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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생 리셋 오 소위-964화 (964/1,018)

< 05. 바로잡아야 합니다(28) >

인생 리셋 오 소위! 2부 294화

05. 바로잡아야 합니다(28)

“대한민국 군대 많이 좋아졌다고 누가 그러는 거야! 아직도 이 모양 이 꼴인데······.”

임규태 헌병대대장이 혀를 쯧쯧 차며 다이어리를 도로 상자 속에 넣고 닫았다. 자신의 책상으로 돌아온 그는 전화기를 들어 황인태 대위를 호출했다.

“나다. 조 상사와 함께 내 방으로 와.”

다시 전화기를 내려놓고 얼마 후 두 사람이 임규태 헌병대대장실로 왔다.

“충성. 부르셨습니까.”

“그래. 앉지.”

두 사람이 자리에 앉았다. 임규태 헌병대대장도 상석에 앉았다.

“두 사람 요새 하는 것 없지?”

“네, 딱히 맡은 것은 없습니다.”

“잘됐네. 그럼 이거 가져가서 살펴봐.”

임규태 헌병대대장이 상자를 내밀었다. 황인태 대위가 그것을 받고 물었다.

“이게 뭡니까?”

“17보병 연대 거야.”

“네? 혹시 3대대 겁니까?”

“맞아. 거기야.”

“하아, 거기는 뭔가 있을 줄 알았습니다.”

황인태 대위는 확신을 가지고 말했다. 조현철 상사도 동조했다.

“네. 저도 같습니다. 예전에 제가 조사를 해봤는데 파도파도 계속 나오는 겁니다.”

황인태 대위가 상자를 조현철 상사에게 밀며 물었다.

“대대장님 무슨 건입니까?”

“이번에 전수조사하기로 했잖아.”

“그럼 혹시 성폭력······.”

“맞아. 솔직히 말하면 오 대위가 가지고 왔어.”

“오상진 대위 말입니까?”

“그래. 이게 3년 전에 일어난 사건이야. 그때 조사가 흐지부지되며 묻었나 봐. 그런데 이번에 전수조사하잖아. 거기에 맡길까 하다가 또 부대에서 알면 시끄러워지고 은폐할 수 있으니까.”

“그래서 저희에게 맡기는 겁니까?”

“맞아! 그런데 그 당사자가 3대대 `야.”

“주임원사 말입니까?”

“그래.”

“이야. 그 양반 뭐 하나 걸릴 줄 알았는데. 이렇게 걸립니다.”

“아무튼 이거 대외비로 하고 두 사람이 알아서 조사해 봐.”

“네. 알겠습니다.”

“특히 최 소령에게는 입도 뻥긋하지 말고 말이야.”

“과장님 말입니까?”

“맞아.”

최영도 소령은 홍민우 소령과 동기였다. 혹여 이 일이 새어 나갈지도 모르기 때문에 조심하라고 하는 것이었다.

“걱정 마십시오. 그보다 과장님 요새 조용하던데 말입니다.”

“그럼. 그때 시말서도 쓰고 잘하면 진급 역시 밀리게 생겼는데 조용히 지내야지.”

임규태 헌병대대장이 당연하다는 듯이 말했다. 황인태 대위가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럼 저희 가 보겠습니다.”

“그래. 수고해.”

“넵, 충성.”

황인태 대위가 경례를 했고 조현철 상사가 상자를 들고 자신들의 사무실로 갔다.

그들은 상자를 열어 내용물을 확인했다.

“와, 쪽지랑 편지 보십시오. 인기가 엄청 많았나 봅니다.”

조현철 상사가 그 말을 하며 증거들을 분류했다. 그러면서 황인태 대위에게 말했다.

“일단 제가 최윤희 씨에 대해서 알아보겠습니다.”

조현철 상사가 사무실을 나갔고, 황인태 대위는 제일 먼저 다이어리부터 확인을 했다.

“이건······ 일기네.”

그것을 펼쳐가며 하나씩 확인을 했다. 보면 볼수록 울컥울컥 치밀어 올랐다. 황인태 대위는 결국 중간쯤 보다가 다급하게 다이어리를 덮었다.

“어후, 시발 개잡놈들! 아니, 대한민국 군대에는 이런 새끼들밖에 없는 거야?”

황인태 대위가 소리쳤다. 그때 사무실로 들어온 박태진 중위가 깜짝 놀랐다.

“황 대위님······.”

“어? 어, 왔어.”

황인태 대위가 황급히 다이어리를 상자 안에 넣었다. 박태진 중위가 물었다.

“무슨 일 때문에 그러십니까?”

“아니야. 아무것도······.”

“방금 뭘 보신 겁니까?”

“아무것도 아니라니까. 자네 안 바빠? 나에게 신경 쓸 시간이 있어?”

“그건 아니지만······.”

“됐고! 자네 할 일이나 빨리해.”

박태진 중위는 입술을 삐죽거리며 사무실을 나갔다. 그때 저 멀리서 최영도 소령이 식사를 마쳤는지 이쑤시개를 입에 물고 걸어왔다.

“충성. 식사하셨습니까.”

박태진 중위가 어색하게 경례를 했다. 그날 이후 둘 사이가 조금 서먹해져 있었다.

“어, 박 중위도 식사했고.”

“네.”

“안에 별일은 없지?”

“네, 없습니다.”

예전 같았으면 황인태 대위가 뭘 하는지 대번에 일러바친 박태진 중위였다. 하지만 바로 전 헌병대 조사 건으로 인해 하마터면 모든 것을 뒤집어쓸 뻔했던 걸 생각하면 이제는 더 이상 최영도 소령에게 꼬리를 흔들지 않아도 될 것 같았다.

최영도 소령도 박태진 중위가 나서서 다 뒤집어써 주길 바랐다. 그런데 박태진 중위가 자기 살길 찾겠다고 한번 입을 놀리는 바람에 자신도 깨졌다. 그래서 그냥 인사만 주고받고 더 이상 신경을 쓰지 않는 상태였다.

최영도 소령이 사무실 문을 열고 들어갔다. 그러다가 힐끔 황인태 대위를 봤다. 그가 뭔가 열심히 보고 있었다. 하지만 별로 대수롭지 않게 고개를 홱 돌려 자신의 자리로 갔다.

황인태 대위 역시 그런 최영도 소령의 행동에 딱히 신경 쓰지 않았다. 그렇게 3년 전 최윤희 사건에 대한 은밀한 조사가 시작되었다.

다음 날 홍민우 소령은 송일중 중령의 호출을 받았다. 대대장실로 들어간 홍민우 소령은 이참에 서류 사인도 할 겸 결재서류를 들고 갔다.

“충성.”

“작전과장 왔나.”

“네.”

홍민우 소령이 손에 든 결재서류를 책상 위에 내렸다.

“으음······. 이건 뭔가?”

“이번에 휴가 신청을 한 내용입니다.”

“휴가? 누가 가는데?”

“1중대장입니다.”

“1중대장? 무슨 일 있데?”

송일중 중령이 볼펜을 들었다. 결재 사인란에 사인을 하며 물었다.

“네. 이번에 어머님이 칠순이라고 합니다.”

“아······.”

송일중 중령이 고개를 끄덕인 후 사인을 마무리했다. 결재서류를 덮어 홍민우 소령에게 건넸다. 그것을 받아서 옆에 꼈다. 볼펜을 내려놓은 송일중 중령이 홍민우 소령을 봤다.

“자네 이번에 국방부에서 내려온 공문을 봤지?”

“네, 자체 조사를 하라는 공문을 봤습니다.”

“그래. 지난번에 내가 알아보라고 했던 것은 어떻게 되었어?”

송일중 중령은 뉴스가 보도되고 곧바로 홍민우 소령을 불러서 지시를 내렸다. 대대 자체적으로 미리 조사를 지시한 상황이었다. 그렇다고 해서 전수조사를 미리 돕기 위해서 한 것은 아니었다. 따지고 보면 반대다. 전수조사를 실시했을 때 혹여 문제가 되는 것이 있나 확인하기 위함이었다.

“그렇지 않아도 제가 작전장교를 통해서 최근 10년간 사안들을 다 들여다봤습니다. 저희 대대에서의 사안은 총 19건으로 조사가 되었습니다.”

“뭐? 19건? 뭐가 그리 많아.”

송일중 중령이 이곳 대대에 부임한 지는 2년이 조금 지났다. 원래는 보통 대대장의 임기는 2년이다. 그런데 진급 때문에 조금 더 이곳에서 버티고 있었다.

“10년 전 것까지 조사를 한 이유는 어디서부터 어디까지 전수조사를 하려고 하는지 몰라서 그랬습니다. 원래 전임 대대장님들이 있을 때 일어난 일이라고 해도 모른 척할 수 없었습니다.”

홍민우 소령의 말에 송일중 중령이 이맛살을 찌푸렸다. 자신이 전임 대대장의 뒤치다꺼리를 해야 한다는 말에 짜증이 난 것이다.

“전임 대대장 건은 빼고 내 임기 중에 일어난 일은 몇 건이야?”

“대대장님 중에서 다 해서 4건입니다.”

“뭐? 4건? 뭐가 그리 많아!”

“그렇지만 4건 중 3건은 이미 해결이 되었습니다.”

“해결이 되었어? 어떤 건이야?”

“윤태민 소위 건입니다.”

“아······. 그 빌어먹을 자식······. 그보다 그 녀석의 재판 결과는 어떻게 나왔어?”

송일중 중령이 갑자기 윤태민 소위가 떠올랐다. 재판을 받고 있다는 소식만 들었지만 그 결과는 어떻게 되었는지 듣지를 못했다.

“현재 재판은 진행 중이고 구속 수감으로 될 가능성이 높은 것 같습니다.”

“그래? 몇 년 정도?”

“4년 정도 나올 것 같습니다.”

“4년? 아마도 이의신청하겠지?”

“그럴 것 같습니다.”

“그놈의 자식······. 그래도 형량은 낮게 받았네. 외할아버지 덕분이겠지?”

“그건 아닙니다. 그분께서는 이미 손을 뗐습니다. 다만 변호사만 지원해 준 것으로 압니다.”

“그게 그거지······. 어쨌든 형은 피할 수 없다는 거네?”

“네. 그렇습니다.”

“알았어. 나머지 한 건은?”

“나머지 한 건은 자체 조사결과 무혐의로 처리가 되었습니다.”

“무혐의? 누군데?”

“박지영 중사라고······. 당시에는 하사였습니다.”

“그래? 당사자는 누군데?”

“그게 주임원사입니다.”

“주임원사? 그 양반은 참······. 낄 데 안 낄 데 다 끼고 있어. 그래서 어떻게 된 일인데?”

“박지영 중사, 회식 때 주임원사가 술이 과했는지 실수로 허벅지 안쪽을 더듬었던 모양입니다. 그런데 그게 박지영 중사가 그 일을 가지고 신고를 한 것 같은데 주임원사하고 잘 풀었던 것 같습니다.”

“정말이야? 설마 계급으로 찍어 누른 거 아니야?”

“그것까지는 잘 모르겠습니다.”

“일단 그 사건 좀 더 파 봐. 내 임기 중에 일어난 일이야. 내가 엿 될 수 있는 일이란 말이야. 알겠어!”

“네, 알겠습니다.”

“그리고 또? 그 외 문제가 될 만한 것은?”

“제가 좀 더 알아보긴 했는데 다른 건들은 어느 정도 자료가 있었습니다. 그런데 최윤희 하사 건이 좀 애매합니다.”

“최윤희 하사? 그가 누군데? 내 기억에 없는 사람인데.”

“네. 대대장님 부임하기 직전에 터진 사건입니다.”

“내가 부임하기 전에 터진 사건이라고?”

“네. 대대장님.”

“만약 내가 부임하기 전에 일어난 사건이라고 해도 내게 문제가 될 것 같아?”

송일중 대대장이 물었다. 홍민우 소령이 잠깐 생각을 하고는 입을 열었다.

“그건 좀 따져봐야 할 것 같습니다. 아무리 대대장님께서 부임하기 전에 일어난 일이라고 해도 그 건에 대해서 보고는 받으셨을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보고를 받아?”

송일중 중령이 고개를 갸웃거렸다. 부임 초기에는 대대 일을 파악하기 위해 힘을 쓰던 기간이었다. 그래서 이런저런 보고서들이 잔뜩 올라왔었다. 아마도 그런 보고서들 사이에 있었던 모양이었다.

“최윤희 하사가 그 사건 이후로 군 전역을 했습니다. 그때 이후로 좀 소란스러웠던 기억이 있습니다.”

“아, 환장하겠네. 그래서 최윤희 하사 건은 또 누군데?”

“그 건도 주임원사입니다.”

송일중 중령의 눈이 부릅떠졌다.

“주임원사 미친 거 아니야? 나잇살 처먹은 양반이 그 뭔 딸 같은 부사관에 손을 대고······. 정말 답이 없네. 답이 없어.”

송일중 중령이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일단 알았고. 자네는 그 두 건에 대해서 좀 더 조사를 해와. 어떻게 사건이 끝냈는지에 대해서 말이야.”

“알겠습니다.”

홍민우 소령이 경례를 하고 대대장실을 나왔다. 작전실로 들어가니 홍민우 소령의 오른팔 격인 이재식 대위가 조심스럽게 물었다.

“과장님, 대대장님께서 뭐라고 하십니까?”

“뭘 뭐라고 해. 자신의 진급에 문제가 생기지 않을까, 전전긍긍하고 있지.”

“그런데 과장님.”

“응?”

“대대장님 육본 사실상 물 건너갔다고 봐야 하지 않습니까?”

“어허. 이 사람 그 입방정!”

이재식 대위가 바로 손으로 자신의 입을 막았다. 홍민우 소령이 주위를 바로 살핀 후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

“대대장님 귀에 들어가면 어쩌려고 그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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