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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생 리셋 오 소위-919화 (919/1,018)

< 04. 그 나물에 그 밥(36) >

인생 리셋 오 소위! 2부 249화

04. 그 나물에 그 밥(36)

“음······. 일단 유 주임님이라고 부를까요?”

“네. 편한 대로 부르십시오.”

“그래요. 유 주임님도 불편하시니까. 단도직입적으로 말할게요. 어제 어떤 식당 가셨죠?”

“어디 식당일까요?”

“국밥집이요.”

“아, 네에. 거긴 왜······.”

“내가 들으려고 한 것은 아닌데 들어보니 무슨 위생 점검을 가지고 협박을 하시던 것 같던데······.”

“어후······ 그게 무슨 말씀이세요. 전 그런 적이 없습니다.”

“제가 들었다고요.”

김인철 기자가 바로 눈을 날카롭게 하며 말했다. 유진호가 마른침을 꿀꺽 삼켰다.

“유 주임님. 혹시 주변에 아는 기자에게 물어보십시오. 제가 누군지······. 아셨죠? 그리고 노파심에서 하는 말인데 그러지 마십시오. 제가 사장님께서 하도 별일 아니라고 해서 그냥 넘어갔는데 같은 일 반복되면 가만있지 않습니다.”

김인철 기자가 따끔하게 말을 하고는 그곳을 떠났다. 떠나는 그를 보며 유진호가 인상을 썼다.

“시발, 뭐야······. 뭔데 저 새끼가 대한민국 공무원을 뭐로 보고.”

그렇게 구시렁거리며 걸어가다가 최만석 과장을 만났다.

“어. 유진호······. 내가 하라는 건 했어?”

“그게······. 아니, 그보다 과장님. 이 사람 아세요?”

유진호가 김인철 기자의 명함을 내밀었다. 그것을 받아 든 최만석 과장이 확인했다.

“민국일보 김인철······. 김인철!”

최만석 과장이 깜짝 놀랐다. 그 옆에서 최만석 과장의 반응을 살피며 물었다.

“아세요?”

“너 이 새끼 몰라? 독사잖아. 독사!”

“그래요? 독사라고요? 유명해요?”

“너 진짜 몰라?”

“네. 그렇게 유명한 사람이에요?”

“김 기자 말이야. 이 새끼에게 물려서 나락으로 떨어진 새끼가 한둘이 아니야. 그런데 이 사람은 왜?”

“아니, 그것이 어제 잠깐 식당에서······.”

“식당? 내가 말한 그 식당?”

“네.”

“너 이 새끼야. 설마 거기서 돈 받았냐?”

“아니요. 그냥 간만 보고······.”

“이런 미친 새끼······. 내가 거기는 그렇게 하지 말라고 했지.”

“그것이 중요한 것이 아니라. 어떻게 알았는지······ 이번 한 번만 그냥 넘어가겠다고 하더라고요. 우리들을 뭐로 보고 기자 나부랭이가 말이에요.”

“와, 제기랄······. 완전 엿 됐네.”

“네?”

“야! 저 새끼 한번 돌면 지랄한다고. 어떻게 할 거야?”

유진호는 최만석 과장이 이러는 모습이 영 못마땅했다.

“과장님. 그런데요. 대한민국 공무원이 공무를 보는데 기자 눈치를 봐야 해요?”

“그건 그렇지.”

“그냥 정당하게 공무만 보면 괜찮잖아요. 막말로 공무 보는데 뭐 하나라도 안 나올지 어떻게 알아요?”

“그건 그렇긴 한데······.”

“어차피 탈탈 털어낸다면서요.”

“뭐, 그래.”

“그건 제가 알아서 처리할 테니까 걱정 마십시오.”

“그런데 김 기자 만만치 않다.”

“과장님. 저 유진호입니다. 저도 만만치 않아요.”

유진호가 어금니를 까득 깨물었다.

송일중 중령은 요즘 심기가 불편했다. 헌병대 조사 건으로 연대장인 곽종윤 준장에게 한 소리를 들었다.

-자네 요즘 부대 관리가 왜 그래?

“네? 무슨 말씀이십니까?”

-헌병대가 제집 드나들 듯이 하고 있다면서.

“아. 그것이 아니라······.”

-그게 아니라니 뭐가 아니야. 육본에 올려준다고 하니 벌써 마음이 붕 뜬 거야?

“그럴 리가 있겠습니까. 연대장님!”

-자네 이래 가지고 내가 맘 편히 육본에 올릴 수 있겠어? 나 올라가기 전에 미리 자리나 닦아 놓으라고 하려고 했더니 이건 뭐······. 올라가서 사고나 안 치면 다행이군.

곽종윤 준장의 뼈 있는 지적에 송일중 중령은 바로 답을 하지 못했다. 전화를 받는 내내 이마에서는 땀이 흘러내렸다.

“죄송합니다, 연대장님. 제가 뭐 좀 더 신경을 쓰겠습니다.”

-제발 부탁이니까. 쓸데없는 소리 안 나오게 해. 자네 인사철에 가장 중요한 것이 뭐라고 했나.

“구설수에 안 오르는 것입니다.”

-그래! 가만히만 있어도 중간은 가는데 왜 이렇게 말이 나오는 거야. 도대체!

“······.”

-아무튼 이번 일 빨리 마무리 지어. 그리고 미리 말하는데 뭐든 덮으려고만 하지 마. 그것이 능사는 아니야. 덮은 것이 터지지 그럼 더 시끄러워져. 별거 아니면 그냥 규정대로 처리해. 그런 사소한 것까지 육본에서는 신경 쓰지 않아. 대한민국 부대 중에서 문제없는 부대가 없을 것 같아? 없어! 다만 어떻게 큰 소동 없이 잘 해결하느냐인 것이지. 대대장이라는 사람이 아직도 저렇게 유통성이 없어서야······.

“네. 알겠습니다.”

송일중 중령도 곽종윤 준장의 말뜻을 모르지는 않았다. 헌병대 조사가 길어지면 길어질수록 사람들은 의심을 한다. 그러자 더 심각한 일이 벌어지면 자신에게까지 화가 미칠 수가 있다.

단순히 대대장 선에서 끝날까? 만약 일이 더 커지면 대대장을 타고 연대장까지 올라갈 수 있는 일이었다. 그러니 아무도 모르는 일이었다.

곽종윤 준장이야 당분간은 필드에서 지내야 할 처지라 육본에 올라갈 생각은 아직 하고 있지 않다.

그 역시도 별 하나에서 끝낼 생각이 없었다. 자연스럽게 별 두 개, 세 개까지는 올라갈 생각을 하고 있다.

그런데 부대 관리를 잘 못 해 시끄러워지고 그 문제가 자기 선까지 올라오는 것을 원치 않았다. 결국 그가 하고 싶은 말은 간단했다.

‘빨리 일을 처리해라. 덮을 수 있으면 좋겠지만 덮지 못한다면 더 시끄러워지기 전에 처리하는 것이 좋다.’

그런 말이었다.

송일중 중령의 표정이 좋지 않았다. 그도 곽종윤 준장이 무슨 일로 전화를 했는지 다 알고 있었다.

“하아······. 홍민우 이 새끼는 도대체 뭘 하고 있는 거야!”

솔직히 송일중 중령은 돌 닦는 심정으로 모든 일을 홍민우 소령에게 넘겼다. 그 역시도 지금까지 일을 잘 처리해 왔고 말이다.

늘 더러운 일과 지저분한 일은 홍민우 소령이 도맡아서 해왔다. 그래도 이번에 자기가 올라갈 때 홍민우 소령도 데리고 갈 방법을 찾고 있었다.

아무리 생각을 해봐도 혼자 육본에 올라가면 홍민우 소령과 같은 녀석을 데리고 가야 자신도 든든할 것만 같았다. 그런데 요즘 하는 일을 보면 영 마음에 들지 않았다.

“점점 맘에 들지 않아!”

그런 송일중 중령의 불편한 심기가 전해졌을까? 잡고 있던 난의 잎 하나가 뚝 하고 끊어졌다.

“하아, 제기랄······. 이건 또 왜 끊어지고 지랄이야.”

송일중 중령은 인상을 쓰며 끊어진 난을 바라봤다.

“에효. 아프냐? 나도 아프다.”

송일중 중령은 괜히 끊어진 난을 테이블 위에 올려놓으며 걱정스럽게 바라봤다.

“이거 뭐 전조 같은 것은 아니겠지?”

송일중 중령의 표정이 불안하게 바뀌었다.

한편 그 시각 홍민우 소령은 인사과 황명수 대위를 통해 헌병대의 조사과정에 대한 이야기를 듣고 있었다.

“조현철 상사가 대대 부사관들을 하나씩 불러서 사실 확인을 하고 있다는 거지?”

“네.”

“그걸 왜 해? 지난번에 다 끝나지 않았나?”

“저도 그런 줄 알았는데 이게 좀 이상하게 드립니다.”

“뭐가 또 얘기가 이상하게 들려?”

홍민우 소령의 물음에 황명수 대위는 자신이 들었던 얘기를 늘어놓았다.

“주임원사가 말입니다. 무슨 생각인 것인지 부사관들 얘기를 짜맞췄던 모양입니다.”

“주임원사가?”

홍민우 소령이 이맛살을 찌푸렸다. 도대체 왜 주임원사가 그런 일을 저질렀는지 이해가 되지 않았다. 자신이 부탁한 적도 없는데 말이다. 그런 홍민우 소령을 보면서 황명수 대위가 슬쩍 말을 붙였다.

“주임원사 형제 중에 막냇동생이 있지 않습니까.”

“있었나?”

“네. 그 막냇동생이 치킨집을 하지 않습니까.”

“아. 거기 말도 안 되게 맛없는 치킨집?”

“네. 거기가 문을 닫았습니다.”

“그래? 어떻게 문을 닫아? 그래도 부대 간부들이 꾸준히 찾아주고 있을 텐데······.”

“그건 저도 잘 모르겠습니다. 다만 그때 그 치킨 사건이 컸나 봅니다.”

방대철 주임원사의 동생인 방대호는 부대 근처에서 17치킨이라는 치킨집을 오랫동안 운영했었다. 부대 근처의 치킨집이다 보니 장사가 그리 잘되지는 않았다. 맛도 그다지 없는 편이기도 했다.

그러다 보니 점점 판매가 떨어졌다. 그러던 차에 4중대 오상진이 치킨 회식을 한다고 주문을 했는데 그것이 문제가 되었다. 그것으로 인해 큰 손해를 보게 되었다.

“결국 오 대위 때문에 망한 거야?”

“꼭 그렇지만은 않은 것 같습니다. 저도 처음에는 그리 생각을 했는데 말입니다.”

“그럼?”

“지금 주임원사 막냇동생이 뭘 하고 있는 줄 아십니까?”

“이 사람아. 계속 그렇게 질문만 하지 말고 제대로 얘기를 해 줘.”

“아, 죄송합니다. 부식업체를 차렸습니다.”

“부식업체? 갑자기 왜?”

“이번에 저희 17연대 부식업체를 다시 선정해야 하지 않습니까.”

“뭐야? 설마?”

홍민우 소령은 황당한 표정을 지었다. 대부분의 주임원사들이 알게 모르게 뒷주머니를 차고 있다는 것 정도는 알고 있었다. 그런데 간댕이가 크게 부식업체를 통해서 크게 해 먹을 생각을 하고 있을 줄은 몰랐다.

“이 사실······. 대대장님도 알고 계셔?”

“알고 계시겠습니까? 요즘 대대장님도 들떠 계시는데 말입니다.”

“하아, 미치겠네. 대대장님도 그래. 육본에 올라가는 것은 올라가는 것이고. 그전까지 대대 관리는 잘하셔야지. 도대체 벌써부터 손 떼버리시면 어쩌라는 거야.”

황명수 대위가 쓴웃음을 지으며 말했다.

“그것이 제가 듣기로는 다른 부대에서 전례가 있어서 그런 것 같습니다.”

“다른 부대 전례?”

“네. 얘기 듣기로 다른 부대 대대장도 육본에 올라가기 전에 유종의 미를 거두겠다면 열심히 일했다고 합니다.”

“그런데?”

“열심히 하다 보니 벌려놓은 일들이 많지 않습니까. 그 일 때문에 막상 육본에 올라가야 하는데 올라가지 못했다고 합니다.”

“뭐? 나참······. 뭐든지 적당히 해야지. 그리고 그렇다고 일을 전부 다 끊어? 이게 말이 돼?”

“아시지 않습니까. 대대장님 몸 많이 사리지 않습니까.”

“어휴, 진짜······. 대대장님 보러 갈 때마다 하루 종일 난만 치는데······. 내가 진짜 아후······. 무슨 도인도 아니고 말이야.”

“그나저나 이거 어떻게 하실 겁니까?”

“으음······.”

홍민우 소령이 낮게 한숨을 내쉬었다. 손가락으로 테이블을 두드렸다.

‘사실 주임원사 건은 의외의 소득인데······. 문제가 생겼을 때 잘하면 엮을 수 있을 것 같긴 한데.’

물론 그 일에 대해서 좀 더 자세히 알아봐야겠지만 말이다.

“자네. 부식업체 건은 확실한 거지?”

“확실합니다.”

“그럼 그 건에 대해서 자네가 좀 알아봐.”

“네? 제가 말입니까?”

황명수 대위가 놀란 표정을 지었다. 홍민우 소령이 띠꺼운 얼굴로 말했다.

“그럼 내가 알아봐?”

“아······. 그것이 좀······. 주임원사 뒤를 캐는 거지 않습니까.”

황명수 대위가 난감한 얼굴로 말했다. 홍민우 소령이 바로 콧방귀를 꼈다.

“그럼 뒷담화 까는 것은 괜찮고?”

“그건 아니지만······.”

“자네 말이야. 얼마 전까지 수향옥 뻔질나게 드나든 것을 모를 것 같아?”

“에이, 그 얘기를 왜 하십니까.”

수향옥은 강남에서 큰 음식점이다. 지금은 부대 감옥으로 간 조인범 상병의 어머님이 조수진이 운영하는 업체였다.

우리 황명수 대위가 그곳을 드나드는 이유는 간단했다. 자신 역시 육본으로 올라가기 위함이었다. 그랬던 것인데 조인범 상병이 군사재판을 받게 되면서 모든 것이 흐지부지하게 되어 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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