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05. 바로잡아야 합니다(13) >
인생 리셋 오 소위! 2부 279화
05. 바로잡아야 합니다(13)
진국진 대장 쪽은 오로지 국방개혁, 올바른 군인. 이런 허무맹랑한 취지를 목적을 두고 모였기 때문에 그런 부정과 비리에 대해서는 철저하게 선을 긋는다.
일심회는 그러지 않았다. 서로서로 밀어주고, 빨아주고, 댕겨주고 그래왔다.
그런데 이제 와 예전에 저질렀던 사소한 문제들에 발목이 잡히고 문제가 생겨 버리면 그 누가 일심회에 남고, 박찬중 국방부 장관을 따를 것인가.
하지만 최우일 감찰부장 얘기처럼 버릴 카드는 버리고, 지킬 카드는 철저하게 지키면 지킬 카드는 박찬중 국방부 장관을 중심으로 똘똘 뭉칠 것이다.
버릴 카드들도 기댈 곳, 갈 곳이 없다. 설사 박찬중 국방부 장관에게 버림받았다고 치더라도 그런 자신들의 치부들을 진국진 대장 쪽에서 들춰버리면 더럽고 치사하더라도 다시 붙을 수밖에 없을 것이다.
반대쪽 진국진 대장 쪽은 절대 자신들을 용서해 주지 않기 때문이다. 자신들이 살려면 어떻게든 다시 붙어야 했다.
그때 박찬중 국방부 장관이 다시 어쩔 수 없다면서 끌어안으면 일심회가 와해되는 일은 없다는 것이다.
“그래, 좋은 생각이야. 좋은 생각! 그런데 말이야 저쪽에서 자네 제안을 받을까?”
최우일 감찰부장이 다부진 얼굴로 대답했다.
“제안을 받게 해야죠.”
“방법은 있나?”
“저쪽도 이번 기회를 통해서 군을 개혁하겠다는 이미지를 끌고 가고 싶을 것입니다. 사실 진국진 대장도 천년만년 육군참모총장 자리를 지킬 수는 없지 않습니까. 시간이 되면 어차피 내려와야 할 자리입니다. 그다음 장관님 자리에 앉으려면 뭐라도 성과를 내야 하지 않습니까.”
“이 친구가. 내 자리를 왜 진국진에게 줘!”
“진국진 대장이 그렇게 생각할 수 있다는 겁니다. 어차피 장관님 자리야 임기를 채우면 끝이지 않습니까.”
“크흠······.”
그 말에 박찬중 국방부 장관이 살짝 불편한 표정을 지었지만 맞는 말이라 딱히 말은 하지 않았다. 그런 얼굴을 본 최우일 감찰부장도 알고는 있지만 솔직하게 말했다.
“게다가 진국진 대장도 그런 욕심을 내야죠. 아니, 내도록 해줘야죠. 그래야 저희 뜻대로 움직여 주지 않겠습니까.”
“그렇긴 한데······. 듣기에는 좀 그렇군.”
“네. 저도 죄송한 말이라는 것은 압니다. 하지만 이 모든 일은 저희가 살아남기 위함입니다.”
“알지, 알아······.”
박찬중 국방부 장관이 고개를 끄덕였다. 저 말이 충분히 이해가 된다. 그럼에도 기분이 좀 나빠지는 것은 어쩔 수 없었다.
최우일 감찰부장의 말은 계속 이어졌다.
“그리고 장관님께서 의원이 되셔서 국방위원회 가신다면 진국진 대장은 언제든지 날릴 수 있습니다. 저희 힘이라면 언제든지 가능한 일입니다.”
“으음, 하긴······.”
박찬중 국방부 장관의 표정이 바로 풀어지며 고개를 끄덕였다.
“자네도 아직 중장이니 육군참모총장으로 가야지.”
“네. 저쪽도 그런 쪽으로 머리를 굴리게 판을 벌려주면 되는 겁니다. 그럼 분명 저쪽에서도 실적을 챙기려고 할 것입니다.”
“음, 자네 뜻은 알겠네. 그런데 저쪽에서 선을 넘어버리면?”
“절대 그러지는 못할 겁니다. 혹시나, 그 선을 넘게 된다면 저희 쪽과 전면전을 해야 할 것입니다.”
최우일 감찰부장의 눈빛이 싸늘하게 변했다.
“절대 그렇게 되길 원하지 않을 겁니다. 저쪽에서도 원하는 것은 통제 가능한 개혁입니다. 만약 이번 전수조사에서 모두 다 터져 버리면 군대 자체 이미지가 무너지는 겁니다. 그때가 되면 개혁의 주도권은 저쪽이 아니라 장관님이 쥐게 될 가능성이 높습니다.”
“내가?”
“네. 군 내부에서 백날 떠들어봐야 국민들이 믿어주겠습니까? 하지만 장관님께서 나서서 피를 토하는 심정으로 국방개혁을 이루겠다. 이렇게 말하면 달라지겠죠.”
“오호라. 내가 지금 외부인이니 일을 키워봐야 나만 이득이라는 거지?”
“네. 저쪽에서 머리가 없지 않다면 거기까지 생각할 겁니다.”
“좋아, 좋아. 괜찮군. 그럼 이 일은 어떻게 할 건가? 자네가 주도적으로 준비할 건가?”
박찬중 국방부 장관의 물음에 최우일 감찰부장이 고개를 끄덕였다.
“네. 제가 진국진 대장을 만나보겠습니다.”
“알았네. 내가 미리 전화 한 통은 넣어 놓겠네. 가서 제대로 얘기를 하고 와.”
“네. 알겠습니다.”
“그래. 그럼 수고해 주게.”
최우일 감찰부장이 일어나 사무실을 나갔다. 그리고 박찬중 국방부 장관은 곧바로 전화기를 들었다.
-네, 장관님.
“육군참모총장에게 연결해.”
-네.
잠시 후 연락이 왔다.
-연결되었습니다.
“바로 연결시켜 줘.”
그리고 수화기 너머 진국진 육군참모총장의 음성이 들려왔다.
-네. 진국진입니다.
“납니다. 박찬중 국방부 장관입니다.”
-안 그래도 장관님께서 연락하셨다는 소식을 듣고 조금 놀랐습니다.
“그렇습니까? 아니, 왜 놀라십니까?”
-연락을 잘 하지 않으시지 않습니까.
“하하하. 그건 그렇죠.”
-그러니 바로 본론으로 들어가시죠.
진국진 육군참모총장은 박찬중 국방부 장관이 왜 전화를 했는지 그 의중이 너무 궁금했다. 그래서 빨리 듣고 싶었다.
“이거 참······. 아무리 그래도 서로 안부 정도는 묻고 시작하면 좋았을 텐데 말이죠.”
-저희 사이에 굳이 그런 안부를 물을 필요가 있겠습니까.
“그렇죠. 맞죠. 알겠습니다. 바로 본론으로 가죠.”
박찬중 국방부 장관이 다리를 반대쪽으로 꼬며 말했다.
“내가 감찰부장을 보냈습니다.”
-감찰부장을요? 왜죠?
“그건 감찰부장에게 직접 들으면 될 것 같고. 아무튼 제 말은 감찰부장이 하는 말과 같으니 그 뜻을 잘 헤아려 줬으면 해서 미리 연락을 한 것입니다.”
-······.
수화기 너머 진국진 육군참모총장의 목소리가 들리지 않았다. 박찬중 국방부 장관이 불렀다.
“육군참모총장?”
-······알겠습니다. 그것만 하면 되는 겁니까?
“그렇소.”
-네. 그럼 더 하실 말씀은 있으신 겁니까?
“없소,”
진국진 육군참모총장이 전화를 끊었다. 그 순간 박찬중 국방부 장관의 얼굴이 와락 일그러졌다.
“이 새끼가 아무리 그래도 내가 선배인데 먼저 전화를 끊어버리고······.”
박찬중 국방부 장관은 잔뜩 인상을 구기며 수화기를 내렸다. 그러곤 최우일 감찰부장이 잘 얘기를 할지 궁금하기도 했다.
“감찰부장이 잘 얘기를 해야 할 텐데······.”
그로부터 두 시간이 흐른 후 진국진 육군참모총장 방으로 최우일 감찰부장이 들어왔다.
“오랜만입니다. 참모총장님.”
“어서 오게 감찰부장.”
진국진 육군참모총장이 근엄한 자세로 소파에 앉아 있었다. 그는 손을 까닥거리며 말했다.
“거기 서 있지 말고 이리와 앉아.”
“네.”
최우일 감찰부장이 자리로 와서 앉았다. 진국진 육군참모총장이 그런 최우일 감찰부장을 바라봤다.
“안 그래도 장관님의 전화는 받았네. 내게 할 얘기가 있다고?”
진국진 육군참모총장이 똑바로 바라보며 물었다. 그의 눈빛에 최우일 감찰부장은 절로 침이 꿀꺽 삼켜졌다. 그도 그럴 것이 저 매서운 눈빛은 아무리 겪어도 적응이 되지 않았다.
‘하긴 저 카리스마가 있기 때문에 이 자리까지 올라왔지.’
한마디로 진국진 육군참모총장은 오로지 군! 군 기강에 대한 것을 강조하는 인물이었다.
그러면서 또 부드러울 때는 한없이 부드러운 사람이기도 했다. 하지만 이처럼 매서울 때는 감히 똑바로 쳐다볼 수 없을 정도였다.
“······크흠. 저 장관님께서 하신 말씀을 전달하겠습니다.”
진국진 육군참모총장이 팔걸이에 두 손을 걸치곤 깍지를 꼈다. 그리곤 다리를 꼬이며 말했다.
“해봐.”
“다름이 아니라 이번에 최익현 의원님이 장관님을 만나 뵙고 군 내부 성폭력에 관한 전수조사를 요청했다고 합니다.”
“전수조사를? 갑자기?”
“네.”
“음, 그래? 난 따로 보고 받은 것이 없는데.”
“사실 최익현 의원님이 별도로 제보를 받은 다음에 국방위원회분들을 설득해서 일을 벌일 것 같습니다.”
최우일 감찰부장의 말에 진국진 육군참모총장의 표정이 진중해졌다.
“흐음······.”
“장관님께 찾아와서 반 협박씩으로 전수조사를 하지 않으면 국방위원회에서 별도로 하겠다고 얘기를 했답니다. 일단 장관님께서는 그렇게는 곤란하다고 말을 했지만 최 의원님께서는 물러서지 않았습니다. 그래서 장관님께서 어쩔 수 없이 하겠다고 말은 했지만······.”
“했지만?”
“그 전수조사 방법에 대해 논의를 해야 할 것 같아서 말입니다.”
“방법, 방법이라······. 그것보다 이 일은 국방부 차원에서 진행하는 건가?”
“아무래도 국방위원회 소속인 최 의원님께서 직접 나서서 주도하는 일이라 국방부에서 진행을 해야 할 것 같긴 합니다. 그렇다고 해서 저쪽에서도 원하는 것이 있을 텐데 보여주기식으로 할 수는 없지 않습니까.”
“그건 그렇지. 솔직히 군대 내에서 이런저런 일들이 많다는 것을 다 아는 국민들인데. 지금까지 성폭력과 관련해서 아무 문제가 없다고 해버리면 믿을 사람이 누가 있겠어.”
“그렇다고 침소봉대(針小棒大)를 할 필요는 없겠죠.”
진국진 육군참모총장도 고개를 주억거렸다. 최우일 감찰부장이 하는 말이 일리가 있었다.
솔직히 말해서 박찬중 국방부 쪽 일심회는 마음에 들지 않았다. 하지만 최우일 감찰부장의 말처럼 대단치 않은 일을 과하게 부풀려서 군대 이미지를 국민들에게 안 좋게 심어줄 필요는 없었다.
이러한 것은 개혁이 아니라 군대를 모욕하는 처사였다. 평생을 군에서 헌신해 온 진국진 육군참모총장도 자신이 몸담은 조직이 조롱받는 것을 원하지 않았다.
최우일 감찰부장은 지금도 감히 눈을 쉽사리 맞추지 못하고 있지만 그 성격은 누구보다도 잘 알고 있었다.
“그래서 자넨 어떻게 했으면 좋겠어.”
“참모총장님께서 생각하시는 것이 있습니까?”
“내가 생각하는 것이 무슨 소용이 있겠나. 방금 얘기를 들었는데. 괜찮으니 편히 얘기를 해보게.”
“네. 그럼 제가 말씀 올리겠습니다. 우선 양쪽에서 믿을 만한 사람을 보내 조사단을 만드는 것입니다.”
“양쪽에서 사람을 파견해 조사단을 만들어?”
“네.”
“뭐, 그건 나도 찬성이야. 어느 한쪽에서 일을 주도해 버리면 분명 말이 나올 것이야.”
“저도 같은 생각입니다.”
“그래서? 이게 끝인가?”
“아닙니다. 가능하면 서로 협의를 해서 조사를 진행했으면 좋겠습니다.”
“협의를 해서라······.”
“네. 참모총장님.”
최우일 감찰부장이 대답을 하고는 진국진 육군참모총장을 바라봤다. 조금 전까지 제대로 눈을 바라보지 못했던 그가 이번에는 똑바로 응시했다.
한마디로 자신의 의지가 확고하다는 것을 보여주기 위함이었다.
“그리고 참모총장님. 이 일은 군 전체의 문제입니다. 설마 뒷조사를 하고 서로의 허물을 찾기 위해 애를 쓰는 그런 것은 안 했으면 좋겠습니다.”
진국진 육군참모총장의 입꼬리가 슬쩍 올랐다.
“허허, 마치 그 일을 우리가 계속해왔다는 식으로 말을 하는군.”
“꼭 그런 뜻으로 말씀드린 것은 아닙니다. 솔직히 말씀드리면 저희 쪽 장성들 허물들이 좀 많지 않습니까.”
“알면 됐네.”
“그리고 언제까지 성폭력과 관련된 문제이기 때문에 어디까지나 그 부분에만 집중을 해주셨으면 좋겠습니다. 괜히 조사한다는 핑계로 이것저것 묻고 캐고 따지다 보면 일이 커질 가능성이 있지 않겠습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