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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생 리셋 오 소위-946화 (946/1,018)

< 05. 바로잡아야 합니다(10) >

인생 리셋 오 소위! 2부 276화

05. 바로잡아야 합니다(10)

“주변에서 기사가 나가면 의원님께서 조금 신경을 써줄 수 있는지 부탁을 해왔습니다.”

“으음······. 다른 일도 아니고 나라를 위한 일인데. 그 정도는 내가 해줘야지. 게다가 파인 사태를 그냥 넘길 수는 없는 일이잖아.”

“그렇죠.”

“그렇지 않아도 지금 대선이다 뭐다 쉬쉬하는 분위기라 내가 참고 있는데 잘됐네. 잘되었어.”

최익현 의원이 고개를 끄덕였다. 조지태 보좌관이 다시 입을 열었다.

“제 생각에도 의원님께서 이번에 파인 사태를 주도해 나가시면 도움이 될 것 같습니다.”

“왜 또? 겸사겸사 대선에 나가보라고?”

“의원님 이번 당내 경선에 떨어지시더라도 참여하시는 것이 좋을 것 같습니다.”

“아이고, 나 나올까 봐 영감들 아주 그냥 난리를 치던데. 견제하는 거 봤지?”

조지태 보좌관이 고개를 끄덕였다.

“네. 알고 있습니다. 그래서 더욱 그런 겁니다. 이번에 나가셔서 당내 입지도 확인하고 국민들한테 얼굴도장도 찍으시고 그러셔야죠. 그래야 다음 대선에 나가실 때 더욱 주목을 받지 않겠습니까. 이번에 가만히 계시면 다음 대선 때 똑같은 소리가 나올 겁니다.”

조지태 보좌관은 진짜 진심을 다해 충언을 올렸다. 최익현 의원도 그런 조지태 보좌관의 생각을 알고 있었다. 가만히 한숨을 내쉬었다.

“하아······. 자네 말뜻을 모르는 것도 아니고 그렇긴 한데······.”

최익현 의원이 3선 의원이다. 물론 국민들로부터 많은 지지도 받고 그에 따라 견제도 심하게 들어온다. 다들 최익현 의원에게 차기 대선은 안 된다. 차차기를 노려라. 이런 식으로 당내 여론이 들끓었다.

하지만 이번에 아무런 준비 없이 차, 차기 대선에 나가서 또 저런 식으로 하지 말라는 보장은 없는 것이었다. 그래서 최익현 의원의 최대 장점인 지역구, 능력 있는 이미지가 퇴색되는 것이었다. 조지태 보좌관은 그런 것이 상당히 안타까웠다.

그런데 이미 오상진과의 얘기를 통해 어느 정도 생각의 변화를 느낀 최익현 의원이 고개를 주억거렸다.

“그건 그렇다 치고. 이번에 내가 준비하는 것은 알고 있지?”

“네. 군부대 성폭행 관련해서 조사하신다고.”

“어, 그래. 그거 협조 좀 다른 의원들에게 공문을 보내줘. 일단 그 문제부터 해결할 테니까.”

조지태 보좌관이 고개를 끄덕였다.

원래 최익현 의원은 일을 많이 벌이는 스타일이 아니었다. 우선 앞에 주어진 그 일을 처리한 후 다음 일을 추진하는 스타일이었다. 그래서 조지태 보좌관도 좋아했다. 게다가 타이밍상 파인 사태는 좀 늦게 터질 가능성이 높았다.

“제 생각에도 일단 군 문제에 집중하시는 것이 좋을 것 같습니다. 군 문제 진상 조사가 어떻게 될지는 모르겠지만 그 문제로 인해 주목을 받으시다가 때가 되었을 때 파인 사태가 터지면 의원님께 큰 힘이 될 것입니다.”

최익현 의원은 슬쩍 맘에 들지 않는다는 표정을 지었다.

“이 친구야. 다 좋은데 말이야. 꼭 그런 식으로 해야겠어?”

조지태 보좌관은 매우 진지했다.

“의원님. 의원님께서 이득만 보시는 것이 아니고 직접 나서서 일 처리를 하시는 건데 스포트라이트는 받으셔야죠. 남 좋은 일만 시킬 수는 없지 않습니까.”

최익현 의원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 그래. 알았어. 자네 말대로 할 테니까. 대신에 이번 일 제대로 준비해.”

“넵! 제가 제대로 준비하겠습니다. 의원님께서는 전면에 나서서 확실하게 쏘아주시면 될 것입니다.”

조지태 보좌관은 환해진 표정으로 힘차게 대답했다. 조지태 보좌관이 사무실을 나섰다. 그리고 자신의 자리로 가서 앉았다.

“후우······.”

길게 한숨을 내쉬는 조지태 보좌관이 생각을 정리했다.

‘일단 최 의원님의 말처럼 전군조사를 하는 것이 맞아. 어쨌든 최 의원님은 국방위원회 위원장님이시고 군인 출신이 아님에도 국방개혁에 누구보다 앞장서고 계셔.’

그랬다. 최익현 의원은 그 누구보다도 군대를 다녀온 남자들에게 큰 지지를 받고 있다.

심지어 최익현 의원은 만기전역자였다. 병장으로 제대로 했고, 의원들 중에서도 극소수에 불과한 전역자였다.

거기다 예전에 예비역 처우와 관련된 것을 시행해 그에 대해 많은 부분이 바뀌었다. 그런 일이 있었기 때문에 남자들은 상당히 최익현 의원에게 호감을 가지고 있다.

이럴 때 최익현 의원이 다시 군 문제를 가지고 주도권을 가지고 온다? 혹은 그 일로 주목을 받게 된다면 아마도 정계 중심에 이름이 세울 수 있다. 그때를 같이해 파인 사태까지 터져준다면 그는 단숨에 대선후보감으로 중량감을 더할 수 있었다.

‘그래! 그렇게만 된다면······.’

조지태 보좌관은 절로 주먹을 꽉 쥐었다. 모든 생각을 정리한 조지태 보좌관이 주먹에 힘을 풀며 씨익 웃었다.

자신의 자리에서 다시 일어난 후 조심스럽게 주변을 살핀 후 휴대폰을 꺼냈다.

밖으로 나가며 전화번호부를 검색했다. 그곳에서 이명화 즉, 선진그룹 회장에게 직통전화를 걸었다. 몇 번의 통화음이 가고 밝은 목소리가 수화기 너머 들려왔다.

-오, 조 보좌관. 오랜만이에요.

“네, 회장님. 잘 지내시죠.”

-나야. 항상 똑같지. 조 보좌관은 어때요? 잘 지내죠?

“네. 회장님 덕분에 잘 지내고 있습니다.”

-호호호, 말이라도 고맙네.

이명화 회장의 개인폰 번호를 알고 있는 사람은 많지 않았다. 그녀는 워낙에 워커홀릭이다 보니 가족들 전화 빼고는 잘 받지도 않았다.

그런 이명화 회장이 자신의 개인폰 전화를 받는 사람 중 극소에 불과하다. 그중에 조지태 보좌관이 포함되어 있다.

사실 조지태 보좌관은 원래부터 선진그룹 장학생 출신이었다. 또한 전략기획실에 입사를 했다. 그렇게 시간이 지나고 그는 뛰어난 실력을 보여 전략기획실에서 최연소 팀장으로까지 올라갔었다.

그러다 최익현 의원이 정계에 진출을 한다는 소식을 접했다. 평소에 최익현 의원을 흠모하고 있던 조지태 보좌관은 선진그룹 전략기획실 팀장이라는 어마어마한 직위를 버리고 최익현 의원의 보좌관으로 들어온 것이었다. 물론 그 뒤에는 암암리 이명화 회장의 부탁도 있었다.

‘남편을 좀 도와줬으면 한다.’

하지만 이명화 회장의 부탁이 아니었다고 해도 조지태 보좌관은 최익현 의원 같은 사람을 보좌하고 싶었다.

한마디로 조지태 보좌관은 최익현 의원을 잠룡으로 생각하고 있었던 것이다. 그래서 최익현 의원 밑에서 3선까지 할 동안 계속해서 고생을 해왔던 것이다.

그런 과정에서 최익현 의원과 이명화 회장을 연결하는 유일한 연결고리 역할을 하는 중이었다.

-그래, 무슨 일이죠.

이명화 회장 역시 선진그룹의 회장임에도 남편인 최익현 의원을 봐주는 조지태 보좌관을 존중하는 뜻에서 말을 낮추지 않았다.

“다름이 아니라 이번에 의원님 일을 돕게 된 친구가 한 명 있습니다. 제 대학 후배입니다.”

-그래요.

“아실지 모르겠지만 황진태 의원 잘못 건드려서 곤란한 사정에 처했던 친구입니다. 집도 난리고 하마터면 아내랑 이혼할 뻔했습니다. 한마디로 집안이 풍비박산이 날 뻔했습니다.”

조지태 보좌관이 아예 솔직하게 얘기를 했다. 원래 이명화 회장에게 보고를 할 때도 절대 거짓말을 조금도 섞지 않았다.

-으음, 그 말은 그 후배를 도와달라는 말이죠.

“네. 회장님. 제 판단이긴 하지만 앞으로 의원님께 두고두고 도움이 될 친구입니다. 다만 이리저리 도움 받거나 빚지는 것을 싫어하는 성격이라서요. 전세대출금은 제가 차용증을 써서 도와주기로 했는데 제가 해줄 수 있는 것은 그것뿐이라 회장님께서 도와주셨으면 합니다.”

-그래요. 알겠어요. 내가 도와줄 수 있는 부분을 최대한 찾아보도록 하죠.

“감사합니다. 회장님. 그리고 그 친구가 기사를 내려고 하는데 아무래도 황진태 의원 건으로 인해서 기사가 좀 막힌 모양입니다.”

-내가 기사가 막히지 않게 뚫어달라는 거죠?

“네. 회장님.”

-어디 소속이죠?

“민국일보입니다.”

-어이구. 민국일보면 내가 잘 부탁해야겠네.

이명화 회장이 먼저 웃음을 보였다. 민국일보는 대한민국 3대 신문사 중 하나였다. 거기서 잘나가는 신문기자라면 나름 파워도 있다.

만약 그렇다면 조지태 보좌관이 부탁하지 않더라도 자신이 나서서 챙겨줘도 될 것 같았다.

-참! 그 이는 어때요?

조지태 보좌관이 씨익 웃었다.

“의원님께 직접 물어보시는 것이 좋지 않겠습니까.”

-나도 그러고 싶은데······. 솔직히 집에서는 서로 자는 모습밖에 보질 못해요. 내가 늦게 오면 그 양반이 자고 있고, 나 자고 일어나면 사라지고 없고.

“아마 그럴 겁니다. 회장님. 요즘 의원님 정신이 없으세요. 국방위원회 일로 뭐 하나 준비 중이신데, 조만간 뭐 하나 기사를 통해 알게 되실 겁니다.”

-그건 그렇고······. 그 양반 대선은 포기했대요?

“얼마 전까지는 당 중진들의 반대가 워낙에 심해서 반쯤 포기를 하셨어요. 그런데 요새 생각이 좀 바뀌신 것 같습니다.”

-그래요?

“네. 어쩜 이번 일은 의원님 대선 일에 도움이 될 것 같아서 준비하고 있습니다.”

-그럼 진즉에 말을 했어야지. 내 남편 대통령 만들겠다는데 그 정도 부탁도 못 들어줄까.

“물론 이번 경선에서는 쉽지 않을 겁니다. 워낙에 다른 중진들이 욕심들이 많아서 의원님이 대선후보에 끼는 것 자체를 반기지 않습니다. 그래서 그 판을 만들고 있는 중입니다.”

-으음, 무슨 말인지 알겠어요. 그 기자 후배를 통해서 판을 키우겠다는 뜻이죠?

“네. 회장님. 아마 그 기자가 황진태 의원 건을 들고 저희 의원님 파인 사태에 대한 주도권을 안겨줄 것입니다.”

-아······. 대충 어떤 일인지 알겠어요. 우리 조 보좌관 미안해서 어쩌죠? 이렇듯 고생하는데 제대로 챙겨주지도 못하고.

“회장님 그런 말씀 마십시오. 회장님 덕분에 안 사람 만나서 잘 지내고 있지 않습니까.”

-나 솔직히 말해서 요즘 후회하고 있어요.

“네?”

-아니. 우리 강희 저렇듯 시집도 안 가고 저렇게 지내고 있을 줄 알았으면 우리 조 보좌관에게 보내는 건데······.

“아이고 회장님. 그건 아닌 것 같습니다.”

조지태 보좌관이 이명화 회장하고 통화를 하던 중 처음으로 당황했다.

-어? 조 보좌관. 우리 딸이 싫다는 거예요?

“아닙니다. 제가 강희랑 모르는 사이도 아니고······. 초등학교 때부터 봐 왔는데 어떻게 그런 맘을 품겠습니까.”

-요새 10살 차이는 차이인가.

“그래도요. 회장님 마음만 좋게 받겠습니다. 그리고 저 지금 아내랑 잘 지내고 있습니다.”

-알아요. 그보다 우리 강희도 빨리 좋은 남자 만나야 할 텐데······.

“뭐, 지난번에 말씀했던 그 친구랑은 잘 안됩니까?”

-누구······.

“의원님께서 말씀하셨는데. 오상진이라고······.”

-아······.

이명화 회장은 바로 탄식을 내뱉었다. 아쉬움과 뭔가 많이 복잡해 보이는 그런 느낌이었다.

-그렇지 않아도 알아봤는데 여자 친구가 있더라고요.

“회장님 골키퍼 있다고 골이 안 들어가는 것은 아니었습니다.”

-그런데 여자 친구가 엄청 예뻐. 게다가 오래 만났고······.

“아. 쉽지 않겠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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