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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생 리셋 오 소위-943화 (943/1,018)

< 05. 바로잡아야 합니다(7) >

인생 리셋 오 소위! 2부 273화

05. 바로잡아야 합니다(7)

몸을 돌린 사람은 민국당의 대통령 후보로 거론되고 있는 최익현 의원이었다.

최익현 의원이 신순애 국밥집 간판을 올려다봤다.

“여기인가?”

“네. 의원님. 들어가시죠.”

조지태 보좌관이 신순애 국밥집 문을 열었다. 그는 고개를 끄덕이고는 안으로 들어갔다. 잠깐 주위를 테이블을 확인하던 그때 신순애가 다가왔다.

“어서 오세요.”

“네.”

“빈자리 아무 곳에 앉으시면 됩니다.”

“알겠어요.”

최익현 의원이 고개를 끄덕이며 빈자리를 찾아 이동했다. 그런데 어떤 사람이 엄청 맛나게 국밥을 먹고 있었다. 그것도 고추를 장에 찍어서 아삭아삭 아주 맛나게 말이다.

‘허허, 참 맛나게 먹는군.’

최익현 의원이 속으로 중얼거리는데 그 얼굴이 익숙했다.

‘어? 김 의원이네.’

대부분의 국회의원들은 시 의원들을 잘 모른다. 하지만 최익현 의원은 어지간한 의원들을 한 번 보면 잊어본 적이 없다. 최익현 의원이 말을 걸까 하다가 고개를 가로저었다.

‘맛있게 먹고 있는데 괜히 그렇지.’

최익현 의원은 조심스럽게 바로 뒤편에 자리하며 앉았다. 바로 물을 가지고 오는 종업원이 있었다.

“어떤 걸로 드릴까요?”

보좌관이 바로 입을 열었다.

“국밥 두 개 주세요.”

“네, 잠시만 기다려 주세요.”

잠시 후 김이 모락모락 나는 국밥 2개가 나왔다. 최익현 의원은 입맛을 다시며 수저를 들었다.

“어디 한번 먹어볼까?”

수저로 국물을 떠서 입안에 넣었다. 고소한 국물이 입안을 오랫동안 맴돌았다.

“어후, 괜찮네.”

그 뒤로 새우젓으로 간을 본 후 양념장을 추가하고 밥을 넣어 말았다. 그리고 한 수저 떠서 먹으니 속이 확 풀리는 느낌이었다. 맞은편에 앉은 보좌관도 표정이 밝았다.

“의원님 맛있습니다.”

“그렇군.”

“깍두기와 김치도 딱입니다.”

“그래. 그래.”

최익현 의원도 기분이 좋은지 연신 웃고 있었다. 딸이 최강희가 추천할 만한 곳이었다.

“참. 자네······.”

“네?”

“의원님이라는 소리는 하지 마.”

“네?”

보좌관이 고개를 갸웃했다. 최익현 의원이 고개를 두리번거리며 낮게 말했다.

“주변 사람들이 식사를 하는데 방해되잖아.”

“아! 네, 알겠습니다.”

보좌관이 바로 알아들었다.

“그렇다면 사장님이라고 하겠습니다.”

“그래.”

최익현 의원은 매우 흡족한 표정으로 한 수저 더 떠먹으려고 하는데 뒤에서 앙칼진 목소리가 들려왔다.

“아줌마!”

그 소리에 최익현 의원이 고개를 돌렸다. 그곳엔 김현자가 말도 안 되는 시비를 신순애에게 걸고 있었다.

‘하아······.’

최익현 의원의 표정이 굳어졌다. 그는 그냥 웬만하면 넘어가려고 했다. 얼굴 팔려봤자 좋을 것이 없다고 판단해서 말이다.

‘김 의원 사람 저렇게 안 봤는데······.’

최익현 의원이 연신 불편한 표정을 내비쳤다. 앞에 앉은 보좌관도 슬슬 눈치를 살폈다.

“제가······.”

보좌관이 자리에서 일어나려고 했다. 최익현 의원이 바로 제지했다.

“좀 더 지켜보도록 하지.”

“······네.”

최익현 의원은 그래도 민국당 입지도 있는데 섣불리 나서는 것은 아닌 것 같았다. 나중에 따로 불러 한소리 할 생각이었다. 그런데 김현자가 점점 도가 지나쳤다. 마치 자신이 뭐라도 되는 것처럼 말이다.

‘저, 저저저······.’

최익현 의원의 얼굴이 점점 붉어졌다. 도저히 참다참다 참지 못한 최익현 의원이 수저를 탕 하고 내렸다. 자리에서 일어나 몸을 돌려 김현자를 내려다봤다. 김현자의 얼굴이 바로 사색이 되었다.

“의, 의원님이 어떻게······.”

“왜? 나는 여기서 식사하면 안 됩니까?”

“그, 그게 아니라······.”

당황한 김현자는 어떻게 해야 할지 몰랐다.

“계셨으면 말씀을 하시죠.”

“너무 맛있게 먹고 있어서 일부러 말을 걸지 않았습니다. 불편해할 것 같아서 말이죠. 그런데 지금 뭐 하는 거죠?”

최익현 의원이 눈살을 찡그리며 물었다. 김현자는 당황했다.

“······네?”

“아니, 조금 전 엄청 맛있게 먹고 있는 것을 나도 봤는데 맛이 없었어요? 그래요?”

“그게······.”

“나는 엄청 맛있게 먹고 있는데······. 아니면 내 입맛이 이상한 건가?”

“의원님 그것이 아니라······.”

김현자는 어떻게든 변명하려고 했지만 딱히 변명할 것이 없었다. 눈알만 빠르게 굴리며 어떻게든 이 상황을 모면하고 싶었다.

최익현 의원의 시선이 김현자의 뚝배기 그릇으로 향했다. 몇 개의 밥알만 남기고 싹 비워져 있었다.

“아니, 이렇듯 맛있게 싹싹 비워놓고 맛없다고 하는 이유가 뭡니까?”

“······.”

김현자는 바로 답을 하지 못하고 우물쭈물했다. 그러자 그 앞에 있던 조애령이 바로 자리에서 일어나 세상 환한 얼굴로 말했다.

“어머나. 난 또 누구신가 했네. 최 의원님이셨구나. 안녕하세요.”

조애령의 인사에 최익현 의원이 그녀를 바라봤다.

“누구시죠?”

“항상 의원님 먼발치에서 응원하고 있어요. 제 남편이 회사를 운영하고 있습니다. 여기 제 명함······.”

조애령이 재빨리 자신의 명함을 내밀었다. 그것을 받아 든 최익현 의원이 확인했다.

‘한호푸드 이사 조애령?’

최익현 의원은 이미 최강희를 통해 한호푸드에 대해서 들었다.

‘가만 그 회사? 그렇다면 지금 한호푸드 관계자와 와서 이렇듯 횡포를 부리는 거야?’

최익현 의원의 서늘한 시선이 김현자에게 향했다. 김현자는 그 눈빛을 보자 히끅 하며 딸꾹질을 했다. 그러면서 조애령을 내버려 두고 서둘러 계산대로 갔다.

“여, 여기 얼마예요?”

“네? 그냥 가셔도 됩니다.”

“아니에요. 돈 낼게요. 여기······.”

김현자는 부랴부랴 지갑에서 2만 원을 꺼내 던지듯 건네고는 황급히 식당을 나갔다.

“소, 손님. 거스름돈은요.”

신순애가 불렀지만 김현자는 듣지도 않고 저 멀리 사라져갔다. 조애령은 믿었던 김현자가 도망가자 이맛살을 찌푸렸다. 하지만 그녀 앞에는 최익현 의원이 서 있었다.

‘그래, 저년은 내버려 두고 이번 기회에 최 의원님이랑 안면을 트는 거야.’

조애령도 최익현 의원이 최강희의 아버지라는 사실은 알고 있었다. 아니, 선진그룹의 가계도는 어느 정도 꿰뚫고 있었다.

‘그래. 여기서 최 의원님을 잘 구슬리면 입찰을 따낼 수 있을 거야.’

조애령은 왜 이곳에 최익현 의원이 있는지에 대해서는 전혀 생각지도 않았다. 그저 어떻게든 최익현 의원을 구슬려 입찰을 따낼 생각이었다. 그런 원대한 꿈을 안은 조애령이 사람 좋은 표정을 지으며 입을 열었다.

“저기 최 의원님 괜찮다면 제가 식사 대접을 해도 될까요?”

“왜요? 왜 그쪽이 제게 식사를 대접한다는 거죠?”

그러나 최익현 의원은 매우 쌀쌀맞게 답을 했다.

“아, 아니, 그게······.”

“아니면 혹시 저에게 따로 부탁하실 거라도 있습니까?”

“굳이 그렇다기보다는······. 이러지 말고 조용한 곳으로 자리를 옮기시죠.”

“아뇨. 그러실 필요 없습니다. 나는 그쪽 부탁을 들어줄 생각이 없습니다.”

“네?”

조애령이 의문을 가졌다. 최익현 의원이 바로 입을 열었다.

“아, 여기 거기죠? 내가 듣기로는 한호푸드에서 아주 재미난 얘기가 많이 나오던데.”

“무, 무슨 얘기요?”

최익현 의원은 이곳으로 오던 중 한호푸드에 대해서 알아보라고 했다. 그래서 보좌관을 통해 한호푸드에 대해 들은 것이 있었다.

“뭐라더라? 프랜차이즈 사업한다고 꼬셔놓고는 레시피만 쏙 빼먹고 나 몰라라 한다고 하던데······.”

“네? 누, 누가 그런 소리를······.”

최익현 의원이 이맛살을 찌푸렸다.

“그럼 제가 헛소리를 하고 있다는 겁니까?”

“그게 아니라······.”

“한번 제대로 조사를 해볼까요? 누구 말이 맞는지.”

조애령의 낯빛이 하얗게 질려갔다. 그것도 최익현 의원 입에서 나온 말이었다. 민국당에서도 최고의 실세. 그 뒤에는 선진그룹이 딱 버티고 있고 말이다.

언제는 꼭 대통령이 될 분이라며 국민들에게 여러 지지를 받는 분이기도 했다. 그런 사람의 눈 밖에 났으니 이건 엄청나게 큰일이었다.

‘아씨, 괜히 남아 있었어.’

바로 분위기를 파악한 조애령이 급히 인사를 했다.

“죄송해요. 먼저 가 보겠습니다.”

조애령이 빠르게 몸을 돌려 나가려는데 그런 최익현 의원이 그녀를 불러세웠다.

“저기요.”

“네?”

“여기 저 단골집입니다. 무슨 말인지 알겠어요?”

“네? 아, 네네네.”

“아무로 한 번 더 이런 일 생기면 저 그때는 그냥 안 넘어갑니다. 알겠어요?”

“네, 알겠습니다.”

조애령이 후다닥 가게를 나갔다. 그녀를 보고는 최익현 의원이 주위에 있던 사람들에게 일일이 인사를 했다.

“어르신들 죄송합니다. 본의 아니게 저희 당 의원들 때문에 식사하는데 불편을 끼쳤습니다. 별것은 아니지만 제가 사죄하는 의미로 오늘 식사는 제가 다 계산하도록 하겠습니다. 이후의 식사는 편안하게 하시면 될 듯 합니다. 다시 한번 사과의 말씀을 올립니다.”

최익현 의원은 매우 정중하게 사과를 했다. 그를 보던 한 사람이 바로 입을 열었다.

“아이고, 누군가 했더니 최익현 의원님이셨구나.”

“네네. 어르신. 잘 지내시죠.”

“나야. 늘 똑같죠. 별 이상 없이 잘 지내고 있습니다.”

바로 옆에 있던 사람이 친구를 보며 물었다.

“최 의원? 최 의원이 누구야.”

친구는 바로 물어본 친구를 타박했다.

“에헤이. 이 친구 보게. 최익현 의원님을 몰라? 거 있잖아, 내가 예전에······.”

“아! 맞다.”

그제야 그 친구분도 기억이 난 듯 박수를 치며 최익현 의원을 바라봤다.

“그렇군. 이제야 기억이 났네. 났어. 얼굴은 알겠는데 바로 이름이 기억나지 않아서······.”

“하하하.”

최익현 의원은 모두 자신을 바라보는 사람들을 보며 살짝 민망해 했다. 신순애 국밥집은 어느덧 작은 유세장이 되어버렸다.

최익현 의원이 분위기를 어느 정도 진정시킨 후 신순애에게 다가갔다.

“얼마죠?”

신순애가 바로 두 손을 흔들었다.

“아이고 의원님. 아닙니다. 그냥 가십시오.”

“아닙니다. 이렇듯 맛있는 음식을 먹었는데 어떻게 그냥 갑니까. 계산을 해야죠.”

“그래도······.”

신순애는 살짝 망설여졌다. 그러다가 최익현 의원이 슬쩍 물었다.

“혹시 말입니다. 상진 군에게서 제 얘기는 들었습니까?”

“네. 강철이 아버님 되시지 않아요?”

그 말이 최익현 의원은 흐뭇했다. 의원님이나 선진그룹이 아닌 그저 최강철의 아버지로서 답을 해주는 것이 말이다.

“감사합니다. 그리 불러주셔서. 아무튼 상진 군에게 저의 못난 아들이 많은 도움을 받았습니다. 아실지 모르겠지만 엊그제 상진 군하고 술 한잔했습니다. 허허허.”

“아, 그러세요?”

“네네. 정말 장한 아드님을 두셨습니다. 부럽습니다.”

“아니에요.”

신순애는 더욱 민망한 얼굴이 되었다.

“강철이도 항상 올 때마다 예의 바르고 점잖게 행동해서 누굴 닮았나 했더니. 아버님을 쏙 닮은 것 같아요.”

최익현 의원이 웃으며 말했다.

“좋게 봐주셔서 감사합니다. 오늘 먹은 국밥 너무 맛있었습니다. 저희 딸아이가 그러던데 선진마트에 푸드코트 입점하시기로 했다면서요.”

“아, 네에······.”

“잘 생각하셨습니다. 제가 여러 국밥집을 다녀봤는데요. 여기 국밥집이 가장 맛있었습니다. 물론 푸드코트에 들어가면 맛이 조금 여기보다는 못할지도 모르겠지만 그래도 여러 사람이 맛있는 국밥을 먹을 수 있다면 좋지 않겠습니까. 국밥 하면 서민 음식 아닙니까. 그런데 제대로 된 국밥을 먹어본 적이 없어요. 게다가 요즘엔 시장도 잘 찾지 않고 말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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