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05. 바로잡아야 합니다(6) >
인생 리셋 오 소위! 2부 272화
05. 바로잡아야 합니다(6)
“걸린 것이 있으면 제가 말도 안 해요. 전혀 문제가 없었어요. 그런데 어떻게든 조금의 꼬투리를 잡으려고 혈안이 되어 있더라니까요. 마치 누구에게 사주를 받은 사람처럼 말이죠.”
“아직도 그런 놈들이 있었어? 도대체 그놈들이 누구냐?”
“제가 그렇지 않아도 아는 사람 통해서 감사팀에 얘기를 했어요. 그 문제는 신경 쓰지 않으셔도 돼요.”
“잘했다.”
“아무튼 그래서 저희가 직접 그곳이랑 계약을 진행했어요.”
“그래? 이제 선진마트에 가면 맛있는 국밥을 먹을 수 있다는 거네.”
“네. 그런데 아직 최종계약서에 도장은 찍지 않았어요. 세부 조건을 합의 중이에요. 아무래도 저희 쪽으로 위탁을 할 것 같아요. 상진 씨 어머님이 사업을 하셨던 분도 아니고 지금까지 국밥만 만들어 오신 분이라 프랜차이즈로 키울 여력은 안 되시는 것 같아요.”
“그래. 사업은 할 수 있는 사람이 하는 거지. 어차피 선진마트에서 전부 관리를 하더라도 수익의 일부는 돌아가는 거잖아.”
“그렇죠. 저희도 그 편이 나아요.”
“그래, 그래. 거기 주소가 어떻게 되냐?”
최강희가 작게 한 숨을 내쉬었다.
“와, 아빠. 딸이 열심히 일하고 있다고 자랑하고 있는데 오로지 국밥 먹을 생각만 하시네.”
“그럼 이놈아. 네가 국밥 맛있다고 하는데 다른 것이 귀에 들어오냐. 안 그래도 빨리 이 속을 풀어야 하는데.”
“네네. 그래요. 제가 주소 보내드릴 테니 어서 가 보세요. 거기 점심시간 줄 서야 돼요.”
“그래? 그럼 빨리 가 봐야겠네.”
최익현 의원이 서둘러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 모습을 본 최강희가 살짝 서운한 얼굴을 내비쳤다.
“와, 진짜 아빠! 지금 국밥 먹으러 바로 간다고요?”
“그럼 인마. 네가 언제는 빨리 가라며.”
“네네. 가세요. 우리 아빠, 딸보다 국밥이라니······.”
최익현 의원은 어느새 사무실 문손잡이를 잡고 열고 있었다.
“그럼 당연하지. 그리고 넌 빨리 시집이나 가 인마!”
“아빠. 사위 될 사람을 소개시켜 주고 그런 말 하세요.”
이미 최익현 의원은 사라지고 없었다. 최강희는 미소를 한가득 내비쳤다.
“잠깐 그런데 상진 씨는 밥 먹었으려나.”
임자가 있는 것을 알고 있지만 아직까지 마음을 내려놓지 못하는 최강희였다.
신순애는 점심시간에 맞춰 열심히 준비를 하고 있었다.
“저쪽에 냅킨 좀 확인하고.”
“네.”
“수저통도 각자 테이블에 옮겨놔.”
“알겠습니다.”
신순애는 가게 내부를 통솔하며 이것저것 지시를 내렸다. 그때 문이 열리며 조애령이 김현자가 들어왔다. 앞에 선 조애령을 알고 있기에 신순애의 표정이 바로 굳어졌다.
“네, 어서 오세요.”
조애령은 떨떠름한 표정으로 그들을 맞이했다. 그런 신순애의 표정을 본 조애령은 기분이 나빴다.
“여기는 무슨······. 손님이 왔는데 표정이 왜 그래요.”
조애령은 오자마자 시비를 걸었다.
“네? 미안합니다.”
신순애가 바로 사과를 했다. 그러자 김현자가 코웃음을 치며 앞으로 나섰다.
“아줌마!”
“네?”
“내가 누군지 몰라요?”
신순애가 놀란 눈으로 김현자를 봤다.
“누구신지······.”
“정말 날 몰라요?”
“······네.”
“와, 진짜······. 아줌마 서울 사람 아니에요? 아니면 지방에서 오셨나?”
“서울 사람이 맞긴 한데요. 아니, 왜······.”
신순애는 어리둥절했다. 뜬금없이 서울 사람이냐고 물어보질 않나, 갑자기 날을 세워 자신을 몰아붙이지 않나. 신순애는 이해가 되지 않는 모습이었다.
“혹시 누구신데요?”
신순애가 물었다. 김현자가 어이없는 표정을 지으며 조애령을 봤다.
“언니. 내가 이러고 산다.”
조애령이 바로 이야기했다.
“사장님은 서울 시 의원도 몰라요?”
“시 의원요?”
신순애는 속으로 살짝 어이가 없었다. 하도 어깨에 힘이 들어가고 자랑을 하는 모습에 정말 대단한 사람이 온 줄 알았다. 그런데 고작 시 의원이란다. 대한민국 사람들 중에서 시 의원 얼굴을 기억하고 있는 사람이 몇 명이나 되겠는가. 다들 먹고살기 바쁜데 말이다.
신순애도 솔직히 시 의원을 누가 뽑혔는지 기억도 나지 않는다. 어쩌면 신순애가 뽑았을지도 모르는 사람인데 자신이 뭐라도 되는 것마냥 나오자 살짝 기분이 나빴다.
그러나 신순애는 장사하는 입장이라 그것을 겉으로 내세우지는 못했다. 그러면서 애써 감정을 삼키면서 말했다.
“아, 그러시구나. 일단 앉으세요. 뭐로 드릴까요?”
신순애는 일단 상대를 하고 싶지 않아 서둘러 화제를 돌렸다. 그러자 조애령과 김현자가 자리에 앉으며 말했다.
“국밥 주세요.”
“네에.”
신순애는 부엌 안을 보며 말했다.
“테이블에 국밥 2개요.”
“알겠습니다.”
바로 답이 나왔다. 김현자가 눈빛을 사납게 바뀌며 물었다.
“언니. 저 아줌마야?”
“응.”
“뭘 그렇게까지 약아 보이지는 않는데.”
김현자가 본 신순애의 첫 느낌은 그랬다. 하지만 조애령은 눈빛이 날카롭게 바뀌며 말했다.
“말도 마. 저렇게 어수룩하게 보이지만 속은 여우라니까. 구렁이가 몇 마리가 들어가 있어.”
김현자가 이해를 했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그도 그럴 것이 전후사정을 모르는 김현자는 이 모든 것이 신순애의 계략이라고 생각했다.
한마디로 한호푸드에서 선진마트에 대한 정보를 얻어 뒤로는 선진 백화점과 직접적으로 계약을 진행시켰다.
‘으음. 그랬단 말이지.’
김현자의 눈매가 더욱 날카롭게 변했다. 당장에라도 신순애를 물어뜯을 것만 같았다. 어쨌든 지금은 신순애가 만만한 국밥집 사장으로 보이지 않았다.
‘그런데 이상하네······.’
하지만 한편으로는 고개를 가로젓게 만들었다. 김현자도 수많은 사람들을 만났다. 민원을 제기한 사람을 상대도 해봤고 별의별 인간들을 상대했다. 그래서 저 사람이 어느 정도인지 감이 왔다.
김현자가 보기에 신순애는 조애령이 굳이 자신까지 데려와서 상대할 만큼의 상대는 아니라고 생각했다.
‘어쩌면 금방 끝나겠네.’
김현자의 입꼬리가 슬쩍 올라갔다. 그때를 같이 해 국밥이 나왔다.
“일단 먹자.”
조애령과 김현자가 국밥을 먹었다. 국밥을 맛있게 먹고 있던 김현자가 놀라며 말했다.
“언니. 여기 국밥 맛있네.”
“맛있다니까. 그런데 너 어떻게 할 거야?”
“뭘?”
“어떻게 할 거냐고.”
“뭘 어떻게 해. 국밥집에 왔으니 국밥 먹어야지.”
“뭐라고? 밥 먹으러 왔다니?”
조애령이 눈에 불을 켰다. 그러자 김현자가 바로 진정을 시켰다.
“언니. 내가 알아서 할 테니까. 걱정을 하지 마. 그리고 지금은 손님이 없잖아. 시끄럽게 해봤자, 의미가 있겠어?”
그제야 표정이 밝아진 조애령이었다.
“역시! 내가 사람 하나는 잘 골랐다니까.”
김현자는 자신에게 주어진 미션을 잊고 열심히 국밥을 먹었다.
‘이집 국밥 잘하네. 안에 있는 고기에도 냄새도 안 나. 양념장도 감칠맛 나고······. 심지어 같이 나오는 양파랑 고추도 맛나. 내가 어떻게 이런 집을 몰랐지?’
김현자는 국밥을 먹으면서 속으로 생각했다. 그렇게 거의 뚝배기 바닥이 보일 정도로 긁어먹을 때쯤 김현자가 수저를 딱 내려놓았다.
“에이. 여기 맛 별로다.”
그 말에 조애령이 눈을 크게 했다.
“뭐?”
김현자는 그런 조애령을 무시하고 계산대에 있는 신순애를 불렀다.
“사장님!”
“네?”
“여기 국밥이 좀 별론데요.”
“무슨······.”
신순애는 의아해하며 그쪽으로 갔다.
“저희 국밥이 어떤데요?”
“아니, 국밥이 좀 비려요.”
“그러세요? 왜 그럴까?”
그사이 국밥집에는 손님들이 들어와 테이블을 자리하고 있었다. 김현자는 황당한 얼굴로 말했다.
“그걸 왜 저에게 물어보세요. 국밥집 사장님이 한 음식 아니에요?”
“네. 제가 육수를 우려내긴 했는데요.”
신순애는 말을 하면서 슬쩍 뚝배기 쪽을 봤다. 이미 뚝배기에는 음식의 흔적이 없었다.
‘뭐지? 이미 바닥까지 다 먹었으면서······.’
솔직히 신순애는 이해가 되지 않았다. 맛이 비렸다면 저렇게까지 바닥이 보일 정도로 먹지는 않았을 것이다. 김현자는 그냥 꼬투리 잡을 것이 필요했다. 신순애의 표정이 굳어지자 바로 그것을 꼬투리 잡았다.
“아니, 사장님. 아무리 동네 장사라고 해도 요리를 이런 식으로 내오면 안 되는 거죠. 맛있게 내와야지. 그런데 그 맛을 지적했다고 바로 인상을 찡그리면 어떻게 해요?”
“그게 아니라······. 지금 손님 앞에 놓인 뚝배기를 보니 이미 다 드셨는데······.”
“내가 원래 음식을 남기는 성격이 아니에요. 그래서 억지로 먹었어요. 억지로!”
김현자는 억지로라는 부분을 강조하듯 말했다. 그 소리가 제법 컸던지 왼쪽 구석에 앉아 있던 할머니가 입을 열었다.
“이런 염병하고 자빠졌네!”
그 소리에 김현자가 고개를 홱 하고 돌렸다. 그러자 눈을 부릅뜬 채로 자신을 바라보고 있는 할머니를 봤다. 할머니는 그런 김현자를 보며 말했다.
“맛있다고 쩝쩝거릴 때는 언제고, 이제와 뭐? 맛이 없어? 비려? 지랄하고 있네.”
“할머니. 할머니는 나 알아요?”
김현자가 바로 그 할머니를 향해 몸을 돌리며 물었다. 할머니가 바로 콧방귀를 꼈다.
“흥. 내가 널 어떻게 알아!”
“할머니 반말하지 마시고요. 나 할머니가 막 대할 수 있는 사람이 아니에요. 그러니 입조심 하세요.”
김현자는 기분 나쁜 티를 팍팍 냈다. 그러면서 할머니를 위아래로 훑어보더니 입을 열었다.
“딱 봐도 노령 연금으로 하루하루 입에 풀칠하고 살고 있는 것 같은데. 할머니 내가 길거리 나 앉게 해드려?”
김현자의 표독스러운 말에 할머니가 움찔했다.
“염병할 년이 괜히 나에게 지랄이야.”
할머니는 바로 고개를 돌려버렸다. 김현자는 그러면서 주위를 둘러봤다. 또 덤빌 사람이 있으면 나와보라는 식으로 말이다.
그런데 김현자가 초장에 기를 잡아서 그런지 다른 몇몇 사람들은 다들 시선을 피하고 있었다. 김현자는 피식 웃고는 다시 시선을 돌려 신순애를 봤다.
“아무튼 어떻게 할 거예요? 내 입맛 완전 버렸잖아요. 어떻게 할 거냐고요.”
신순애는 당황했다.
“제가 어떻게 해드릴까요? 다시 음식을 내드려요?”
“장난해요. 내가 돼지예요? 맛도 없는 국밥 먹어서 지금 속이 말이 아닌데. 뭐요? 그리고 이런 식으로 배짱 장사를 하시면 어떻게 해요? 이거 아무래도 안 되겠어. 언니! 나 시청에 가서 공무원들 닦달해야겠어. 아니, 무슨 말도 안 되는 가게를 지금까지 내버려 둔 거야?”
김현자가 말을 할수록 신순애의 표정은 완전히 어두워졌다. 김현자는 이겼다는 듯 의기양양한 표정을 지으며 신순애를 바라봤다. 그때 김현자 바로 뒷자리에서 탕 하며 수저를 탁자에 강하게 내려놓는 소리와 함께 중후한 남자의 음성이 들려왔다.
“거, 적당히 하시죠.”
그 소리에 짜증이 난 김현자가 바로 고개를 돌렸다.
“뭐라고요?”
정갈한 양복차림의 등이 보였다. 그러면서 그 남자의 뒷머리를 봤다. 약간 흰머리가 보였고 낯설게 보이지가 않았다.
‘낯이 익은 뒷모습인데······.’
김현자가 속으로 생각할 때 그 남자가 자리에서 일어나 천천히 고개를 돌렸다. 그리고 드러난 남자의 얼굴을 보고 김현자는 순간 하얗게 질렸다.
“아, 아니······. 왜? 왜 의원님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