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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생 리셋 오 소위-956화 (956/1,018)

< 05. 바로잡아야 합니다(20) >

인생 리셋 오 소위! 2부 286화

05. 바로잡아야 합니다(20)

“그래. 그 영상을 가지고 다시 헌병대에 고발을 한 거지. 그 영상을 보고 헌병대에서 재조사에 들어가고 그 이후 윤태민은 아예 끝이 나버린 거야.”

“와, 김 상사님, 지금 4중대장 장난 아니네요. 그런데 김 상사님은 어떻게 아셨어요?”

“어······. 이거 비밀이다. 다른 사람에게 얘기하면 안 된다. 내가 부사관에게 슬쩍 물어봤거든. 그 부사관이 얘기를 해주더라고. 중대장님이 증거를 확보했으니 걱정하지 말라고 했다고 말이야.”

“오오······. 그렇게 증거를 확보해 놓고도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단 말이에요?”

“어, 우리 중대장님이 속이 깊어. 괜히 동기들 중에서 진급 1등이 아니야. 자네도 알다시피 내가 좀 그렇잖아. 육사 중에서 잘나간다고 하면 싸가지 없는 거.”

“그렇죠. 다들 자기 잘난 맛에 살고.”

“그래서 처음에 나도 우리 중대장님을 좀 의심했는데 아니더라고. 우리 중대장님 사람 좋고. 생각도 바르고, 부사관이라고 해서 무시하지도 않고.”

“정말요?”

“그렇다니까.”

“아쉽네요. 나 있을 때 그런 사람 좀 오지.”

“그러니까, 말이다.”

“아무튼 그 일 때문에 날라간 거예요?”

“어! 그 사건 하는데 솔직히······. 지금에 와서 이런 말 하는 것이 좀 웃긴데. 제수씨 생각나더라······.”

김태호 상사는 한용수의 눈치를 보며 얘기했다. 한용수가 씁쓸하게 웃었다.

“왜 그 얘기는 또 꺼내고 그래요.”

“미안하다. 내가 또······. 옷 벗을 각오로 나섰다면 어땠을까 싶기도 하고······.”

김태호 상사는 그때의 일을 떠올리며 맥주를 벌컥벌컥 마셨다.

“사장님 여기 500 하나 더요.”

“천천히 드세요.”

한용수가 말려봤지만 김태호 상사는 고개를 흔들었다.

“괜찮아요. 김 상사님도 할 만큼 했지 않습니까. 그리고 막말로 그때 당시 김 상사님이 뭔 힘이 있었겠어요. 이리저리 위에 눈칫밥만 먹고 있었는데······.”

“그래도 내가 한 번 더 지랄을 했으면 달라질 수도 있었겠지.”

“아이고 됐습니다. 됐어요. 우리 술이나 마셔요.”

“그건 그렇고 너 얘기 좀 해봐라.”

“저야 뭐. 아까도 말했지만 회사 다니면서 지내고 있죠.”

“너 말고 제수씨 말이야. 아직도······ 그래?”

한용수가 쓴 웃음을 지었다.

“네. 뭐······ 그렇죠.”

“병원에서는 뭐라고 그러고?”

“항상 똑같이 말해요. 심리적인 문제라고요. 말을 못 하는 것이 아니라 말을 안 하는 거라고요. 그래서 괜히 스트레스 주지 말라고요.”

“그 일 때문에 차일피일 애 갖는 것도 미루고 있는 거잖아.”

“뭐. 이러다가 안 되면 우리 둘이 사는 거죠.”

“그래도 인마 애가 있어야지. 그래야 제수씨도 희망을 갖고 살지.”

“김 상사님. 저 솔직히 다른 사람이 그런 소리를 하면 짜증이 나고 그래요. 형님께서 그런 얘기를 하시니 나도 답답하고 좀 그러네요.”

한용수는 계속해서 맥주만 들이켰다. 빈 맥주잔을 보며 김태호 상사가 할 수 있는 것은 잔을 채워주는 것 뿐이었다.

“사장님 여기 생맥주 주세요. 미안하다. 괜히 내가 얘기를 했나 보다.”

“아니에요. 김 상사님도 다 저 생각해서 하신 말씀인데요. 그건 그렇고 김 상사님은 형수님이랑 잘 지내요?”

“요새 좀 내가 살 만하잖아. 그랬더니 네 형수가 더 난리야.”

“왜요? 왜 형수가 난리일까요?”

“예전에는 내가 죽을 맛이었잖아. 집에 가면 항상 힘없고 슬픈 표정만 짓고 홀로 술을 마셨잖아. 그 모습을 보던 와이프가 안쓰러웠나 봐. 그래서 그러더라고 집에서 그러지 말고 밖에 나가서 사람 좀 만나라고. 그러다가 당신 정말 죽겠다고.”

“그런데요?”

“그래서 와이프 말 듣고 나갔지. 그 뒤로 내가 만날 술을 먹었잖아. 난 또 우리 와이프 말을 잘 듣거든. 계속 나가서 술을 먹었어. 그러더니 오히려 나보고 나가 죽으라고 말하더라고. 나참!”

김태호 상사는 이해하지 못하겠다는 듯 투덜거렸다. 한용수도 마찬가지였다.

“아니, 왜요? 형수님께서 왜 그렇게 말씀하셨대요?”

“내 말이! 집에서 술 마실 때는 청승맞다고 그러면서 밖에서 사람 좀 만나라고 그러더니. 이제와 사람 좀 만나고 그러는데 정신 못 차린다고 난리를 부리잖아. 그러면서 뭐라고 하는 줄 알아?”

“뭐라고 하셨는데요.”

“나참! 생각 좀 하고 살라고 그러더라. 도대체 내가 어느 장단에 맞춰야 하는지 모르겠다.”

김태호 상사는 한숨만 푹푹 쉬며 치킨을 뜯었다. 그러자 한용수가 씨익 웃었다.

“저는 무슨 뜻인지 알겠는데요.”

“뭐? 알아? 도대체 뭐냐?”

“그야 당연히 형수님 말은 술을 마시지 말라는 거죠.”

“아······. 그걸 내가 모르겠어? 우리가 어디 술로 스트레스를 푸는 것이 한두 번이야? 막말로 중대장님 한 분 잘 왔다고 군 생활이 편안하겠니? 위에서 작업 지시 내리는 것은 항상 똑같고! 만날 그것 때문에 스트레스받는 건 똑같은데. 그나마 중대장님하고 소대장들 하고 트러블은 없어. 그것 하나는 마음에 들지. 서로서로 잘 지내고 있고.”

“그래요? 다행이네요.”

“그러게나 말이다. 그런데 뭐 우리 중대장님. 천년만년 있는 것도 아니고. 그게 걱정이지. 또 이렇게 좋은 시절 보내다가 중대장님 가고 나면 나는 계속 있어야 하니까. 또 그 시설을 어떻게 버텨야 할지 고민이 된다. 그래서 요즘 너무 들뜨지 않으려고 한다.”

“아이, 김 상사님은 벌써부터 그 걱정을 하십니까. 자자, 술이나 마시자고요.”

한용수가 맥주잔을 들었고, 김태호 상사가 피식 웃으며 잔을 부딪쳤다.

한용수는 김태호 상사와 함께 늦게까지 술을 먹었다. 그리고 12시가 조금 넘은 시각 비틀비틀거리며 집에 들어갔다.

현관문을 열고 들어가자 거실에 아내인 최윤희가 서 있었다. 그녀는 걱정 어린 시선으로 남편인 한용수를 바라봤다.

“어? 우리 아내다. 미안해. 내가 좀 늦었지.”

“······.”

“김태호 상사님 알지?”

최윤희가 고개를 끄덕였다.

“그 분을 오랜만에 만났거든. 그런데 부대에서 재미난 일이 있었던 모양이야. 그 얘기를 듣느라 시간 가는 줄 몰랐어.”

[잘했어요.]

최윤희가 환하게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면서 현관 앞에서 계속 횡설수설하는 한용수를 데리고 거실 소파에 앉혔다. 그리고 한용수의 양말도 벗겨주고 옷도 벗겨주었다. 그러다가 한용수가 바로 최윤희를 끌어안고는 중얼거렸다.

“미안해, 윤희야. 미안해······. 내가 못난 놈이라 정말 미안해.”

그런 한용수를 최윤희는 등을 토닥토닥거렸다. 이런 일이 한두 번이 아니었기에 최윤희도 멋쩍게 미소만 지었다. 그러곤 한용수를 부축해 방으로 데리고 갔다. 억지로 침대에 눕히곤 그를 바라봤다. 한용수는 눈을 감은 상태로 계속해서 중얼거렸다.

“미안해. 윤희야. 미안······. 내가 못난 놈이야. 미안해.”

한용수가 중얼거리다가 어느 순간 코를 골며 잠이 들었다. 그런 한용수를 바라보던 최윤희가 부엌으로 갔다. 찬장을 열어 그 안에 있던 약통 하나를 꺼냈다. 약 한 알을 꺼내 바로 수돗물로 입 안에 넣고 삼켰다.

약통은 바로 수면제였다. 최윤희는 이 수면제가 없으면 잠을 못 잤다. 약통을 도로 넣어 두고 찬장을 닫았다. 부엌에서 나와 다시 안방으로 갔다. 창문을 통해 멍하니 밤하늘을 올려다보던 최윤희는 가만히 잠든 남편을 보다가 옆에 누웠다.

다음 날 거실에서는 한용수의 장인어른이 와 있었다.

“한 서방 언제까지 잘 거야.”

한용수는 장인어른의 목소리에 잠이 깼다.

“어후, 지금 몇 시예요?”

“이 사람이. 해가 중천에 떴어.”

“죄송합니다. 오랜만에 아는 사람과 술을 마셨더니······.”

“그나마 다행이지. 오늘 회사에 쉰다고 했다며.”

“네.”

“그런데 누굴 만났어?”

“아, 김태호 상사님이요.”

“어, 그 양반. 잘 지내고 있데?”

“네.”

“요즘은 잘 바빠서 잘 못 본다더니. 만났나 보네.”

“네. 오랜만에 만나서 별 얘기를 다 했습니다.”

“기분 좋았나 보네.”

“네, 아버님.”

“얼른 씻고 나와. 윤희가 북엇국 끓였어.”

“그래요? 안 그래도 되는데······.”

한용수가 일어나 화장실로 향했다. 대충 얼굴을 씻고 나와 부엌으로 가자 식탁에는 반찬과 함께 북엇국이 있었다.

“이야. 여보. 고마워.”

최윤희는 미소를 보이며 어서 앉으라고 손짓을 했다. 한용수가 자리에 앉았다. 북엇국을 한 수저 떠서 입에 넣었다. 시원한 것이 속이 금세 풀리는 기분이었다.

“와, 역시 우리 여보가 해주는 북엇국이 최고야.”

엄지손가락까지 올리며 좋아했다. 북엇국에 밥을 말아 먹던 한용수. 그런데 최윤희는 밥상만 차려놓고는 안방으로 갔다. 그 모습을 보던 장인어른 최대성이 한숨을 내쉬었다.

“아이고······. 저렇듯 차도가 없어서 어떻게 하나.”

“괜찮을 겁니다.”

한용수가 말했다. 최대성이 그런 한용수를 보며 말했다.

“미안하네. 자네에게······.”

“아버님. 무슨 그런 말씀을 하세요.”

“에효. 시간이 지나면 괜찮을 줄 알았지. 올해 들어서 증상이 좀 더 심해지는 것 같아.”

한용수도 밥을 먹다가 안방으로 시선이 갔다.

“그러게요. 죄송합니다, 아버님. 윤희는 저렇듯 힘들어하는데 남편이라는 사람이 밤새 술만 먹고 오고······.”

“에헤이. 그런 뜻으로 하는 말이 아니야. 무슨 말을 그렇게 하나. 그래도 자네가 윤희 옆에 있어 줘서 얼마나 다행인지 몰라. 그보다 정말 굿이라도 해야 하나?”

“굿이요?”

“아니, 누가 그러더라고. 마음에 한이 맺혀서 저러는 것이라고. 그 한이라도 풀어주면 괜찮아지려나 해서 말일세.”

그러고 있다가 한용수가 수저를 내려놓았다. 어제 김태호 상사랑 나눴던 얘기가 기억 난 것이다.

“저기 아버님.”

“응?”

“어제 김 상사님과 만나서 얘기를 들었어요.”

“얘기? 무슨 얘기?”

“그게 말입니다.”

한용수는 슬쩍 안방에 있는 최윤희의 살피고는 조용히 얘기를 했다. 한용수는 조곤조곤 윤태민의 대한 얘기를 해줬다. 최대성의 눈이 크게 떠졌다.

“뭐? 새로 온 중대장이 일을 그렇게 처리했다는 거야?”

“네네. 얘기를 들어보니 아예 라인이 다른 사람이더라고요.”

“그래?”

“네. 현재 대대장 쪽 라인 말고 라이벌 쪽인 것 같다고 하더라고요.”

“음······.”

최대성이 신음을 흘렸다. 한용수는 계속해서 이야기를 늘어놓았다.

“처음에 견제도 엄청 받고 그랬대요. 그런데도 그런 것에 전혀 신경도 쓰지 않고 대쪽같이 일을 처리한다고 그러더라고요.”

“오호. 그래? 모처럼 제대로 된 중대장이 왔네.”

“저도 같은 생각입니다.”

한용수가 고개를 끄덕이고는 다시 한 번 슬쩍 최윤희가 있는 안방을 보고는 최대성에게 말했다.

“그래서 아버님. 시간이 좀 지났지만 중대장님을 제가 한번 만나보고 얘기를 해볼까요?”

그랬더니 최대성이 이맛살을 찌푸렸다. 그러곤 고개를 가로저었다.

“에효. 아니야. 됐네. 그 일이 그렇게 쉽게 풀렸으면 진즉에 풀렸지. 자네도 알지 않나. 군대가 얼마나 폐쇄적인지.”

“알죠. 설마 제가 그걸 모르겠습니까. 그런데 김 상사님 말이 반대쪽에서 넘어왔다고 하니까. 혹시 또 모르지 않습니까. 윤희를 좀 파헤쳐 줄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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