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05. 바로잡아야 합니다(3) >
인생 리셋 오 소위! 2부 269화
05. 바로잡아야 합니다(3)
월요일 중대 전체 회의를 시작했다.
4중대 회의실로 모든 인원이 다 모였다. 오상진이 상석에 앉아 이야기를 시작했다.
“다들 알다시피 윤 소위는 헌병대로 갔다. 일단 2소대장 자리는 공석으로 두고 최대한 빨리 결원을 보충해 달라고 할 테니. 다들 고생하자.”
“네. 알겠습니다.”
“지금 준비해야 할 것이 뭐지?”
김진수 1소대장이 나서서 말했다.
“지금 시기에 말씀드리는 것이 좀 그렇지만 대대 체육대회 어떻게 해야 합니까?”
“아, 참······. 준비해야지. 대대에서는 미룬다는 말은 없지.”
“네. 예정대로 진행될 것 같습니다.”
“그래. 윤 소위가 맡은 부분이 뭐지?”
“씨름입니다.”
“씨름이구나. 그 씨름을 누가 해야 하나?”
오상진이 간부들을 쭉 살폈다. 그런데 마땅히 맡길 사람은 보이지 않았다. 그렇다고 박윤지 3소대장에게 맡기는 것도 좀 그렇고 말이다. 홍일동 4소대장에게 맡기자니 짬 처리시키는 것 같았다.
그때 김진수 1소대장이 손을 들었다.
“제가 하겠습니다.”
“1소대장이? 힘들지 않겠어?”
“힘들더라도 이럴 때 제가 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김진수 1소대장의 책임감 있는 말에 오상진이 피식 웃었다.
“그래. 1소대장이 하고 다른 소대장들도 서로서로 도와주도록 해.”
“네. 알겠습니다.”
오상진이 고개를 끄덕인 후 이번에는 유선영 하사를 바라봤다.
“유 하사.”
“네. 중대장님.”
“자네는 2소대장이 새로 올 때까지 2소대 관리 잘하고. 병사들 동요하지 않게 잘 다독이고.”
“알겠습니다.”
말은 그렇게 하지만 좀 부담스러워하는 유선영 하사였다. 그도 그럴 것이 부대에 병사들에게 어떤 식으로 소문이 났을지 신경이 쓰였다. 그것을 읽은 오상진이 입을 열었다.
“너무 걱정하지 마. 중대장이 같이 2소대 신경 써줄 테니까.”
“네, 알겠습니다.”
“자. 그럼 오늘 회의는 여기까지 하지.”
오상진의 말에 간부들이 다들 일어났다. 그러면서 오상진도 일어나 유선영 하사를 봤다.
“유 하사 같이 가지.”
오상진은 말로만 그러는 것이 아니라 직접 2소대를 챙길 심산이었다. 어쨌든 지금 상황에서 유선영 하사 혼자에게 맡긴다는 것은 좀 부담스러운 일이기도 했다.
오상진가 유선영 하사가 나란히 2소대로 향했다. 유선영 하사가 가는길에 조용히 말했다.
“중대장님.”
“응?”
“저기 3소대장님에게 들었습니다. 오늘 저녁은 시간 괜찮으십니까?”
“오늘 저녁? 나야 괜찮지. 그런데 뭘 그렇게 사 주려고 해. 중대장은 괜찮은데.”
오상진이 미소를 보이며 말했다. 그 모습을 보고는 황급히 고개를 돌리는 유선영 하사였다.
“너무 감사해서 말입니다.”
“유 하사.”
“네?”
“나는 중대장이고. 중대장으로서 당연히 해야 할 일을 한 것뿐이야. 이번에 유 하사가 나한테 고마운 마음에 밥 사주겠다고 하는 것을 마다하지는 않겠어. 그런데 다음부터는 그렇게 신경 쓰지 않아도 돼. 당연히 해야 할 일을 가지고 보답을 받으면 좀 이상하지 않겠어?”
오상진의 말에 유선영 하사는 감동을 받았다.
‘도대체 중대장님 당신은······. 어떻게 그런 생각을 할 수 있죠? 진짜 멋있는 분이세요.’
유선영 하사는 가슴이 콩닥콩닥 뛰었다.
2소대의 분위기는 크게 바뀌지 않았다. 2소대장이 헌병대에 잡혀갔음에도 이렇다 할 것도 없었다. 그러던 중 김대식 상병이 이진수 상병에게 말했다.
“이진석 상병님.”
“왜?”
“우리 소대장님 헌병대에 잡혀 간 것을 들었습니까?”
“들었지.”
“그럼 우리는 어떻게 되는 겁니까?”
“대식아.”
“상병 김대식.”
“너 상병 단 지 얼마나 되었다고 벌써부터 빠져가지고······.”
“저도 이제 상병 달았는데 부대가 어떻게 돌아가는지 알고는 있어야 하지 않습니까.”
“아이고 참······. 너도 너다.”
“그런 것에 신경 쓰지 말고 너 일이나 잘해.”
“너 아직 그럴 짬 아니야.”
이진석 상병은 상병 중에서도 한 참 위의 고참이었다. 그렇지만 김대식 상병은 상병 단 지 얼마 안 되었다. 그렇지만 김대식 상병은 입을 삐죽거렸다. 얼마 차이는 나지 않지만 바로 밑의 후임인 유한일도 상병을 달았다.
‘이만하면 대접받을 만한데······. 아직까지 물 상병 취급이나 하고.’
김대식 상병은 영 기분이 별로였다. 그때 문이 열리고 오상진이 들어왔다. 그 뒤로 유선영 하사가 섰다.
“충성!”
오상진이 경례를 받아주고 난 후 말했다.
“다들 뭐 하고 있었나.”
“작업 나가기 전 개인 정비 중이었습니다.”
“그래? 별일은 없고?”
“없습니다.”
“그래.”
오상진이 고개를 끄덕인 후 내무실을 쭉 훑었다. 다들 작업을 나가려는 듯 전투복 하의에 상의는 오렌지색 활동복을 입고 있었다.
“오늘 무슨 작업이 있어?”
“네. 24-4초소. 초소 보수작업입니다. 계단과 받침이 썩어 보강해야 합니다.”
“그래. 작업 시 다치지 않도록 조심하고.”
“네. 알겠습니다.”
“분대장.”
“병장 장태진.”
“현재 2소대 빠진 인원은 없지?”
“휴가 한 명 빼고는 없습니다.”
“휴가? 누가 갔지?”
“이민균 병장입니다.”
“이민균 병장? 말년 휴가인가?”
“네. 그렇습니다.”
“그렇군. 이민균 병장 말고는 없다는 말이지?”
“네. 그렇습니다. 그 외 현재 인원 다 내무실에 있습니다.”
오상진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구나.”
오상진이 주위를 두리번거리다가 황익호 병장을 봤다.
“익호야.”
“병장 황익호.”
“네가 이제 왕고네.”
“네. 그렇습니다.”
“왕고라고 해도 제대할 때까지 사고 치지 말고.”
“알겠습니다.”
황익호 병장은 이미 오상진에게 찍혀 있었다. 윤태민 소위 사건으로 말이다. 그래서 황익호 병장은 조용히 지낼 생각이었다.
“참, 이번에 새로 들어온 신병이 어디 있지?”
오상진의 그 한마디에 구석에 각 잡고 앉아 있던 신병이 힘차게 관등성명을 댔다.
“이병 김영규!”
오상진의 시선이 그쪽으로 향했다.
“아, 거기 있었구나. 그래, 영규야. 어떻게 군 생활은 할 만하니?”
“네. 할 만합니다.”
“선임들은 다 잘해주고?”
“네. 그렇습니다.”
역시 신병의 목소리를 우렁찼다. 오상진이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당분간 2소대는 여기 있는 유 하사가 인솔할 것이다. 새로운 소대장이 올 때까지 중대장이 직접 확인할 것이다. 그전까지 2소대가 어떻게 돌아갔는지는 중요하지 않다. 앞으로가 더 중요하다. 좋은 2소대로 바꾸는 것은 너희들에게 달려 있다. 지금까지 모든 부조리들은 다 잊고 제대로 된 군 생활을 하기 바란다.”
“네. 알겠습니다.”
“그래. 작업 잘하고. 다치는 사람 나오지 않게 인솔 잘하고.”
“알겠습니다.”
오상진이 몸을 돌려 2소대를 나갔다. 그러자 곧바로 2소대가 소란스러워졌다.
“뭡니까? 이제 당분간 중대장님께서 관리하시는 겁니까? 그러면 엄청 빡센데.”
“야. 중대장님이 왜 빡세. 중대장님이 전 소대장님처럼 삥을 뜯냐. 괜히 애들을 갈구냐.”
“그건 그렇지만 말입니다.”
“쓸데없는 소리 말고 애들 관리나 잘해.”
“네. 알겠습니다.”
“그런데 유 하사님 말입니다.”
“유 하사님이 왜?”
“좀 이상한 소문이 돌지 말입니다.”
“무슨 소문?”
“우리 소대장님이 헌병대 끌려 간 것이······.”
그때 조용히 자리하고 있던 최헌일 병장이 눈을 날카롭게 하며 입을 열었다.
“야!”
“······.”
“김대식.”
“상병 김대식.”
“너 쓸데없는 소리 하지 말고 작업 나갈 준비나 해.”
“······알겠습니다.”
“그리고 내 밑으로 잘 들어. 아무리 소문이 그렇게 나도 소문일 뿐이고, 우리 부소대장님이다. 함부로 지껄이고 다니지 마. 알았냐!”
“네. 알겠습니다.”
최헌일 병장의 말에 다들 고개를 숙였다. 그러자 장태진 병장이 한마디 했다.
“그래. 헌일이 말이 맞다. 물론 우리가 지난번에 전 소대장님이 편들었던 것은 사실이다. 그건 사실 몰랐으니 그랬다 쳐도 이제는 모든 것을 다 알고 있으니 우리 유 하사님께 미안한 마음을 가지자.”
“네. 알겠습니다.”
이렇듯 2소대 역시 바뀐 변화를 받아들이려고 하고 있었다.
점심시간이 끝나고 일과를 보던 홍민우 소령에게 전화가 왔다.
우우우웅, 우우우웅.
진동으로 바꿨던 휴대폰이 책상 위에서 부르르 떨었다. 홍민우 소령이 발신자를 확인해 보니 오상진이었다.
“4중대장이?”
홍민우 소령이 휴대폰을 들어 통화버튼을 눌렀다.
“그래, 4중대장. 무슨 일이야?”
-충성. 식사는 하셨습니까?
“어이구. 언제부터 내 식사를 챙겼어.”
-하하하, 죄송합니다.
“죄송할 것은 없고. 무슨 일이야?”
-다름이 아니라, 2소대장 자리가 현재 공석입니다. 2소대장 자리는 언제 채워질 것 같습니까?
홍민우 소령이 헛웃음을 지었다.
‘도대체 4중대장 자네의 철판의 두께는 얼마나 되는지. 자기가 쫓아내 놓고는 벌써부터 2소대장 타령이야.’
홍민우 소령이 속으로 생각했다. 그러나 통화로는 그 생각을 꺼내지 않았다. 물론 오상진 입장에서는 충분히 물어볼 수 있는 말이었다. 아무리 싫은 사람이라고 해도 아쉬운 소리를 해야 했다.
홍민우 소령이 답을 해줬다.
“그렇지 않아도 최대한 빨리 보내줄 테니까. 조금만 기다려.”
-네, 알겠습니다. 힘 좀 써주십시오.
“그래.”
홍민우 소령이 전화를 끊었다. 그러자 곧바로 옆에 앉아 있던 작전장교가 물었다.
“4중대장입니까?”
“그래.”
“4중대장이 뭐라고 합니까?”
“뭐라긴 2소대장 좀 빨리 보내달라고 하는 거지.”
“하, 어이가 없습니다. 일이 이렇게 된 것이 4중대장 때문아닙니까.”
그 말에 홍민우 소령이 작전장교를 빤히 바라봤다.
“야! 네가 갈래?”
“네? 저는 싫습니다.”
홍민우 소령은 장난식으로 말했다.
“만날 빤질빤질거리고 일 안 하는 너를 보내고 싶은데······.”
“왜 그러십니까. 과장님 저 진짜 열심히 잘하겠습니다.”
그렇게 장난을 치고 있는데 작전과 문이 열리며 누군가 들어왔다.
“작전과장님.”
“왜?”
“방금 대대장님 들어오셨습니다.”
“그런데?”
“지금 대대장님 엄청 저기압이십니다.”
“뭐?”
“혹시 말입니다. 연대에 올라가셨을 때 무슨 일 있으셨던 거 아닙니까?”
“하아······. 연대에 갔다 오신다더니 연대장님께 한 소리 들으셨나?”
홍민우 소령의 표정이 삽시간에 굳어졌다.
“이제 와 이러면 어쩌자는 거야!”
자신의 방으로 돌아온 송일중 중령이 전투모를 던지며 짜증을 냈다. 방금 전 송일중 중령은 곽종윤 준장의 부름을 받고 연대로 갔다.
그전에는 육본에 올라갈 일만 남았다. 그렇게 생각을 해서 인사이동 때문에 부른 줄 알았다. 그런데 곽종윤 준장이 커피 한 모금을 들이켜고는 심각한 얼굴로 말했다.
“자네 요즘 말이야. 부대 관리를 어떻게 하는 거야.”
“네?”
“이번에 소대장 하나가 성군기 사건으로 헌병대에 잡혀갔다며.”
“네. 지난번에 보고를 드렸는데 말입니다.”
“이 친구야. 지난번에 언제 그렇게 말했어. 지난번엔 별일 아닌 것처럼 말했잖아.”
“어, 그게······.”
대답을 하는 송일중 중령은 솔직히 어이가 없었다. 지난번에는 헌병대의 움직임이 심상치 않으니 적극적으로 협조를 해라. 덮는 것이 항상 좋은 것이 아니다. 그런 식으로 말해서 송일중 중령은 헌병대가 조사하는 것을 그냥 내버려 둔 것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