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04. 그 나물에 그 밥(33) >
인생 리셋 오 소위! 2부 246화
04. 그 나물에 그 밥(33)
황인태 대위도 조현철 상사의 의견에 동의를 했다. 자신도 예전에는 전임 헌병대대장이 있었을 때는 정말 하라면 하라는 대로 해왔다.
내키지 않고, 마음에 들지 않는 것은 태업을 하는 식으로 버티는 게 고작이었다.
그러니 주임원사 눈 밖에 나지 않으려는 부사관들의 행동이 이해가 되었다.
“그럼 뭡니까? 여기 진술 내용에서 맞는 것은 뭐고? 거짓은 뭡니까?”
“음, 유 하사가 만취한 것은 사실입니다.”
“그래요?”
“네. 많이 취한 것은 사실인데 윤태민 소위를 좋아하니 뭐니 그것은 정확한 것은 아닌 것 같습니다. 다들 주임원사를 통해 얘기를 들었다고 합니다.”
“주임원사? 허······ 이 양반 참 재미있네요. 아무래도 주임원사도 조사를 해야 할 것 같은데요.”
“조사를 해야죠. 해야 하는데······. 아무래도 황 대위님께서 하시죠. 제가 하기는 좀 그렇지 않습니까.”
“나도 주임원사는 부담스러운데요.”
“저보다는 낫죠. 제가 얘기를 하면 나 때는 말이야. 그런 식으로 둘러댈 텐데요.”
“좋아요. 일단 주임원사 건은 넘어간다고 치고 추가적으로 알아낸 것은 없어요?”
“겸사겸사 윤 소위에 대해서 얘기를 했어요. 다들 윤 소위에 대해서 말하는데 들어보니 거의 뭐, 쓰레기 수준이던데요.”
“그래요?”
“네. 대대는 물론이고 연대에 좀 괜찮다 싶은 여자 장교나 부사관을 보면 그렇게 집적거리고 만나자고 그랬답니다.”
“헐, 이 친구는 군대 놀러 온 거야? 딱 보니 상습범이네요.”
“거의 뭐, 그런 셈이네요. 이 친구 뭐냐. 외조부가 신범규 예비역 준장님이라고 합니다.”
“네? 신범규 예비역 준장님? 그 준장님?”
“네.”
황인태 대위가 눈을 크게 뜨며 재차 물었다. 조현철 상사가 바로 고개를 끄덕여줬다.
“맞습니다.”
“와, 외조부님은 그렇게 덕망 있고 좋으신 분인데······. 어떻게 외손자라는 사람이······.”
황인태 대위는 차마 뒷말을 잇지 못했다. 조현철 상사도 공감을 했다.
“그러게나 말입니다.”
한숨 쉬고 있다가 반대로 물어봤다.
“그럼 말입니다. 조사를 해보셨어요? 장교들은 어때요?”
조현철 상사가 물었다. 황인태 대위가 찝찝한 얼굴이 되었다.
“네, 뭐······. 소대장들을 만나보고 다른 장교들도 만나보고 했는데 조 상사님이 조사한 것과 비슷합니다. 전체적으로 평이 그다지 좋지 않습니다.”
“그렇군요.”
“그리고 그전 중대장이 있을 때 윤 소위가 별짓을 다 했더라고요. 거의 여기에서 왕처럼 굴었습니다. 전 중대장이랑 술 먹으러 다니고 그러면서 구워삶고 말이죠. 외부에서 물건을 반입해서 병사들에게 몇 배로 팔았다고 합니다.”
“저도 그 얘기는 들었습니다. 완전 제정신이 아닌 사람입니다.”
“그러니까요. 도대체 어떻게 군 생활을 계속할 수 있었을까요?”
그러자 조현철 상사가 조심스럽게 말했다.
“아까도 말했지 않습니까. 외조부님······.”
“아, 신범규 예비역 준장님.”
“네.”
“그럼 신범규 예비역 준장님이 손자 좀 잘 봐달라며 힘을 좀 썼다?”
“그렇죠.”
“으음······. 제가 보기에 신범규 예비역 준장이 그럴 성격은 아닌 것 같습니다.”
“그러면요?”
“그냥 보통 우리 군인가족이라고 하면 서로서로 챙겨주고 그런 것 때문에 넘어가고 그랬던 것 같습니다.”
“아무리 그래도 그렇지 지금 세상이 어떤 때인데요. 이렇게 막장으로 군 생활한 친구를 내버려 두면······. 차암······. 막말로 이런 녀석이 일찍 옷을 벗었다면 여기까지 오지도 않았을 것 아닙니까.”
“내 말이요.”
“그건 그렇고 어떻게 뭐, 추가적으로 조사를 더 해봅니까? 아니면 정리를 할까요? 이 정도면 어느 정도 정리가 된 것 같은데요.”
“확실한 증거도 있고요.”
“그렇죠. 증거가 있는데 완전 빼박이죠.”
“그렇다고 재조사로 나왔는데 하루 만에 조사를 다 마무리하고 그러면 또 그렇지 않아요?”
“하긴 그것도 그렇습니다. 최 소령님이 일주일 가까이 조사를 했는데 우리가 하루 만에 조사를 마쳐 버리면 좀 그렇죠.”
“네. 최 소령님 엿 먹이는 게 될 테니까요.”
“그럼 저희도요. 딱 일주일만 할까요?”
“일주일이요? 네, 그렇게 합시다.”
“그럼 전 혹시라도 빠뜨린 얘기가 있는지 다른 부사관들이나 병사들을 만나보도록 하겠습니다.”
“그래요. 수고하시고요. 저도 장교들을 더 파보도록 하겠습니다.”
“네.”
그렇게 두 사람이 동시에 자리에서 일어났다.
위병소 근무를 서고 복귀한 최헌일 상병과 최진찬 일병이 휴게실로 왔다. 그곳에서 음료수를 뽑아서 먹었다.
“크으, 역시 근무서고 먹는 음료수가 맛있다니까.”
최헌일 상병이 손에 든 콜라를 보며 말했다. 그런데 최진찬 일병의 표정이 좋지 않았다.
“진찬아 왜 그래?”
“최 상병님. 혹시 말이에요. 그 얘기 들었습니까?”
“뭔 얘기?”
“우리 부소대장님 말씀입니다. 휴가 간 것이 아니라 어쩌면 그만둘지도 모른다고 합니다.”
“뭐? 갑자기 왜?”
최헌일 상병은 다소 놀란 표정을 지었다. 유선영 하사가 들어온 지 얼마 되지 않았다. 그런데 그만둔다는 것은 좀 이상했다.
“지난번에 우리가 쓴 것 때문에 그런 거 아닙니까?”
최진찬 일병이 굳은 얼굴로 말했다. 그러자 최헌일 상병이 이맛살을 찌푸렸다.
“그게 그렇게 된다고?”
지난번 윤태민 소위가 애들에게 부식을 쏘면서 유선영 하사에 대해서 있는 그대로 쓰라고 했다.
물론 그 전에 누군가에게 제보를 받았고, 유선영 하사가 자신을 무시하고 있다는 식의 얘기를 했었다.
물론 그 일에 관심이 없는 애들이 대부분이었다. 그런데 윤태민 소위가 찾아와 부식도 쏘고, 앞으로 잘해보자고 얘기를 했다. 대다수 병사들이 윤태민 소위가 원하는 것처럼 자신들이 느끼는 바를 좀 과하게 적었다.
‘실제로 부소대장님이 소대장님을 무시하는 모습이 살짝 엿보이긴 했지.’
그때 최헌일 상병도 자신이 느낀 것을 솔직하게 적긴 했다. ‘2소대장이 불렀는데도 부소대장은 경례를 하지 않았다.’라는 식으로 적었다. 실제로 그 장면을 직접 두 눈으로 목격을 했었고 말이다.
또한 다른 애들도 그 정도는 적었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그것을 쓰면서 별생각은 하지 않았다. 경례를 안 한 것이야 병사들도 가끔 간부를 보면 경례를 하지 않는다. 그럴 때면 어김없이 질책이 이어졌다. 그렇다고 해서 영창을 보낸다거나 심한 얼차려는 주지 않는다.
그런데 고작 그것 때문에 옷을 벗을지도 모른다는 말에 최헌일 상병의 가슴이 답답해졌다.
“이야. 뭐냐. 그럼 우리 또 소대장님께 속은 거냐?”
“그건 잘 모르겠습니다. 그래도 뭔가 좀 찝찝하지 말입니다.”
“하아······. 그때 부식을 먹는 것이 아니었어.”
“그렇다고 그때 상황이 부식을 안 먹는다고 해서 안 먹을 수 있는 상황이 아니었지 않습니까.”
그때 당시 윤태민 소위가 찾아와 거의 반강제적으로 부식을 먹으라고 얘기를 했다. 그것이 들어간 이상 윤태민 소위의 비위를 맞춰줘야 한다는 사실을 소대원들 중에 모르는 사람이 없었다.
다만, 윤태민 소위와 껄끄러워지는 것이 부담스러워서 대충대충 그가 원하는 대로 부소대장의 안 좋은 것을 적었던 거다. 이 일이 이렇게 커지고 나니 덜컥 겁이 났다.
“중대장님께 말씀드려야 하지 않습니까?”
“중대장님께? 뭐라고? 부식 먹고 그런 식으로 적었다고 말이야? 퍽이나 중대장님께서 좋아하시겠다.”
“그럼 어떻게 합니까? 저 솔직히 부소대장님께서 저에게 잘해주셨습니다.”
“너에게?”
“네. 제가 고민거리가 있었는데······. 사실 이거 말하면 안 되는데······.”
“말해봐.”
“네, 솔직하게 말씀드리겠습니다. 저희 어머니가 휴가 갔다가 복귀할 때쯤 아프셔서 제가 걱정이 좀 많았습니다. 전화도 드리려고 했는데 눈치가 보여서 그러지도 못했습니다.”
“야. 그런 일이 있었으면 나에게 말을 했어야지.”
“에이. 최 상병님이야 저에게 잘해 주시지만······. 괜히 최 상병님께 부탁해서 전화를 하면 눈치가 보여서 말입니다.”
“하아······. 진짜 엿 같네. 그래서?”
“그 얘기를 들은 부소대장님이 바로 그 자리에서 전화를 걸어주셨습니다. 통화를 하고 어머니가 많이 괜찮다고 하셔서 마음이 좀 편했습니다.”
“그래? 하긴 그런 것을 보면 우리들에게는 잘하셨지.”
“그러게 말입니다.”
윤태민 소위는 모르겠지만 따지고 보면 유선영 하사는 병사들에게는 참 잘했다. 윤태민 소위는 떠날 사람이고, 다시 새로운 소대장이 오더라도 자신이 잘 이끌어서 해야 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2소대원들도 유선영 하사가 여자라서 좀 살갑게 구는 면이 없지 않아 있었다.
물론 3소대에 더 예쁜 황하나 하사가 있었다. 그러나 병사들에게는 일단은 여자 부사관이라는 것이 중요했다. 그러다 보니 유선영 하사는 약간 2소대에서 공주 대접을 좀 받긴 했다.
한마디로 서로서로 잘해준 것이 맞았다.
최헌일 상병도 생각해 보니 유선영 하사가 자신에게 잘해줬던 것이 있었다.
“불편한 것은 없냐?”
유선영 하사가 먼저 다가와 최헌일 상병에게 물었다. 최헌일 상병도 분대장 바로 밑 군번이기 때문에 어디서 들은 건지는 몰라도 좀 끼인 군번은 약간 고달프 수도 있다고 들었다. 그래서 좀 더 챙겨줬던 것 같다.
“불편한 점은 없어?”
“다른 병사들하고는 잘 지내고 있어?”
이런 식으로 잘 물어봤다.
“앞으로 곧 병장을 달 건데 느낌은 어때? 그리고 제대도 얼마 남지 않았지?”
이렇게 아주 살갑게 물어봤다. 그런 식으로 관심도 가져주니 기분이 정말 좋았다.
그런데 그런 유선영 하사에 대해서 안 좋게 적었다고 하니 기분이 영 좋지 않았다.
“아무래도 안 되겠다. 보고하자.”
“그래야겠죠.”
“그래. 중대장님께 욕을 먹더라도 얘기할 건 해야지.”
“네.”
그렇게 두 사람이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때 조현철 상사가 나타났다.
“너희 2소대니?”
“네, 그렇습니다.”
“어, 그렇구나. 혹시 말이야. 방금 유 하사에 대해서 얘기를 하고 있던 것 같은데······. 맞아?”
조현철 상사의 물음에 두 사람은 서로를 바라보며 불안한 눈빛이 되었다. 조현철 상사가 바로 표정을 밝게 했다.
“아! 너무 걱정하지 말고. 나는 헌병대 조사관이야.”
“헌병대 말입니까?”
“그래. 그렇다고 해서 너무 걱정 말고. 이리저리 돌아다니면서 좀 알아보고 있거든. 그런데 너희들이 대화하는 것은 잠깐 들었어. 유 하사에 대해서 얘기를 하더라. 뭔 얘기인지 궁금해서 말이지.”
갑자기 최진찬 일병의 표정이 굳어졌고, 최헌일 상병 역시 표정이 어두워졌다.
아무래도 헌병대 조사관이고, 괜히 잘못했다가 엮일 수도 있었다. 하지만 우리 조현철 상사는 사람 다루는 것에 일가견이 있었다.
“얘들아. 너희들 지금 중대장님께 가는 거 아니야?”
“네? 그게······.”
“미안한데 내가 너희들 얘기를 좀 길게 들었거든. 그래서 너희들이 무슨 얘기를 할지 다 알아. 그러지 말고 그 얘기를 나에게 해주지 않을래? 중대장님보다는 나에게 말하는 것이 좋을 텐데······. 너희들이 걱정하는 그거 내가 조사하고 있거든.”
조현철 상사가 씨익 웃으며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