위-972화 (972/1,018)

< 05. 바로잡아야 합니다(36) >

인생 리셋 오 소위! 2부 302화

05. 바로잡아야 합니다(36)

“네. 그렇죠. 연대장님은 위로 올라가셔야 하지 않습니까.”

“맞아. 우리 연대장님께서 올라가시면 나도 따라가야 하고. 그럼 홍 소령도 내 뒤를 따라 올라가야 할 것 아니야.”

그 말에 홍민우 소령의 눈빛이 달라졌다. 그 눈빛을 보자 배운역 중령이 피식 웃었다.

“그럼 자네는 언제까지 송 중령 밑에 있을 거야. 솔직히 말해봐. 자네는 송 중령 밑에 있을 그릇은 아니잖아.”

“아직 한참 멀었습니다.”

“이 사람아, 겸손은 이럴 때 부리는 것이 아니야. 그리고 연대장님께서는 오래전부터 자네를 좋게 생각하셨어. 솔직히 나는 자네를 딱히 좋아하지는 않았어. 아마 자네도 느꼈을 거야. 그랬던 것은 자네가 무능해서 그런 것이 아니야. 자네가 너무 유능하니까. 그래서 좀 그랬던 것이고. 하필이면 송 중령 밑에 있어서 더 그랬던 것인데 일이 이렇게 되고 나니 자네가 신경이 쓰이더라고.”

“감사합니다.”

홍민우 소령의 머릿속이 빠르게 돌아갔다. 배운역 중령의 저 말은 이번 조사 때 송일중 중령이 날아갈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다. 그 뒤로 자신이고······. 그런데 이렇듯 홍민우 소령을 따로 부른 것은 자신의 손을 잡지 않겠냐는 의도인 것이다.

물론 배운역 중령이 내민 손을 언제든지 뿌리칠지도 모른다. 그러나 현재 홍민우 소령은 기회라는 것이 찾아왔다.

‘그래. 이렇게 기회가 찾아온 것이 어디야. 그것이 독이 든 성배라고 할지라도 지금은 저 손을 잡아야 해.’

그 순간 홍민우 소령의 눈빛이 사뭇 달라졌다.

“그럼 제가 뭘 하면 되는 것입니까?”

“역시 홍 소령은 말이 통한다니까. 그래서 아까 자네 조사로 문제가 될 만한 것이 뭐가 있지?”

“네. 현재 3대대에서 가장 문제가 되는 것은 주임원사입니다.”

“주임원사?”

“네. 주임원사가 자잘한 것을 빼더라도 크게 두 건이 연루되어 있습니다.”

“어이쿠 그래? 그럼 어디 한번 얘기를 들어볼까?”

“네.”

홍민우 소령은 그간 조사했던 내용을 차분하게 설명을 했다. 모든 얘기를 들은 배운역 중령이 작게 고개를 끄덕였다.

“주임원사라······. 그 양반 라인이 어디야?”

“사단 주임원사님하고 좀 친한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사단 주임원사 그 양반은 이빨 빠진 호랑이나 다름이 없지. 언제까지 사단 주임원사 자리에 있을 것 같나. 지금 그 양반도 이번에 걸릴 것이 한두 개가 아니야.”

“그렇습니까?”

“그래. 그것은 신경 쓰지 말고. 그것 말고는 다른 것은 없는 거지?”

“네. 제가 조사한 바로는 그렇습니다.”

홍민우 소령이 바로 대답했다.

“주임원사가 걸고넘어질 만한 것은?”

“네?”

“주임원사가 당하면 가만히 있겠어? 자네나 혹은 송 중령을 걸고넘어지겠지.”

“저는······ 걸릴 것이 없습니다.”

“확실해?”

“네.”

“대대장은?”

“대대장님은 잘 모르겠습니다.”

“어허, 왜 이래······. 솔직히 송 중령하고 같이 일한 지가 몇 년인데 자네가 그걸 모를까. 이리저리 소문이 있을 것 아니야.”

“······그것이.”

“뭐?”

“전 부대에 있을 때 대대장님이 여자 장교 한 명과 문제가 좀 있었습니다.”

“그래? 혹시 내가 들었던 그건가?”

“어떤 것을······.”

“장교 하나가 임신했다는 얘기 말이야. 그것도 유부녀 말이야.”

“아, 네에······.”

배운역 중령이 깜짝 놀랐다.

“뭐야. 진짜였어?”

“어떻게 된 일인지는 정확하게 알지 못합니다. 그 문제는 대대장님께서 직접 처리를 해서 말입니다. 다만 ‘그런 일이 있었다.’ 정도만 알고 있습니다.”

“아무튼 임신을 시켰고, 상대가 유부녀라는 것은 맞는 말이었네.”

“네. 일단 제가 알고 있는 것은 그렇습니다.”

“아하······. 이 일이 드러나면 송 중령도 무사하지 못하겠네. 그럼 어쩔 수 없이 우리 홍 소령이 3대대를 이끌어야 되겠어.”

그 말에 홍민우 소령이 눈을 반짝였다. 지금은 소령이고, 중령진급 심사가 코앞인 것도 사실이었다. 만약에 송일중 중령이 날아가고, 자신이 임시로 대대장을 맡았다가 정식으로 맡게 되는 것도 그리 나쁘지 않을 것 같았다.

그렇게 되면 곽종윤 준장 밑에서 일하게 된다면 정확하게 두 사람의 줄을 잡고 있는 것이 되었다. 그런 홍민우 소령의 속내를 읽은 배운역 중령이 입을 열었다.

“생각은 있나?”

“이끌어 주신다면 성심을 다하겠습니까.”

“그럼. 자네가 이 일을 메인으로 해봐. 한번 잘 엮어보란 말이야.”

“제가 말입니까?”

“그래. 방법은 중요하지 않아. 그저 자네가 잘 만들어 봐. 이번 일로 주임원사는 확실히 날려야 하고.”

“네.”

“그러는 김에 대대장도 적당히 타격이 가면 좋을 것 같은데······.”

“알겠습니다.”

“그런데 그것을 자네가 직접 손에 피를 묻힐 필요는 없겠지.”

“그렇습니다.”

“조사해 보니 자네 대대에 육참 라인 중대장 한 명이 있는 것 같던데.”

“4중대장 말입니까?”

“아, 4중대장이었나?”

“네.”

“그 친구가 윤태민 소위를 군사재판에 보낸 것이 아니야.”

“그렇습니다.”

“걔를 끼워 넣어. 그리고 그 녀석에게 칼을 쥐여줘. 지금까지 계속 미쳐 날뛰고 있잖아.”

“네.”

“그러니 그 녀석에 맡겨. 그리고 자네는 뒤에서 조종만 하고.”

“알겠습니다.”

“좋아. 오늘 나랑 얘기 나눴던 일은 비밀로 부치고.”

“네. 물론이죠.”

“그래. 그럼 이만 나가서 일 봐.”

“네.”

홍민우 소령이 전투모를 챙겨서 나갔다. 그런 홍민우 소령을 보며 배운역 중령이 씨익 웃었다.

“예전에는 아주 그냥 잡아먹을 것처럼 굴더니. 이제 꼬리도 내릴 줄 알고. 많이 컸네. 홍 소령.”

홍민우 소령이 대대로 복귀를 했다.

복귀하자마자 송일중 중령이 홍민우 소령을 호출했다. 그가 바로 대대장실로 갔다.

“충성. 저 부르셨습니까.”

“그래. 연대에 갔다 왔다면서.”

“네. 그렇습니다.”

“배 중령님 만나고 왔어?”

“만났습니다.”

“그가 뭐라고 그래?”

송일중 중령은 슬쩍 홍민우 소령을 떠보듯이 물었다.

“네, 뭐······. 내려가면 대대장님께서 말씀해 주실 거라고 말해주셨습니다.”

“그래? 그 말밖에 하지 않았어?”

“그렇습니다.”

그 말에 송일중 중령이 바로 인상을 썼다.

“아니, 연대까지 불렀으면 거기서 알아서 대답을 해줄 것이지. 귀찮게 여러 번을 설명하게 만들고 말이야.”

송일중 중령은 귀찮다는 듯 인상을 썼다. 그러면서 천천히 얘기를 해줬다.

“이번 전수조사 말이야. 우리 일심회 쪽에서 말고 육참 라인 쪽에서 우리 대대를 전수조사 할 거야.”

“그렇습니까?”

홍민우 소령은 이미 들은 얘기지만 처음 듣는 얘기처럼 굴었다.

“자네도 알다시피 내가 곧 있음 위로 올라가야 하는데.”

“그렇지 말입니다.”

“이 일을 내가 맡고 있을 수가 없잖아. 그래서 우리 연대장님이 뒤로 빠져 있으라고 하시네.”

송일중 중령이 말을 하고는 슬쩍 홍민우 소령의 눈치를 살폈다. 홍민우 소령이 살짝 떨떠름한 표정을 지었다. 그 모습을 보고 속으로 중얼거렸다.

‘뭐야? 진짜 별 얘기를 안 했나? 아이씨······. 나는 또 다 듣고 온 줄 알았더니. 사람 미안하게······.’

송일중 중령이 헛기침을 한 번 하고는 입을 열었다.

“아무튼 뭐 이번 일은 홍 소령이 맡아서 처리했으면 하는데. 어떻게 생각해?”

“네, 뭐······. 지시하시면 제가 따라야죠.”

“꼭 그렇게 얘기하지 말고.”

“네, 알겠습니다.”

“자네도 말이야. 지금이 기회라고 생각을 해. 막말로 말이야. 내가 위로 올라가면 자네가 어떻게 되나 걱정이 많았는데. 이 일로 자네가 실적을 세우면 혹시 알아? 연대장님께서 좋게 봐주실지.”

“아, 네에······.”

“어차피 자네도 언젠가는 중령을 달 것이고. 이 일을 해봐야 할 것 아니야. 겸사겸사한다고 생각하고 해봐. 그리고 자네가 내 뒤를 이어받으면 더 좋잖아. 안 그래?”

“······네.”

“그러니까, 그렇게 알고 자네가 알아서 처리해.”

“알겠습니다.”

“그만 나가서 일 봐.”

홍민우 소령이 몸을 돌려 나갔다. 그러면서 낮게 중얼거렸다.

“와, 젠장······. 언제는 같이 올라가자고 그렇게 얘기할 때는 언제고······. 내가 저런 사람을 믿고 군 생활을 했다는 것이 후회가 되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완전히 배신감이 들지는 않았다. 원래 군 생활이라고 하는 것이 다 이런 식이었다. 한 번 인간관계를 맺었다고 해서 끝까지 가지는 못한다. 군 생활은 보직 이동도 잦고, 지역도 자주 옮겨 다닌다.

그래서 매사에 언제나 최선을 다하고 그래야 했다. 지금 잘했던 것이 언제 어떻게 돌아올지 모르기 때문이었다. 그런 면에서 보자면 송일중 중령은 진짜 최악의 상관이었다.

“그래. 차라리 잘되었어. 이참에 송 중령은 완전히 정리를 하고 연대장님께서 내민 손을 잡는 거야.”

그렇게 혼잣말을 한 후 작전과 문을 열었다. 그러자 큰 소리가 들려왔다. 홍민우 소령은 그 목소리의 주인이 방대철 주임원사라는 사실을 알았다. 그가 함승희 중위를 붙잡고 있었다.

“아니. 함 중위님. 말을 해보시라고요. 거길 왜 갔습니까. 왜!”

“그냥 조사 차원에서 갔습니다.”

“뭔 조사요!”

“······.”

함 중위는 더 이상 말하지 않고 입을 꾹 다물었다. 그러고 있는데 홍민우 소령을 발견하고는 함승희 중위가 울 것 같은 표정을 지었다.

“과장님.”

홍민우 소령이 다가갔다. 방대철 주임원사는 바로 못마땅한 얼굴이 되었다.

“주임원사. 지금 뭐 하는 겁니까!”

“아니. 어제 거길 왜 갔냐고 묻고 있지 않습니까.”

“지금 그게 묻는 태도입니까? 딱 봐도 다그치고 있는 것 같은데요.”

“그게 아니라······.”

“그리고 함 중위. 주임원사보다 상관입니다. 어느 부대에서 부하가 상관을 윽박지르고 다그칩니까. 여기가 지금 당나라 부대입니까.”

홍민우 소령이 무서운 얼굴로 방대철 주임원사를 나무랐다. 듣고 있는 방대철 주임원사의 얼굴이 점점 일그러졌다.

“게다가 여긴 작전과입니다. 내 관할이란 말입니다. 그런데 어디서 주임원사 따위가 와서 큰 소리입니까!”

“네?”

방대철 주임원사는 따위라는 말이 귀에 거슬렸다.

“따위라고요? 과장님 지금 말 다 했습니까?”

“다 못 했어요. 왜요? 내가 좋게좋게 존중을 해주고 말을 높여주니 우습습니까?”

“······.”

“방대철 주임원사! 지금 군대가 우습고, 계급 자체가 우습고 그래!”

홍민우 소령이 바로 반말로 바뀌며 눈을 부릅떴다.

“아니면 계급으로 눕혀 줘!”

“아니, 얘기가 왜 또 그렇게 갑니까.”

먼저 꼬리를 내린 쪽은 방대철 주임원사였다. 홍민우 소령이 더욱 화를 냈다.

“아니면 나를 이제 갓 임관한 소위로 알고 있나······. 내 계급은 뭐 돈 주고 딴 줄 알아. 나도 군대 짬 먹을 만큼 먹고 그랬어. 소령 짬밥을 지금 무시해?”

홍민우 소령이 강하게 나가자 당황한 방대철 주임원사가 주변 눈치를 살피며 말했다.

“왜, 왜 그럽니까. 대대장님께 한 소리 들었습니까?”

“그런 식으로 말하지 마. 내가 주임원사보다 아랫사람이야?”

“네네. 알았어요. 알았어. 말도 못 하게 하네. 내가 미안합니다. 됐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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