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05. 바로잡아야 합니다(22) >
인생 리셋 오 소위! 2부 288화
05. 바로잡아야 합니다(22)
“네. 안 그래도 뉴스 봤습니다. 아무래도 그 일 때문이라도 체육대회는 더 미루어질 것 같습니다.”
“그렇죠. 아, 행보관님. 방금 전에 유선영 하사가 절 찾아왔습니다.”
“그러십니까? 뭐라고 합니까?”
김태호 상사는 예상했다는 듯 고개를 작게 끄덕였다. 오상진은 유선영 하사에게 들었던 대로 말했다.
“최윤희 하사 아버지에게 전화를 받았다고 저에게 상담을 요청했는데. 듣기론 행보관님께서 잘 아신다고 해서 어떻게 된 일인지 물어보려고 불렀습니다.”
“아, 그러십니까. 그전에 죄송한 말씀을 먼저 드리겠습니다. 이렇게 일을 키울 생각은 없었는데······. 제가 최윤희 하사 남편하고 좀 친합니다. 아니, 많이 친합니다. 가끔 술도 먹고 있고요. 그런 과정에서 유선영 하사 얘기를 슬쩍 흘렸습니다. 아마도 그것 때문에 최윤희 하사 아버님이 유 하사에게 연락한 모양입니다.”
“괜찮으니 편하게 얘기해 주십시오. 최윤희 하사 일은 어떻게 된 것입니까?”
김태호 상사가 잠시 생각을 정리하더니 입을 열었다.
“한용수 그 친구부터 먼저 얘기하겠습니다.”
오상진이 고개를 끄덕였다. 김태호 상사의 말이 이어졌다.
“한용수가 제일 처음 제 밑으로 임관을 했습니다. 게다가 이 지역 사람에 제 밑에서 군 생활을 하느라 좀 고생을 많이 했습니다. 저도 열정적일 때였고 말이죠. 그 친구 나름 일도 참 열심히 했습니다.”
“아, 그렇습니까.”
“네. 그 당시 한 중사에게 여자 친구가 있었습니다. 그 여자 친구에게 부대에서 같이 일하고 싶은 마음에 여자 부사관을 추천했습니다. 당시에 여자 친구도 군인에 대한 생각이 좀 있어나 봅니다. 그래서 여자 부사관에 지원을 했죠.”
“그럼 그 여자 친구분이······.”
“맞습니다. 최윤희 하사입니다. 처음에 여자 부사관에 지원하기 전에 저를 먼저 봤습니다. 그래서 저는 알고 있었죠.”
“그래요? 그런데 아무리 지원을 하더라도 같은 부대에서 근무하는 것은 어려울 텐데요.”
“진짜 운이 좋았죠. 이곳에서도 티오가 있었고, 첫 근무지를 이곳에서 하고 싶다고 적었고요. 그래서 훈련소를 거쳐서 다행히 이곳에 올 수 있었습니다.”
“아, 그렇군요.”
오상진이 고개를 끄덕였다.
“아무튼 아까 말을 계속 이어서 하면 두 사람이 갑자기 비밀로 하고 싶다는 겁니다. 제가 그랬거든요. 괜히 비밀로 하면 이리저리 시달릴 수 있다. 알지 않나. 아직 군대에서 여자 부사관은 그다지 대우를 받지 못하는 곳이라는 걸. 그런데 한 중사가 그렇게 얘기를 하는 겁니다. 다른 부사관 얘기를 하면서 연애 사실을 공개하면서 문제는 없었다고. 그런데 여자 부사관이 장교들 사이에서 따돌림을 당했다고 합니다.”
“따돌림을 당해요?”
“네네. 아무래도 좀 임관한 지 얼마 되지 않은 부사관이 장교를 꼬셔서 팔자 펴려고 한다는 인식이라는 소문이 나서 고생을 했답니다. 문제는 그러다가 헤어졌습니다. 그 결과 여자 부사관이 견디지 못하고 전출을 간 후 임기만 채우고 군복을 벗었다고 합니다. 한 중사는 그런 것을 봐왔기에 괜히 공개적으로 했다가 최 하사가 구설수에 오르는 것이 염려가 되었던 모양입니다.”
“으음······.”
“그런데 문제는 최윤희 하사가 정말 예쁘장하게 생겼습니다. 물론 오자마자 인기가 참 많았습니다. 게다가 남자친구가 있고, 곧 결혼을 할 것 같다고 말을 했습니다. 그렇게 선을 지켰는데 부대라는 것이 말처럼 쉽지 않지 않습니까. 골키퍼 있다고 골 안 들어가겠냐며 막무가내로 들이대는 사람들이 많았고 최윤희 하사가 많이 힘들어했습니다. 한 중사가 뒤늦게 공개를 하고 나설 수도 없어서 제가 커버를 쳐주고 그랬는데······.”
김태호 상사는 얘기를 하면서 점점 표정이 어두워졌다.
“하루는 좀······ 문제가 생겼습니다. 몇몇 짬이 되는 노총각 부사관이 있었습니다. 그 부사관이 최윤희 하사를 마음에 들어 했는데, 술자리에 불러서 과하게 치근덕거렸습니다. 그때 최 하사가 저에게 전화를 했습니다. 그래서 갔더니 아주 가관이었습니다. 남자 4명이 최 하사 잡아먹으려고 억지로 술도 먹이고 난리도 아니었습니다. 그러다가 제가 나타나니 완전 똥 씹은 표정이 되어버리더라 말입니다.”
“아이고 아직도 그랬습니까?”
“네. 그러다가 최 하사를 집에 데려다주면서 이대로 안 되겠다 싶어 팁을 줬습니다. 그때 당시 저도 미운털이 박힌 실정이라 제대로 힘을 쓰지 못한 상황에서 그래도 주임원사님의 말에는 껌뻑 죽거든요. 그래서 그분께 찾아가 봐라. 도움을 청해봐라. 그렇게 조언을 해줬습니다.”
“주임원사면······.”
“네. 현재 대대에 있는 방대철 주임원사입니다. ······하지만 그것이 저의 치명적인 실수였습니다.”
김태호 상사는 주먹을 불끈 쥐었다.
“최 하사가 알았다고 하고 그다음 날 대대 방대철 주임원사를 만났습니다. 그 이후 어떻게 얘기가 잘 풀렸는지 방대철 주임원사 뜬금없이 그런 말을 했습니다. 내가 며느릿감으로 점찍어 놨으니 최 하사를 건드리면 가만두지 않겠다고 말입니다. 저는 그 말이 좀 웃겼지만 좋은 뜻으로 해준 말이라 생각했습니다. 그런데 정말 며느릿감으로 삼겠다고 난리를 피웠던 것이죠.”
“아이고······.”
“주임원사 취직 못 한 아들 하나 있는 거 아시죠?”
“거기까지는 저도 잘 모릅니다.”
“아들이 하나 있는데 외모가 영 아닙니다. 부대에 한번 데리고 온 적이 있습니다. 오죽하면 주임원사가 부사관 지원을 하라고 했다가 제가 잠깐 부사관 지원에 대해 상담을 해주겠다고 만나봤는데 말입니다. 의욕도 없고, 딱히 할 생각도 없어 보였습니다. 무엇보다 예의도 없었습니다. 그래서 대충 설명만 해주고 말았습니다.”
“그렇습니까?”
“그런데 주임원사가 더 난리를 피우는 겁니다. 진짜 저는 그렇게까지 난리를 피울지는 생각도 못 했습니다. 그러나 최 하사 입장에서는 다른 부사관들에게 시달리느니 주임원사에게 시달리는 것이 낫다고 생각한 모양입니다. 그러던 중 주임원사가 계속해서 자신의 아들 한번 만나보라고 해서 한두 번 정도 같이 밥도 먹고 했다는데······.”
“네, 그래서요?”
“더는 안 될 것 같아서 주임원사에게 얘기를 했답니다. 더는 안 되겠다며, 자신은 남자 친구도 있어서 죄를 짓는 것 같다고 말이죠. 그런데 주임원사가 대뜸 화를 냈다고 합니다. 자기가 이렇게 신경을 써줬는데 마음 심보를 그렇게밖에 못 쓰냐며 말입니다. 이에 최 하사는 울면서 어떻게 해야 하냐며 저에게 하소연도 하고, 어떻게든 주임원사 마음을 돌려보려고 노력도 했습니다. 그러다가 어쩔 수 없이 술자리를 가지게 되었다고 합니다.”
“술자리?”
오상진은 술자리라는 말에 뭔가 느낌이 팍 왔다.
“설마 술자리에서 무슨 일이 있었던 겁니까?”
오상진의 물음에 김태호 상사가 고개를 끄덕였다.
“네. 주임원사는 아니라고 딱 잡아떼는데······. 추행이 있었던 것 같습니다.”
“추행 말입니까? 주임원사가 추행을 말입니까?”
“네. 물증은 없고 최 하사 얘기만 있을 뿐이었습니다. 그렇다고 그 당시 크게 문제가 되었던 것은 아닙니다. 아무튼 최 하사는 그때 이후로 큰 충격을 받아서 자살을 시도했습니다.”
“하아······.”
오상진은 크게 한숨을 내쉬었다. 김태호 상사의 말이 계속 이어졌다.
“최 하사가 출근을 하지 않아서 관사로 행보관이 찾아간 모양입니다. 문을 두드려도 대답도 없고, 결국 억지로 문을 따고 들어갔는데······. 약을 다량으로 복용하고 쓰러져 있는 최 하사를 발견했다고 합니다. 그 즉시 의무대로 연락해서 앰뷸런스가 왔습니다. 의무대에서 치료를 하고 난 후 별문제는 없었다고 하는데······.”
“하······.”
오상진은 이어지는 이야기에 한숨을 참을 수 없었다.
“당연히 주임원사 입장에서는 사건이 커지면 안 되겠다고 생각을 했겠죠. 그래서 최 하사가 큰 스트레스를 받아서 자살을 시도했다고 발표를 해버린 겁니다. 그 말에 상부에서는 쉬쉬하라고 했겠죠. 최 하사는 뒤늦게 억울하다고 항변을 했지만 누가 그 말을 듣겠습니까. 결국 주임원사를 비롯해 자신을 괴롭혔던 모든 부사관들을 고발을 해버렸습니다.”
김태호 상사가 인상을 찌푸리며 말을 이었다.
“그런데 주임원사가 또 보통 인맥이 있습니까. 그 사람들 다 구워삶아서는 오히려 역으로 최 하사가 여우짓을 하며 부사관들을 홀리고 다녔다는 식으로 몰아간 것입니다. 결국 한 중사도 뒤늦게 그 소식을 접하고 자신이 남자 친구라며 밝히며 수습을 하려고 했지만 아시지 않습니까. 부사관들 사이에 지휘체계가 확실한 것을 말입니다. 그러자 또 한 중사를 나쁜 놈으로 몰아가더라 말입니다.”
이야기가 이어질수록 두 사람의 표정이 어두워졌다.
“게다가 최 하사를 더욱 압박했습니다. 최 하사 너 때문에 한 중사가 앞으로 힘들어질 것이다. 부대에 확실하게 미운털이 박혔다느니······. 이대로 군복 벗게 될지도 모른다느니······. 이렇듯 엄청난 야유와 압박을 했던 것입니다. 그러니 어쩔 수 없이 최 하사는 모든 것에 미련을 버리고 군복을 벗었습니다.”
“그럼 그 사건은······.”
“네, 뭐 지금 자료가 남아 있을지도 모르겠고. 어떻게 처리되었는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냥 흐지부지 그 사건이 사라졌습니다. 아예 없던 일이 되어버렸습니다. 그렇게 최 하사 아버님이 주임원사님을 찾아가 따지고 그랬는데 증거가 있냐 발뺌하고 부대 시끄럽게 하지 말라며 쫓아내고 그랬습니다. 그렇다 보니 최 하사 아버님도 어쩔 수 없었던 것 같습니다. 최 하사도 충격이 컸던지 집에서도 자살시도를 했다고 하는데······.”
그 부분에서 김태호 상사는 잠깐 숨을 골랐다.
“죄송합니다. 아무튼 아버님이 일찍 발견해서 목숨을 부지했는데 아직 말을 하지 못한다고 합니다.”
“말을요? 실어증입니까?”
“네. 다른 문제는 아니고 심적인 문제라고 합니다. 얘기를 해도 다들 믿어주지 않고, 그런 것이 마음의 병이 되었나 봅니다. 그 이후로 입을 꾹 닫고 말을 하지 않는다고 합니다.”
“아······.”
오상진은 안타까운 얼굴이 되었다. 김태호 상사도 그것을 알기에 고개를 끄덕이며 계속 말을 이어갔다.
“한 중사도 이 모든 일이 자신 때문에 일어난 일이라고 생각하며 괴로워했습니다. 그 친구도 진짜 군 생활을 열심히 했던 친구였습니다. 전역하고 끝까지 최 하사를 책임지겠다며 결혼도 하고 이제는 어느 중소기업의 연구원으로 재직 중이라고 합니다.”
“아. 그렇습니까.”
“네. 그 친구가 제법 똑똑했거든요. 그리고 최 하사는 식당을 내서 요리를 하고요. 최 하사 아버님과 함께요.”
“아, 그렇습니까?”
“네. 최 하사 아버님이 전골집을 하고 계셨거든요. 거기서 같이 하는 것 같습니다.”
오상진이 고개를 끄덕였다.
“으음······. 최 하사는 어떻게 지내고 있습니까?”
“저도 얼굴 본 지 오래되었습니다. 지난번 한 중사 만나서 얘기를 해봤지만 크게 차도는 없는 것 같습니다. 그래도 이 얘기 저 얘기 하다가 제가 군대 많이 달라졌다. 우리 중대장님은 다른 분과 많이 다르다. 이런 식으로 좋게 말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