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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생 리셋 오 소위-935화 (935/1,018)

< 04. 그 나물에 그 밥(52) >

인생 리셋 오 소위! 2부 265화

04. 그 나물에 그 밥(52)

“그때는 말이야. 내가 진짜 신 준장님께 야단을 엄청 맞았거든. 군 생활 똑바로 하라며 따끔하게 혼이 났지. 나도 그 당시 대충대충 군 생활을 했었거든. 신 준장님 통해서 정신을 좀 차렸다고 해야 할까?”

“하하하, 그렇습니까?”

“어쨌든 신 준장님이 자넬 찾아가고 많이 염치가 없었다고 하더라고.”

“그렇게 생각하지 않으셔도 된다고 하십시오. 저는 오히려 신 준장님 뵙고 좋았습니다.”

“그래. 자네가 그런 말을 할 줄 알았네. 그 얘기 꼭 신 준장님께 전하도록 하지. 그리고 신 준장님이 밥 한번 하자고 하시더라.”

“알겠습니다.”

그때 똑똑 두드리는 소리와 함께 문이 열렸다. 최익현 의원이 들어왔다. 두 사람이 동시에 자리에서 일어나 최익현 의원을 맞이했다.

“아이고 벌써 와 있었구만. 내가 좀 늦었지.”

“아닙니다. 괜찮습니다.”

최익현 의원이 자리에 앉자 두 사람도 앉았다. 그러면서 임규태 중령을 보던 최익현 의원이 말했다.

“임 중령은 사단에 내려가더니 살이 많이 쪘어. 어떻게 많이 편안한가 봐.”

“하하하. 그리 보이십니까?”

“그래.”

“안 그래도 요즘 와이프가 뭐라고 합니다. 무슨 살이 이렇게 쪘냐며 말입니다.”

“오호. 그랬어. 자네 와이프가 그렇게 말을 했다면 진짜 살이 찐 것인데. 자네 얼굴 말고 다른 곳이 찐 것이 아닌가?”

“그렇지 않아도 요새 운동 좀 하고 있습니다.”

“운동해야지. 암······.”

최익현 의원이 웃으며 시선을 오상진에게 향했다. 오상진이 환하게 웃고 있었다.

“오 대위. 오랜만이네.”

“네. 잘 지내셨습니까. 의원님.”

“나야 잘 지냈지. 그건 그렇고 오 대위는 참 한결같아서 좋아.”

“네?”

최익현 의원이 임규태 중령을 봤다. 그러자 임규태 중령이 바로 발끈했다.

“아, 왜 저를 보십니까. 오 대위는 한창이지 않습니까. 저도 오 대위 때는 이러지 않았습니다.”

최익현 의원이 피식 웃었다.

“자네나 나나 운동 좀 하고 그래야 해. 나도 그렇지 않아도 젊은 의원님들 보면 체격도 좋고 그래. 계속 의정활동 한답시고 만날 잠도 편히 못 자고 그러니 몸도 축나는 것 같고 말이지.”

오상진이 바로 물었다.

“의원님 그래서 몸은 좀 괜찮으십니까?”

“괜찮아. 괜찮아. 나랏일 하다 보면 뭐······. 자네도 마찬가지인 거 아닌가.”

최익현 의원이 말을 하고는 웃었다. 잠시 후 문이 열리며 종업원이 말했다.

“지금 바로 식사 준비할까요?”

“그래요. 천천히 준비해 주세요.”

“네. 알겠습니다.”

최익현 의원이 정장 상의를 벗었다. 그리고 팔까지 걷어 올리며 말했다.

“자, 우리 오늘 코가 삐뚤어질 때까지 마셔보자고. 알았지?”

“그럼 저희 집에는 어떻게 갑니까?”

“다들 차 가지고 왔어?”

오상진이 바로 입을 열었다.

“저는 택시 타고 왔습니다.”

“자네는?”

최익현 의원이 임규태 중령을 봤다. 임규태 중령이 난감한 얼굴로 말했다.

“저는 차를 가져왔습니다.”

“에이, 자네는 이런 날에 꼭 차를 가져와야겠나.”

“의원님은 보좌관이 있어서 그렇지 않습니까.”

“그럼 대리 불러. 내가 대리비 줄 테니까.”

“정말 그렇게 해주시는 겁니까?”

“어휴, 그 대리비가 얼마나 한다고······. 진짜 자네도 어지간하다.”

“의원님 봐주십시오. 군인 월급이라고 해봤자 완전 박봉입니다.”

“그럼 의원들 월급은 센 줄 알아.”

“어? 자꾸 이러시면 월급 깝니다?”

“알았어. 알았어. 내가 말을 말지.”

그렇게 세 사람이 웃고 떠들었다. 그러는 사이 요리가 하나둘씩 나왔다. 그렇게 서로 가볍게 식사를 했다. 그렇게 적당히 배를 채울 때쯤 최익현 의원이 입을 열었다.

“임 중령이야. 종종 만나서 얘기를 나누니 알겠는데. 오 대위는 어때?”

“네?”

“중대장 생활이 어떻냐 말이야.”

“아, 예에······. 괜찮습니다. 나쁘지 않습니다.”

“나는 그런 것이 이해가 안 돼. 오 대위 같은 인재들은 당연히 높은 곳에서 군 생활해야 하는 거 아니야? 뭐 한다고 지방으로 보내는 거야.”

임규태 중령이 말했다.

“의원님. 그렇게 말씀하시면 안 되는 거죠. 가뜩이나 육사 출신들이 줄을 세운다고 말들이 많은데 그런 식으로 밀어주고 끌어주고 하다 보면 한직은 계속 끈 없는 사람들이 돌지 않겠습니까.”

“이 사람아. 내가 그걸 몰라서 그러는가. 안타까우니까 그런 것이지.”

오상진이 말했다.

“의원님. 저는 괜찮습니다. 서울에 있을 때는 알게 모르게 스트레스받는 것도 있었는데 지방에 내려오면서 마음이 편해졌습니다. 그리고 어차피 중대장 생활도 해야 하지 않습니까.”

“오 대위는 언제 봐도 참······. 어른스럽단 말이야.”

최익현 의원이 대견한 눈으로 오상진을 바라봤다.

“저 나이에 어떻게 저런 생각을 할 수 있지.”

그러다 보니 이런 생각까지 들었다.

‘오상진이 우리 당에 와서 날 도와주면 참 좋을 텐데······.’

그 생각을 하다가 고개를 돌려 임규태 중령을 봤다.

“참. 자네는 전에 내가 한 말 생각해 봤나?”

“네?”

“내가 지난번에 했던 말!”

임규태 중령이 오상진을 의식하며 말했다.

“그걸 왜 지금 물어보십니까.”

“이 친구가. 난 이미 오 대위에게도 말했어.”

“네?”

“자네에게 말하기 전, 이미 오 대위에게도 말했다고. 그렇게 눈치 볼 필요가 없어.”

“정말입니까?”

그러자 오상진이 궁금증을 느끼며 물었다.

“지금 두 분 무슨 말씀을 하시는 겁니까?”

임규태 중령이 살짝 당황했다.

“어······. 오 대위 좀 실망이네.”

“네?”

“의원님이 자네보고 정치할 생각이 없냐고 물어셨다며.”

“아, 예에······. 사실 강철이를 통해서 그런 얘기를 하긴 하셨습니다. 뭐, 직접적으로 얘길 하신 것은 아닙니다.”

그러자 바로 최익현 의원이 끼어들었다.

“어? 그럼 내가 직접적으로 물어보면 할 텐가?”

“의원님 왜 그러십니까. 저는 정치하고 어울리지 않습니다. 게다가 중대 하나 이끄는 것도 벅찬데요.”

최익현 의원이 쓴웃음을 지었다.

“오 대위가 저러니 꿩 대신 닭이라고 자네에게 말을 한 거야.”

“와, 막. 자존심 상합니다.”

“왜? 그래서 서운해?”

“아니, 뭐······. 오 대위 잘난 거야 잘 아니까. 의원님 심정을 이해 못 하는 것은 아닌데. 기왕이면 저에게 말씀을 해주시지 그랬습니다.”

“너무 서운하게 생각하지 말게. 요즘 국회 트렌드가 점점 젊어지고 있어. 자네가 그렇다고 젊은 피는 아니지 않는가.”

“저 정도면 젊은 편이죠.”

“자네같이 생각하는 사람들이 문제야. 국회에 들어오면 처음에 시작하는 나이가 보통 50대야. 내가 30대 후반부터 정치를 했거든. 그때도 나를 전부 다 풋내기 취급을 하더란 말이지.”

“정말입니까?”

“완전 어이가 없었어. 내가 어디 가서 애들 취급받을 나이는 아니지 않는가.”

“상대적 얘기 아닙니까.”

“아무리 그렇다고 해도 말이지. 아직도 당내 중진들과 얘기를 하면 이런 얘기를 많이 해. 요즘 젊은 국회의원들은 패기도 없고, 끈기도 없고 말이야. 그 국회의원들이 말하는 요즘 젊은 의원들 나이가 몇 살인 줄 아나? 40대 후반에서 50대 초반을 말해.”

그 얘기를 듣고 임규태 중령이 웃었다.

“아, 그럼 우리로 따지면 쓰리스타 포스타들이 원스타를 보며 한심하다고 말하는 것과 같네요.”

“뭐. 비유를 하자면 그런 것이겠지.”

“어쨌거나 50 다 되어서 국회에 들어오면 그런 양반들이 얼마나 국정운영에 열심히 하겠냐 말이지. 한 2선쯤 하면 50대 중반이고, 운이 좋아 3선을 하면 60대를 바라보는 거지. 또 국회의원선거에 떨어졌다고 포기를 하나? 그것도 아니지. 계속하는 거야. 우리 당에도 2선 의원이 있는데 그 양반이 나보다 20살이나 많아. 그런데 나에게 의원님, 의원님 하고 그래. 내가 3선이라고 말이야. 또 그렇게 대접을 해주고 그러면 아주 부담스럽고 그래.”

“그것도 고충이긴 합니다.”

“그래서 오 대위에게 슬쩍 말을 꺼내본 거야. 오 대위는 또 젊고. 한 참 때잖아. 진짜 국민들의 눈높이에 맞춰 정치를 하려면 오 대위 같은 사람들이 들어와서 국회를 새롭게 만들어 줬으면 하는 내 욕심에서 했던 거네. 그런데 오 대위가 부담스럽다고 하고 그래서 자네에게 얘기를 했던 거야. 그렇다고 정말 꿩 대신 닭이라고 받아들일 필요는 없고.”

“이미 마음 상했습니다.”

“왜 이래? 내가 그래도 다른 사람은 몰라도 오 대위랑 자네 두 사람은 믿잖아.”

“아······. 또 그렇게 말씀을 해주시니 제가 이해를 해야겠습니다.”

임규태 중령이 씨익 웃었다. 임규태 중령과 최익현 의원은 이제 서로 친하게 지내고 있지만 이 두 사람은 오상진 때문에 만나게 된 사람들이다. 그래서 두 사람은 오상진에게 각별한 생각을 가지고 있다.

그렇다 보니 오상진에 대한 마음에 있어서는 서로에 대해 질투를 하지 않는다. 어쨌든 이 모임의 중심에는 오상진이 있다.

오상진은 중간에서 멋쩍게 듣고 있다가 슬그머니 화제를 전환했다.

“그럼 임 중령님은 정치하실 생각이 있으신 겁니까?”

“나?”

“글쎄······. 솔직히 말을 하면 반반이야.”

“반반 말입니까?”

“그래. 나라고 젊은 시절에 다짐 같은 것이 없었겠어? 좀 더 올라가서 대한민국 군대를 바로 잡아야겠다. 그런 생각을 했었지. 막상 여기까지 오고 나니 꼭 내가 아니더라도 상관이 없을 것 같다고 생각이 들더라고. 그렇다고 군대가 어떻게 되든 나 몰라라 할 생각이 없고, 나만큼이나 군을 바로잡을 분들이 많으니까. 그런 분들이 계시니 굳이 내가 군 안에서 역할을 찾아야 하나? 그 생각을 한 것이지.”

최익현 의원이 고개를 끄덕였다.

“옳은 생각이야. 오히려 군대를 바로 잡으려면 군 외부적인 시선에서 보는 편이 나을 수가 있어. 군대 안에서 바꾸는 것은 한계가 있으니 말이야. 물론 자네라면 대령도 진급하고 별도 달겠지만 그때까지는 한참의 시간이 걸리지. 내가 아까도 말했지만 마흔 넘고 50이 다 되어서 별을 달면 지금처럼 의지를 가지고 움직일 수 있어?”

“그러지는 못하죠. 별 하나 달면 두 개 달고 싶고, 세 개 달고 싶고 그러지 않습니까.”

“그래. 다들 마찬가지야. 초선 때는 열심히 한다고 하지만 선거가 되면······. 뭐, 다 똑같아지지. 그러다가 재선하고 3선하다보면 어느 순간부터는 국회의원 당선이 목표가 되는 거지. 이 나라가 어떻게 하면 잘되는지에 대해 생각을 하지 않게 되더라고. 그런 의미에서 나는 임 중령 자네가 군 밖에서 군을 바꾸는 데 힘을 쓰는 것도 나쁘지 않다고 생각해.”

“저도 요새 들어서 그런 생각을 많이 합니다. 그런데 제가 되겠습니까? 아무리 의원님께서 밀어주신다고 해도 말입니다.”

“이 친구야. 내가 설마하니 자네더러 알아서 자력 생존하라고 하겠는가.”

“그럼 적극적으로 밀어 주시는 겁니까?”

“내가 그래도 우리 당에서 어느 정도 영향력은 있어. 내 사람 한두 사람 정도는 될 만한 지역구에 밀어 줄 정도는 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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