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05. 바로잡아야 합니다(8) >
인생 리셋 오 소위! 2부 274화
05. 바로잡아야 합니다(8)
“네. 그렇긴 한데요.”
“다른 의미는 아니고 어머님 국밥을 다른 사람들이 많이 찾아서 먹었으면 하는 바람에서 드리는 말씀입니다.”
“감사합니다.”
“네네. 그럼 또 오겠습니다.”
최익현 의원이 정중하게 인사를 하고 가게를 나갔다. 그 뒤를 바로 보좌관이 따라붙었다.
“의원님. 김현자 의원은 어떻게 할까요?”
“김현자 의원은 내가 알아서 처리할 테니 그냥 둬. 그보다 자네 말이야. 어땠나?”
“네?”
“국밥 말이야.”
“정말 맛있었습니다.”
보좌관이 양손 엄지를 올리며 칭찬했다. 최익현 의원도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지?”
“네. 빈말이 아니라 지금까지 먹었던 국밥이 50점짜리였다면 저기 국밥은 100점짜리입니다.”
“나 어릴 적 말이야. 시장에서 팔던 국밥이 있었어. 그 국밥집 할머니가 돌아가셔서 그 국밥 맛을 내는 집이 사라졌는데 이 국밥을 먹으니 그때 그 생각이 나.”
“같은 맛입니까?”
“같은 맛은 아닌데. 그만큼 맛있다는 거지. 그 국밥집을 생각하며 이 국밥을 먹으면 예전에 힘든 시절이었던 그때를 추억할 수 있을 것 같아 좋아. 나같이 고생하는 사람들에게 향수를 불러일으키는 맛이야.”
“의원님께서 이리 말씀하시는 것은 처음 들어봅니다. 원래 어지간해서는 맛있는 말을 잘 하지 않으시지 않습니까.”
“어허. 자네 뭔 소리인가. 내가 맛있다는 집이 어디 한두 군데인가?”
“그거야. 정치인으로서 말씀하시는 거 아닙니까.”
“자넨 날 너무 잘 알아.”
“당연한 말 아닙니까.”
조지태 보좌관이 미소를 보였다. 최익현 의원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 그래. 아무튼 가자고! 오늘은 속도 제대로 풀었으니 열심히 또 일해야지.”
최익현 의원이 차를 타고 국회로 향했다.
“보좌관 자네는 어떻게 했으면 좋겠나?”
가는 길에 최익현 의원이 나직이 물었다.
운전대를 잡고 있던 조지태 보좌관이 룸미러를 통해 최익현 의원을 바라봤다. 그는 최익현 의원이 물어보는 것이 무엇인지 대번에 알았다.
“김현자 의원 말씀이시라면 의원님께서 직접 나서지 않은 것을 말씀드립니다.”
“왜?”
“아마 당에서 이런저런 말이 나올 것 같습니다.”
조지태 보좌관의 말을 듣고 생각이 깊어진 최익현 의원의 시선이 차창 밖으로 향했다. 수많은 건물들이 지나가는 것을 보며 물었다.
“김현자 의원의 지역구 소속 국회의원이 누구지?”
“아마 도상욱 의원일 겁니다.”
“도상욱?”
도상욱 의원은 민국당의 2선 의원이었다. 최익현 의원의 눈썹이 꿈틀거렸다.
“설마 그 뺀질이 의원?”
룸미러를 통해 바라보는 조지태 보좌관이 피식 웃었다.
“네, 맞습니다.”
“그놈은 도대체 어떻게 2선까지 의원 노릇을 할 수 있는지 의문이야.”
최익현 의원이 한마디 툭 던졌다. 사실 도상욱 의원은 말이 국회의원이 그렇게 말할 자격도 없는 사람이었다. 일은 하지 않고, 만날 다른 의원들이랑 골프나 치러 다니며 정치질만 했다.
하물며 자신이 국회의원이라며 그 지역에서 어깨에 잔뜩 힘만 주고 다니면서 지역 유지들에게 온갖 향연을 받고 있는 인물이었다.
당연하게도 도상욱 의원은 최익현 의원 라인이 아니었다. 최익현 의원이 당내 중진들보다는 초선, 재선 그런 의원들의 지지를 받고 있었지만 재선 의원임에도 도상욱 의원과는 친하지 않았다.
“도상욱이 어느 쪽이지?”
“김형철 의원 라인인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김형철 의원.”
최익현 의원이 고개를 끄덕였다.
김형철 의원은 민국당에서 4선 의원이고 최근에는 당 원내대표까지 맡았다. 이번 대통령 선거에 나간다고 출마를 공식적으로 발표한 상황이었다.
최익현 의원과는 딱히 사이가 좋은 것도 나쁜 것도 아니었다. 하지만 이번 대통령이 되기 위해 혈안이 되어 있는 김형철 의원이었다. 만약에 자신의 라인에 있는 도상욱 의원을 건드리면 그가 가만히 있지 않을 것이다.
“하아, 고민이네. 징계 위원회에 올리는 것도 좀 그렇고······.”
최익현 의원이 조용히 중얼거렸다. 조지태 보좌관은 그 얘기를 들었음에도 일단은 입을 다물고 있었다. 그도 그럴 것이 아무리 국회의원 일이라고 해도 징계 위원회를 여는 것도 쉽지 않다.
하물며 시 의원이다. 개인적으로 진상 짓을 한 걸 가지고 오히려 일을 키우면 민국당에서 별것도 아닌 일로 망신을 시킨다는 소리가 나올 수도 있다.
하지만 그렇다고 이 일을 흐지부지 넘어갈 수는 없었다.
최익현 의원은 그녀가 자신의 직위를 이용해 그런 진상 짓을 하는 것을 직접 두 눈으로 똑똑히 봤다. 다른 사람도 아닌 오상진의 어머니가 운영하는 식당에서 벌어진 일이었다. 이건 절대 그냥 넘길 수가 없었다.
이런 저런 생각을 하고 있을 때 조지태 보좌관이 슬쩍 얘기를 꺼냈다.
“의원님.”
“응? 으응?”
“이번일에 대해서 언론을 좀 이용해 보시는 것이 어떻습니까?”
“언론? 혹시 아는 기자라도 있나?”
“네. 지난번에 말씀드렸던 김인철이라고 기억하십니까?”
“김인철? 아, 자네 후배라는?”
“네, 의원님.”
“그 친구가 우리를 도울 수 있겠어?”
“네. 아마 가능할 것입니다. 다른 것은 몰라도 이런 일은 전문입니다. 워낙에 불의를 보면 못 참는 성격이라서 말이죠.”
“그래?”
최익현 의원이 흥미롭다는 듯 자신의 턱을 손으로 어루만졌다.
“하긴 우리가 사익을 가지고 하는 것도 아니고. 그런 시 의원들이 국민을 대표한답시고 의원 짓을 한다는 것이 너무 웃기지 않아?”
“네, 저도 같은 생각입니다.”
“그래. 자네가 한번 말을 잘 해봐.”
“네. 알겠습니다.”
“그리고 한호푸드 말이야.”
“네.”
“한호푸드도 조사 좀 해.”
“알겠습니다.”
“그 업체 그냥 둬서는 안 될 것 같아.”
“네, 의원님.”
두 사람이 얘기를 하는 사이 차량은 어느새 여의도에 도착을 했다. 국회로 차량을 몰고 들어갔다. 곧장 주차장에 차량을 주차시켰다.
“의원실로 바로 가실 거죠?”
“그래야지. 봐야 할 서류들이 산더미야.”
“네.”
최익현 의원이 걸음을 옮겨 자신의 의원실에 도착을 했다. 조지태 보좌관이 바로 문을 열었고 안으로 들어갔다. 조지태 의원은 최익현 의원이 자신의 의자에 앉는 것을 보고 조심스럽게 빠져나왔다.
그러곤 한쪽으로 가서 주머니에 넣어둔 휴대폰을 꺼냈다. 그는 휴대폰 번호를 뒤져 김인철 기자에게 전화를 걸었다. 달깍 소리가 들리며 목소리가 들렸다.
-네. 김인철 기자입니다.
“어, 인철아.”
-······.
잠깐 말 끊는 소리가 들리고 그제야 전화 한 사람이 누구인지 확인을 한 후 목소리가 밝아졌다.
-아이고 형, 무슨 일이야?
“다른 것이 아니라 너 서울에 올라왔다면서.”
-응.
“그랬으면 연락을 해야 할 것 아니야.”
-올라와서 밀린 일 좀 하느라 정신이 없었어.
“그래? 참 제수씨는?”
-그렇지 않아도 그제 집에 왔어.
“어후, 제수씨가 고생이다. 그보다 너희 사는 곳은?
-그대로지.
“제수씨가 살겠다고 해?”
-대신에 1년만 더 살기로 했어. 나도 전셋집을 얻더라도 일단 돈을 모아야 하니까.
“서울 전셋집 가격이 장난 아닐 텐데······.”
-그러게 말이야. 애들 학교도 문제가 있고. 애들도 예전에 다니던 학교에 가고 싶어 하니까. 와이프도 원래 살던 곳에 살고 싶어 하고. 그 집 전셋값이 한두 푼도 아니라 대출을 받으려고 해도 쉽지가 않네. 그래서 지금 많이 고민이야.
김인철 기자가 자신의 처지를 하소연했다.
“회사 쪽에는 대출 알아봤어?”
-얘기를 해봤는데 내가 전에 사고 친 것도 있고 해서 이래저래 좀 꺼리는 눈치야.
“그래? 아예 안 해준대?”
-그건 아니고 일단 1년 정도 있다가 대출을 진행해 보자고 하더라고. 뭐, 내가 그동안 사고를 치지 말아야 하는 전제조건이 깔리겠지만.
대답을 하는 김인철 기자의 입가로 씁쓸함이 내비쳤다. 조지태 보좌관이 말했다.
“그래서 1년만 살기로 한 거야?”
-응.
“그럼 요새 뭐 해?”
-아까 말했잖아. 밀린 일도 하고 조용히 지내기로 했다고.
“그래서 당분간은 쥐 죽은 듯이 살 거야?”
-무슨 말이야, 형은······. 그냥 요새 내가 딱히 관심을 가질 만한 일이 없어서 그래.
“너 솔직히 말해봐. 너 아직도 황진태 의원 거 파지?”
-······.
수화기 너머 아무런 말도 들려오지 않았다.
“맞네, 맞아. 황지태 의원 아직 파네.”
-형은 못 속이겠다. 어떻게 알았어?
“야. 이 바닥에서 미친개로 불리는 놈이 목줄 채웠다고 가만히 있는 것을 믿을 사람이 누가 있냐. 당연히 뭔가를 노리는 것이 있다고 생각하겠지.”
-맞아. 황진태 의원 파고 있어.
“뭐라도 있어?”
-지난번에는 제대로 하지 못해서 당했지만 이번에는 안 그러려고. 황진태 의원 것을 파면서 겸사겸사 파인 건도 하고 있어.
파인 건이라는 것은 한호푸드 건이었다. 파인 건 문제가 터지면서 정재계 의원들이 연루되었다고 퍼졌었다. 대한당은 물론이고, 민국당에서도 상당히 많은 의원들의 이름이 올랐다. 그로 인해 대한당의 분열이 일어났고, 새로운 선진당이 창단되었다.
“이야. 너 너무 위험하지 않냐?”
-위험하더라도 어쩔 수 없지. 내가 모르면 모를까. 파다 보니 내가 알게 되어버렸잖아. 그냥 있을 수는 없잖아.
“그래. 네가 해라. 대한민국은 네가 지켜야지.”
-뭐야, 형. 비꼬는 거야?
“아니야. 널 응원하는 거지. 어쨌든 이렇게밖에 응원하지 못해서 미안하다. 형도 뭐라도 하고 싶은데 보좌관 신세라서······.”
-뭐라는 거야. 형은 최 의원님 보좌관이잖아. 요새 제일 잘나가시는 분인데.
“의원님이 잘나가시지. 내가 잘나가냐.”
-마음에도 없는 소리 하지 마. 다들 그러던데? 형 무조건 다음에 공채 받아서 국회의원 된다고 말이야.
“난 아직 생각없다.”
-아니, 왜?
“나는 의원님 청와대 보내기 전까지는 무조건 의원님 보좌할 거야.”
-형은 진짜 충신이다. 충신! 최 의원님 정말 청와대 가시면 형은 민정수석이라도 하게?
“시켜 주시면 해야지.”
-크으, 하긴 형은 잘할 거야. 내가 정치하겠다고 하는 사람들 정말 꼴불견인데 형하고는 이렇게 연락하고 지내고 있잖아.
“어이구, 고맙습니다. 감사합니다. 김인철 기자님.”
-네네. 그래서 용건이 뭐야?
“용건은 무슨······. 그냥 안부 차 전화했어.”
-어이쿠. 형이? 뻥치지 말고 빨리 말해. 뭔데?
“그래! 이왕 말이 나와서 그러니까. 부탁 하나만 하자.”
-무슨 부탁? 청탁 같은 것은 안 돼. 그리고 최익현 의원 기사 써달라는 것도 안 해.
일단 김인철 기자는 못을 박아 놓고 시작했다.
“알아. 그런 거 부탁하는 거 아니야. 사실은 오늘 의원님하고 국밥집을 갔거든.”
-국밥집?
“그래. 아마 너는 모를 거야. 신순애 국밥집이라고······.”
조지태 보좌관의 말이 끝나기도 전에 김인철 기자가 말을 끊으며 말했다.
-어? 형! 한울 빌딩에 있는 거 아니야?
“어? 네가 어떻게 알아?”
-거기 나 단골이야. 근처에 장모님 댁이 있어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