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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생 리셋 오 소위-950화 (950/1,018)

< 05. 바로잡아야 합니다(14) >

인생 리셋 오 소위! 2부 280화

05. 바로잡아야 합니다(14)

진국진 육군참모총장이 고개를 주억거렸다.

“으음······.”

솔직히 최우일 감찰부장의 말은 맞았다. 그러나 최우일 감찰부장의 발상 자체가 마음에 들지 않을 뿐이었다.

일심회 회원들의 허물이 드러날 것 같아 조사 내역을 축소시키는 마인드는 맘에 들지 않았다.

그러나 최우일 감찰부장의 말처럼 일을 크게 키워 군의 이미지를 추락시키는 일은 하고 싶지 않았다.

어쨌거나 최익현 의원이 원하는 것은 성폭력과 관련된 전수조사였다. 군대 내부의 부정부패, 비리를 다 파헤치라는 것은 아니었다.

물론 그 과정에서 최익현 의원이 군대 내부의 비리를 파악하려고 일부러 성폭력 전수조사를 요청한 것일 수도 있다.

일단은 진국진 대장은 육군참모총장이고, 육군 내부에서 그 일에 대해서 벌어졌다면 책임을 져야 하는 자리였다.

게다가 이제 막 군대 개혁에 힘을 쏟고 있는 상황에서 다른 장성들의 문제들로 인해 어렵게 앉은 이 자리에서 밀려나고 싶지 않았다.

“자네들도 약속하지.”

“네. 약속드리겠습니다. 먼저 선을 넘지 않으신다면 저희 쪽에서도 절대 선을 넘지 않을 것입니다.”

“선을 넘지 않는다라······. 자네 표현이 참 재미있군.”

진국진 육군참모총장의 눈빛이 확 변했다. 최우일 감찰부장이 움찔했지만 주먹을 꽉 쥐며 얘기를 했다.

“아시지 않습니까. 군 내부의 일은 저희가 알아서 해야죠. 아무것도 모르는 국회의원들이 이러쿵저러쿵 한다고 해서 서로에게 총부리를 겨누고 그러는 것은 저는 정말 싫습니다.”

“그래. 맞아. 그 말에는 나도 동의를 해.”

진국진 육군참모총장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면 앞으로의 일은 작전본부장이랑 상의하게.”

작전본부장은 장웅인 중장이었다. 최우일 감찰부장이 고개를 끄덕였다.

“네, 알겠습니다.”

최우일 감찰부장이 경례를 한 후 사무실을 나갔다. 그가 나가고 진국진 육군참모총장이 옆 테이블에 있는 전화기를 들었다.

-네, 참모총장님.

“작전본부장과 작전참모장 내 방으로 오라고 해.”

-네, 알겠습니다.

잠시 후 문 두드리는 소리와 함께 장웅인 작전본부장과 그 뒤로 장기준 작전참모가 들어왔다.

“충성. 부르셨습니까.”

“어서들 와. 다들 자리에 앉지.”

“네.”

두 사람이 나란히 자리에 앉았다. 진국진 육군참모총장도 자신의 책상에서 일어나 소파 상석으로 가서 앉았다.

“다들 잘 지냈나.”

“네. 총장님.”

“잘 지냈습니다.”

두 사람의 대답에 진국진 육군참모총장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런데 무슨 일로 저희를 찾으셨습니까?”

장웅인 작전본부장이 물었다.

“조금 전 감찰부장이 왔다 갔네.”

“네? 최우일 감찰부장 말씀입니까?”

“그래!”

장웅인 작전본부장이 깜짝 놀랐고 장기준 작전참모도 놀랐다. 그러나 이내 진지한 얼굴이 된 장웅인 작전본부장이 물었다.

“무슨 일로 찾아왔습니까?”

진국진 육군참모총장이 최우일 감찰부장과 나눴던 얘기를 두 사람에게 해줬다. 장웅인 작전본부장이 고개를 갸웃하며 말했다.

“선을 넘지 않는다라······. 그게 무슨 말이죠?”

장기준 작전참모고 조용히 얘기를 했다.

“아마도 저쪽에서는 저희 쪽으로 버릴 카드를 던지려는 것 같습니다.”

두 사람의 시선이 동시에 장기준 작전참모에게 향했다. 장웅인 작전본부장이 급히 물었다.

“그게 무슨 말인가?”

“솔직히 말해서 전수조사를 하면 저희 쪽보다 저쪽에서 나올 가능성이 더 높지 않습니까. 만약 저희 쪽에서 저쪽을 조사하고, 저쪽에서 우리 쪽을 조사한다고 하면······. 물론 양쪽 다 허물이 나오겠지만 저쪽에 비할 바는 아니겠죠.”

진국진 육군참모총장이 피식 웃었다.

“오호. 그렇군. 저쪽에서는 지켜야 할 인물들은 확실하게 지키겠다 이 말이군.”

“네. 아마 그럴 것입니다.”

장기준 작전참모가 확신을 가지며 대답했다. 장웅인 작전본부장도 고개를 주억거렸다. 그러면서 장기준 작전참모의 말은 계속 이어졌다.

“규모로 봤을 때 일심회가 저희보다는 좀 크고, 장성들도 많은 편입니다. 일심회에 속해있지 않더라도 우호적인 세력들까지 합하면 우리들보다 배 이상은 크지 않겠습니까. 만약 반을 쪼개서 각각 조사를 한다고 하면 당연히 저쪽에서 걸리는 사람이 더 많을 겁니다. 그리고 저쪽에서는 지키는 사람은 지키고, 버려도 되는 카드들은 저희에게 넘겨줄 것입니다.”

“으음. 그러면 우리는 저쪽을 조사하면 안 되는 건가?”

장웅인 작전본부장이 물었다. 장기준 작전참모가 바로 답했다.

“아닙니다. 만약 이 제안을 받아들인 이상. 저희는 조사대상을 확실하게 조사를 해야 합니다. 그게 저희가 할 수 있는 최선입니다.”

“흐음······. 그리되면 어떻게 되는 건가?”

진국진 육군참모총장이 물었다. 장기준 작전참모가 입을 열었다.

“일심회 입장에서는 전혀 손해 볼 것이 없습니다. 지킬 수 있는 사람은 지켰고. 버린 이들도 저희 쪽에서 조사를 한 것이기 때문에 일심회에 다시 손을 벌릴 수밖에 없을 것입니다. 그렇다고 해서 무조건 잃는 것만 있는 것은 아닙니다. 조사를 통해서 국방위원회에 소속 위원들을 만족시키면 그 자체만으로도 국방개혁, 군대 개혁에 당위성을 높일 수 있는 것입니다.”

진국진 육군참모총장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면서 장웅인 작전본부장을 보며 물었다.

“좋아. 그럼 작전본부장 생각도 같나?”

“네. 들어보니 그런 것 같습니다.”

“그러면 저쪽에서는 감찰부장이 직접 나선다고 하니. 우리 쪽에서는 작전본부장이 책임자로 나서도록 하지.”

“네.”

“작전참모가 도와주고.”

“알겠습니다.”

“그리고 말이야. 똘똘한 친구 있어야 할 것 같은데.”

진국진 육군참모총장이 슬쩍 말했다. 장웅인 작전본부장이 미소를 지었다.

“그런 것이라면 제가 한 명 알고 있습니다.”

“있어? 누구야?”

“혹시 임규태 중령이라고 한때 제가 데리고 있던 친구입니다.”

“임규태?”

“네. 현재 85사단 헌병대대장으로 근무하고 있습니다. 일 처리 하나는 잘합니다. 융통성도 있고 말입니다.”

“뭐, 작전본부장이 믿는 친구라면 괜찮지. 알았네. 자네가 알아서 일을 추진해 봐.”

“네. 총장님.”

장웅인 작전본부장이 고개를 끄덕였고, 비로소 군 성폭력 관련 전수조사가 진행되기 시작했다.

다음 날 조지태 보좌관이 최익현 의원에게 보고서를 올렸다.

“말씀하신 한호푸드 관련 조사 보고서입니다.”

“어, 그래? 빨리 나왔네.”

“워낙에 걸리는 것이 많아서 빨리 나왔습니다.”

물론 조지태 보좌관이 직접 조사를 하려고 했다면 한참 걸렸을 것이다. 그런데 조지태 보좌관은 한호푸드에 관한 조사를 선진그룹에 의뢰를 했다.

선진그룹은 모든 정보 라인을 총동원해 최대한 빨리 조사를 마무리 지었다. 그것을 적당히 다듬은 후 최익현 의원 손에 들어가게 한 것이다. 어차피 최익현 의원은 이 자료를 근거로 판단을 하려고 한다.

그래서 선진그룹에서 조사했다는 것은 딱히 중요하지 않았다. 물론 최익현 의원은 가급적이면 선진그룹의 도움을 안 받고 싶어 한다.

그러나 조지태 보좌관은 최익현 의원의 원활한 국정 활동을 돕기 위해 선진그룹의 도움을 적극적으로 받는 중이었다.

“으음 그래. 이 정도면 뭐 탈탈 털 수 있겠지?”

“네. 이건 뭐 무능력한 검사에게 던져줘도 잘할 겁니다.”

“그렇다고 진짜 무능력한 검사에게 주지 말고. 자네 동기 있지?”

“네. 의원님.”

조지태 보좌관이 미소를 지었다.

“자네 동기 중에서 괜찮은 사람 있으면 실적 쌓으라고 해.”

“감사합니다, 의원님.”

“감사는 무슨······. 결국 일거리를 맡기는 건데.”

“아닙니다. 이런 확실한 일거리라면 다들 좋아할 겁니다.”

조지태 보좌관이 밖으로 나왔다. 그는 휴대폰을 꺼내 버튼을 눌렀다.

“누구에게 맡길까?”

조지태 보좌관이 중얼거리며 목록을 쭉 넘겼다. 그때 김윤정의 이름이 눈에 들었다.

“윤정이? 그래, 윤정이로 하자.”

조지태 보좌관이 바로 통화버튼을 눌렀다. 신호음이 가고, 한참 만에 연결이 되었다.

-네, 여보세요.

“안녕하세요. 김윤정 검사님. 저 조지태입니다.”

-뭐? 조지태? 야, 조지태. 너 웬일이야. 그보다 전화번호 바뀌었어?

수화기 너머 김윤정 검사의 밝은 목소리가 들려왔다. 조지태 보좌관이 피식 웃었다.

“바뀐 지 한참 되었는데······. 내가 바뀐 번호 안 알려줬어?”

-와, 나쁜 놈! 나 빼고 다 알려줬냐? 그래도 대학교 다닐 때 같이 밥도 제법 먹었잖아.

조지태 보좌관이 멋쩍게 웃었다.

“그랬나?”

-와, 진짜······. 너, 진짜 너무한다.

“미안, 미안. 농담이었어.”

-너 그러지 마. 나 상처받아.

“하하, 하하하······.”

순간 조지태 보좌관이 씁쓸한 얼굴이 되었다. 그도 그럴 것이 김윤정 검사가 대학교 시절 자신을 좋아했다는 것을 알았다. 물론 그 마음을 받아준 적은 없었지만 아직도 그런 마음인 것 같아 웃음이 나왔다.

‘잘못 걸었나?’

조지태 보좌관이 그 생각을 할 때 수화기 너머 당당한 김윤정 검사의 목소리가 다시 들려왔다.

-야, 조지태.

“왜?”

-내가 대학교 때 너 좋아했던 거 아냐?

“어? 어어······. 나 좋아했었어?”

-그래, 인마. 좋아했었지.

“설마 아직도?”

-미쳤냐? 좋아했었지! 과거형 몰라?

“지금은 아니야?”

-당연하지! 나 일과 결혼한 여자야.

“어이구야. 섭섭하네.”

말은 저렇게 했지만 내심 조지태 보좌관은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섭섭하기는 무슨······. 안도했으면서.

순간 조지태 보좌관이 뜨끔했다.

-어쨌든 그건 지나간 과거고. 무슨 일이야? 바쁘신 우리 조 보좌관님께서 말이야.

“다른 것은 아니고 일 하나 맡아주세요. 검사님.”

-뭐? 청탁이야? 아무리 내가 널 좋아했다고 해도 이런 식이면 곤란하지.

“야아, 그게 아니······.”

-인마. 그런 건 맨입으로 하는 것이 아니랴 밥이라도 한 끼 사주면서 해야지.

조지태 보좌관이 피식 웃었다. 김윤정 검사를 고른 이유는 나름 정의롭지만 그렇게 깨끗한 성격의 검사는 아니었다.

물론 대학교 때 그런(?) 일이 있었지만 어쨌든 검사가 되고 난 후로 가끔씩 소식은 듣고 있었다.

“밥이야 당연히 사 줘야지. 그런데 지금은 좀 곤란하고······.”

-알았다. 그런데 뭐야?

“다름이 아니고 내가 자료 하나를 퀵으로 보내 줄 거야. 그걸 잘 읽고 검토 좀 해줘.”

-그래서 내가 그거 처리해 주면 뭐 해줄 건데?

“밥 한 끼 사준다고 했잖아.”

-그건 동문끼리 오랜만에 만나는 자리니까. 밥 먹는 것이고 그건 다르지.

“아이고. 그래서 나에게 뭘 바라시나?”

-나중에 의원님에게 인사 한번 시켜줘.

“우리 의원님?”

조지태 보좌관이 깜짝 놀랐다. 김윤정 검사가 이런 야망이 있을 줄은 몰랐다.

“우리 의원님은 왜? 갑자기 정치에 눈을 뜬 거야?”

-하아, 솔직히 말해서 고민 중이야.

“오호. 무슨 일이야? 평생 이쪽으로는 쳐다도 보지 않을 것 같더니.”

-아니. 나 지난번에 우리 부장검사님 말 안 들었다가 찍혔거든.

“그래서? 좌천되게 생겼어?”

-아직은 간당간당한데. 모르지. 무슨 일이 어떻게 벌어질지······. 여차하면 내가 먼저 사표 써 버리려고.

“그러면 차라리 변호사가 낫지 않아? 아니다. 아예 내가 선진그룹을 소개시켜 줘?”

-어? 그것도 나쁘지 않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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