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05. 바로잡아야 합니다(17) >
인생 리셋 오 소위! 2부 283화
05. 바로잡아야 합니다(17)
“했어요. 내가 만날 노는 줄만 아시나.”
“으구, 그래. 네가 만날 공부만 했으면 아직까지 취직도 못 하고 그러고 있겠냐.”
“아, 진짜······. 아빠. 내가 그래도 대대 주임원사 아들인데 중소기업에 들어갔으면 좋겠어요? 내가 대기업에 딱 붙어야 아빠도 어깨에 힘 좀 넣고. 그러시는 거 아니에요?”
“에라이, 이놈아. 말은 참 잘해. 취업 준비를 벌써 3년째다. 그런데 아직도 깜깜무소식이야? 그러면 중소기업이라도 알아봐야지.”
그러자 바로 김순자가 나섰다.
“이 양반이! 아니, 무슨 애 기를 죽이고 그래. 당신이나 잘해. 당신이나. 집에 좀 일찍 들어오고.”
“으구. 이놈의 집구석······.”
방대철이 인상을 썼다. 그러다가 아들 방철수를 보며 말했다.
“너 인마. 가서 신문 좀 가져와.”
“신문요?”
방철수가 심드렁하게 말을 하며 자리에서 일어났다. 김순자는 그런 아들을 보다가 방대철 주임원사에게 말했다.
“밥 다 먹고 보면 되지. 무슨 신문이야.”
“거참, 여편네가 진짜······.”
방대철 주임원사가 노려보자 김순자가 방철수를 툭 건드렸다.
“네 아버지 신문 좀 갖다 드려라.”
“알았어요.”
방철수가 신문을 식탁으로 가져왔다. 그러면서 신문을 곁눈질로 보다 깜짝 놀랐다.
“어? 아버지.”
“왜?”
“군대 성폭력과 관련해서 전수조사를 한다고 하네요.”
“뭐라고?”
방대철 주임원사가 곧바로 신문을 낚아챘다. 그리고 신문 기사 1면에 최익현 의원과 박찬중 국방부 장관이 대화하는 장면이 찍혀 있다.
그 사진과 함께 박찬중 국방부 장관 군 내부 성폭력과의 전쟁 선언. 이런 식으로 대문짝만하게 찍혀 있다.
“이건 또 뭔 소리야?”
방대철 주임원사가 이맛살을 찌푸리며 수저를 내려놓고 기사를 살폈다.
뭔가 심각한 일이 일어났나 싶었지만 기사 내용은 군대에서 보여주기식 전수조사를 한다는 내용이었다. 방대철 주임원사가 다시 수저를 들었다.
“난 또 뭐라고······.”
신문을 한쪽에 내려놨다. 그러자 김순자가 입을 열었다.
“왜? 별일 아니야?”
“아니야. 신경 쓰지 말고 밥이나 먹어.”
“그래놓고 나중에 또 별일이 생기는 거 아니야?”
“허, 거 참! 내가 군 생활 몇 년인데. 딱 보면 몰라? 이거 그냥 보여주기 식으로 하는 거야.”
“나도 어제 뉴스를 봤는데 최익현 의원이 적극적으로 요구를 했다고 하던데.”
“최익현 의원 그 양반. 지금 대통령 대선 후보 나가려고 눈이 돌았잖아. 그러니까 뭐라도 하고 싶고 국방 위원회다 보니 이리저리 찔러 보는 거지. 당신은 잘 알지도 못하면서 아는 척하고 그래.”
“내가 아는 척을 했어? 뉴스에 나와서 하는 소리지.”
“그러니까. 그냥 아무 말도 하지 마.”
“이 양반은 내가 아무것도 모르는 무식쟁이인 줄 아나. 나도 이 양반아. 대학물 먹은 사람이야.”
“어이쿠야. 대학물 먹어서 좋겠다. 그보다 당신은 군대에 대해서 얼마나 알아.”
“내가 당신 뒷바라지만 몇십 년이야. 아무리 집에만 있는 여자지만 나도 어느 정도 군 돌아가는 것은 다 알고 있다고.”
“네네. 어련하시겠어요.”
방대철 주임원사는 그런 김순자를 무시했지만 실상은 아니었다. 주임원사의 아내인 만큼 이리저리 군대 정보가 들어온다. 그것도 그 밑에 있는 부사관 아내들에게서 말이다.
“내가 당신 뒷바라지 하느라 얼마나 고생을 했는데. 나도 나름 짬이 있다고.”
“어련하시겠어.”
“어쨌든 위험한 것은 아니라는 거지?”
“에헤이. 이 사람 진짜······. 아니야. 위험한 거. 그냥 통상적으로 하는 연례행사야. 그리고 당신이 몰라서 하는 말인데. 우리 박찬중 국방부 장관님. 내가 예전에 먼발치에서 모시는 분이야. 이 양반 이런 일 절대 안 해. 조용조용히 임기 채워서 국회의원에 진출을 꿈꾸고 있는 분이야. 절대 이런 일로 시끄럽게 만들 분이 아니라고.”
방대철 주임원사는 확신을 가지며 말했다. 김순자가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다면 다행이고. 아무튼 무슨 일 생기면 바로바로 나에게 말해.”
“이 사람이 진짜······. 밥 좀 먹자. 밥 좀!”
“누가 먹지 말래.”
“당신이 자꾸 쓸데없는 걸로 말 시키니까. 그렇지.”
“······.”
김순자는 괜히 인상을 쓰고는 밥을 먹었다. 방대철 주임원사가 국을 떠먹다가 생각이 났는지 물었다.
“영희는 어디갔어?”
“영희? 방에 있나?”
김순자가 옆의 아들을 툭 쳤다.
“철수 네가 가서 영희 좀 깨워라.”
“에이씨. 엄마가 깨워요. 저 밥 먹잖아요. 그리고 나보고 자기 방에 들어오지 말라고 했단 말이에요. 얼마나 지랄 맞은데······.”
“어서 가서 깨워라.”
김순자가 다시 한번 말하자 방철수가 자리에서 일어났다.
“아이씨. 자꾸 왜 나만 가지고 그래.”
방철수가 인상을 쓰고는 방영희 방으로 갔다. 방 문을 쾅쾅 두드리며 말했다.
“야! 야! 일어나. 엄마가 밥 먹으래.”
“······.”
방영희 방은 조용했다. 방철수가 다시 문을 두드렸다.
“야, 방영희. 빨리 나와. 밥 먹어!”
“······.”
몇 번을 불러도 안에서 답이 없었다.
“뭐야. 이 기집애 또 이어폰 꽂고 잠들었나.”
방철수가 인상을 쓰며 문을 열었다. 그런데 방이 싸늘했다.
“어라? 없네.”
침대 위에도 책상에도 방영희는 없었다.
“엄마. 영희 이 기집애 없는데.”
“뭐? 없어?”
김순자가 후다닥 방영희 방으로 갔다. 침대도 그대로 책상 위도 어제 그대로였다. 김순자의 얼굴이 와락 일그러졌다.
“뭐야. 이 기집애가 진짜······.”
김순자의 얼굴이 와락 일그러졌다. 식탁에 앉아 그 모습을 보던 방대철 주임원사가 혀를 찼다.
“쯧쯧쯧, 잘한다. 잘해. 집안 꼴 참 잘 돌아간다. 집에 있는 여편네가 딸자식이 집에 들어왔는지도 모르고······. 참 잘한다. 잘해.”
“아니. 어제 친구랑 논다고 해서······. 집에는 들어올 줄 알았지.”
“어후. 너는 집에 있으면서 하는 일이 뭐야.”
“나는 뭐 놀아? 이것저것 챙길 것이 얼마나 많은데.”
“됐고. 얼른 전화해 봐.”
방대철 주임원사의 말에 김순자가 바로 휴대폰을 꺼내 들었다. 그런데 아무리 전화를 걸어도 받지를 않았다.
“안 받아?”
“안 받네.”
“이놈의 가스나 도대체 어디서 뭘하는 거야.”
김순자는 괜히 와서는 입을 열었다.
“그냥 냅둬요. 영희도 이제 대학생인데 밤새 과제하다 보니 늦어서 친구 집에서 잤겠죠.”
“뭐? 과제? 그 기집애가?”
방대철 주임원사는 바로 콧방귀를 꼈다. 김순자도 입을 다물었다.
“아무리 그래도 그렇지. 지금 때가 어느 때인데 다 큰 기집애가 조신하지 못하게 외박이야. 그냥 조용히 있다가 시집이나 갈 것이지. 도대체 누가 데려갈지······.”
그러자 방철수가 피식 웃었다. 그 웃음을 본 방대철 주임원사가 버럭 했다.
“왜, 웃어 인마!”
“아빠. 영희 그 얼굴로 시집 못가요.”
“뭐?”
“아니, 시집은 뭐. 혼자 가나? 얼굴이 안되면 싹싹한 맛이라도 있어야지. 못생겼는데 성질은 더럽고. 대학 갔다고 살만 피둥피둥 져서는······.”
김순자가 바로 방철수의 등을 내리쳤다.
쫙!
“아야! 엄마!”
“이놈아. 아무리 그래도 네 동생이야.”
“내가 뭐 못할 소리 했나. 사실이 그런데?”
그런 두 사람을 본 방대철 주임원사가 고개를 흔들었다.
“어후, 내가 진짜······. 이놈의 집구석 때문에 환장한다. 내가 이러니 들어오기 싫은 거야. 에잇 입맛 떨어져.”
방대철 주임원사는 수저를 내려놓고는 식탁에서 내려 안방으로 들어갔다. 잠시 후 김순자가 미숫가루를 가지고 들어왔다.
“뭐야?”
안방에서 신문을 보고 있던 방대철 주임원사가 고개를 들었다.
“이거라도 마셔. 아침 안 먹고 가면 낮에 부대껴서 어떻게 해.”
“에이, 진짜······.”
미숫가루를 받아 든 방대철 주임원사가 꿀꺽꿀꺽 한 번에 다 마셨다. 그릇을 김순자에게 내미며 말했다.
“그리고 영희 그 기집애 말이야. 단속 좀 해.”
“알았어. 내가 알아서 할게. 그리고 진짜 별일 없는 것 맞지?”
“뭔 소리를 해. 아까 내가 말했잖아. 별일 없어.”
“아니, 전수조사라고 하니까. 예전에 그 일 때문에 또 문제 생길까 봐 그러지.”
“예전에 그일?”
순간 방대철 주임원사가 이맛살을 찌푸렸다.
“아이씨! 그게 언제 적 일인데······.”
“뭐가 언제적 일이에요. 3년밖에 안 지났는데.”
“3년이면 다 지난 일이지. 그리고 전수조사 한다고 그렇게까지 조사하고 그러지 않아.”
“그럼 다행이고······. 그리고 당신! 또 막 이상한 짓하고 다니는 것은 아니지?”
김순자가 의심의 눈초리로 말했다. 방대철 주임원사가 버럭 했다.
“이 여편네가 진짜. 남편을 뭐로 보고······. 그리고 내가 그때 말했지. 실수라고! 몇 번을 얘기해야 해. 또 그때 저쪽에서 찍소리 못하는 거 봤지? 내가 뭘 잘못을 해봐. 그쪽에서 가만히 있었겠어?”
“아니, 뭐 그렇긴 한데. 그래도 조심 좀 하라고. 철수 저 녀석도 취업이 안 되고 있고. 영희 시집 갈 때까지는 계속 군 생활 해야지. 아니면 연금 받을 때까지라도 말이야. 이제 얼마 남지 않았잖아.”
“하아, 진짜 이 여편네가 자꾸 쓸데없는 얘기를 꺼내고 있어. 출근하는 남편에게······. 내 걱정하지 말고 자네나 잘해.”
“알았어. 알았다고. 정말 별일 없는 거죠?”
“거참! 별일 없을 거라니까.”
방대철 주임원사가 짜증을 냈다.
방대철 주임원사는 꿀꿀한 심정으로 대대에 출근을 했다. 출근길에 이정명 중사를 발견했다.
“충성. 주임원사님 출근하십니까.”
“어. 그래. 이 중사. 나 좀 보지.”
“네.”
“너 기사 봤니?”
“기사 말입니까? 아, 오늘 아침 신문에 나온 전수조사 말입니까?”
“그래.”
“뭐, 별일 있겠습니까? 만날 저러다가 말았지 않습니까.”
“그건 그런데······. 혹시 모르니까. 애들 입단속 좀 시켜라.”
“애들 말입니까?”
“그래! 아는 것 있다고 함부로 떠들고 다니지 말라고. 알지? 군대에서는 입이 무거워야 한다는 거?”
“알고 있죠. 특히나 부사관들이 입 잘못 놀리면 여러 사람이 피 보지 않습니까.”
“잘 아네. 아무튼 입단속 잘 시켜. 입 잘못 털어다가 나만 중간에서 욕먹는 거야.”
“네. 주임원사님.”
“그렇지 않아도 지난번 윤 소위 건 때문에 아주 그냥 부대가 시끄러웠는데 또 시끄러워지면 안 돼.”
“네. 알겠습니다. 제가 애들에게 잘 말해 놓겠습니다.”
이정명 중사가 고개를 끄덕이며 대답했다. 하지만 방대철 주임원사는 이정명 중사만 가지고도 성이 차지 않았다.
“으음······. 아무래도 안 되겠어. 내가 직접 나서야겠어.”
방대철 주임원사가 홍성율 중사를 자신의 사무실로 불렀다.
“충성. 주임원사님 절 부르셨습니까?”
“그래. 홍 중사. 거기 앉아.”
“넵!”
홍성율 중사가 자리에 앉았다. 그를 보며 방대철 주임원사가 따듯하게 물었다.
“홍 중사 요즘 좀 어때?”
“네?”
갑자기 물어보자 눈을 크게 하는 홍성율 중사였다.
“아니. 요즘 생활이 어떠냐고.”
“저야 뭐 똑같습니다. 그냥 그렇습니다.”
“뭐? 똑같다고? 아직도 여자 꽁무니만 졸졸 쫓아다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