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인생 리셋 오 소위-966화 (966/1,018)

< 05. 바로잡아야 합니다(30) >

인생 리셋 오 소위! 2부 296화

05. 바로잡아야 합니다(30)

“내가 이러는 것이 아니라. 먼저 선을 넘은 쪽은 주임원사입니다.”

오상진이 강하게 밀고 나갔다. 방대철 주임원사의 얼굴이 일그러졌다.

“맘대로 하세요. 나참······.”

“그래요? 알겠습니다. 그럼 바로 대대장님께 보고 올리도록 하겠습니다.”

오상진은 표정 변화 없이 책상 위에 놓인 휴대폰을 들었다. 그러자 방대철 주임원사가 냉큼 오상진의 팔을 잡았다.

“아, 진짜······. 왜 이러십니까. 정말 저랑 평생 안 보고 살 겁니까?”

그 말에 오상진이 속을 중얼거렸다.

‘당신과 볼 날도 얼마 남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지금은 방대철 주임원사에게 그리 말할 수는 없었다. 그 와중에도 방대철 주임원사는 오상진의 반응을 살피듯 눈알을 굴리는 것이 보였다. 여기서 괜히 넘겨짚을 만한 건수를 줄 수 없어 단호하게 말했다.

“그러니까, 왜 그러셨냐 말입니다. 이런 식으로 하면 주임원사는 나와 1소대장을 무시하는 것밖에 안 됩니다.”

“아닙니다. 알았어요. 1소대장에게 사과를 하면 되는 거죠?”

“정중하게 사과하십시오. 제대로 말입니다.”

“하아, 그래요. 알겠어요. 합니다, 해요. 우리 1소대장님은 좋겠네요. 중대장님을 제대로 만나서.”

오상진의 눈빛이 싸늘하게 바뀌었다.

“지금 그 말 비꼬시는 겁니까?”

“아닙니다. 그냥 해본 말입니다. 그런 말도 못 합니까?”

“······.”

오상진이 휴대폰을 책상 위에 내려놓았다. 잠깐이지만 두 사람 사이에 대화가 끊어졌다. 조금 과열되었던 분위기를 가라앉힐 필요가 있었다.

“사과를 하시겠다고 하시니 믿어보겠습니다. 그것보다 절 보고 싶어 하신 이유가 뭡니까?”

그제야 방대철 주임원사도 4중대로 온 이유를 깨달았다.

“아! 다름이 아니라. 물어볼 것이 있습니다.”

“물어보십시오.”

“혹시 말입니다. 최대성 씨라고······. 찾아오지 않았습니까?”

“최대성 씨요? 아, 네에. 최윤희 씨 아버님요. 찾아왔었죠.”

오상진은 숨길 생각이 없었다. 그런데 방대철 주임원사는 최윤희 씨 아버님이라는 말에 눈빛이 반짝였다.

‘최윤희 씨라······. 딱히 최 하사 건에 대해서는 신경 안 쓰고 있다는 소리인데······.’

만약 오상진이 최윤희 건에 대해서 조사를 시작했다면 최윤희 하사라고 말을 했을 것이다. 뒤에 ‘씨’ 자를 붙이지 않고 말이다. 그러나 오상진도 이것까지도 의도된 것이었다.

“최대성 씨가 온 것에 대해서 뭐가 궁금해서 그런 거죠?”

“아니, 뭐······. 그 양반 내가 아는 사람인데 갑자기 이곳 부대에 온 지 얼마되지도 않은 4중대장님을 찾아왔다고 해서 궁금하기도 하고······.”

방대철 주임원사가 말을 흐리며 오상진의 반응을 살폈다.

“그래요? 그게 왜 궁금하십니까?”

오상진이 고개를 갸웃했다. 그렇지만 별 신경 쓰지 않는 듯 말했다.

“뭐 얘기해도 되겠죠. 전날 뉴스에 나온 것을 보고 날 찾아왔다고 했습니다.”

“뉴스 말입니까?”

“네.”

“뉴스가 나왔는데 왜 중대장님을 찾아옵니까?”

“부대 소문이 빠삭하더라고요. 유 하사 건에 대해서 알고 있더라고요.”

“그래서······ 왔다고요?”

“네.”

방대철 주임원사의 눈동자가 빠르게 돌아갔다.

‘그럼 뭐지? 설마 김태호 이 새끼인가?’

방대철 주임원사가 생각을 하고 있을 때 오상진이 입을 열었다.

“아무튼 뭐, 얘기를 하셨는데 내가 그렇게 얘기를 했습니다. 뉴스를 봤다시피 그 건에 대해서 제대로 전수조사가 이루어질 것입니다. 그때 가서 제대로 얘기를 하라고 말입니다. 그런데 상자를 바리바리 넣고 왔더라고요. 그 안에 자료가 들어 있던데 내가 그냥 돌려보냈습니다. 내가 그 일과 관련도 없는데 함부로 조사하면 안 되지 않습니까. 그래서 부대 진상조사팀에서 할 거라며 그곳에 말하라고 했습니다.”

오상진은 원칙적으로 말했다. 그 말에 방대철 주임원사가 고개를 끄덕였다.

‘하긴 4중대장 입장에서도 자신과 상관도 없는 일에 조사를 하지는 않겠지. 그것도 나와 척을 지면서 말이야. 그리고 어디까지 들었는지는 모르겠지만······. 표정을 보아하니 끼고 싶은 생각은 없는 모양이군.’

방대철 주임원사가 오상진을 바라보며 속으로 중얼거렸다. 그러자 오상진이 물었다.

“그런데 주임원사는 그분과 친하십니까?”

“그 양반이 저에 대해서 별 얘기를 안 했습니까?”

오히려 방대철 주임원사가 되물었다.

“별말은 안 했어요. 자기 딸이 억울하다. 불쌍하다. 그런 비슷한 일을 당했다. 이것 좀 봐 달라 그런 얘기를 하더라고요. 그래서 내가 차분하게 달랬습니다. 여기서 이러시지 말고, 나중에 전수조사팀에 오면 그때 말하라고 말이에요. 그리고 다시 돌려보냈습니다.”

오상진은 뻔뻔하게 거짓말을 내뱉었다. 그 말에 방대철 주임원사는 바로 고개를 끄덕였다.

“아, 그렇습니까. 괜히 시간 낭비했네.”

뒷말은 작게 중얼거렸다.

“네?”

오상진이 살짝 인상을 쓰며 물었다. 방대철 주임원사가 손을 흔들었다.

“아닙니다. 그냥 혼잣말이었습니다. 그리고 그 양반이 왔는데 혹시나 또 우리 4중대장님을 귀찮게 하지는 않는지 궁금해서 온 겁니다. 사실 그 양반 딸이 원래는 부사관이었습니다. 제가 딸처럼 생각하던 친구였어요. 그런데 오랜만에 왔다고 해서 다른 무슨 일이 있나 해서 물어보려고 온 것입니다.”

“아니, 그렇게 궁금하시면 직접 연락을 해보시든지요. 아니면 제가 전화번호라도 드릴까요?”

오상진의 휴대폰을 꺼내 연락처를 찾는 시늉을 했다. 방대철 주임원사가 바로 두 손을 가로저었다.

“아닙니다. 저도 연락처 가지고 있습니다.”

“그러세요.”

오상진은 들고 있던 휴대폰을 다시 책상 위에 내렸다. 방대철 주임원사가 자리에서 일어났다.

“아무튼 잘 알겠습니다. 그럼 저는 이만 가 보겠습니다.”

그가 자리에서 일어났다. 몸을 돌려 중대장실을 나가는 방대철 주임원사의 표정이 한결 풀어져 있었다. 그런 방대철 주임원사를 보면서 코웃음을 쳤다.

‘어디 언제까지 그렇게 웃을 수 있는지 봅시다.’

중대장실을 나선 방대철 주임원사는 복도를 걸어가다가 때마침 행정실에서 나온 김진수 1소대장을 만났다. 순간 방대철 주임원사의 표정이 와락 일그러졌다.

“하필 지금······.”

그렇게 중얼거리다가 김진수 1소대장과 만났다.

“중대장님은 만났습니까.”

“네. 방금 만나고 나오는 길입니다.”

“네. 그럼······.”

김진수 1소대장이 그를 스쳐 지나가려고 했다. 방대철 주임원사가 바로 불렀다.

“김 중위님.”

“네?”

“지난번은 미안했습니다.”

“아, 네에······.”

“나 지금 사과한 겁니다.”

“네?”

“중대장님께 말씀 잘하라는 말입니다.”

김진수 1소대장은 순간 어이가 없었다. 이게 사과인지 아니면 그냥 마지못해서 억지로 하는 것인지 말이다. 물론 아마 후자일 것이다. 그럼에도 김진수 1소대장은 더 이상 따지지 않았다. 이런 사람과 얘기를 해봤자 피곤할 뿐이었다.

“아, 예에.”

김진수 1소대장의 대답을 듣고 방대철 주임원사가 먼저 걸어갔다. 그 모습을 보며 속으로 중얼거렸다.

‘똥이 더러워서 피하지······.’

그런데 걸어가던 방대철 주임원사가 걸음을 멈추더니 다시 몸을 돌려 김진수 1소대장에게 왔다.

“1소대장님 혹시 말입니다. 어제 최대성 씨가 물건 같은 것을 들고 온 거 없습니까?”

방대철 주임원사는 김진수 1소대장에게 떠보듯이 물었다. 그런데 김진수 1소대장은 최대성이 왔다 간 것을 몰랐다.

“최대성 씨가 누굽니까?”

“몰라요? 못 봤습니까?”

“그러니까요. 누굽니까? 외부인입니까?”

“어어, 아니요. 아닙니다. 일 보세요.”

방대철 주임원사가 바로 몸을 돌려 가던 길을 갔다. 그러면서 입가로 씨익 웃어 보였다.

‘4중대장만 만나러 왔다가 된통 까였단 이 말이지. 그 양반 예전부터 생각 없는 것은 똑같네.’

방대철 주임원사는 4중대를 가벼운 발걸음으로 걸어갔다. 주차장으로 향하던 그가 우뚝 멈췄다.

“맞다. 김태호 이 녀석 안 되겠네.”

주차장으로 향하던 발걸음을 돌려 김태호 상사가 있는 사무실로 향했다.

그 시각 김태호 상사는 혼자 사무실에 앉아 커피를 마시고 있었다. 그때 문을 벌컥 여는 인물이 있었다. 바로 방대철 주임원사였다.

“주임원사님이 여긴 무슨 일입니까?”

김태호 상사는 반갑지 않은 사람이지만 그럼에도 따듯한 미소로 반겼다. 방대철 주임원사는 인상을 쓰며 김태호 상사를 꼬나봤다.

“야! 김 상사.”

“네.”

“너 아직도 그러고 사냐?”

“뭐가 말입니까?”

“어제 최대성이 왔다면서.”

“······.”

“내가 방금 중대장에게 물어보고 왔으니까, 헛소리하지 말고.”

“네. 무슨 일입니까?”

“너희 중대장이 그러던데. 최대성이 막무가내로 찾아왔다고. 유 하사에 대해 얘기를 듣고 찾아왔다고 말이야. 맞아?”

방대철 주임원사가 눈을 부라리며 물었다.

“아, 그게······. 제가 술 먹고 실수 좀 했습니다.”

“뭐?”

“아니 최 하사 남편하고 아직도 연락하고 가끔 술 먹고 지냅니다.”

“너는 새끼야! 아무리 그래도 그렇지. 부대 밖에서 사람을 함부로 만나고 다니면 어떻게 해. 너는 짬을 똥구녕으로 처먹냐!”

“죄송합니다. 저도 푸념할 사람도 없고 말이죠. 그냥 만나서 윤 소위 얘기를 한 것입니다. 윤 소위가 사라져서 맘 편하다 그런 얘기를 한 것인데······. 어쩌다 보니 유 하사 얘기가 나온 겁니다.”

“그 얘기가 그 얘기지. 그래서! 딴 얘기는 안 했고?”

“딴 얘기할 것이 뭐가 있습니까. 그냥 우리 중대장님 좋으신 분이다. 지금 근무하기는 편하다. 그런 얘기만 했습니다.”

그 얘기를 듣자 방대철 주임원사는 퍼즐이 맞춰지는 기분이었다.

“너 인마. 입조심 해. 쓸데없이 입 놀리다가 제 명에 못 산다.”

“네. 알겠습니다.”

방대철 주임원사는 인상을 쓰며 몸을 홱 돌렸다.

“주임원사님 여기까지 오셨는데 커피 한 잔은 하고 가시죠.”

“필요 없어!”

그렇게 소리를 지르고는 사라졌다. 그 순간 김태호 상사의 입에 미소가 걸렸다. 만약에 앞서 유선영 하사 건을 오상진이 어떻게 처리했는지 몰랐다면 진짜로 오상진이 이 일에 발을 뺄 것처럼 느껴져 당황했을 것이다.

하지만 오상진이 어떻게 일 처리를 하고 있는지 잘 아는 김태호 상사가 중얼거렸다.

“우리 중대장님. 아카데미 주연상급 연기를 펼치고 계시는구만. 내가 또 장단을 맞춰줘야지.”

김태호 상사가 씨익 웃으며 휴대폰을 꺼내 최대성에게 전화를 걸었다.

“네, 아버님 잘 지내셨죠.”

-어, 김 상사. 그래요.

“혹시 말입니다. 주임원사라든지 우리 부대 사람이 찾아갈 수 있습니다.”

-네네.

“누가 찾아가든지 중대장님과 별일 없었던 것처럼 행동해 주십시오.”

-네?

“사실 중대장님께서 따로 일 처리를 하시는데 부대가 알면 안 됩니다. 그래서······.”

-아아, 무슨 말인지 알겠어요.

“절대로 내색하지 마시고. 절대 이상한 말씀 하시면 안 됩니다. 무조건 부대 협조를 거절하십시오.”

-그래요. 알겠어요.

“네. 그럼 아버님 나중에 따로 인사드리러 가겠습니다.”

-알겠어요.

김태호 상사가 전화를 끊었다. 이렇듯 입단속을 따로 시켰다.

“자, 우리 방대철 씨 어디 그 잘난 얼굴! 얼마나 일그러지는지 지켜봅시다.”

김태호 상사는 중얼거리고는 다시 자리에 앉았다. 그리고 커피를 마저 마셨다.

“커피 맛 좋다.”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