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05. 바로잡아야 합니다(35) >
인생 리셋 오 소위! 2부 301화
05. 바로잡아야 합니다(35)
배운역 중령의 말에 곽종윤 준장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거 좋은 생각이긴 한데······. 가능하겠나?”
“어차피 모든 일의 시작은 3대대입니다. 송 중령도 그 사실을 모르지는 않을 것입니다.”
“그러니까, 말이야. 송 중령이 3대대로 포커스를 맞추면 분명 지랄할 텐데 말이야.”
“그래서 잘 얘기를 해봐야죠.”
“얘기를 해? 어떻게?”
“어차피 송 중령은 위로 올라갈 생각만 하고 있지 않습니까.”
“그렇지.”
“송 중령 빼고 그 밑에 홍 소령하고 얘기하는 것이 어떻겠습니까?”
“홍 소령이라면······. 홍민우 소령을 말하는 건가?”
“네.”
“자네는 그 친구를 싫어했잖아.”
“솔직히 말해서 홍 소령이 저 같아서 싫어했던 것이지 능력이 부족해서 그런 것은 아니었습니다. 그리고 지금 홍 소령 엄청 골치 아플 것입니다.”
“송 중령 때문에 홍 소령 똥줄이 탈 것 같다 이 말이지?”
“네. 그렇습니다.”
“그래서 송 중령을 어떻게 배제할 생각이지?”
곽종윤 준장은 조금 전과 달리 약간의 여유를 보이고 있었다.
“송 중령에게는 뻔한 얘기가 있지 않습니까. 육본으로 언제 올라갈지도 모르는데 손 떼라. 언제 물 먹을지 모른다. 그런 식으로 겁을 줘야죠.”
“아하······. 그렇게 얘기를 해놓고 모든 일을 홍민우 소령에게 맡기자는 것이지?”
“네.”
“그러다가 일이 잘못되면?”
“그거야 홍 소령이 책임을 져야죠.”
곽종윤 준장이 씨익 웃었다.
“아무튼 자네는 이럴 때마다 무서워.”
“왜 그러십니까. 이게 다 연대장님께서 가르치신 것이 아닙니까. 저는 아직 따라가려면 멀었습니다.”
“알았어. 자네가 알아서 진행시켜 봐.”
곽종윤 준장의 허락이 떨어지고 배운역 중령이 경례를 했다.
“네. 알겠습니다.”
이렇게 새로운 판이 짜였다.
곽종윤 연대장을 보고 나온 배운역 중령이 휴대폰을 꺼냈다. 그가 전화를 건 쪽은 송일중 중령이었다.
-네, 선배님.
“송 중령 잠깐 통화 괜찮아?”
-네, 괜찮습니다.
“지금 뭐 하고 있나?”
-제가 딱히 할 일이 있겠습니까? 그냥 자리만 지키고 있습니다.
“난 안 쳐?”
-하하하, 네 뭐······. 확실히 난을 닦고 보니 심신에 많은 안정을 줍니다.
그 얘기를 들은 배운역 중령이 피식 웃었다. 난을 치는 것을 알려 준 사람은 최우일 감찰부장이었다. 그 말을 믿고 난을 치는 사람들이 참 많았다. 하지만 그것은 함정이었다. 정말 최우일이 끌어당기고 싶어 하는 사람들은 난을 칠 시간이 없다.
바빠 죽겠는데 무슨 난이겠는가. 오직 최우일 감찰부장의 사탕발림에 현혹되어 꿀 떨어지는 애들만 난을 치는 것이다. 그것을 알고 있는 배운역 중령은 모른 척하며 입을 열었다.
“참! 연대장님이 육본에 다녀오셨어.”
-아, 그러십니까? 이번에 전수조사가 내려온 것 때문에 그러십니까?
“그래. 그 일을 저쪽에서 맡기로 했어.”
-네? 저쪽이라 하심은······.
“우리 쪽 말고 저쪽.”
-어어, 그러면 살짝 문제가 생기지 않겠습니까?
“그래서 내가 전화를 했네. 자네 말이야. 보직이 언제 바뀔지도 모르는데 말이야. 이번 조사에서 자네가 끼면 이상해지지 않겠어?”
송일중 중령이 바로 답했다.
-네. 그렇지 않아도 고민이 많습니다. 제가 부임하고 나서는 특별히 문제 될 일이 많지는 않았는데 괜히 이 조사를 실시해서 제가 옷 벗을까 봐 걱정입니다.
그 얘기를 들은 배운역 중령이 헛웃음을 지었다. 얼마 전까지 가장 심각했던 윤태민 소위 사건이 있는데 저런 소리를 하니 무슨 말도 안 되는 소리를 하는지 몰랐다. 이 모든 일의 시발점이 윤태민 소위 사건인데 말이다.
‘아무튼 송 중령은 항상 저런 식이야.’
그렇다고 이런 일로 송일중 중령과 싸우고 싶지도 않았다.
“그래서 연대장님께 내가 말씀은 드렸어. 혹시라도 전수조사가 이루어지면 3대대의 자네는 빼고 가는 것이 좋지 않겠냐고 말이야.”
-네? 빼고 가신다는 말씀은······.
“어허. 자네는 왜 그렇게 눈치가 없어. 자네 밑에 홍 소령 있잖아.”
-네네. 있죠.
“홍 소령에게 다 맡기고 자네는 뒤로 빠지라는 말이야.”
-그렇게 해도 됩니까?
“에헤이. 자네 지금 떨어지는 낙엽도 조심해야 할 때 아니야? 그런 일을 신경 써서야 되겠어?”
-아, 예에.
“아무튼 자네는 뒤로 빠져 있고. 내가 홍민우 소령에게 따로 지시를 내려놓을 테니까. 자네는 아무런 말도 하지 말고 빠져 있어. 알았어?”
-네에. 알겠습니다. 그렇게 하도록 하겠습니다. 그보다 선배님.
“왜?”
-조만간 술 한 잔은 해야 하지 않습니까?
“아이고 곧 진급할지도 모른다고 하니 술 한잔하고 싶어?”
-아이, 또 왜 그러십니까. 제가 선배님이 아니었다면 여기까지 못 왔지 말입니다.
“그걸 아는 사람이 요새 연대장님께 연락도 안 하고 그러나?”
-연락을 안 하는 것이 아니라, 못하는 거죠. 너무 죄송해서 말입니다.
“죄송이고 나발이고. 좀 챙겨 드려. 연대장님 알잖아. 은근히 속 좁으신 거······.”
-알죠.
“그러니 전화 드리고. 약속 잡아서 골프나 한번 같이 쳐. 요즘 연대장님 골프 칠 사람이 없어서 심심해하시더라.”
-어후, 그럼요. 알겠습니다. 제가 바로 연락드리겠습니다.
“그래. 들어가.”
-충성. 수고하십시오. 선배님.
그렇게 전화를 끊은 배운역 중령은 끊어진 휴대폰을 바라보며 혀를 찼다.
“쯧쯧, 너도 참······.”
송일중 중령은 기분이 좋았다. 어쨌거나 위에서 연락을 주고 이번 일에 자신은 빠지라고 했다. 한마디로 위험에서 자신을 빼주겠다는 말이었다. 그만큼 자신을 챙겨준다는 의미였다.
“흐흐흐, 나 송일중 아직 죽지 않았어. 이제 위로 올라가서 승승장구할 날만 기다리면 되는 거야.”
그리고 난이 주르륵 걸려 있는 곳으로 가서 차분하게 그것을 바라봤다.
홍민우 소령은 작전과에서 업무를 진행 중이었다. 그런데 자신의 책상에 설치된 전화가 울렸다.
따르르릉, 따르릉.
“통신보안 3대대 작전과 홍민우 소령입니다.”
-홍 소령. 나 연대 작전참모 배운역 중령이네.
“충성! 네, 참모님.”
-자네 지금 어디인가?
“대대 작전과에 있습니다.”
-그래? 바쁘지 않으면 연대로 좀 왔으면 하는데 말이야.
“네. 알겠습니다. 1시간 안으로 가도록 하겠습니다.”
-기다리고 있겠네.
그 말을 끝으로 전화가 끊어졌다. 홍민우 소령은 잠시 수화기를 든 채로 생각에 잠겼다.
‘연대 작전참모님이 왜 나에게 전화를 했지? 무슨 일로?’
하지만 생각은 그리 길지 않았다. 그는 업무를 중단하고 바로 자리에서 일어나 전투모를 챙겼다.
“이 대위.”
“네. 과장님.”
“나 잠시 연대에 다녀와야 하니까. 나 찾으면 그렇게 전해.”
“연대에 말입니까?”
“그래.”
“알겠습니다. 조심히 다녀오십시오.”
홍민우 소령이 작전과를 나가고 그는 곧바로 주차장으로 이동했다.
그로부터 한 시간이 흐른 후 홍민우 소령은 연대 작전처에 도착을 했다. 그는 문 입구에서 호흡을 정리한 후 문을 두드린 후 안으로 들어갔다.
“충성 소령 홍민우. 부름을 받고 달려왔습니다.”
자신의 책상에 앉아 있던 배운역 중령이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래. 홍 소령. 어서 와. 일단 자리에 앉지.”
“네.”
홍민우 소령이 자리에 앉았다. 전투모를 벗어 앞 탁자에 조심스럽게 올렸다.
“커피 마시나?”
“네.”
“그럼 커피 한잔하지.”
잠시 후 중위 한 명이 두 잔의 커피를 타서 가지고 들어왔다.
“들지.”
“감사합니다.”
홍민우 소령은 자신을 왜 불렀는지 끊임없이 생각을 했지만 딱히 떠오르는 것은 없었다. 배운역 중령 역시 이렇듯 자신을 단독으로 만난 적도 없을뿐더러 따로 부른 적도 없었다. 오직 송일중 중령과 함께 만난 것이 다였다.
배운역 중령이 환한 얼굴로 커피잔을 내려놨다.
“잘 지냈나?”
“네. 잘 지내고 있습니다.”
“우리 둘이 이렇듯 따로 만난 적은 없지?”
“아, 네에.”
“내가 너무 무심했군.”
“아닙니다.”
“그보다 대대 분위기는 어때?”
“솔직히 말씀드리면 대대 분위기가 좀 싱숭생숭합니다.”
“전수조사가 내려온다는 말 때문이지?”
“네. 그렇습니다.”
“어떻게 따로 조사한 것은 있고?”
“네?”
홍민우 소령이 눈을 크게 떴다. 그러자 배운역 중령이 피식 웃었다.
“이 친구야. 뭘 그리 놀라나. 자네나 나나 지금 작전과에서 몇 년째 있는데······. 게다가 우리는 같은 라인이 아닌가. 자네가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지 설마 내가 모를 것 같나.”
“······네.”
“설마하니 송 중령이 자네에게 모든 일을 다 맡기고 뒤로 빠져 있는 거 아니야?”
홍민우 소령이 쓴웃음을 지었다.
“그러니 솔직히 말해도 돼. 심각한 일 있어?”
“그것이······.”
홍민우 소령이 약간 망설이며 얘기를 꺼내지 못했다. 그러자 배운역 중령이 먼저 입을 열었다.
“아! 그전에 대대에 내려가면 자연스럽게 알게 될 거야. 송 중령이 아마 자네를 부를 거야. 그리고 자네에게 모든 일을 맡길 거야.”
“저에게 말입니까?”
“그래. 자네는 어떻게 생각하는지 모르겠지만 이 사건 상황이 심각해질 거야.”
“심각해진다는 것이 어떤 말씀이신지······.”
“자네 말이야. 우리가 어떤 라인인지 알고 있지?”
“네. 일심회인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맞아! 그런데 일심회만큼이나 저쪽 육참 라인도 세력이 커!”
“네.”
“그러다 보니 우리 일심회가 전 군부대를 다 조사할 수는 없어.”
“그 말씀은······.”
“그래. 85사단, 즉 우리 17보병연대를 콕 집어서 육참 라인에서 조사하기로 했어.”
“그러면······.”
“맞아. 그쪽에서는 어떻게든 성과를 내려고 그럴 거야. 그것 때문에 감찰부장님께서도 걱정이 많으셔 국방부 장관님도 걱정이 많으신데. 하지만 어쩔 수 있나. 이 일은 자네도 알다시피 3대대에서 문제가 생겨 이렇게 일이 커졌잖아.”
“······네.”
“그래서 여기를 우리가 따로 조사할 수가 없어.”
“뭐 이해를 합니다.”
만약 일심회가 조사를 했다고 한다면 어떤 결과가 나와도 육참 라인에서는 인정하지 않을 것이다. 그도 그럴 것이 일심회에서 적당히 드러내면 그 사람을 희생양 삼는다고 지랄을 할 것이고, 아예 문제가 없다고 그러면 또 그걸로 지랄을 할 것이 분명했다.
어쨌거나 진퇴양난의 상황이고 빠질 수도 없는 일이었다. 그래서 이들이 할 수 있는 것은 육참 라인에게 넘겨주는 일이었다.
얘기를 들은 홍민우 소령의 표정이 어두워졌다. 그 모습을 보며 배운역 중령이 말했다.
“그렇다고 너무 걱정하지는 마. 설마하니 위에서 아무 생각 없이 육참 라인에게 넘겼겠어? 적당한 본보기가 필요해서 그런 거지. 그렇다고 해서 막 난리를 치지 못할 거야. 저들 역시 군인이야. 군대가 잘못되었다는 것을 막 자랑하고 싶지는 않을 거야.”
“네.”
“그래도 연대장님은 걱정이 많아. 결과적으로 3대대 일이 우리 연대 일이고, 우리 연대 일이 사단 일 아니야. 사단장님이야 퇴임하시기로 작심을 하셔서 시큰둥한 것이지만······. 우리 연대장님은 아니잖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