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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생 리셋 오 소위-918화 (918/1,018)

< 04. 그 나물에 그 밥(35) >

인생 리셋 오 소위! 2부 248화

04. 그 나물에 그 밥(35)

그런 것도 모르는 신순애는 고개만 주억거렸다.

“사장님. 이렇게까지 말했으면 오는 것이 있어야 하는 거 아닙니까.”

“네?”

“아니, 우리가 이렇게 고생을 하는데······. 아까 내가 말했잖아요. 내가 위생 점검하는 부서에 있다고.”

정확하게 자신이 식품위생과라고 말을 하면 안 될 것 같아서 말을 돌렸다.

“거참. 이만큼 했으면 뭐라도 챙겨줘야 하는 거 아니에요.”

“아······. 그러면 다음에 한번 같이 오세요. 제가 식사 한번 대접할게요.”

“거기서 여기까지 국밥 먹으러 오겠어요. 사장님 답답하시네.”

“그럼 제가 어떻게 해야 되는 거예요?”

유진호는 이렇게까지 말했는데 못 알아듣는 것을 보며 한숨이 나왔다.

‘하아, 답답하네. 그래. 당해봐야 알지.’

유진호는 담뱃재를 손가락으로 튕겼다.

탁!

“알았어요. 내가 이렇게까지 안 하려고 했는데······. 장사 잘하고 계십시오.”

그러면서 휙 하고 가버렸다. 걸어가는 유진호가 잔뜩 인상을 찡그리며 중얼거렸다.

“핫! 시발······. 나를 뭐로 보는 거야. 제대로 한번 털어봐야겠어.”

그렇게 지나가는데 누군가와 어깨를 탁하고 부딪혔다.

“아이, 누구야!”

유진호가 인상을 쓰며 고개를 돌렸다. 그곳에는 수염을 덥수룩하게 기른 꾀죄죄한 남자가 서 있었다.

“뭐요?”

“그쪽이 부딪혔잖아요.”

유진호가 바로 인상을 쓰며 속으로 중얼거렸다.

‘아, 시발. 개나 소나 다 지랄이네.’

“비켜요, 비켜!”

유진호가 거칠게 말을 하고는 터벅터벅 걸어갔다. 그런 그를 보는 남자가 중얼거렸다.

“뭐야, 저 새끼는······.”

그때 그 사내가 걸어가던 걸음을 멈추고 다시 고개를 돌렸다. 씩씩거리며 걷는 유진호를 보며 사내가 눈을 반짝였다.

“가만······. 저 녀석 유진호 같은데, 아닌가?”

고개를 갸웃하던 사내는 저만치서 걱정스러운 표정으로 바라보고 있는 신순애를 발견했다. 사내가 황급히 신순애에게 다가갔다.

“사장님 여기서 뭐 하세요?”

“누구······.”

“에이, 접니다. 사장님. 김 기자요.”

“어후, 기자 양반.”

신순애는 김인철 기자를 위아래로 쭉 훑더니 말했다.

“꼴이 이게 뭐야. 좀 씻고, 면도 좀 하고 그러지.”

“하하하······. 어쩌다 보니 그렇게 되었습니다.”

김인철 기자가 멋쩍게 웃었다. 그러다가 조금 전 걱정스러운 표정을 짓고 있던 신순애를 기억했다.

“참! 무슨 일이세요? 아까 보니 표정이 좋지 않던데.”

“아, 그게······.”

신순애는 머뭇거리며 말을 하지 못했다.

“뭔데요.”

“아, 아무것도 아니야. 밥 안 먹었지. 내가 국밥 한 그릇 말아줄게. 어서 들어와.”

“아니. 밥은 밥인데······. 저 양반 뭐예요. 방금 저 양반이랑 얘기 나눴죠.”

“그냥 좀 아는 사람이야.”

“저 양반 공무원인데······.”

“어? 김 기자가 어떻게 알아?”

“당연히 알고 있죠. 서울시 비리 공무원들은 내가 싹 꿰고 있는데요.”

“비리 공무원?”

“네. 저 양반 질이 좀 좋지 않은데. 솔직히 말해봐요. 뭐라고 했어요?”

“그게······. 나도 모르겠어. 갑자기 와서는 위생 점검 몇 번 받아봤냐고 물어보고. 위생 점검을 허술하게 했다는 둥, 공무원들 안 되겠네. 하고······. 그런 얘기를 하던데.”

“뭐 달라고 하지 않아요?”

“뭐 달라고는 한 것 같은데······.”

“그래서 줬어요?”

“아니. 나중에 식사 대접 하겠다고 했지.”

김인철 기자가 미소를 보였다.

“잘하셨어요. 저런 인간 돈을 주면 안 돼요. 한 번 주면 그 핑계로 계속 받아요.”

“그래?”

“네. 잘하셨어요.”

“그런데 이제 어떻게 되는 거야?”

“지난번 위생 점검 때 별 이상 없었죠?”

“없었지.”

“그럼 걱정하지 마세요. 별일 없을 거예요. 저 인간에 대해서 내가 알아서 처리할 테니 걱정 마시고요.”

“에이. 김 기자 그러지 마. 저 사람 공무원이라며.”

“사장님. 내가 지난번에 말씀드렸지 않았어요. 제가 터뜨린 특종이 한두 개가 아니에요. 그러니 걱정하지 마세요.”

김인철 기자가 씨익 웃었다. 솔직히 씻지도 않고, 행색도 초라하고 꾀죄죄한 모습이었다.

그 모습이 미덥지 않았지만 솔직히 김인철 기자는 나름 업계의 전설로 불리는 남자였다. 민국일보 김인철 기자는 기사들이라면 다 알 만큼 유명한 기자였다.

그는 불의를 보면 참지 못하고 자신이 한번 찍은 사건은 끝까지 파고드는 스타일이었다.

그래서 기자들 사이에서는 불도저, 불독. 이런 식으로 불리고 있었고, 김인철 기자에게 한번 호되게 당했던 사람들은 그를 독사 혹은 미친개라고 불렀다.

그만큼 김인철 기자는 기자생활을 하면서 크고 작은 사건들을 담당했고, 그동안 생긴 적 역시 많았다. 그러다가 최근에 김인철 기자의 인생에 있어서 전환점이 될 큰 사건을 맡게 되었다.

선진당의 3선 의원인 황진태 의원이 있는데, 이 양반이 건설사들과 짜고 비리를 저지른 것을 포착했다. 그래서 황진태 의원의 뒤를 쫓고 있던 중 교통사고를 당하게 된다.

상대방 측에서 거액의 합의금을 요구했다. 물론 김인철 기자가 건설사 임원의 뒤를 쫓다가 신호위반을 한 것은 사실이었다. 그런데 상대방에서 요구하는 위자료가 너무 큰 것이었다.

그때쯤 건설사 측에서 접촉이 있었다.

“우리 좋게, 좋게 해결하자! 이 교통사고 없던 걸로 우리가 조치해 주겠다.”

“어떻게 말입니까?”

“위자료로 1억을 주겠습니다. 그러니 그걸 받고 이쯤에서 그만둡시다.”

그러나 김인철 기자는 바로 그 제안을 거절하고 자신의 집을 팔아 3억이라는 합의금을 내줬다. 그리고 어머니 댁에 들어가게 되었다. 그 어머님 댁이 바로 신순애 국밥집이 있는 근처였다.

평소 시어머니와 사이가 좋지 않았던 아내가 이런 식으로는 못 살겠다면서 이혼하자는 편지와 함께 집을 가출해 버렸다.

물론 김인철 기자 역시 아내의 심정을 이해했다. 만날 기자랍시고 밖으로만 나돌아다니고, 또 좋은 선배 노릇한다고 후배들 술이며 밥 등을 사주며 집에는 돈을 많이 가져다주지도 못했다.

겨우 있는 집 한 채를 가지고 있는 것을 합의금으로 팔아버렸다. 그러니 아내가 화가 나고 그러는 것은 충분히 이해가 되었다.

그래서 아내를 다시 찾기 위해 친정에 갔는데 그곳에 없었다.

그로부터 얼마 후 아내로부터 전화가 왔다.

-나 다른 남자가 생겼어요. 그러니 찾지 말고 이혼이나 해줘요.

그 말에 눈이 뒤집힌 김인철 기자는 아내를 찾기 위해 회사에 휴직계를 신청하고 전국을 돌아다니고 있는 실정이었다.

“그래서 일은 잘되었어?”

“그것이요. 다행히 애 엄마가 홧김에 그런 것 같아요. 다른 남자는 없더라고요.”

“어이구 다행이네.”

“네. 그런데 왜 혼자야?”

“당분간만 친정에 있고 싶다고 해서요. 그러라고 했어요. 저도 다시 회사에 복귀하고 어서 일해서 단칸방이라도 구해야죠.”

“어후, 그래. 잘 생각했어. 솔직히 김 기자 어머님이 좋은 분이시지만 며느리 입장에서는 또 안 그래.”

“사장님께서도 시집살이하셨다고 그랬죠?”

“나야. 일찍 남편이 가서 시집살이보다는 애들 키우느라 정신이 없었지.”

김인철 기자는 좀 씁쓸한 얼굴이 되었다. 자신의 아내는 어찌 보면 신순애와 비슷한 처지일 수도 있다. 자신이 집에 들어가야지 돈도 제대로 벌어주지 않고 말이다.

“아무튼 일이 잘 풀렸다니 다행이네.”

“네. 어쨌든 감사합니다. 지금까지 애들 보살펴 주셨어요. 우리 애들 밥 많이 먹었죠? 애들이 이 집 국밥 맛나다고 칭찬이 자자 했어요.”

“애들이 많이 먹어봤자 얼마나 먹는다고······. 됐으니까, 신경 쓰지 마.”

“사장님 그건 아니죠. 그래도 애들 먹은 것은 계산해야죠.”

“그러면 만 원만 줘.”

“네? 만원요?”

“그래. 지난번에 애들 한 번만 오고 말았어.”

“아닌 것 같은데······. 애들에게 물어보면 다 압니다, 사장님. 솔직하게 말씀해 주세요.”

“됐어. 그냥 손주 같아서 예뻐서 그래. 내가 무슨 애들 밥 한 끼 못 줄까.”

신순애의 말에 김인철 기자는 고마움이 가득 담긴 얼굴이 되었다.

“어후, 사장님. 정말 감사합니다. 정말 복 받으실 겁니다. 제가 사장님 없었다면 와이프랑 화해도 하지 못했을 것입니다.”

“됐어. 어서 집에 들어가 봐. 어머니 기다리시겠다.”

“네네. 그리고 사장님.”

“응?”

“내가 그 인간은 제가 처리할 테니까. 돈도 주지 말고, 알겠죠.”

“알았어.”

“진짜 저 믿으셔야 합니다.”

“알았어. 알았으니까, 어서 가 봐.”

“네.”

김인철 기자가 가게를 나섰다.

그다음 날 김인철 기자는 말끔한 얼굴로 민국일보에 출근을 했다.

“아이고, 이게 누구야. 김 기자 이제 출근한 거야?”

민국일보 국장이 반갑게 김인철 기자를 맞이했다.

“네, 국장님. 덕분에 일이 잘 풀렸습니다.”

“이 친구야. 진짜······. 내가 자네 때문에 얼마나 맘 졸인 줄 알아?”

“네? 무슨 일이 있었습니까.”

“아니. 자네가 조금만 늦게 출근했다면 사직서 받을 뻔했어.”

“그래도 잘 돌아왔지 않습니까. 커버쳐 주시느라 고생하셨습니다. 그리고 감사합니다. 잊지 않겠습니다.”

“크흠. 그건 그렇고 이제 다시 시작해야지.”

“그럼요. 다시 해야죠.”

“지난번에 맡고 있었던 황진태 의원 말이야.”

순간 김인철 기자의 얼굴이 빠르게 굳어졌다.

“그 사건은 제가 다시 한번 파헤쳐보겠습니다.”

“그래? 확실히 자신 있는 거지?”

“네. 저만 믿으십시오.”

“알았어. 확실하게 처리해.”

“네. 그전에 개인적인 볼일 좀 처리하고 오겠습니다.”

“개인적인 일? 알았어. 처리하고 와.”

“감사합니다, 국장님.”

김인철 기자가 민국일보를 나와 그대로 식약청 식품위생과로 갔다.

“안녕하십니까. 여기 유진호 씨 안 계십니까?”

“유 주임님 말씀입니까? 식사하러 나가셨는데요.”

“식사요? 호오······.”

김인철 기자가 슬쩍 시간을 확인했다. 오후 1시가 훌쩍 지나가고 있었다.

“지금 점심시간이 지났는데 지금까지 식사를 해요?”

갑자기 그 말에 뭔가 이상함을 느낀 직원이 눈알을 빠르게 굴리며 뭔가를 확인한 척을 했다.

“아, 죄송합니다. 식사가 아니라 잠깐 밖에 나가신 것 같아요. 잠시만 기다려 주세요.”

직원이 다급하게 전화기를 들었다.

“유 주임님.”

-뭐야. 왜?

“지금 어디세요?”

-밥 먹고 있는데.

“유 주임님을 찾고 계시는 분이 있어요.”

-누군데?

“누군지는 잘 모르겠어요. 그런데 느낌이 좋지 않아요. 게다가 점심시간이 많이 지났는데 자리에 없다며······.”

-아, 제기랄······. 알았어. 금방 들어갈게.

“네.”

전화를 끊고 20여 분이 흐른 후에 유진호가 인상을 찡그리며 들어왔다.

“저 찾으셨어요.”

유진호가 김인철 기자를 보는데 잘 못 알아봤다. 어제는 완전히 거지꼴이었지만 오늘은 깔끔했기 때문이다.

“네. 저는 민국일보 김인철 기자입니다.”

김인철 기자가 자신의 명함을 내밀었다. 그것을 받아 확인한 유진호가 깜짝 놀랐다.

“민국일보 기자님? 어······ 기자님이 웬일이실까요? 일단 저쪽으로 가서 얘기를 나누죠.”

뭔가 쎄한 느낌의 유진호가 김인철 기자를 구석 휴게실로 데리고 갔다.

“그런데 무슨 일로 오셨습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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