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인생 리셋 오 소위-945화 (945/1,018)

< 05. 바로잡아야 합니다(9) >

인생 리셋 오 소위! 2부 275화

05. 바로잡아야 합니다(9)

“오, 그래서?”

-국밥집 사장님 엄청 좋으신 분이야. 내가 와이프 찾아다닌다고 한동안 집에 못 들어갔을 때 우리 애들 거기가면 공짜로 밥도 주시고, 애들 말 들어보면 우리 애들에게만 계란후라이도 해주고 그러셨어.

“계란후라이? 그건 크네.”

-그렇다니까. 어쨌든 우리 애들을 잘 보살펴 주셨어. 게다가 한 달에 한 번 근처 요양원에 계시는 어르신들에게 무료 식사까지 대접하시는걸.

“대단하신 분이네.”

-그렇다니까. 그런데 왜? 또 무슨 일 있어?

“또? 그전에 무슨 일 있었니?”

-아니야. 형 얘기부터 해봐.

“아까 말을 이어서 하면 국밥을 먹으러 갔는데 김현자 의원 알지?”

-김현자? 혹시 시 의원 김현자?

“맞아!”

-김현자 의원이 왜?

“거기 와서 난리를 피우더라. 바로 뒤에 의원님 식사하시고 있는데.”

-뭐? 진짜?

“그래! 아니 국밥 맛있다고 싹싹 비워놓고. 갑자기 뜬금없이 맛이 이상하다느니 그러면서 시비를 거는 거야.”

-미친 거 아니야? 시민의식에 대한 자각을 못 하는 거야?

“그건 나도 잘 모르겠고. 조만간 국회의원 하겠다고 설치고 다니는 것이 꼴 보기 싫었거든. 그런데 노선을 바꿨나? 왜 그러는지는 모르겠다. 어쨌든 우리 의원님이 최근에 과음을 좀 하셨거든. 그래서 거기 국밥이 속풀이에 좋다고 하셔서 한 번 가 봤지. 너무 맛있게 먹는데 말도 안 되는 걸로 트집을 잡으시니까. 의원님께서 한마디 하신 것이지.”

-그렇겠지. 최 의원님 성격상 그냥 넘어가시지는 않았을 거야.

“그런데 무슨 한호푸드인가?”

-한호푸드? 아하······. 거기 알지. 안 그래도 나도 그쪽을 좀 알아보고 있는 중이거든. 그런데 좀 이상하던데.

“말도 마. 완전 쓰레기 양아치같이 장사하는 놈이야. 영세업자들 등쳐먹고 말이야.”

-그런데 거기가 왜?

“거기 사모랑 같이 왔더라고.”

-오호······.

김인철 기자는 얘기를 들을수록 점점 흥미가 느껴졌다.

-설마 구원투수 격으로 같이 간 건가?

“상황은 그런 것 같은데······. 아무튼 의원님이 가만두지 않겠다고 하셔서 일단 내가 말렸어.”

-잘했어. 형. 닭 잡는 데 소 잡는 칼을 쓰지는 않지.

“야, 인마. 우리 의원님 아무리 그래도 소 잡는 칼은 아니야.”

-그래. 그래. 봉황칼이라고 할까?

“뭐. 그 정도로 해야지.”

-형도 참······. 그래서 나보고 그 닭을 잡아 달라는 거 아니야?

“표현은 뭐 그렇긴 한데. 어떻게 되겠냐?”

-뭐. 그렇지. 다른 것은 몰라도 거기 사장님에게 크게 신세 진 것도 있고. 어차피 그 신세 갚을 생각이었는데 잘되었네. 한호푸드라고 했지?

“그래.”

-내가 거기랑 엮여서 아주 탈탈 털어내 줄게. 김현자 의원은 아예 정계 은퇴를 시켜주도록 할게.

“그래. 다른 사람이 그런 얘기를 하면 안 믿는데. 너라면 그 말 믿는다. 아주 탈탈 털어봐.”

-알았어. 대신에 형. 이번에 잘되면 제대로 한 턱 쏴.

“그게 문제겠냐. 그리고 너 아까 전세금 얼마나 필요해?”

-전세금? 그거 형이 빌려주게?

“그래. 빌려줄게.”

-아이씨, 농담하지 마.

“진짜야!”

-형 한두 푼이 아니야. 몇천 얘기가 아니라고.

“알아! 한 2-3억이면 돼?”

그러자 갑자기 수화기 너머 김인철 기자가 조용해졌다. 그는 잠깐 생각하는 듯하더니 물었다.

-형, 왜 그래? 뭐야?

“뭐긴 뭐야. 솔직히 말해서 나야 의원님 밑에서 잘 먹고 잘살고 있잖아. 너는 올바른 기자 생활 하면서도 힘들고 말이지. 그냥 통장에 묵혀 두는 돈. 너에게 빌려주겠다는데 왜?”

-진짜 형 왜 그래? 로또라도 당첨된 거야?

“로또는 무슨······. 내가 그런 운이라도 있냐. 그냥 너희 집 형수 잘살잖아.”

-그러니까. 형수가 잘사는 거지. 형이 잘사는 것은 아니잖아.

“너희 형수도 나한테 주변 사람들 신경 쓰지 말고 돕고 살라고 하니까.”

-와, 뭐야? 벌써부터 정치가 아내 마인드야?

“에헤이. 이 녀석이. 꼭 말을 해도······. 너희 형수가 좀 마음씨가 곱다. 이런 식으로 받아들이면 되는 거지. 그런 식으로 삐딱하게 받아들여야겠어?”

-형. 그런 식으로 나에게 돈 준다고 했던 사람이 어디 한두 명이어야지.

“나는 너에게 돈 빌려주면서 차용증 다 쓸 거거든.”

-아이고 차용증 안 쓰면 내가 안 받을 거거든요. 그래서 진짜 빌려준다고?

“그래! 다른 사람도 아니고 어떻게 보면 너도 나랏일 하는 거랑 다름이 없잖아.”

-솔직히 나랏일 하는 것은 아니지.

“대한민국에서 이렇듯 노력하는데 너 같은 기자가 어디 있냐! 그나마 너 같은 기자가 있기에 썩어빠진 나라가 그나마 버티는 거지.”

-아이고, 그렇게 생각해 주는 사람은 형밖에 없네. 이러다가 형이 나 정치판에 끌어들이겠네.

“그래. 한 10년쯤 있다가 널 끌어들일 생각이 있는데.”

-아이고. 됐습니다. 내 주제에 무슨 정치야.

“인철아. 너 같은 애들이 정치를 해야 해. 솔직히 말해서 정치판 들어와 봐라. 싸울 사람 천지다. 천지라.”

-됐고. 그 얘기는 나중에 하고. 아무튼 돈 빌려준다는 거지?

“그래. 빌려줄게.”

-진짜! 딴소리하지 마.

“딴소리 안 해.”

-형이 진짜 빌려준다고 하면 집사람이 좋아하겠네. 애들도 사실 다시 예전에 다니던 학교 가고 싶어 했거든. 어머니도 불편하시고.

“그래. 가정에 평화가 와야 너도 맘 놓고 일을 하지. 어머니도 말년에 무슨 고생이시냐. 너 하나 뒷바라지한다고 그리 고생을 했는데. 며느리하고 사이 불편하면 어머니도 불편하시잖아.”

-그러게 말이야. 와이프도 뭐······. 어쩌겠어. 나 때문에 그랬는데.

“그러니 네가 잘했어야지. 교통사고는 왜 내.”

-에헤이. 형도 알잖아. 내가 당한 거라니까.

“알아. 아는데······. 그래도 네가 조심했어야지. 욱하는 성격 못 버리고 네가 경찰도 아닌데 그 사람 뒤쫓다가······.”

-와, 형 돈 빌려준다고 잔소리하는 거야?

“잔소리하면 안 돼? 무이자로 빌려주는데?”

-어? 무이자야? 그럼 잔소리해도 돼. 충분히 그럴 자격 있어. 형은.

바로 말을 바꾸는 김인철 기자였다. 조지태 보좌관이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으구······. 자본주의의 노예 같은 자식.”

-형! 나 지금까지 돈 없어도 살 수 있을 것 같았거든? 그런데 말짱 헛소리더라. 돈 없으니까 아무것도 못 하더라.

“맞아. 너 같은 애들은 돈 걱정 없이 너 하고 싶은 대로 해야 해. 그래서 빌려주는 거야. 알았지?”

-알았어.

“혹시 돈 필요하면 말해. 여윳돈 많으니까.”

-형 진짜 괜찮아? 형수에게 안 쫓겨나?

“야! 나 돈 많이 받아.”

-에이, 보좌관 월급 뻔한데 뭘 많이 번다고 그래.

“우리가 의원실 보좌관들 중에서 월급 가장 많이 받아. 우리 의원님은 본인 월급 털어서 보좌관들 보너스 주시는 거.”

-최 의원님이야 처가가 선진그룹인데 뭐······.

“인마. 처가가 선진그룹이라고 의원님이 돈 받으시냐. 의원님 교수 생활 하실 때 모아놨던 돈 그걸로 야금야금 까먹고 계셔.”

-그래?

“후원이 들어와도 진짜 허튼 곳에 하나도 안 쓰셔. 본인에게 절대 안 써. 실수로라도 그런 일로 책 잡힐까 봐 전전긍긍하시는 분이야.”

-이야. 역시 최 의원님. 최 의원님 같은 분이 진짜 대한민국 국회의원을 하셔야 해.

“아. 그리고 나중에 우리 의원님 대선 출마하신다면 좀 밀어주고.”

-뭐, 그거야 나중에 출마하시면 당연히 해드릴 건데. 정말 출마하시고?

“그렇지 않아도 현재 메이드 중이시다. 어떻게 보면 우리 의원님 청와대 가시는 첫걸음일 수도 있다.”

-그렇게 말을 하니 사명감이 물씬 느껴지는걸.

“아무튼 잘 좀 부탁한다.”

-알았어. 걱정 마. 그리고 형.

“응?”

-기왕 이렇게 된 거 나도 좀 부탁하자.

“뭐?”

-황진태 의원.

“황진태 의원? 뭐? 의원님보고 먼지 좀 털어달라고 해?”

-아니. 그 새끼는 내가 무슨 수를 써서라도 옷 벗길 거고. 대신에 내가 자료 조사를 하면······. 알잖아. 계속해서 기사 막아버리면 답이 없는 거.

“어. 너 기사가 나갈 수 있게 해달라고?”

-응. 전에 큰소리 떵떵 쳤다가 꼬여서 우리 국장부터 시작해서 다들 몸 사리고 있거든.

“으음······. 일단 알았다. 그 문제는 내가 어떻게든 해볼게.”

-알았어, 형. 형만 믿을게.

“알았다.”

조지태 보좌관이 긴 통화를 마쳤다. 오랜 통화로 열이 나는 휴대폰을 쥔 손을 보고 짧게 한숨을 내쉬었다.

“후우······.”

그리고 그 휴대폰을 주머니에 넣고 다시 의원실로 들어갔다.

최익현 의원은 들어오자마자 전화기를 붙잡고 얘기 중이었다.

“김 의원. 부탁 좀 합시다. 그래요. 내가 다음에 크게 부담할게요. 그래요. 알았어요.”

전화를 끊자마자 똑똑 문을 두드리는 소리가 들려왔다.

“의원님 접니다.”

조지태 보좌관 목소리였다.

“들어와.”

조지태 보좌관이 들어와 최익현 의원 앞으로 갔다.

“어. 그래. 왜?”

“의원님, 방금 기자랑 통화를 했습니다.”

“기자? 아, 그 후배라는 사람?”

“네. 의원님.”

“통화를 했다면 얘기를 했겠네. 뭐라고 해?”

“그 친구도 국밥집을 알고 있다고 합니다.”

“오, 그래?”

“네. 그 국밥집에 신세 진 것이 있다고 합니다.”

“신세를 져?”

“뭐, 가족 문제라······.”

“그렇다면 뭐······. 어쨌든 잘 얘기가 된 거지?”

“네, 의원님. 자기만 믿고 있으라고 합니다.”

“듣던 중 다행이네. 그 얘기를 하려고 들어온 것은 아닌 것 같고······. 뭔가 할 말이라도 있나?”

“의원님. 아실지 모르겠지만 그 친구가 이전에 황진태 의원을 조사하는 과정에서 불미스러운 일을 당했습니다.”

순간 최익현 의원의 눈빛이 차분하게 가라앉았다.

“황진태 의원?”

“네. 이 녀석이 황진태 의원 뒤를 캐다가 교통사고를 당했습니다. 그것 때문에 거액의 합의금을 물어주면서 집까지 팔게 되었습니다.”

“어이구······.”

최익현 의원은 얘기를 들으면서 안타까운 표정을 지었다. 조지태 보좌관의 말은 계속 이어졌다.

“그러면서 갑자기 시댁살이를 하게 되었습니다. 그 과장에서 그의 아내와 어머님과 사이가 좋지 않아 아내가 집을 나가기도 했고요.”

“아이고 어떻게 그렇게 열심히 사는 사람들이 그래?”

“그러게나 말입니다.”

“그래서 내가 뭘 도와주면 돼?”

최익현 의원의 말에 조지태 보좌관이 피식 웃었다.

“의원님, 말씀이라도 그렇게 함부로 말씀하시면 안 되는 거 아시죠?”

“왜? 내가 도와주고 싶으면 도와주는 거지.”

“물론 그렇긴 하지만 의원님께서 직접 나서시면······.”

“알았다. 알았어. 뭔 다른 사람 눈치 볼 것도 많아.”

“마음만으로도 감사합니다. 제가 그 마음 꼭 전달하겠습니다.”

“아후, 됐어. 도와주지도 않는데 무슨 마음 전달은······. 그래서 뭐?”

“그 친구가 황진태 의원 조사를 계속하는 것 같습니다.”

“오 그래? 뭐 좀 나왔데?”

최익현 의원이 관심을 가졌다. 조지태 보좌관이 쓰고 있던 안경을 추켜 올렸다.

“슬쩍 얘기를 들어보니 나온 것 같기도 하고······. 그 과정에서 파인 사태에 대해서 뭔가 있는 것 같았습니다.”

“파인 사태? 그래서?”

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