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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생 리셋 오 소위-909화 (909/1,018)

< 04. 그 나물에 그 밥(26) >

인생 리셋 오 소위! 2부 239화

04. 그 나물에 그 밥(26)

“그런데 엄마. 왜 하필 국밥집이야? 난 정말 이해가 안 돼.”

“엄마가 이런 말까지 안 하려고 했는데 선진에서 푸드 코너에 입점할 한식점을 찾고 있어.”

“선진에서? 설마 선진백화점에다가 국밥집을 넣겠다는 거야? 엄마 미쳤어?”

“백화점 말고. 선진에는 선진백화점만 있냐?”

“선진백화점 말고 뭐가 있어?”

최지애의 답답한 말에 조애령이 고개를 흔들었다.

“됐다. 내가 너랑 무슨 말을 하니.”

“아, 진짜! 만날 먼저 말 꺼내놓고 무시해. 내가 못 알아들으면 좋게 다시 잘 설명해 주면 되지. 엄마는 도대체 왜 그래?”

“너는 뉴스도 안 보니?”

“엄마도 뉴스는 안 보잖아.”

“내가 너보다는 많이 보거든.”

“그럼 최주영이란 사귀는 남자 누군지 알아?”

최지애의 유치한 질문에 조애령이 고개를 갸웃했다.

“최주영? 그 사람은 누구야?”

“최주영 몰라? 유명한 탤런트잖아.”

조애령은 할 말이 없는지 최지애를 바라보는 표정에 한심스러움이 물씬 풍겼다.

‘연예 뉴스만 보고······. 내가 너랑 뭔 얘기를 나누겠니.’

조애령은 입을 꾹 다문 체 속으로 중얼거렸다. 하지만 최지애의 성격상 빨리 얘기를 해주지 않으면 지랄을 했다. 그래서 차분하게 얘기를 해줬다.

“잘 들어. 선진에는 백화점만 있는 것이 아니라, 선진마트도 있어.”

“선진백화점에 선진마트가 왜 있어? 백화점은 백화점이고, 마트는 마트지.”

“아니, 회사 구조상 그렇다고. 선진백화점 밑에 선진마트가 포함되어 있다고.”

“아, 그런 거야? 그럼 그렇게 쉽게 설명하면 될 것은 왜 꼭 어렵게 말해.”

“네가 못 알아들은 거거든.”

“진짜······. 엄마. 그렇게 얘기하지 마. 어디 가서 꼰대 소리 들어.”

“어휴, 내가 말을 말지.”

조애령이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최지애는 그럼에도 궁금증이 생겨서 물었다.

“그래서? 선진마트에 국밥집을 넣자 이 말이야?”

“그래. 선진마트에서 맛으로 승부하는 그런 프랜차이즈를 찾고 있어. 너희 아빠가 지금 찾고 있는 중이야.”

“그런데 여긴 프랜차이즈가 아니잖아.”

“여기가 왜 프랜차이즈가 아니야. 1호점부터 시작해서 3호점까지 있는데.”

“여기가? 와, 무슨 배짱으로 그렇게 장사를 하는 건지.”

“엄마가 말했잖아. 여기 장사 잘된다고.”

“그래? 내가 보기에는 별론데.”

“이 시간이니까 사람 없는 거지. 평일 점심때는 여기 발도 못 붙여. 줄까지 서가며 먹어야 하는 곳이야.”

“그래? 다른 곳도 장사가 잘돼?”

“다른 곳도 마찬가지야. 다른 곳에서도 프랜차이즈 하자고 난리야. 여기 사장이 안 한다고 그래서 그런 거지.”

“그럼 엄마. 여기 프랜차이즈 하면 선진마트 거래 딸 수 있는 거야?”

“너희 아버지가 어떤 사람이니. 이미 얘기가 다 됐고, 마땅히 들어갈 만한 곳이 없어. 그래서 이 업체 껴서 들어가려고 하는 거지.”

“와, 아빠 대단하다.”

“그럼! 너희 아빠가 그 정도 수완도 없이 회사를 이렇게 키운 줄 아니.”

조애령의 남편 최윤태는 한호푸드 대표였다. 한호푸드는 여러 가지 프랜차이즈 브랜드를 가진 중견기업이었다.

한호푸드가 잘나가는 이유는 사실 젊은 세대에 먹히고 인기 있는 음식으로 사업을 많이 확장했기 때문이었다.

그런데 뜬금없이 국밥집 프랜차이즈가 필요해진 것이다. 한데 최윤태는 국밥을 좋아하지 않았다. 아니, 싫어하는 쪽에 가까웠다. 그래서 아내인 조애령을 시켜서 제법 잘나가는 국밥집을 알아보라고 시킨 것이다.

그러다 신순애의 국밥집이 눈에 들어왔고 이렇듯 작업을 하고 있는 것이었다.

“하아······. 좀처럼 안 넘어오네.”

조애령이 중얼거리며 주방 쪽을 바라봤다. 그때 신순애가 쟁반을 들고는 두 애들 앞에 내려놨다. 그리고 각자의 앞 접시에 계란 후라이를 줬다.

“많이 먹어라.”

“네. 잘 먹겠습니다.”

김수인과 김성진은 계란 후라이를 각자의 밥그릇 위에 올렸다. 그렇게 밥을 먹기 시작했다. 애들이 어려서 국밥 한 그릇을 다 못 먹어서 두 그릇 말고 한 그릇을 주고 반찬이 김치류밖에 없어서 애들 먹게 계란 후라이를 해주는 것이었다.

그런데 한참 게임을 하다가 지겨웠는지 게임기를 내려놓고는 그 애들이 계란 후라이를 먹는 걸 본 한찬우가 입을 열었다.

“어? 계란 후라이다. 엄마. 엄마!”

“응?”

“나도 계란 후라이.”

“계란 후라이가 어디 있어.”

최지애가 메뉴판을 보며 말했다. 그러자 한찬우가 두 아이가 먹고 있는 곳을 가리켰다.

“저기 있잖아. 저기!”

최지애가 고개를 돌려보니 김성진이 계란 후라이를 맛있게 먹고 있었다. 그러자 최지애가 다시 고개를 돌려 손을 들었다.

“저기요.”

이번에는 주방 이모가 나왔다.

“네? 필요한 거라도 있어요?”

“우리도 계란 후라이 하나 주세요.”

“예?”

“저기 애들이 먹고 있는 계란 후라이요.”

최지애가 김수인과 김성진을 가리키며 말했다. 주방 이모의 시선이 그쪽으로 향해 확인하고는 미소를 보였다.

“아, 죄송한데 계란 후라이는 파는 것이 아니에요.”

“쟤네들이 먹는 것은 뭔데요?”

“저 애들이 먹는 것은요.”

주방 이모가 언제인지 기억이 나지 않지만 지금과 똑같은 말을 한 사람이 있었다. 그때 신순애가 둘러댄 말이 있었다.

“손자, 손녀들이라서 따로 계란 후라이를 챙겨 주는 거예요.”

그것을 떠올린 주방 이모가 괜히 분란을 만들기 싫어서 똑같이 말했다.

“쟤네들은 사장님의 손자 손녀예요. 그래서 하나 해주는 거예요. 그러니 이해해 주세요.”

최지애의 표정이 확 바뀌었다.

“아줌마, 장난해요. 쟤네들 그냥 들어오는 거 봤거든요. 무슨 손자, 손녀에요. 말 같은 소리를 해야지. 그리고 쟤네들 입만 입이고, 우리 애는 입도 아니에요?”

“네?”

“말이 그렇잖아요. 손님이 달라고 하면 줄 것이지. 무슨 말이 그렇게 많아요?”

최지애의 말에 조애령이 손을 들어 말렸다.

“얘! 지애야. 적당히 해.”

“엄마. 말이 안 되잖아. 뭔 대단한 장사를 하는 것도 아니고 말이야.”

이에 참지 못한 한소희가 자리에서 벌떡 일어났다.

“저기요, 아줌마! 지금 뭐라고 했어요?”

최지애가 고개를 홱 돌려 한소희를 봤다.

“뭐야, 넌?”

“방금 뭐라고 하셨냐고요.”

“뭘 뭐라고 해. 그런데 넌 뭔데 끼어들고 그래!”

“저요? 저는 이 집 며느리 될 사람이거든요.”

“허!”

최지애가 코웃음을 날렸다.

“하다 하다 진짜······. 가짜 손자, 손녀에 이제는 가짜 며느리까지 나셨어. 참, 웃기네. 가족 사기단이야.”

그때 한소희를 말리던 오상진의 표정이 확 굳어졌다. 한소희 앞으로 나선 오상진이 굳은 얼굴로 말했다.

“이봐요. 지금 말씀이 좀 심하신 것 같은데요.”

“당신은 또 뭐예요?”

“이 집 아들입니다.”

“뭐라고요?”

“아들이라고요!”

밖의 소란스러움에 주방에 있던 신지애가 뛰쳐나왔다.

“왜 그래. 무슨 일이야?”

그러자 주방 이모가 신지애에게 말했다.

“아니. 계란 후라이 때문에 저분들이······.”

신지애가 바로 고개를 끄덕이며 최지애에게 말했다.

“아. 그래요. 미안해요. 내가 금방 계란 후라이 하나 해드릴게요.”

신지애가 다시 주방으로 향하는데 최지애의 화난 목소리가 들려왔다.

“지금 장난해요! 내가 그깟 계란 후라이 하나 때문에 이래요? 왜 사람을 차별하고 그래요.”

그러자 이번에 한소희가 나섰다. 지금까지 들은 얘기가 있기에 그녀도 더 이상 참지 못했다.

“아줌마야말로 장난해요?”

“뭐? 아줌마? 지금 얻다 대고 아줌마야.”

“그런데 왜 저희 어머님에게 아줌마라고 해요?”

“아줌마니까 아줌마라 하지!”

“내 눈에도 당신이 아줌마로 보이니까, 아줌마지.”

한소희도 물러서지 않고 말싸움을 했다. 지금까지 꾹 참고 있던 한소희가 터뜨렸다.

원래 한소희는 예전부터 한 성격했다. 말싸움을 하면 절대 물러서는 법이 없었다. 그나마 오상진과 만나면서 그 성격을 많이 죽이고 있었다.

그런데 어머님에게 그런 소리를 하니 더 이상 참지 못했던 것이다. 게다가 한소희가 한번 폭발을 하면 오상진도 말릴 수가 없었다.

‘어후, 소희 씨 오늘 제대로 화가 났네.’

사실 조금 전 한소희는 밥을 먹다 말고 계속해서 최지애 쪽에 귀를 쫑긋하고 있었다. 그들이 떠들 때마다 혼자 분개하고 그랬다.

그런데 선을 넘는 수준에까지 이르자 더 이상 참지 못하고 벌떡 일어난 것이다.

다행인 것은 가게에 그나마 손님이 많이 없었다. 신지애가 그런 한소희를 보며 말했다.

“아가야, 진정해. 그렇다고 손님이랑 싸우면 어떻게 해.”

“아니, 어머님. 이건 좀 너무하잖아요. 손님도 손님 나름이죠.”

“뭐! 손님도 손님 나름? 너 두고 봐. 내가 이 가게 어떻게 하는지 보라고!”

최지애가 씩씩거리며 한찬우를 데리고 나갔다. 조애령도 자기 딸이 무시당했다고 생각하자 표정이 좋지 않았다. 신지애가 그런 조애령에게 다가가 말했다.

“사모님 죄송해요.”

“됐어요! 비즈니스 하기 더럽게 힘드네.”

그런 말을 하고는 홱 하고 가게를 나가버렸다. 뒤늦게 계산하지 않은 것을 깨달은 주방 이모가 밖으로 뛰쳐나갔다.

“저기요. 저기요, 손님. 계산은 하고 가셔야죠.”

신지애가 바로 주방 이모의 팔을 낚아챘다.

“됐어. 내버려 둬.”

한소희가 바로 옆으로 다가왔다.

“어머니. 저런 사람들을 그냥 놔두면 계속 진상짓을 해요.”

“알았어. 알았으니까. 일단 내버려 둬.”

“······.”

한소희의 얼굴이 붉게 변했다. 숨을 거칠게 쉬며 호흡을 가다듬었다.

솔직히 지금 한소희는 너무 화가 나 참을 수가 없었다. 이때쯤 말려야 할 오상진도 가만히 있었다.

사실 오상진 역시도 화가 좀 나 있는 상태였다. 자신이 군대에 있는 동안 엄마는 저런 식으로 계속 당하고만 있었던 것이다.

“엄마.”

“응?”

“혹시 저 사람들에게서 받은 거라도 있어요?”

“받아? 뭘 받아?”

“명함 같은 거요.”

“명함? 있었던 것 같기도 하고······.”

신순애는 별로 신경을 쓰고 있지 않아 명함을 받았는지 안 받았는지 기억이 잘 나지 않았다. 그러자 주방 이모가 말했다.

“사장님. 저기 서랍에 보관해 뒀잖아요.”

“그랬나?”

“잠시만요.”

주방 이모가 카운터로 가서 서랍을 열었다. 그곳을 뒤지더니 주방 이모가 명함 하나를 들었다.

“여기 있네요.”

그것을 들고 와 오상진에게 줬다. 오상진은 명함에 적힌 이름을 확인했다.

-한호푸드 이사 조애령

“한호푸드?”

한소희가 이맛살을 찌푸렸다. 한호푸드란 말을 어디선 들어본 것 같긴 한데 잘 기억이 나지 않았다.

하지만 오상진은 한호푸드가 어떤 곳인지 대번에 눈치를 챘다.

“설마 내가 아는 한호푸드 거기인가?”

오상진이 회귀하기 전 SNS를 통해서 어떤 푸드 업체가 시끄러워졌던 적이 있었다.

‘그때 이름이 한호푸드였던 것 같은데.’

오상진은 오래전 기억을 끄집어냈다. 어떤 음식을 프랜차이즈 하자며 메뉴 레시피를 받은 후 일방적으로 계약을 해지 후 다른 지역에 그것과 똑같은 업체를 만들어 음식을 팔다가 걸렸다.

그 당시에는 배달 어플 앱이 발달되어 있던 상태고, 어쩌다 보니 사람들 사이에 분점인 것으로 입소문이 났다.

그러다 결국 오리지널 쪽 귀에 들어가 법적 분쟁으로까지 이어지며 많이 시끄러워졌던 기억이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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