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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생 리셋 오 소위-922화 (922/1,018)

< 04. 그 나물에 그 밥(39) >

인생 리셋 오 소위! 2부 252화

04. 그 나물에 그 밥(39)

“자네의 말은 주임원사가 부식업체를 가지고 장난을 치고 있었다고?”

모처럼 찾아와 방대철 주임원사의 비리를 가져온 홍민우 소령을 보며 송일중 중령이 이맛살을 찌푸렸다. 그냥 윤 소위 건으로 조사하는 듯하더니 갑자기 주임원사가 연루가 되고. 이렇듯 큰 똥을 뿌리는 짓을 하고 있었다니 송일중 중령은 어이가 없었다.

“이 일 확실한 거야?”

“네. 일단 그 제보가 들어왔고 확인 작업에 있습니다. 그런데 믿을 만한 곳이라 거짓은 아니라는 생각이 듭니다.”

“그럼 이 친구야. 주임원사가 딴 주머니를 찬 것이 하루 이틀이 아니라는 것인데 이제 와 보고하면 어떻게 해.”

“죄송합니다.”

모든 부대 주임원사가 뒷주머니를 차고 자기 잇속을 챙긴다고 단언할 수는 없다. 하지만 ‘모든 것’을 ‘대부분’으로 바꾼다면 통용되는 것이 군대였다.

눈먼 돈에는 주인이 없다고 군대가 돌아가는 것을 그 누구보다도 잘 아는 사람이 부사관들이고 그런 부사관들의 정점에 있는 사람이 주임원사다. 그가 마음만 먹으면 얼마든지 뒷주머니를 찰 수 있다.

물론 다른 좋은 주임원사들이 있고, 그렇게 남는 돈으로 부대원들을 위해서 쓰는 사람들이 있다.

하지만 애석하게도 3대대 주임원사 방대철은 그럴 성격이 아니었다. 한 손에 큰 빵을 들고도 다른 사람 입에 더 큰 빵이 들어가나 감시하는 그런 성격이다 보니 솔직히 대대에서 주임원사를 좋아하는 사람이 많지 않았다.

그래서 예전에도 주임원사에 대해서 몇 차례 건의를 했지만 송일중 중령은 그때마다 그런 것까지 신경 쓸 필요가 없다고 말을 했다. 송일중 중령은 부대는 조용히 돌아가면 된다는 주의였기 때문이다.

그랬는데 이제 와 마치 방대철 주임원사의 부정을 왜 모르고 있었냐고 나무라니 홍민우 소령은 어이가 없었다.

“그래서 헌병대도 이 일을 알고 있다는 거야?”

“제 생각에는 그렇습니다. 아무래도 일부러 그쪽으로 파고드는 것은 아닌 것 같지만 주임원사가 말실수를 한 것 같습니다.”

“말실수? 무슨 말실수야.”

“어디까지나 제 생각인데 말입니다. 어디까지나 주임원사 입장에서 부식업체를 바꾸려면 대대장님의 허락이 필요하지 않습니까.”

“그렇지.”

“그런데 지난번 부식업체 선정 건을 보류하지 않았습니까.”

“괜히 부식업체를 바꿨다가 이러저리 말 나올 것 같아서 그렇잖아.”

“그러니까, 말입니다. 주임원사 입장에서 부식업체를 바꾸려면 어떻게 해야겠습니까?”

“새로운 대대장이 와야 한다는 거야?”

“네. 주임원사도 대대장님 육본에 올라가신다는 소문은 들었으니까. 어떻게든 빨리 올려드리고 싶었을 것입니다.”

“하핫! 어이가 없군. 육본이 주임원사 따위가 힘쓴다고 올라갈 수 있는 곳이야.”

위관급 장교들이야 주임원사를 보면 대접을 해준다. 그만큼 짬은 무시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대대장들도 웬만하면 주임원사를 건드리지 않는다. 쉽게 말도 놓지 않는다. 그렇다고 해서 주임원사가 진정한 대대 주인으로 생각하면 큰 오산이다. 그냥 부사관 중에서 오랫동안 부대에 헌신을 했고, 그 노고를 높이 사서 존중을 보내주는 것이다.

하지만 송일중 중령은 방대철 주임원사를 그저 짬 대접만 해주었다. 이런 식으로 할 줄은 전혀 몰랐던 것이다.

“핫! 짬 대접을 해줬더니 뒤에서 이런 짓을 벌이고 있었단 말이지. 그래서?”

송일중 중령이 홍민우 소령을 봤다.

“무슨 생각인지 모르겠지만 이 일에 대해 로비를 열심히 했나 봅니다.”

“윤 소위 일을 빨리 덮어야 내가 위로 빨리 올라갈 수 있다는 뭐 그런 얘기야?”

“네, 그렇습니다.”

“흠······ 그 양반도 참······. 완전 헛다리를 짚었네.”

그렇다고 해서 주임원사가 정말 헛다리를 짚은 것은 아니었다. 송일중 중령도 이 일이 조용히 넘어가길 원했다.

그렇다고 해서 이 일을 아예 일방적으로 덮을 생각은 없었다. 심각한 추행이 있었다고 하면 가벼운 접촉이 있었다는 정도로만 처리할 생각이었다. 물리적인 폭행이 있었다면 사소한 말다툼 정도로······.

그 정도로 순환되고 완화된다면 구두로 끝나든지 가벼운 견책으로 끝나도 괜찮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미 헌병대까지 불렀는데 아무 일도 없었다는 식으로 정리가 될 수는 없었다. 물론 기적적으로 혐의점이 없다고 나오길 바랐지만······.

그런데 주임원사가 어떻게 생각했냐면 윤태민 소위가 아니라 유선영 하사를 나쁜 년이 되어야 한다고 단정을 짓고 일을 만들어버린 것이다.

그러다 보니 이 사건이 재 조사과정에서 더욱 커져 방대철 주임원사에게 화살이 향하게 되어버린 것이다.

“참······. 그 양반은 짬을 똥구녕으로 먹었나. 아무리 그래도 그렇지. 부사관이 피해를 호소하고 있는데 부사관의 수장이라고 하는 사람이 장교 편을 들고 싶을까?”

“그러게 말입니다.”

“그래서? 이제와 나에게 이런 말을 하는 이유가 뭐야? 나보고 주임원사를 탈탈 털라고?”

“아닙니다. 주임원사 건은 헌병대에서 알아서 할 것입니다. 그전에 이 일을 분리를 시키시죠.”

“분리를 시켜?”

“이 일의 시작은 윤 소위 아닙니까. 윤 소위 사건과 관련해서 주임원사 건으로 넘어가 버리면 관리 소홀로 문제가 되어버리지 않겠습니까?”

홍민우 소령의 말은 간단했다. 윤태민 소위의 실수는 실수고, 이거 조사하는 과정에서 부대 비리가 계속해서 터지면 부대에 문제가 있다고 판단될 것이다.

하지만 윤태민 소위 건은 윤태민 사건으로 풀고, 나중에 주임원사 건을 풀어버리면 똑같이 부대에서 일어난 일이지만 사건이 달라지기에 하나로 연결되지 않는다.

홍민우 소령의 말 뜻을 모르지 않는 송일중 중령이 고개를 주억거렸다.

“그래서 방법은?”

“일단 저희 선에서 윤 소위를 징계하는 것이 좋겠습니다.”

“윤 소위를?”

“네. 지금 돌아가는 것으로 보아 윤 소위가 잘못이 한 것이 확실하고 어쩌면 그와 관련된 증거가 확보되어 있을지도 모릅니다.”

“증거? 무슨 증거?”

“그것까지는 확인하지 못했습니다. 다만, 조금 전 4중대장을 만나고 갔다가 유선영 하사를 봤습니다.”

“유 하사를?”

“네. 유 하사의 표정이 매우 밝았습니다. 아니, 웃고 있었습니다.”

“웃어? 이 와중에?”

“네.”

“무슨 좋은 일이 있었던 것은 아니고?”

“그것은 아닌 모양입니다. 그래서 4중대장을 만나봤는데······.”

“그런데?”

“4중대장이 의미심장한 말을 했습니다.”

“무슨 얘기?”

“유 하사에게 일이 잘 풀리고 있으니 너무 걱정하지 말라고 했다고 했습니다.”

“헌병대에서 그렇게 얘기를 했다고?”

“그렇게까지 얘기를 하지 않았습니다. 다만, 4중대장도 나름의 안테나는 있지 않겠습니까.”

“주변에서 도는 얘기로 확실하게 윤 소위가 불리하다 이거지?”

“네. 그런 것 같습니다. 그러면서 유 하사가 윤 소위의 확실한 처벌을 원한다고 말을 했습니다.”

“으음······. 이것 참 골치 아프게 되었군.”

송일중 중령도 윤태민 소위가 꼴 보기 싫은 것은 마찬가지였다. 하지만 윤태민 소위는 신봉규 예비역 준장의 외손자라는 것이 문제였다.

지난번 사건도 신봉규 예비역 준장이 나서서 해결해 준 것이나 다름이 없었다. 그런데 이제와 윤태민 소위를 징계를 하겠다? 그가 어떻게 나올지 판단이 서지 않았다.

“하아······. 무슨 말을 하는지 알겠다. 고민 좀 해보자.”

홍민우 소령이 나직이 말했다.

“대대장님 지금 고민할 때가 아닙니다.”

“그럼 뭐? 헌병대 조사가 나오지도 않았는데 바로 징계를 해?”

“그래도 일단 이런 사항이 접수가 되었는데 헌병대에 일을 떠넘기고 있는 사항이 아닙니까.”

“그래서? 자네가 그렇게 하기로 했잖아.”

“죄송합니다. 저의 판단미스입니다. 하지만 지금도 늦지 않았습니다. 윤태민 소위를 우리가 자체 조사를 통해 잘못을 확인하고 징계를 내려놓은 것으로 하고 헌병대 조사를 기다리는 것이 좋을 것 같습니다.”

“미리 선수를 치자 이거지.”

“네. 대대장님.”

홍민우 소령의 말에 송일중 중령이 길게 신음을 내뱉었다.

“으음······. 그 새끼 일단 보직해임 시켜!”

송일중 중령이 어렵게 결정을 내렸다.

“젠장 뭐가 어떻게 돌아가는 거야?”

헌병대가 조사를 위해 새로운 조사관이 내려온 이후로 윤태민 소위는 하루하루가 초조해 밥도 제대로 먹지 못했다. 그래도 한 가지 희망을 걸었던 것은 군대라는 조직의 특성이었다. 전임자의 허물을 과하게 들추지 않는다는 군대라는 특성을 믿고 있는 것이었다.

만약에 다시 조사한다고 해도 모든 것을 다 드러내지는 않을 것이다.

“하긴 좀 심하긴 했어. 아니, 무슨 뜬금없이 꽃뱀으로 몰아. 난 그렇게까지 할 생각이 없었는데······.”

최영도 소령의 말에 혹해서 윤태민 소위 역시 상황 조작에 가담을 한 것이지만 정작 이렇게 되고 나니 모든 것이 최영도 소령의 잘못 같은 생각이 들었다. 한마디로 헌병대에 농락당했다고 여겼다.

그래서 다시 헌병대가 부르면 그것에 대해서 꼭 진술을 해야겠다고 생각했다.

그렇게 얘기를 하면 지금 새로 온 황인태 대위도 어느 정도는 덮어줄 것이라 여겼다. 그런데 잠깐 화장실에 갔다 온 사이 유선영 하사가 와서 앉아 있었다.

“어······. 유 하사. 휴가 다녀왔어요.”

윤태민 소위는 애써 표정을 밝게 하며 먼저 말을 붙였다. 그래도 아직은 같은 2소대이니 말이다. 그런데 유선영 하사가 밝고 당당한 얼굴로 인사했다.

“네! 휴가 잘 다녀왔습니다.”

순간 윤태민 소위는 살짝 당황하며 떨떠름한 표정을 지었다.

‘뭐지? 뭐냐고. 왜 저렇게 표정이 밝아? 설마 나 없는 동안 무슨 일이라도 있었나?’

윤태민 소위는 혼자 오만가지 생각을 거듭했다. 그러면서 마음 한편으로 불안감이 들었다.

‘아무래도 안 되겠다. 유 하사부터 막아야겠다.’

윤태민 소위가 슬쩍 유선영 하사에게 말했다.

“유 하사.”

“네?”

“나랑 잠깐 얘기 좀 합시다.”

그 말에 행정실에 있던 모든 간부들의 시선이 윤태민 소위에게 향했다. 마치 저 녀석 무슨 소리를 하고 있는 거야. 그런 식으로 말이다. 정작 유선영 하사가 당당하게 대답했다.

“네. 그러시죠.”

유선영 하사가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 모습을 본 윤태민 소위는 더 불안했다. 유선영 하사가 박윤지 3소대장을 보며 말했다.

“잠깐 다녀오겠습니다.”

다른 간부들에게도 고개를 까닥였다. 그러자 박윤지 3소대장이 휴대폰을 꺼내 다급하게 누군가에게 문자를 보냈다.

-무슨 일 있으면 바로 전화!

박윤지 3소대장이 보낸 문자는 유선영 하사였다. 유선영 하사가 문자를 확인하고는 씨익 웃었다.

“걱정 마세요.”

윤태민 소위와 유선영 하사는 두 사람만 대화할 수 있는 공간으로 갔다. PX 앞 벤치였다. 지금은 업무시간이라 병사들이 없을 시간이었다. 윤태민 소위는 콜라를 뽑아 내밀었다.

“휴가 잘 다녀왔어요.”

유선영 하사가 태연하게 콜라를 받으며 말했다.

“네. 아까 말했지 않습니까. 잘 다녀왔다고.”

“그래요. 그런데 무슨 좋은 일이 있나 봐요.”

“네. 뭐······. 좋은 일이 생길 것 같습니다.”

“혹시 무슨 일인지 물어봐도 됩니까?”

“으음, 뭐라고 하면 되는지······. 정의구현? 정의는 살아 있다?”

유선영 하사의 말에 순간 윤태민 소위가 이맛살을 확 구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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