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05. 바로잡아야 합니다(11) >
인생 리셋 오 소위! 2부 277화
05. 바로잡아야 합니다(11)
-그래요. 먼저 헤어지면 모를까. 우리 강철이하고도 잘 지내고 있고, 그이 하고도 잘 지내고 있다고 하니까요. 내가 내 딸 앞세워 욕심을 부릴 수는 없잖아요.
“네. 그렇죠. 회장님.”
-어쨌든 주변 좋은 남자 있으면 얘기 좀 해봐요.
이명화 회장은 선진그룹의 회장이면서 한 편으로 또 딸을 가진 엄마였다.
조지태 보좌관이 씨익 웃었다.
“회장님 소개시켜 주는 것은 어렵지 않습니다. 그런데 강희 눈에 찰지는 모르겠습니다.”
-그놈의 계집애는 쓸데없이 눈만 높아서는······.
“다 회장님 닮아서 그런 것이 아니겠습니까.”
-하긴 내가 그러니까. 한 나라의 대통령이 될 사람을 만난 거죠. 호호호.
이명화 회장은 기분이 좋은지 크게 웃었다. 그러면서 바로 웃음을 멈추며 얘기했다.
-앞으로 난 조 보좌관만 믿어요. 잘 부탁해요.
“네. 회장님. 그럼 또 연락드리겠습니다.”
-그래요.
이명화 회장이 전화를 끊었다. 조지태 보좌관은 끊어진 전화를 확인하고서야 휴대폰을 귀에서 떼어냈다. 휴대폰을 다시 주머니에 넣고 사무실로 들어갔다.
최익현 의원이 박찬중 국방부 장관에게 면담을 신청했다. 그리고 오늘 국방부 장관과 만나기로 약속을 잡았다. 차를 타고 이동하는 최익현 의원은 박찬중 국방부 장관에 대해서 생각했다.
‘박찬중 국방부 장관······. 육군참모총장까지 지내고 일심회의 우두머리라는 거지.’
당연히 두 사람은 사이가 좋지 않았다.
‘으음 주도권을 빼앗기면 안 돼. 어떻게든 내가 유리한 쪽으로 이야기를 끌고 가야 해. 그러려면······.’
최익현 의원은 박찬중 국방부 장관과의 만남을 앞두고 이리저리 머릿속으로 시뮬레이션을 돌렸다. 어떤 식으로 답을 할지 또 어떤 식으로 대응을 할지 철저하게 준비를 했다.
그러고 있는 사이 국방부에 도착을 했다. 조지태 보좌관이 몸을 돌려 말했다.
“의원님 도착했습니다.”
“어? 그래?”
최익현 의원의 시선이 찬찬히 차창 밖으로 향했다. 국방부 건물이 보였다.
‘이곳이 오늘 격전지란 말이지.’
최익현 의원의 눈빛이 사뭇 달라졌다. 비장함을 넘어 단단함까지 어렸다.
“가지.”
차에서 내린 최익현 의원은 곧장 국방부 장관 사무실로 직행했다. 이미 선약이 되어 있기에 그들을 막는 사람들은 없었다.
그리고 국방부 장관 사무실에는 박찬중 국방부 장관과 최익현 의원만 남게 되었다. 두 사람은 간단히 악수를 나누며 서로에 대한 인사를 했다. 그렇게 자리에 앉고 차가 나왔다.
박찬중 국방부 장관은 김이 모락모락 나는 녹차를 입에 가져갔다. 직접 녹찻잎을 말려 우려낸 차였다.
“후우, 후우.”
뜨거운 듯 입김을 물어 한 모금 마신 후 내려놨다.
“최 의원님께서 여기까지 어쩐 일이시오?”
박찬중 국방부 장관이 물었다. 어쨌든 일단 두 사람의 관계는 좋지 않다. 과거 장관 청문회 때에도 박찬중 국방부 장관에게 공격을 많이 했다. 또 장관이 된 이후에도 사사건건 국방 운영에 대해서 지적을 많이 했다. 특히나 지난 국정감사 때에는 공간병 사건 등 군의 비리와 관련된 문제들로 곤욕을 치렀다.
그래서 최익현 의원과는 가능하면 부딪치지 않으려고 했다. 그런데 최익현 의원이 먼저 만나자고 청해왔다. 원래라면 바쁘다는 핑계를 거절을 했어야 했다. 그런데 요즘 이리저리 군 문제가 시끄럽고 하물며 군 성폭력에 대한 전수조사까지 이루어지려고 하고 있다.
그 중심에 최익현 의원이 있기에 그의 의중을 알아보고 싶었다. 그 외적으로는 자신을 밀어주던 대한당이 반쪽이 나버리고 최익현 의원이 차기 대선주자라는 소리를 들으면서 박찬중 국방부 장관도 눈치를 보지 않을 수 없었다.
“아, 저요. 저는 국방위원회 의원으로서 건의를 드리기 위해 왔습니다.”
박찬중 국방부 장관의 눈썹이 꿈틀거렸다. 그러다가 이내 미소를 보이며 물었다.
“아, 그렇습니까. 어떤 건의인지 한 번 들어볼까요?”
“안 그래도 그럴 참이었습니다. 요즘 군 내부에서 성폭력과 관련된 위반 사실이 속속 드러나고 있다고 들었습니다. 혹시 그 일은 알고 계십니까?”
최익현 의원의 물음에 박찬중 국방부 장관이 이맛살을 찌푸렸다. 따지고 파고들면 성폭력과 관련된 일이 없지는 않았다. 하지만 상황이 심각해서 자신이 따로 보고를 받은 것은 없었다.
‘도대체 왜? 무슨 의도로 물어보는지 모르겠군.’
박찬중 국방부 장관은 바로 답을 하지 못했다. 최익현 의원의 의중이 정말 궁금했다.
“······.”
박찬중 국방부 장관이 말이 없자 최익현 의원이 다시 입을 열었다.
“혹시 모르고 계셨습니까?”
“음······ 최 의원에게 숨길 것이 뭐가 있겠소. 솔직히 말하면 보고 받은 적은 없소.”
“장관님. 지난번에 말씀드렸지 않습니다. 그렇게 자리만 차지하고 앉아 있는 것은 아니라니까. 군이 잘 돌아갈 수 있도록 세세한 부분을 신경 써주셔야 하지 않습니까. 육군참모총장까지 지내셨다면서 이렇듯 군 문제를 나 몰라라 하시면 어떻게 합니까.”
지난 청문회와 같은 잔소리가 이어지자 박찬중 국방부 장관의 표정이 굳어졌다.
“의원님. 저 혼내려고 오신 거요?”
“혼내는 것이 아니라 답답해서 그럽니다. 아니 그 자리에 앉아 있으면 군대가 어떻게 돌아가는지 아셔야 하지 않습니까. 막말로 내가 장관님 찾아왔으니 망정이지 만약 이 일이 외부에서 터져 봐요. 그때도 모르는 일이었다. 보고를 받지 못했다. 그렇게 말할 겁니까?”
최익현 의원은 정곡만 콕 집어서 얘기했다. 그러자 박찬중 국방부 장관이 헛기침을 하며 시선을 돌렸다.
“흐흠······.”
진짜 최익현 의원의 말처럼 문제가 생겼다. 밖에서 기사라든지 외부고발, 시민 단체들에게 의해 성폭력 문제가 터졌다. 그럼 군대가 썩었다며 여론이 들끓고 군 개혁을 해야 한다며 들고 일어날 것이다.
그리되면 자연스럽게 모든 화살은 국방부 장관인 자신에게 쏠릴 것이다.
-국방부 장관은 여태 뭘 했냐
-그냥 그 자리에 앉아 국민들 세금만 축냈냐!
-그 자리는 그냥 자리만 차지하라고 앉혀 놓은 줄 아나.
-제발 군 개혁 좀 하자.
이런 소리를 귀에 딱지가 앉을 정도로 들을 것이다. 그래서 박찬중 국방부 장관은 가능하면 이 자리에서 가늘고 길게 쭉 지키고 싶었다.
“그래서 의원님께서 하시고 싶은 말이 무엇입니까? 한번 말씀해 보시죠.”
“좋습니다. 간단하게 말해드리죠. 평택에 있는 11연대 말입니다.”
“아, 11연대 말입니까?”
“네. 거기서 성폭행 사건이 있었습니다. 자세한 것은 따로 보고를 받으시고. 사실 이거 제가 기자들 불러서 따로 터뜨리려고 하다가 지난번 국정감사 때 제가 장관님 불편하게 만든 것도 있고 해서 이래서는 안 되겠다 싶어서 이렇듯 찾아왔습니다. 그런데 장관님께서 저하고 별로 얘기하고 싶지 않은 것 같습니다.”
“아이고 의원님 말씀을 또 그렇게 하소. 그래요. 내가 딱 까놓고 솔직히 말하겠소. 사실 바른말로 내가 이것저것 챙길 것이 많지 않소. 그리고 회의들도 많다 보니 그 일까지는 못 챙겼소. 아무래도 중간에 보고가 올라오는 것 같긴 한데······. 어떻게 최 의원님 정보력을 이기겠소.”
최익현 의원이 쓴웃음을 지었다. 한마디로 헛소리를 하고 있었다. 아무리 최익현 의원을 따르고 지지하는 사람들이 많다고 해도 군 내부의 비리나 정보는 그가 알아내고 싶어도 함부로 알아낼 수 없었다. 다행히 임규태 중령이라든지 오상진과 만나서 최익현 의원이 알고 있었던 내용이다.
그리고 박찬중 국방부 장관이 그런 일들을 챙기고, 군 내부에서 부정과 비리 잘못된 것들이 일어나지 않도록 철저히 준비하겠다고 했다면 바로바로 보고가 올라왔을 것이다. 물론 이런 일들은 최익현 의원 본인의 생각이고 말이다.
그런데 군 내부가 썩든 말든 지 밥그릇만 챙기기 바쁘다 보니 그런 얘기가 올라올 일이 없었다. 박찬중 국방부 장관은 불편한 얼굴로 물었다.
“그래서 의원님께서 원하는 것이 무엇이오?”
“이번 기회에 전 부대 전수조사 한번 합시다.”
“네? 전수조사 말이오? 아니 긁어 부스럼을 만들 생각이시오?”
“솔직히 말해서 장관님도 알고 계시지 않습니까. 군대 내에서의 성추행이나 성폭력에 대해서 문제가 만연한 것을 말입니다. 무슨 문제라도 터지면 바로 쉬쉬하면 덮고. 그러다 보니 자꾸 이런 일이 벌어지는 것이 아닙니까.”
박찬중 국방부 장관이 바로 말을 받았다.
“그래도 예전보다는 많이 좋아졌소. 의원님도 아시지 않소. 게다가 꾸준히 캠페인도 벌이고 있고······.”
최익현 의원이 작게 한숨을 내쉬었다.
“후우······. 장관님! 처음에 장관이 되실 때 국민들에게 뭐라고 하셨습니까? 군을 바로 잡겠다. 군 개혁에 앞장서겠다. 그렇게 약속하지 않았습니까. 이제 와 딴소리를 하시면서 국민들을 기만하시는 겁니까?”
그 말에 박찬중 국방부 장관의 얼굴이 붉게 변했다.
“어허. 의원님! 제 말은 그런 것이 아니라······.”
“그럼 어디 한번 말씀해 보시죠.”
최익현 의원이 눈을 부릅뜨며 박찬중 국방부 장관을 노려봤다. 박찬중 국방부 장관은 속으로 최익현 의원을 욕했다.
‘와, 최 의원 이 새끼는 도대체 나랑 무슨 원수가 졌다고 이리 난리지. 제발 그만 좀 해.’
이렇듯 속으로 투덜거리고 있는데 아무리 생각을 해봐도 이건 아니었다. 전 군 전수조사를 실시하면 그 안에 있는 모든 비리들이 한꺼번에 쏟아져 나올 것만 같았다.
막말로 말이 좋아 성폭력 사건에 대한 전수조사라고 하지만 그 일이 어떤 식으로 번질지도 몰랐다. 또한 앞에 앉은 최익현 의원이 뭘 노리고 있는지도 몰랐다.
최익현 의원이 자신을 뚫어져라 바라보고 있는 박찬중 국방부 장관에게 말했다.
“내키지 않는다면······. 그럼 제가 직접 기자회견을 하도록 하겠습니다.”
“아, 정말······. 의원님 왜 그러시오. 일을 대화로 풀어야지 무슨 감정적으로 나오시오. 대화로 합시다. 대화로······.”
“아니 제가 지금 장관님과 대화로 풀고 있지 않습니까. 그런데 장관님께서 입을 꾹 다물고 계시지 않습니까.”
“하아······.”
박찬중 국방부 장관은 머리가 아파왔다. 딱 봐도 최익현 의원이 절대 물러설 것 같지 않았다.
“의원님.”
“네, 장관님.”
“의원님께서 이러시는 거 다른 의원님들도 알고 계시는 거요?”
박찬중 국방부 장관은 그래도 기에 눌리고 싶지 않아 높임말 반말 그 중간으로 계속해서 말하고 있었다. 물론 최익현 의원은 전혀 신경 쓰고 있지 않았다. 최익현 의원이 피식 웃었다.
“제가 설마 다른 의원님들과 얘기도 하지 않고 왔겠습니까. 이미 다 얘기가 되어 있습니다. 민국당뿐만이 아니라, 대한당하고도 모두 얘기가 끝났습니다. 아, 선진당 의원님들도 함께하기로 했습니다.”
박찬중 국방부 장관은 바로 똥 씹은 표정이 되었다.
‘민국당이야 최 의원 쪽이라 그럴 수 있다 쳐. 그런데 뭐? 대한당과 선진당은 원래 하나였고, 자신을 지지하는 거 아니야? 이 인간들이 홀라당 넘어가 버려?’
박찬중 국방부 장관은 진짜 어이가 없었다. 너무 짜증이 나고 화가 났다. 그렇다고 이제 와 그 사람들을 따질 수도 없는 일이었다. 보나 마나 서로 남 탓을 할 것이 불 보듯 뻔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