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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생 리셋 오 소위-913화 (913/1,018)

< 04. 그 나물에 그 밥(30) >

인생 리셋 오 소위! 2부 243화

04. 그 나물에 그 밥(30)

“웬일이냐? 누나에게 관심을 가지고.”

“나 있을 때 얘기를 했는데 뭘 그런 걸 가지고 그래.”

“네가 있었어?”

“이것 봐. 누나도 나 늦게 들어왔을 때 한쪽에서 밥 먹고 있는데 거실에서 엄마랑 계속 그 얘기했잖아.”

“와, 너 귀도 밝다.”

“엄마랑 누나랑 얘기할 때 얼마나 크게 얘기하는지 모르지.”

“뭐? 엄마랑 내 목소리가 크다고?”

최강희가 자연스럽게 목소리가 커졌다.

“누님. 여기 회사입니다. 이미지 관리해야겠죠.”

“너 이 씨······.”

이명희 회장의 목소리가 원래 컸는데, 최강희도 엄마를 닮아서인지 역시 목소리가 컸다.

두 사람이 사업적으로 얘기를 할 때는 자연스럽게 격앙되고 목소리가 올라갔다.

“그래서 뭐? 할 얘기가 뭔데?”

“누나 그때 한식 파트를 강화한다고 했지?”

“네가 알고 있는 것이 어디까지야?”

“딱 거기까지야. 한식 파트 강화하는 부분까지.”

“그래서?”

“내가 아는 사람에게 이상한 얘기를 들었어.”

“아는 사람?”

“내 아는 사람이······. 아니다, 솔직하게 말할게. 우리 소대장님.”

소대장이라는 말에 최강희의 눈빛이 달라졌다.

“아. 오상진 씨······.”

최강철의 표정이 안타깝게 변했다.

“누나······. 안 된다니까. 우리 소대장님 옆에 겁나 예쁜 여자 친구가 있다고.”

“알았어. 누가 뭐래. 인간적으로 좋아할 수 있잖아. 그것도 안 되냐?”

“에이, 누나. 그래도 임자 있는 남자에게 집착하면 좋아?”

“너 이 씨! 진짜 너 죽어볼래.”

최강철이 피식 웃었다. 오상진 얘기를 꺼냈을 때 최강희가 저렇듯 반색할 줄은 몰랐다. 한편으로 그렇기 때문에 일이 잘 풀릴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나마 최강희가 오상진에게 호감을 갖고 있기 때문에 말이다.

“우리 소대장님 어머니가 국밥집 하는 거 알아?”

“그래? 그랬었던가?”

“내가 전에 얘기했잖아.”

“어. 뭐어······. 그래서?”

“거기 국밥집 정말 잘돼. 우리 소대장님 빌딩 여러 채 가지고 있는 거 알지?”

“알지. 네가 몇 번 얘기했잖아.”

“그러니까.”

최강희와 최강철은 어렸을 때 얘기를 많이 나누지 않았다. 최강철은 만날 바깥으로만 싸돌아다녔다. 심지어 자신은 배다른 자식이 아닐까 생각까지 했었다. 오죽 최강철이 밖으로만 나가니 화가 난 이명희 회장이 친자확인까지 시켜 보여줬다.

그 정도로 최강철은 사춘기가 강하게 왔다. 엄마의 사업을 돕던 최강희와 최강철은 그런 동생과 제대로 대화도 하지 않았다.

그렇다 보니 나중에 최강철이 사춘기가 지나고 난 후에도 무슨 얘기를 나눠야 할지 잘 몰랐다.

그랬는데 최강철이 군대에 다녀오고 난 후부터 얘기를 나누는 자신을 보게 됐다. 그것도 오상진에 대해서 말이다. 그러면서 오상진에 대해서 많은 것을 알게 되었다. 오상진 때문에 최강희는 최강철과 지금 이렇게 대화를 할 수 있게 된 것이다.

“우리 소대장님 어머니 국밥집이 워낙에 인기가 많아서 빌딩마다 분점이 한 개씩 있어.”

“오, 그래?”

“그런데 거기에 얼마 전부터 한호푸드라고······.”

“한호푸드? 거기 아는데.”

최강희가 말했다. 최강철이 계속해서 말을 이어갔다.

“한호푸드 거기 사모가 와서 계속 프랜차이즈 하자고 난리인가 봐.”

“프랜차이즈? 괜찮으면 하면 되잖아.”

“누나! 한호푸드에 대해서 잘 모르지?”

“한호푸드 얘기만 들었지. 자세히는 잘 몰라.”

“거기 장난 아니야. 걔네들 영세사업자 레시피 훔쳐서 자신들 프랜차이즈 만드는 업체잖아.”

“뭐라고? 그런 업체였어?”

최강희가 이맛살을 찌푸렸다. 얼마 전에 강용구 이사의 소개로 한호푸드 대표랑 잠깐 인사를 나눈 적이 있었다. 그때 봤던 인상은 참 좋았다. 강용구 이사의 말을 빌려 요식업계에서는 제법 건실한 사업가로 말이다. 그래서 최강희가 지나가는 투로 말했었다.

“그럼 우리 푸드코트 개편할 때 참여하시라고 전해요.”

최강희가 그렇게 말을 했었던 것으로 기억했다.

“그런데 한호푸트의 뒤가 구린 업체였다니······.”

최강희는 짜증이 치솟았다.

“확실한 거야?”

“누나, 나 어디서 일하는 줄 몰라?”

“알지. 기획실에서 일하는 거.”

최강철은 선진그룹 기획실에서 일하고 있다. 선진그룹 기획실에서 조사가 들어가면 거의 국정원급으로 조사가 이루어진다.

최강철이 기획실에 들어간 자체가 그 업무를 보며 그룹 전체를 파악하라는 최강호 본부장의 뜻이다.

아무튼 최강철이 기획실을 통해 알아본 한호푸드는 쓰레기 업체라는 뜻이었다.

최강희의 표정이 차갑게 바뀌며 입을 열었다.

“정리하자면. 한호푸드에서 이번 한식 푸드코트 입찰 건을 위해서 상진 씨 어머니 국밥집을 노렸다는 거지.”

“맞아! 그런데 우리 소대장님 여친분이 한 성격 하거든.”

“야! 여기서 그 여친분이 왜 나와.”

“그 여친분이 한번 쏘아붙였나 봐. 딱 보고 수작이 이상해서 말이야. 그래서 소대장님이 혹시나 해서 어떤 업체인지 알아봐달라고 해서 말이지. 그런데 내가 갑자기 얘기를 들어보니 푸드코트가 떠오르는 거야.”

“제법이네. 머리가 어떻게 그렇게 돌아가니.”

“누나! 내가 누나와 형에 비해서 머리가 좀 떨어질 뿐이지. 우리 집안 유전자가 있는데······.”

“어쨌든 그렇다고 치고. 네 말은 강 이사가 한호푸드에 뒷돈을 받고 푸드코트 입찰을 밀어주려고 한다. 이거지?”

“강 이사가 누구지?”

“네가 방금 얘기했잖아.”

“누나 좀······. A, B, C 얘기를 하고 있는데 E, F로 넘어가면 내가 이해를 어떻게 해. 누나만 알고 있는 얘기잖아.”

“내가 얘기 안 했니?”

“그러니 엄마랑 대화할 때 자꾸 엄마가 짜증 내는 거야.”

“여기서 엄마 얘기가 왜 나와.”

최강희는 다 좋은데 자신의 얘기가 꽂히면 생각의 전환이 빨라졌다. 차근차근 얘기를 해야 하는데 빨리빨리 페이지가 홱홱 넘어가 버린다.

그래서 그것 때문에 이명희 회장에게 여러 차례 잔소리를 들은 적이 있었다. 또 남매 아니랄까 봐 그건 또 기똥 차게 알아들었다.

“가만. 누나의 말은 강용구 이사가 한호푸드와 연결이 되어 있다는 거지.”

“응! 지난번에 나에게 소개시켜 줬잖아.”

“자연스러운 만남이야?”

“백화점 돌고 있는데 아는 사람이라고 소개를 시켜주더라고.”

“그게 무슨 자연스러운 만남이야. 누나가 딱 백화점 돌 때 기다렸다가 인사시킨 거네.”

“그렇게 따지면 그렇지 않은 사람이 어디 있겠니. 그리고 내가 바쁜데 그런 식으로 사람 소개받는 게 편하지. 내가 일일이 만나러 다녀야겠어?”

“뭐, 그건 그렇지. 아무튼 강용구 이사 뒷조사를 해봐야 할 것 같은데. 어떻게, 내가 해?”

최강철의 물음에 최강희가 손을 저었다.

“아니야. 됐어. 누나가 처리할게.”

“혹시나 아닐 수도 있어.”

최강희가 피식 웃었다.

“그 얘기를 빨리도 한다. 그런데 솔직히 말해봐. 진짜 아닐 수 있는 확률이 있긴 한 거야?”

“있겠지. 아마 영 점 몇 퍼센트?”

“그럼 확실한 거네.”

“에이. 또 강용구 이사가 정말 억울한 것일 수도 있잖아. 한호푸드 대표에게 속아서 아무것도 모르고 소개시켜 준 것일 수도 있고. 또 어쩌면 한호푸드 대표가 우연히 백화점에 왔는데 누나를 만난 것일 수도 있고.”

최강희가 피식 웃었다.

“야! 핑계를 대려면 성의 있게 대라. 그게 말이 된다고 생각해. 기다려봐.”

최강희는 곧바로 강용구 이사를 호출했다. 잠시 후 강용구 이사가 왔고 한호푸드와의 관계에 대해서 물었다. 그러자 곧바로 두 손을 가로저었다.

“저는 정말 몰랐습니다. 한호푸드가 그런 곳이었습니까? 진짜 제가 어쩌다가 그런 사람을 알아서는······.”

마치 자신에게 불똥이 튈까 봐 몸을 아주 확실하게 사렸다. 그런 강용구 이사를 보며 최강희가 헛웃음이 났다.

자신이 선진백화점과 마트를 물려받았을 때 강용구 이사가 알게 모르게 큰 힘이 되었다.

사실 선진백화점, 선진마트, 선진유통은 제법 힘이 있는 회사였다. 그런데 최강호가 아니 최강희가 맡았다는 것은 언제고 그룹에서 분리가 될 수 있다는 뜻이었다. 이 라인이 핵심인데 당연히 최강호가 물려받을 것이라 여겼다.

그래서 최강희를 별로 좋지 않게 보는 사람들이 많았다. 그때 강용구 이사가 알게 모르게 많은 도움을 받았다. 그래서 최강희도 강용구 이사에게 힘을 실어 주고 있었다.

그런데 이 인간이 그러자마자 뒷주머니를 찰 줄은 정말 몰랐다.

“정말 모르셨던 거죠, 강 이사님께서는요.”

“네.”

“그럼 누가 흘렸다는 건데······. 아무래도 안 되겠어요. 본사 기획실을 통해서 한번 제대로 조사를 해봐야겠어요.”

“네?”

강용구 이사가 깜짝 놀랐다.

“굳이 그렇게까지 하실 필요가 있을까요?”

“네? 강 이사님은 억울하지 않으세요? 내가 이해심이 없었어 봐요. 강 이사님에게 모든 화살을 돌렸을 텐데요. 그럼 강 이사님은 억울하지 않으세요?”

“대표님께서 알아주시는 것만으로 충분합니다.”

“아니요. 이대로는 억울해서 안 되겠어요. 확실히 조사를 할 테니까 강 이사님은 저만 믿으세요.”

“아, 네에······.”

강용구 이사는 떨떠름한 얼굴로 고개를 끄덕인 후 사무실을 나갔다. 그는 곧바로 짜증을 확 냈다.

“하아, 씨발······. 일이 어떻게 된 거야.”

강용구 이사는 휴대폰을 꺼내 곧장 한호푸드 최윤태 대표에게 전화를 걸었다.

한참 신호음이 가고 전화를 받았다.

-네. 강 이상님 오랜만입니다.

“오랜만이고 자시고 최 대표. 나랑 지금 장난해?”

-네? 무슨 말인지······.

“내가 묻고 싶은 말인데. 도대체 어떻게 떠들고 다닌 것인지 아직 발표되지도 않은 푸드코트 입찰 건이 우리 대표님 입에서 나와!”

-네? 그게······. 어떻게 그렇게 된 것인지······.

“나 여러 말 안 해. 당신은 이제부터 나 모르는 사람이야. 만에 하나 나 걸고넘어지지 어떻게 하나 봐. 절대 가만 안 있어. 어떤 수단을 써서라도 한호푸드 망하게 할 테니까. 알았어!”

-가, 강 이사님······.

강용구 이사는 더 이상 듣지도 않고 전화를 끊었다. 곧바로 강용구 이사의 휴대폰이 울렸지만 깨끗이 무시를 했다.

한호푸드 대표 최윤태는 자신의 사무실에서 퍼팅 연습을 하고 있었다. 강용구 이사의 전화에 급히 받았지만 이상한 말을 듣고 당황했다.

“이사님, 이사님!”

하지만 이미 전화는 끊어져 있었다. 다급하게 다시 통화버튼을 눌렀지만 강용구 이사는 전화를 받지 않았다.

“하아, 젠장.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 거야!”

그러고 있는데 사무실 문이 열리면서 와이프 조애령이 들어왔다.

“어후, 덥다 더워.”

조애령이 소파에 앉으며 힘들어했다. 그런 조애령을 보며 최윤태 대표가 물었다.

“당신······.”

“왜요?”

“당신 뭔 짓을 했어?”

“뭔 짓이라니요. 뜬금없이 뭔 말이에요.”

“지금 강 이사에게서 전화가 왔는데······.”

“강 이사가 누군데요?”

“선진백화점 강용구 이사 말이야.”

“아! 그래요. 그 사람이 왜요?”

“방금 전화해서는 손절을 해버렸어.”

“손절요? 갑자기 왜 당신과 손절을 해요?”

조애령은 전혀 이해하지 못하겠다는 표정을 지었다. 최윤태 대표는 인상을 쓰며 물었다.

“오히려 내가 묻고 싶은 말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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