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05. 바로잡아야 합니다(32) >
인생 리셋 오 소위! 2부 298화
05. 바로잡아야 합니다(32)
두 사람은 늦은 점심을 해결한 후 바로 부대로 복귀를 했다. 홍민우 소령이 자리에 앉자 김윤식 중위가 다가왔다.
“과장님.”
“왜?”
“주임원사님께서 찾으십니다.”
“뭐? 나를?”
“네. 20분 전에 오셔서는 과장님을 찾으셨습니다.”
“그가 왜?”
“저도 잘 모르겠습니다.”
“알았어. 주임원사에게 내가 왔다고 전해.”
“네.”
잠시 후 방대철 주임원사가 작전과로 들어왔다.
홍민우 소령은 들어오자마자 업무를 위해 움직였다. 그때 문이 열리며 방대철 주임원사가 나타났다.
“작전과장님.”
“아, 네에. 주임원사. 무슨 일이죠?”
“식사하고 오시는 길입니까?”
“그렇죠.”
“점심이 좀 늦습니다.”
“마무리해야 할 일이 있어서 그랬습니다. 그런데 무슨 일이죠?”
“점심시간이 훨씬 지났는데······. 밖에 나가서 식사하셨나 봅니다.”
“······그렇죠. 왜요?”
“군대 참 좋아졌습니다. 점심시간 이외에 밥 먹으러 부대 밖에도 나가고 말이죠. 예전에는 감히 상상도 못 할 일인데······. 안 그렇습니까. 작전과장님.”
홍민우 소령의 얼굴이 바로 일그러졌다.
“네에? 주임원사 방금 그건 무슨 소리입니까?”
“아. 들렸습니까? 죄송합니다.”
방대철 주임원사는 깜짝 놀란 듯한 반응을 보이며 바로 사과했다. 그 모습에 홍민우 소령이 이를 악다물었다.
‘능구렁이 같은 사람······.’
방대철 주임원사는 정말 여유로운 얼굴로 바라보고 있었다. 그러다가 뭔가 생각이 났는지 입을 열었다.
“참! 내가 조금 전에 누굴 봤는데 말이죠. 함 중위님이었나?”
그러면서 작전과를 두리번거렸다.
“어? 함 중위님이 안 보입니다. 어디 갔죠?”
“함 중위는 갑자기 왜 찾습니까.”
홍민우 소령이 차갑게 물었다.
“그냥 묻는 겁니다. 함 중위님이 보이지 않아서 말이죠.”
그러자 김윤식 대위가 바로 말했다.
“함 중위는 점심 먹으러 갔다가 아직 안 들어왔습니다.”
“와, 점심 먹으러 갔는데 지금 이 시간까지 안 들어왔다고요? 이야······. 작전과에 수장이 벌써 들어와 있는데 작전장교인 함 중위가 안 들어왔단 말이죠.”
방대철 주임원사는 슬슬 홍민우 소령의 속을 박박 끓어댔다.
“내가 심부름시킨 것도 있어서 좀 늦을 겁니다.”
홍민우 소령이 바로 말을 잘랐다. 그러자 방대철 주임원사가 씨익 웃으며 그를 바라봤다.
“심부름이라······. 혹시 대성식당?”
순간 홍민우 소령의 눈썹이 찌릿하며 울렸다. 아무래도 방대철 주임원사가 그곳에서 함승희 중위를 본 것이 분명했다.
‘아이씨. 함 중위 이런 멍청한······. 도대체 뭘 한 거야. 주임원사에게 꼬리를 잡힌 거야?’
그렇다고 바로 드러낼 수는 없었다. 오히려 고개를 갸웃하며 모르는 척했다.
“대성식당요? 거기가 어디입니까?”
“하하하, 과장님. 모른 척하시는 것을 보니 연기가 아주 일품입니다. 함 중위님을 대성식당으로 보낸 것이 작전과 아닙니까?”
그 말에 이재식 대위가 눈치 빠르게 다가와 말했다.
“주임원사요. 지금 우리 작전과에서 와서 그 말 내뱉은 것은 월권입니다. 확실한 것도 아니면서 작전과에 와서 과장님께 뭐 하자는 겁니까. 아무리 주임원사라고 해도 이건 선을 넘는 겁니다. 이건 뭐 군대 위계질서가 거꾸로 가고 있는 것 같습니다.”
“위계질서? 방금 위계질서라고 했습니까.”
방대철 주임원사가 눈을 부릅떴다.
“꼴뚜기가 뛰니까, 망둥어가 뛴다고 진짜 군대 잘 돌아간다.”
방대철 주임원사가 말한 꼴뚜기는 오상진을 뜻했다. 이재식 대위가 버럭 했다.
“주임원사! 말 좀 제대로 하라고 했지 않습니까. 누구는 화를 못 내서 이러고 있는 줄 아십니까.”
“아, 그래요? 그럼 어디 한번 화를 내봐요. 화를 내보시라고요.”
방대철 주임원사도 지지 않고 대들었다. 그러자 홍민우 소령이 나섰다.
“두 사람 다 조용히 하시죠. 왜 그럽니까. 이 대위. 자네는 나가 있어.”
“하아, 진짜······. 부대에 제대로 된 사람이 없어.”
이재식 대위는 나갈 때까지 인상을 쓰며 중얼거렸다. 그를 보고 방대철 주임원사가 어이없는 표정을 지었다.
“저저저······. 지금 나한테 얘기하는 겁니까?”
“주임원사도 그만 하세요.”
“······.”
홍민우 소령의 단호한 말에 일단 물러서는 방대철 주임원사였다.
“좋습니다. 함 중위를 어디서 봤기에 그러는지 어디 한번 들어봅시다. 어디서 봤습니까? 아, 함 중위가 대성식당에 간 것이 문제입니까?”
홍민우 소령의 뻔뻔스러운 표정에 방대철 주임원사가 빤히 바라봤다. 홍민우 소령 역시 그 눈빛을 피하지 않았다. 홍민우 소령 역시 여기까지 오면서 온갖 더러운 일을 많이 했다. 내공으로 따지면 방대철 주임원사 못지않았다.
방대철 주임원사도 홍민우 소령이 쉽게 실토할 것 같지 않았다. 그렇다고 쉽게 물러날 생각도 없다. 홍민우 소령이 최윤희 건을 조사하고 있다는 것을 확실하게 알았기 때문이다.
“문제는 없죠. 그런데 작전과장님.”
“말씀하세요.”
“진짜 경고하는데요. 내 뒷조사를 하시는 거라면 여기서 멈추세요. 만약 그런 나의 경고를 무시하고 계속 조사를 한다면 저도 가만있지 않겠습니다.”
방대철 주임원사의 입에서 살벌한 경고 메시지가 나왔다. 하지만 홍민우 소령이 그런 경고에 벌벌 떨 사람도 아니었다. 그는 태연하게 입을 열었다.
“무슨 말을 하는지 모르겠지만 주임원사 뒤를 조사한 적 없습니다.”
“정말이죠? 그 말 믿어도 되는 거죠.”
“없습니다. 정 궁금하면 대대장님께 직접 찾아가 보시든가요. 저희는 뭐 시간이 남아돌아서 이러고 있습니까? 저희도 위에서 내려온 전수조사 때문에 바빠 죽겠는데 뭐 하시는 겁니까?”
“오호, 전수조사? 그 핑계로 내 뒤를 조사하는 거네.”
방대철 주임원사는 바로 그 이유를 깨달았다. 척하면 척이었다. 하지만 홍민우 소령은 끝까지 모르쇠로 일관했다.
“뭔 말인지 모르겠지만 그렇게 궁금하면 함 중위를 만나서 직접 물어보시든지요.”
“네, 알겠습니다. 그럼 함 중위 올 때까지 여기 있어도 되는 거죠.”
“네. 맘대로 하세요.”
“대신에 함 중위에게 따로 문자하시거나, 연락하지 마십시오.”
“어후, 맘대로 하세요. 자, 내 휴대폰 여기 책상 위에 올려놓을게요. 그러면 되는 거죠?”
홍민우 소령이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며 자신의 업무에 집중했다. 방대철 주임원사는 빈자리로 가서 털썩 앉았다. 그의 눈빛은 홍민우 소령에게서 떨어지지 않았다.
그 시각 이재식 대위는 함승희 중위에게 전화를 걸었다. 우선 주위를 확인한 후 통화 버튼을 눌렀다. 잠시 후 함승희 중위가 전화를 받았다.
-통신보안 중위 함승희입니다.
“나다.”
-충성.
“그래. 함 중위 너 어디야?”
-지금 밥 먹고 있습니다.
“밥? 너는 밥이 목구녕으로 넘어가냐.”
-죄송합니다.
“됐고. 너 오늘 부대 들어오지 말고 바로 퇴근해.”
-네?
“부대 복귀하지 말라고!”
-저어, 과장님께 보고를 해야 하는데 말입니다.
“보고는 내일 해도 돼. 내가 과장님께 말해놓을 테니까. 그리고 너 혹시라도 주임원사에게 연락이 오거나 찾으면 무시해.”
-네? 주임원사 말입니까? 주임원사가 왜?
“너 대성식당에 갔던 것을 주임원사가 봤단다.”
-아니, 그걸 어떻게······.
“내가 어떻게 알아. 아무튼 너는 자체적으로 조사를 했던 거야. 알았어?”
-······네.
“너 혹시라도 입 밖으로 과장님 얘기 나오기만 해봐. 너는 그냥 뒈지는 거야.”
-그, 그렇게만 하면 되는 겁니까? 그래도 주임원사는 좀 무섭던데 말입니다.
“인마. 너 중위야. 주임원사보다 계급이 높아. 그런데 뭘 쫄고 그래!”
-그게 짬은 무시하지 못하지 않습니까.
“짬? 그래. 너는 짬을 무시하지 못해서 내 말을 개똥으로 무시하고 그랬냐?”
-제가 언제 그랬습니까.
“아무튼 너 당분간 주임원사 피해 다녀. 아니, 주임원사가 찾아오면 적당히 핑계댈 것도 생각해 두고. 알았어?”
-네, 알겠습니다.
“그래, 그 이상은 바라지도 않는다.”
-저어, 그러면 박지영 중사 조사 건은 어떻게······.
“주임원사가 눈을 시퍼렇게 뜨고 있는데 박지영 중사를 무슨 수로 만나.”
-오늘 저녁에 퇴근하고 만나기로 했습니다.
“그래? 하아······. 알았다. 일단 만나.”
-네?
“미친 척하고 만나라고.”
-괜, 찮습니까? 무슨 문제 생기는 것은 아닙니까.
“이미 문제가 생겼어. 생긴 문제에 더 생긴다고 해서 문제 될 것 있나?”
-어, 없습니다.
“막말로 주임원사가 널 진급을 시켜줘? 아니면 보직을 변경시켜줘. 전혀 도움이 안 되는 사람이야. 그러니 쌩까든지. 적절하게 대처해.”
-그래도······.
“와, 답답하네. 뭘 고민을 해. 자네 군인이잖아. 군인이면 위에서 까라면 까야지. 뭔 말이 많아!”
-죄송합니다.
“아무튼 너는 진짜 돌지도 않는 대가리 굴리지 마라. 요즘 것들은 왜 그 모양인지 모르겠네.”
-······알겠습니다.
“끊어!”
이재식 대위가 거칠게 휴대폰을 끊었다.
그 시각 함승희 중위는 대대 근처에서 늦은 식사를 하던 중이었다. 국에 밥을 말아 먹고 있는데 짜증이 확 났다.
“에이씨!”
들고 있던 수저를 탁자에 ‘탁’ 하고 내려놨다. 그녀는 짜증을 냈다.
“왜 나에게 지랄이야.”
함승희는 밥 먹는 것도 잊고 투덜투덜거렸다. 그러곤 밥을 다 먹지도 않고 자리에서 일어나 계산대로 갔다.
“왜요? 식사를 더 하지 않고. 맛이 없어요?”
“아뇨. 일이 있어서······.”
“어이구. 갑자기 바쁜 일이 생겼나 보네요. 어째요.”
“아줌마.”
“네?”
“군 생활이 왜 이렇게 힘들어요?”
아줌마가 옅은 한숨과 함께 함승희 중위의 등을 쓰다듬었다.
“누가 또 우리 함 중위에게 뭐라고 했을까. 아니면 이 아줌마가 가서 혼내줄까?”
“한두 명이 아니에요. 진짜······.”
“기운 내! 내가 음식값 안 받을 테니까. 그냥 가.”
“아니에요. 받으세요.”
“반도 안 먹었네. 그런데 어떻게 받아.”
“그냥 계산해 주시고요. 다음에 계란후라이 해 주세요.”
“알았어. 계란후라이 하나만 해주겠어? 두 개, 세 개도 해주지.”
“고맙습니다.”
함승희 중위가 계산을 한 후 식당을 나왔다.
방대철 주임원사는 작전과에서 1시간 반을 기다렸다.
“에이씨. 도대체 왜 안 들어오는 거야?”
방대철 주임원사가 중얼거리고는 힐끔 홍민우 소령을 봤다. 홍민우 소령은 전혀 움직임도 없이 업무를 봤다.
작전 상황판을 보고, 사단에서 내려온 공문까지 확인하며 주위에 있는 작전계원에게 지시를 내렸다. 그는 방대철 주임원사가 작전과 있는 것을 전혀 개의치 않는 모습이었다.
“쳇!”
그러곤 휴대폰을 꺼내 함승희 중위에게 전화를 걸었다. 그런데 신호가 가는데도 전혀 받지를 않았다.
“전화도 안 받네.”
그렇다고 계속 작전과에 있을 수도 없었다. 어쩔 수 없이 방대철 주임원사가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는 말없이 작전과를 나가려고 했다.
“가시게요?”
그 소리에 움찔하며 발걸음을 멈춘 방대철 주임원사였다. 고개를 돌려 홍민우 소령을 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