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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생 리셋 오 소위-921화 (921/1,018)

< 04. 그 나물에 그 밥(38) >

인생 리셋 오 소위! 2부 251화

04. 그 나물에 그 밥(38)

중대장실 문이 열리고 홍민우 소령이 들어갔다. 업무를 보고 있던 오상진이 고개를 들었다.

“어? 과장님.”

오상진이 자리에서 벌떡 일어났다. 그는 당황한 얼굴로 홍민우 소령을 바라봤다. 하지만 홍민우 소령도 오상진과 싸우러 온 것은 아니었다. 그래서 애써 웃는 얼굴로 말했다.

“4중대장 많이 바쁜가?”

“아닙니다. 괜찮습니다. 그런데 여기까지는 무슨 일로 오셨습니까?”

오상진이 의문을 가지며 물었다.

“4중대장에게 차나 한잔 얻어 마시려고 그러지. 왜? 차 한잔 얻어먹지 못할 정도는 아니잖아.”

“네. 일단 이쪽으로 와서 앉으시죠.”

홍민우 소령이 고개를 끄덕인 후 자리로 가서 앉았다. 오상진이 곧장 커피를 탔다. 물론 믹스커피지만 말이다.

“지금 녹차 팩이 다 떨어져서 말입니다. 커피밖에 없습니다.”

“괜찮아. 커피 좋아.”

“네.”

오상진도 커피를 가지고 홍민우 소령 맞은편에 앉았다. 두 사람은 말없이 커피를 한 모금 마셨다. 그러다가 먼저 홍민우 소령이 입을 열었다.

“4중대장이 오고 나서 4중대 분위기가 많이 바뀌었어.”

“그렇습니까?”

“그래. 솔직히 4중대 우리 대대장님이 말이야. 문제 있는 병사들을 4중대로 보내자고 했을 때 걱정이 많았거든. 반대도 했었고 말이야. 전임 4중대장들은 4중대를 마치 유배지처럼 생각을 하더라고. 4중대 가라고 하면 다들 차라리 옷을 벗겠다고 하지 않나······. 그런데 오 대위가 4중대장으로 오고 난 후로는 그래도 4중대가 제법 괜찮아진 것 같아.”

일단 홍민우 소령은 오상진 칭찬부터 시작했다. 좋은 분위기를 만들고 난 후에 본격적으로 얘기를 할 생각이었다.

하지만 오상진은 이 독립부대 편성을 한 것이 홍민우 소령의 아이디어라는 것을 이미 보고서를 통해 알고 있었다. 그걸 굳이 겉으로 티 내지는 않았다.

“좋게 봐주셔서 감사합니다. 그런데 저 혼자 한 것이 아닙니다. 다들 저를 많이 도와줬습니다. 행보관 예하 부사관들하고 장교들하고 합심해서 좀 더 나은 중대를 만들어 보자고 노력한 결과 아니겠습니까.”

“훗! 자넨 참 한결 같아서 좋아. 그런데 말이야. 4중대장.”

“네.”

“윤 소위 때문에 부대가 너무 시끄러워지는 것이 아니야?”

“그것이······.”

“알아. 자네 잘못이 아니라는 거. 솔직히 내 잘못이 없다고 할 수도 없지. 조사를 빨리 끝내달라고 동기에게 부탁을 했던 것인데. 조사를 어떻게 했는지······. 이렇듯 재조사까지 하고 말이야.”

홍민우 소령이 자신의 실책을 솔직하게 인정을 했다. 물론 최영도 소령을 통해 이 일을 덮으려고 했다는 사실까지 인정을 하지 않았지만 어디까지 부대를 위한 일이었다며 어필을 하는 것이었다.

“······.”

오상진은 말없이 묵묵히 듣고만 있었다. 그렇다고 해서 지난 일을 가지고 왈가불가하며 잘잘못을 따지기도 그랬다. 이미 조사가 제대로 되고 있기 때문이다.

“참! 조사가 어디까지 진행되었다는 얘기는 들었나?”

홍민우 소령의 물음에 오상진이 고개를 가로저었다.

“아직 어떤 것도 듣지 못했습니다.”

“정말인가?”

“네. 그렇지 않아도 황인태 대위와 첫날에 얘기를 좀 나눴습니다. 황 대위가 그랬습니다. 앞서 조사관에게 어떤 얘기를 들었는지는 모르겠지만 자신에게는 그 어떤 기대도 하지 말라고 말입니다. 자신은 FM으로 할 테니까. 결과도 자신 전해주는 일은 없다며 나중에 헌병대 최종조사를 통해 들으라고 했습니다.”

“흐음······. 그래? 그랬단 말이지.”

홍민우 소령이 고개를 주억거리면서도 오상진의 눈치를 살폈다. 혹시라도 그가 거짓말을 하지는 않는지 살피기 위함이었다. 그러나 오상진은 전혀 거짓말을 하지 않았다. 첫날 황인태 대위를 본 이후로는 본 적이 없었다.

“그럼 말이야. 일이 어떻게 될 것 같나?”

“윤 소위가 징계를 받지 않겠습니까.”

“그래? 그 정도에서 끝날 것 같아?”

“그게 무슨 말씀이신지······.”

홍민우 소령은 오상진이 뭔가 다른 노림수가 있을지 모른다고 생각했다. 이미 조사를 통해 방대철 주임원사 건이 걸렸기 때문이다. 또한 그것보다 점점 더 일이 커질 수 있기 때문이었다.

만일 오상진이 노리는 것이 윤태민 소위가 아니라 송일중 중령이나 자신이라면 어떤 식으로든 방비를 해야 했다. 그런데 오상진의 표정을 보아하니 딱히 그런 것 같지는 않았다.

‘정말 윤 소위 하나 때문에 이런 일을 벌였단 말이야?’

홍민우 소령은 속으로 생각을 거듭했다. 솔직히 오상진이 일을 이렇게까지 벌이려는 것이 이해가 되지 않았다.

하지만 사실 오상진은 일을 이렇게 키우고 싶진 않았다. 헌병대까지 부르고 싶지도 않았다.

만약에 전에 윤태민 소위가 제대로 처리가 되었다면 이런 일이 일어나지도 않았고, 당연히 헌병대를 부르는 일도 없었을 것이다.

하지만 바로 전에 윤태민 소위가 부대에 물건을 반입하고 어질렀던 사건이 있다. 그 사건을 어떻게 무마시키려고 윗사람들이 무슨 짓을 저질렀는지 두 눈으로 똑똑히 보고 나니 이 일을 부대에 맡길 수가 없었다. 그래서 어쩔 수 없이 헌병대의 도움을 받기로 한 것이다.

실제로 성 군기 관련 문제는 부대 내에서 제대로 처리된 적이 한 번도 없다. 대부분 쉬쉬거리며 조용히 무마되고 덮으려고 할 뿐이었다. 그래서 오상진이 이렇게 나갔던 것이다.

하지만 홍민우 소령은 자신의 잘못된 결정으로 일이 이렇게까지 되었다고는 절대 생각지 않았다. 그저 오상진이 일이 크게 벌였다고 생각을 했다. 한마디로 이 모든 책임을 오상진에게 넘기고 싶을 뿐이었다.

“지난번에도 말했다시피 대대장님 육본 올라가시는 거 알고 있지?”

“네.”

“그래서 걱정이 많으셔. 부대에 한 번도 아니고 두 번이나 헌병대에서 나오고. 조사 역시도 2주가 넘어가고 있어. 보통 조사 기간에 비례해서 사항이 심각해지는 것은 알지?”

“아, 그렇습니까?”

“문제없는 부대가 없지만 이런 식으로 헌병대 조사가 길어지면 당연히 우리 부대에도 좋을 것이 없지. 이러다가 대대장님 육본에 못 올라갈지도 모르고······.”

홍민우 소령은 얘기를 하면서 나직이 한숨을 내쉬었다. 그러나 오상진은 반응이 없었다. 그런 오상진을 보며 쓴웃음을 지었다.

‘아무튼 저 이기적인 새끼······. 상관이 어찌 되든 말든 저만 괜찮다면 좋은 거지.’

하지만 홍민우 소령도 오상진과 같은 생각을 한 적이 있었다. 나만 잘하면 된다. 나만 열심히 하면 된다. 그런데 대위를 달고 나서 보니 나만 잘났다고 해도 진급이 쉽지 않았다. 그래서 홍민우 소령도 어쩔 수 없이 줄을 탔다. 그것도 송일중 중령의 라인을 말이다. 그리고 이렇듯 작전과장까지 올라왔다. 그때의 선택을 지금도 후회하지는 않는다.

또한 유능한 사람은 아니지만 실적이 많은 사람이었다. 잘못 역시 많지 않고, 일을 벌이는 사람도 아니었다. 소심한 성격은 맘에 들지 않고, 자질구레한 뒷일을 자신에게 맡기는 것이 마음에 들지 않았다.

그러나 군대의 섭리에 대한 이해를 하고 깨달은 것이다. 윗사람이 잘 나가야 자신 역시 같이 잘 나간다는 것을 말이다.

그런데 오상진은 대대장이 어찌 되든 말든 자신이 어찌 되든 말든 전혀 신경을 쓰지 않는 것 같았다.

‘그래 너는 라인이 다르다는 거지?’

오상진의 속내를 오해한 홍민우 소령이 어금니를 꽉 깨물었다. 솔직히 마음 같아서는 자리를 박차고 일어나고 싶었다. 조금 전 유선영 하사의 표정이 너무 마음에 걸렸다.

“참. 여기 오다가 유 하사를 봤는데······.”

“네.”

“무슨 얘기를 했나?”

“네에?”

오상진의 고개를 갸웃했다.

“아니. 유 하사 표정이 좋아 보이기에. 무슨 얘기를 했나 해서 말이야.”

“휴가를 다녀와서 잘 지내고 왔냐고 물어본 것이 다입니다. 그리고 헌병대 조사는 분위기상 잘 진행되고 있다고 해서 걱정하지 말라고 했고 말입니다.”

오상진은 거기까지는 숨기고 싶지 않았다. 그 역시도 듣는 귀가 있었다. 뭐가 어떻게 진행되고 있는지는 대충 알고 있었다. 굳이 헌병대에서 듣지 않아도 말이다.

김태호 행보관이라든지 김호동 하사가 주기적으로 문자 보고를 해왔다. 김진수 1소대장 역시도 마찬가지였다. 오상진이 물어보지 않아도 알아서 보고가 척척 올라왔다.

오상진은 그럴 필요가 없다고 해도 그 사람들은 진심을 다해 먼저 얘기를 해줬다. 그 덕분에 오상진은 어떤 식으로 조사가 이루어지고 있고, 어떤 방향으로 이어지고 있는지 대충 알고 있었다.

다만 오상진 스스로 직접 물어본 적이 없고, 물어본 적도 없다. 그래서 입을 꾹 닫고 있었다. 그런데 홍민우 소령이 직접 찾아와 유선영 하사까지 들먹이며 물어보자 답을 하지 않을 수 없었다. 홍민우 소령이 살짝 굳은 얼굴로 말했다.

“아까는 잘 모른다면서?”

“제가 직접 만나서 들은 적은 없습니다. 하지만 저도 어떻게 돌아가는지는 알고 있습니다.”

“어허······. 그래서 일은 어떻게 진행될 것 같아?”

“조금 전에도 말했지만 윤 소위가 징계를 받는 것으로 끝나겠죠.”

“정말 거기서 끝이야?”

“네?”

“자네가 원하는 것이 윤 소위의 징계냐고.”

“제가 원한다기보다는 유 하사가 그걸 원합니다.”

“유 하사가 그래?”

“네. 방금 전에 나가면서 유 하사가 그런 얘기를 했습니다. 자신이야 제가 믿어 줬으니 다행이지만 다른 곳에서 이런 일이 생겼을 때 여자 부사관을 믿어 줄 수 있는 상관이 몇이나 있겠습니까. 만약 그 여자 부사관의 말을 믿어 주지 않는다면 그 여자 부사관의 심정은 어떨 것 같냐고 말했습니다.”

오상진은 유선영 하사의 말을 조금 각색해서 들려줬다. 홍민우 소령이 낮은 신음을 흘렸다.

“흐음······.”

홍민우 소령도 사람이고 군대에서 일어나는 성 군기에 대해서 아무 문제가 없다고는 말을 하지 못한다. 다만 작은 일을 크게 키울 필요가 없다고 생각할 뿐이다. 하지만 막상 일이 이렇게 되고 나니 그 유선영 하사의 말이 뼈아팠다.

만에 하나 그 일이 일어나고 윤태민 소위를 바로 잡았다면 어땠을까? 홍민우 소령은 그 생각을 해봤다. 아마 일이 이렇게 커지지는 않았을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그것이 군대의 생리라 그저 씁쓸할 뿐이었다.

“자네 말은 알았네. 일단 자네의 뜻은 대대장님께 잘 전달하겠네.”

“네?”

오상진이 눈을 크게 떴다. 홍민우 소령이 한 말의 진의가 무엇인지 정확하게 알지는 못했다. 그러나 홍민우 소령은 그 말만 하고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라곤 4중대장실을 나와 대대로 갔다.

홍민우 소령은 차에서 내려 그대로 대대장실로 갔다. 송일중 중령이 홍민우 소령을 봤다.

“자네는 어딜 갔다가 오는 것인가?”

“죄송합니다. 그전에 긴히 드릴 말씀이 있습니다.”

홍민우 소령은 진지한 얼굴로 얘기를 했다. 홍민우 소령의 얘기를 듣는 송일중 중령의 표정이 많이 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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