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05. 바로잡아야 합니다(1) >
인생 리셋 오 소위! 2부 267화
05. 바로잡아야 합니다(1)
선진백화점 강용구 이사에게도 한소희가 최강희 대표를 만나고 갔다는 소식이 전해졌다.
“뭐? 누구?”
“신순애 국밥집이라고 합니다.”
“뭐야? 유명한 국밥집이야?”
“유 과장이 작성한 슬쩍 봤는데 3호점까지 낸 소규모 업체인 것 같습니다.”
“그래? 그런데 왜······.”
강용구 이사는 의문을 가졌다. 딱 봐도 보잘것없는 업체인데 대표님께서 직접 만났다고 하니 의아했다.
“아니, 뭘 믿고 넣겠다고 그러는 거야?”
“그것까지 저도 잘 모르겠습니다.”
강용구 이사의 얼굴이 와락 일그러지며 짜증을 냈다.
“이 친구야. 조사를 하려면 끝까지 제대로 조사를 해야 할 것 아니야.”
조인철 과장이 입술을 삐죽거렸다. 조인철 과장은 얼마 전까지 기획실에 있었다. 최강희가 대표로 오기 전까지 말이다.
그리고 그때 강용구 이사 밑에서 열심히 고생을 했다. 강용구 이사가 선진백화점 대표로 오면 자신을 끌어 올려주겠다고 약속을 했기 때문이다. 그런데 갑자기 최강희가 선진백화점 대표로 오고 나서 모든 것이 꼬여 버렸다.
최강희가 들어오면서 강용구 이사가 선진백화점을 차지하겠다는 계획도 무산되었다. 게다가 최강희와 오랫동안 함께한 유지선 과장이 기획실로 오면서 조인철 과장이 홍보팀으로 밀려 버린 것이었다.
그래서 조인철 과장은 다시 원래 자신의 자리로 돌아가기 위해서 이렇듯 고군분투 중이었다. 하지만 강용구 이사는 이런 자신의 고생도 몰라주고 만날 잔소리만 하고 싫은 소리만 했다.
‘하아, 시발. 진짜 더러워서 때려치우든가 해야지······.’
그런 조인철 과장의 표정을 봤을까? 강용구 이사가 짜증을 냈다.
“뭐? 또 잔소리 한다고 삐진 거야?”
“그건 아니지만······. 어렵게 알아온 정보란 말입니다.”
“어렵게 알아온 정보면 뭐 해. 쓸 만한 정보를 알아와야지. 그래서 뭐가 어떻게 될 것 같아?”
“그건 잘 모르겠지만 일단 대표님께서 신순애 국밥집을 푸드 코너에 넣을 것은 확실시되고 있습니다.”
“하아, 젠장. 그건 또 어디서 밀어 넣은 거야? 환장하겠네.”
강용구 이사가 인상을 썼다. 그러다가 힐끔 조인철 과장을 보며 말했다.
“자네는 좀 더 알아봐.”
“네. 알겠습니다.”
조인철 과장이 밖으로 나갔다. 그러곤 혼자 생각에 잠겼다.
“신순애 국밥······. 신순애 국밥······. 어디서 들어본 것 같은데 말이지. 신순애 국밥집이 뭐지?”
그러다가 불현 듯 한호푸드가 떠올랐다.
“아, 맞다. 잠깐······. 설마 거기인가?”
강용구 이사는 혹시나 싶어서 휴대폰을 통해 한호푸드 대표에게 전화를 걸었다. 몇 번의 통화음이 가고 한호푸드 대표인 최윤태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아이구 오랜만입니다. 강 이사님.
“최 대표. 난데 말이죠. 묻고 싶은 것이 있어서요.”
-네네. 말씀하십시오. 어떤 것이 궁금하십니까?
“혹시 말입니다. 예전 나에게 말했던 국밥집 이름이 뭐예요?”
-에이. 거긴 이름이라도 할 것도 없습니다. 그냥 작은 업체인데 저희가 잘 메이드해서······.
“그러니까, 그 업체 이름이 뭐냐 말입니다.”
-무슨······ 신, 신······. 뭐였는데 말이죠.
“혹시 신순애 국밥집?”
-오오오, 네 맞습니다. 신순애 국밥집. 강 이사님께서 어떻게 아십니까?
“하아······. 미치겠네. 지금 그쪽에서 우리 백화점에 올라왔어요.”
-네에? 무슨 말씀이신지······.
“이봐요. 최 대표. 거기 사람이 백화점에 와서 방금 대표님을 만나고 갔단 말입니다.”
-네에? 대표님을 말입니까? 아니, 왜······.
최윤태 대표는 약간 어리둥절했다. 그리고 강용구 이사가 한숨을 내쉬었다.
“후우, 최 대표가 뜸을 들이는 바람에 그쪽에서 먼저 치고 올라온 것 아닙니까. 그리고 대표님께서 직접 계약하기로 했습니다.”
-네? 그게 가능합니까?
“가능한지 불가능한지 그것까지는 잘 모르겠는데. 이거 어떻게 할 겁니까? 무슨 일을 이따위로 합니까.”
강용구 이사의 짜증에 최윤태 대표가 앓는 소리를 냈다.
-죄송합니다. 이사님. 그렇지 않아도 그 국밥집과 얘기가 잘 안 돼서 다른 업체를 알아보고 있던 참이었습니다.
“다른 업체요? 다른 업체 어떤 곳요?”
-저기 한국하면 비빔밥 아니겠습니까. 그래서 비빔밥 업체를······.
“하아. 답답합니다. 최 대표! 우리 푸드 코너에 비빔밥 있는 걸 몰라요.”
-알고 있습니다. 그런데 거긴 단품으로 판매를 하는 것이고 비빔밥 전문 업체는 없지 않습니까. 그래서 저희가 전주가 또 유명하니까. 그곳의 업체를 알아봐서······.
“최 대표.”
-네, 이사님.
“그래서? 그 전주 쪽에 있는 업체를 끌어들이면 단가는 얼마나 맞출 수 있는데요?”
-그게······.
“지금 현재 푸드 코너에서 맞추고 있는 비빔밥 단가가 얼마인 줄 아세요?”
-그래도 7~8천 원은 하지 않을까요?
“5천 원입니다. 5천 원!”
-5천원이요? 그럼 남지도 않을 텐데요.
“그러니까 다른 업체들이 못 들어오는 거라고요. 좀 생각을 하고 일을 하세요. 생각을 하고! 누구는 그런 브랜드 못 끌어와서 이러는 줄 아세요.”
-저어, 그것이······.
“그리고 비빔밥은 집에서 해먹을 수 있는 음식인데 마트까지 가서 비빔밥을 먹는 사람이 몇 명이나 되겠어요. 게다가 마트 푸드 코너는 저렴하니까 먹는 거 아니에요. 그런데 전문 브랜드를 들여와서 비싼 돈으로 팔면 팔리겠어요?”
-어······.
최윤태 대표는 제대로 답변을 하지 못했다.
“제발 상식적으로 생각을 하세요. 어휴 내가 이런 사람을 일을 해야 하다니······.”
-죄송합니다, 강 이사님.
“아무튼 다른 업체를 빨리 선정하세요. 기간은 일주일입니다. 그 기간 안에 찾지 못하면 완전 꽝 되는 겁니다.”
-네, 알겠습니다.
한호푸드 최윤태 대표는 강용구 이사와 전화를 끊고 이상을 썼다.
“시발, 뭐야? 빌어먹을 새끼······. 언제는 아는 척 말라고 선 긋더니. 이제 와 지랄이야.”
최윤태 대표가 준비한 비빔밥 집은 사실 강용구 이사와는 무관했다. 원래 강용구 이사를 통해서 신순애 국밥집을 밀어 넣을 생각이었다. 강용구 이사가 최강희에게 한 소리를 듣고 꼬리 자르기를 한 것이다.
그렇다고 최윤태 대표가 주먹구구식으로 사업을 하는 사람은 아니었다. 강용구 이사를 통해 선진 마트에 들어갈 푸드 코너 업체를 함께 하면 좋을 것이라 생각했을 뿐이다.
강용구 이사가 아니라고 하더라도 최윤태 대표도 입찰에 제안서를 밀어 넣을 수 있는 짬 정도는 되었다. 그래서 몰래 비빔밥집으로 알아보고 있었던 것이다. 그런데 강용구 이사에게 한 소리를 들으니 기분이 팍 상했다.
“그래서 비빔밥은 안 된다는 거야?”
그렇게 짜증을 내고 있는데 와이프인 조애령이 나타났다.
“여보 나 왔어요.”
최윤태 대표는 그런 조애령을 보고 바로 소리를 질렀다.
“당신 여태 어디 갔다가 이제야 온 거야!”
“뭐예요. 왜 괜히 나에게 짜증이에요. 저 오늘 모임 있다고 하지 않았어요.”
“어후, 그놈의 모임! 여편네들끼리 모여서 남편 씹는 그런 모임에 또 나갔어?”
“여보. 그런 것이 아니라. 그냥 사교 모임이에요. 이래저래 정보도 얻고 그러는 곳이요. 당신 또 왜 이렇게 화가 나 있어요? 뭔데요? 무슨 일인데요?”
“선진 백화점 강용구 이사에게 전화가 왔어.”
“강 이사요? 그 사람이 왜요?”
“그 뭐냐. 지난번 국밥집 말이야.”
“국밥집? 신순애 국밥집요?”
“어, 거기!”
“거기가 왜요?”
“거기서 백화점 대표를 만나서 직접 계약을 하나 봐.”
“와, 웃겨! 내가 그렇게 얘기할 때는 대답도 안 하더니. 진짜 웃기는 여편네야.”
조애령이 콧김을 뿜어내며 씩씩거렸다. 그 모습을 보던 최윤태 대표가 물었다.
“그것보다 지난번에 거기 손봐준다고 하지 않았어?”
“당신이 하지 말라면서요.”
“내가 하지 말란다고 하지 않을 사람이야?”
그 말에 조애령이 슬쩍 눈치를 보더니 얘기를 했다.
“그 뭐야. 최 과장 만나서 얘기는 했는데 어떻게 되었는지 잘 모르겠네요.”
“최 과장? 지금 당장 전화해 봐. 어떻게 되었는지.”
“네. 알겠어요.”
조애령이 휴대폰을 꺼내 식품위생과 최만석 과장에게 전화를 걸었다. 그런데 최만석 과장이 전화를 받지 않았다.
“뭐지? 왜 전화를 안 받아.”
조애령은 다시 통화버튼을 눌렀다. 신호음은 가는데 전화를 받지 않았다.
“이 양반이······.”
조애령도 보통 성격이 아니었다. 전화를 받을 때까지 통화버튼을 눌렀다. 그렇게 열 번쯤 다시 전화를 걸었을 때 최만석 과장이 전화를 받았다.
-아이고 여사님. 전화하셨습니까?
“뭐예요? 왜 전화 안 받아요?”
-그게 지금 제가 전화 받을 상황이 아닙니다.
“왜요?”
-이런 말씀 드리기 좀 그런데······. 지금 저희에게 감사가 떨어졌습니다.
“감사요? 아니, 왜요?”
-아시지 않습니까. 지난번 여사님의 부탁도 있고, 저희도 이리저리······. 다른 부탁들을 처리하다 보니까 일이 꼬였습니다.
“그러니 적당히 하셔야죠. 얼마나 했으면 일이 이렇게 꼬여요.”
수화기 너머 최만석 과장의 한숨이 길게 들려왔다. 솔직히 이번에 감사가 뜬 것도 조애령처럼 돈이면 다 된다는 그런 사람들 때문에 이렇게 된 것이다. 그런데 저런 말을 하니 짜증이 났다.
-아무튼 여사님. 지금 제가 일 정리되는 대로 연락 드리겠습니다.
전화를 바로 끊었다. 순간 짜증을 내는 조애령이었다.
“뭐야. 오냐오냐해줬더니······. 건방이 하늘을 찌르네.”
“뭐래?”
옆에 있던 최윤태 대표가 물었다.
“지금 좀 바쁜가 봐요.”
“뭐?”
“아무튼 이번일 제가 한번 알아볼게요.”
조애령이 자리에서 일어나 사무실을 나갔다. 그러면서 그녀가 중얼거렸다.
“아무래도 안 되겠어. 김 의원님을 만나봐야겠어.”
조애령이 또 다른 카드를 뽑아 들었다.
한편, 그 시각.
유진호 주임은 여느 때처럼 점심을 먹고 늦게 들어왔다. 그런데 사무실 분위기가 심상치 않았다.
‘뭐지? 왜 이래?’
유진호 주임은 바로 부하직원에게 물었다.
“안 사무관. 사무실 분위기 왜 이래?”
“아, 그것이······.”
그때 정장을 차려입은 남자 두 명이 유진호 주임에게 다가왔다.
“유진호 주임?”
“네, 맞습니다만······.”
“저희랑 잠시 가시죠.”
“네? 누군 줄 알고 가자는 거죠?”
유진호 주임이 잔뜩 경계를 했다. 남자는 신분증을 내밀었다.
“저희는 본사 감사팀에서 나왔습니다.”
“감사요? 감사팀이 왜 저를······.”
유진호 주임의 눈동자가 급격히 흔들렸다. 그도 그럴 것이 자신이 한 짓이 있기 때문이었다. 감사팀 남자가 입을 열었다.
“최 과장님은 이미 만나고 왔어요. 일 커지기 전에 좋게 따라오시죠.”
그 말에 유진호 주임은 다리의 힘이 풀렸는지 그 자리에 털썩 주저앉았다.
“유진호 주임. 괜찮아요?”
“자, 잠깐만요. 갑자기 어지러워서······.”
유진호 주임은 자리에 앉은 채 힘든 척을 했다. 그러자 남자가 입을 열었다.
“유진호 주임. 그렇게 힘든 척해서 시간 끌어봤자 좋을 것 없습니다. 그냥 빨리 끝냅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