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04. 그 나물에 그 밥(25) >
인생 리셋 오 소위! 2부 238화
04. 그 나물에 그 밥(25)
“음, 먹을 만하네.”
딸은 곧바로 아들의 입 앞에 수육을 들이밀었다.
“찬수도 먹어봐.”
그러자 찬수가 바로 고개를 바로 저었다.
“맛있다니까.”
“싫어! 싫다고!”
“어후, 넌 누구 닮아서 입이 이렇게 까다롭니.”
“누굴 닮았겠니. 널 닮았지.”
바로 아주머니가 한마디 했다. 딸은 그런 엄마를 보며 말했다.
“뭐래. 엄마 나는 완전 잘 먹었지, 내가 언제 반찬 투정을 한 적이 있어요?”
그 말을 들은 아주머니는 아주 기가 막힌다는 얼굴이 되었다.
“내가 너 학교 다닐 때 도시락 얘기해 줘? 찬수 있는 데서 해봐?”
“엄마! 내가 언제······.”
딸은 말을 하면서 괜히 아들인 찬수의 눈치를 봤다. 찬수는 그런 것에 전혀 신경을 쓰지 않는 눈치였다.
때마침 신순애가 작은 접시에 수육을 담아서 구석 자리에 있는 오상진과 한소희에게 가져갔다.
“엄마. 뭘 이런 거까지 가지고 와요.”
“담는 김에 담았어. 너도 수육 먹어본 적이 없잖아.”
사실 수육을 추가한 지는 얼마 되지 않았다. 그래서 오상진도 엄마가 만든 수육을 먹어본 적이 없었다.
사실 대부분의 국밥집에서는 수육을 같이 하는 게 보통인데, 이때까지 신순애는 국밥 하나만 해왔다.
그러다가 수육을 찾는 사람이 늘어나면서 메뉴에 추가를 한 것이다. 다행히 이 수육 역시 바로 맛있다는 평이 나왔다.
한소희는 수육을 미리 먹어봤다. 가끔 이곳을 찾는 한소희는 올 때마다 수육을 먹은 것이다.
“상진 씨, 어머님이 만든 수육 먹어봐요. 진짜 맛있어요. 입 안에서 살살 녹아요. 다른 곳에서는 수육을 못 먹겠다니까요.”
“아이구, 무슨 말을 이렇게나 예쁘게 할까.”
“어머님, 저는 사실만 얘기해요.”
“그래, 그래. 어서 먹어.”
“네, 어머님.”
한소희가 대답을 하고는 수육 한 젓가락을 집으려고 했다.
“저기, 사장님.”
그 소리에 신순애가 바로 고개를 돌렸다.
“네.”
그런데 신순애는 바로 인상을 썼다.
“어후, 저 여편네 또 시작이네.”
오상진도 궁금증을 느끼며 물었다.
“왜요, 엄마. 무슨 일이에요?”
“아니, 자꾸 투자를 하겠다고 해서.”
“투자요? 무슨 투자요?”
오상진이 눈을 크게 떴다. 신순애는 고개를 흔들었다.
“아니. 괜찮다고 해도 계속 저렇게 찾아온다. 프랜차이즈 사업을 하자고 말이야. 정말 왜 저러는지 모르겠다.”
신순애가 말을 하고는 그 아주머니에게 갔다. 그러자 오상진이 입을 열었다.
“저 아줌마 뭐지? 떡 줄 사람은 생각도 않는데 김칫국부터 마시는 거야. 뭐야.”
“그러니까요. 어머님 솜씨가 워낙에 좋아서 그렇잖아요. 봐봐요. 장사가 잘되어도 너무 잘되잖아요. 그리고 이리저리 욕심내는 사람들이 많은 것 같아요.”
“그래요?”
오상진이 고개를 갸웃하며 말했다. 한소희가 가만히 있다가 자리에서 일어났다.
“아무래도 안 되겠어요. 제가 따끔하게 얘기를 해야겠어요.”
그러자 오상진이 바로 한소희를 말렸다.
“소희 씨, 됐어요. 나중에 엄마가 도움을 청하면 모를까. 지금 나서는 것은 아닌 것 같아요. 그리고 지금은 엄마에게 맡겨 놓는 것이 좋을 것 같아요. 앞으로도 이런 일이 많을 것 같은데 그때마다 소희 씨가 나서서 도와줄 수는 없잖아요.”
“왜 도와줄 수가 없어요. 저희 어머니 일인데요.”
“마음은 고마운데요. 엄마가 계속 이 일을 하시려면 직접 처리하는 것이 좋아요.”
오상진이 말은 그렇게 했지만 신순애가 걱정은 되었다. 한편으로는 그녀의 성격 역시도 잘 알고 있었다. 일찍이 아버지가 돌아가시고 홀로 3남매를 키워오셨다.
회귀 전엔 그런 것을 깊이 생각하지 않고, 나 혼자 잘 먹고 잘살길 바랐다.
하지만 곰곰이 생각을 해보면 엄마가 고생을 했기 때문에 과거도 그렇고 지금도 이렇게 있을 수 있었던 것 같았다.
신순애가 그 아주머니에게 갔다.
“혹시 필요하신 거라도 있어요?”
“아이고 그러지 말고 여기 좀 앉아 봐요. 우리 얘기 좀 해요.”
“아니요. 지난번의 그 얘기라면 이미 얘기했잖아요.”
“아니 사장님도 좀 그래요. 내가 레시피를 달라고 해요, 가게를 달라고 해요. 그냥 내가 투자를 할 테니까 사업을 좀 확장하자는 거죠. 막말로 여기서 팔아봤자 몇 그릇을 팔아요. 저기, 내가 백화점 아는 곳도 있고 대형마트 아는 곳도 있고 하니까. 그런 곳에 입점시키고 그러자구요. 그러면 돈은 아주 갈퀴로 쓸어 담을 텐데요.”
그 아주머니는 답답하다는 듯이 말했고, 신순애는 전혀 관심이 없는 듯 고개를 가로저었다.
“됐어요. 저는 관심이 없어요. 그리고 저는 여기 한 곳 관리하는 것도 벅차요. 그러니 그 얘기는 못 들은 걸로 할게요.”
신순애는 굳은 표정으로 그곳을 떠나 다시 주방으로 들어가 버렸다. 그러자 가만히 듣고 있던 딸이 물었다.
“뭔데, 엄마. 저 아줌마 왜 저래? 집이 잘살아?”
“그러게 말이다. 돈 벌어다 준다고 했는데 못 알아먹는 멍청한 여자가 많다니까. 저 여자가 딱 그 꼴이네.”
그러고 있는데 다시 가게 문이 딸랑거리며 열리고, 꾀죄죄한 행색의 남매가 들어왔다.
수육을 씹고 있던 최지애가 이맛살을 찌푸렸다.
‘뭐야. 쟤들은······.’
휴지를 꺼내 입에서 씹고 있던 수육을 뱉어냈다. 조애령이 그 모습을 보고 물었다.
“왜?”
“쟤네들 때문에 나 밥맛 떨어져서 못 먹겠어.”
“뭐 때문에?”
조애령은 몸을 돌려 있는 상태라 두 아이를 보지 못한 상태였다. 그리고 의문을 가지며 고개를 돌렸는데 구석진 자리에 김수인과 김성진이 앉아 있었다.
“어휴, 쟤네들은 동네 거지들인가. 씻지도 않고 저러고 다녀.”
신순애가 그런 두 아이를 보며 반갑게 얘기했다.
“어멋! 수인이랑 성진이 왔구나.”
“아줌마, 안녕하세요.”
“안녕······하세요.”
김수인이 환하게 인사를 한 반면, 김성진은 눈치를 보며 인사를 했다. 그런 모습이 익숙한 듯 신순애가 말했다.
“밥 먹으러 왔니?”
“네.”
“그런데 왜 너희 둘만 왔어. 할머니는?”
“할머니는 무릎이 아프다고 해서 저희 둘만 왔어요.”
“아, 그러니······.”
신순애가 고개를 끄덕이며 수인의 머리를 쓰다듬었다. 사실 신순애는 두 아이의 사연을 너무도 잘 알고 있었다.
김수인과 김성진은 가게에 자주 오는 단골인 김인철의 자식들이었다.
한데 최근 김인철의 집 안에 문제가 생기면서 아이들을 챙길 수 없는 상황이었다. 그래서 김인철이 혹시라도 애들이 찾아오면 외상으로라도 밥을 먹여줬으면 좋겠다고 했다. 자신이 꼭 밥값은 지불하겠다고 약속을 했다.
이에 신순애는 한두 번 본 사이도 아니고 애들 밥 먹이는 게 어려운 일도 아니니, 알겠다고 한 후 아이들이 찾아오면 밥을 주곤 했다.
물론 국밥도 주지만 집밥처럼 해서 먹이는 수고로움도 마다하지 않았다.
평소에는 김인철 할머니가 두 아이를 데리고 이곳에 왔다. 할머니가 국밥을 참 좋아했다. 그런데 김인철의 얼굴을 본 지 한 달이 넘어서일까? 아무래도 그것이 미안해서인지 애들만 보낸 것 같았다.
‘그래도 그렇지······. 애들만 이리 보내면 할머니 식사는 어쩌시려고······. 불안한데.’
신순애는 그런 마음을 내색하지 않고 김수인에게 말했다.
“그러면 아줌마가 갈 때 할머니 국밥도 포장해 줄 테니까. 할머니에게 가져다드려. 알았지?”
“네.”
그 모습을 지켜보던 조애령이 고개를 갸웃하며 중얼거렸다.
“아는 사이인가?”
그때 딸인 최지애가 인상을 쓰며 말했다.
“엄마. 빨리 가자. 나 비위 상해서 못 먹겠어.”
“좀 있어 봐, 기집애야. 오늘 중으로 어떻게든 결판을 지어야지. 너를 여기에 왜 데려왔다고 생각하니.”
“언제는 맛있는 거 먹으러 가자며. 이게 맛있는 거야?”
“너어, 방금 전까지 수육 엄청 잘 먹었거든.”
“그건······. 수육이야 원래 다른 곳에서도 다 하고, 이 정도도 못 하는 집이 어디 있어.”
최지애가 코웃음을 쳤다. 그 목소리가 컸는지 하필이면 주방으로 들어가려던 신순애가 고개를 돌렸다. 그때 조애령과 눈이 마주쳤다. 조애령이 바로 헛기침을 한 후 바로 호들갑을 떨었다.
“그렇지? 이 집이 맛있다니까.”
조애령이 괜히 말을 얼버무렸다. 최지애가 말했다.
“엄마, 뭔 소리야.”
“야, 조용히 해. 방금 가게 주인과 눈 마주쳤잖아.”
“진짜?”
“하아, 진짜······. 내가 널 여기 왜 데려왔겠니. 도움은 주지 못할망정 방해를 하면 어째.”
조애령이 최지애와 손자를 데리고 온 이유는 처음에 국밥집 찾아와 프랜차이즈 하자고 했을 때 신순애가 물었다.
“평소에 국밥을 드세요?”
“그럼요. 저희 가족들과 자주 국밥을 먹으러 가요. 우리 애들 국밥 없으면 못살아요.”
그렇게까지 큰소리를 쳐놨다. 그래서 오늘 최지애와 손자인 한찬우를 데리고 직접 온 것이다. 당연히 신지애는 믿지 못하는 눈치였다.
막말로 조애령이 입고 온 옷은 매우 고급스러웠다. 서민 음식이라고 하는 국밥을 먹으러 올 만한 옷차림은 아니었다. 물론 그렇지 않은 사람도 있지만, 그때 신지애가 봤던 조애령은 국밥을 자주 먹으러 오는 사람이 아니었다.
조애령도 일차적으로 얘기를 나눈 결과 일이 잘 안 풀릴 것 같아서 아무래도 보여주기식이 필요할 것 같아서 딸과 손자와 함께 온 것이다. 이렇듯 가족들이랑 맛나게 먹는 모습을 연출하면서 분위기 좋은 모습을 보여줬다면 참 좋았을 텐데······.
‘이 눈치 없는 딸은 생전 도움이 안 돼.’
조애령이 눈을 부라리며 낮게 말했다.
“너. 이런 식으로 해봐. 경고하는데 다음 달부터 생활비 지원 없어.”
“엄마! 그건 아니지.”
“아니긴 뭐가 아니야.”
“엄마는 찬우가 불쌍하지도 않아?”
“뭐?”
“엄마 때문에 엄마 외손자 옷도 제대로 입지 못하고, 먹을 것도 제대로 못 먹어서 기죽으면 책임질 거야?”
“뭔 소리를 하는 거야. 네 자식이지, 내 자식이야? 왜 외할머니에게 책임지라는 소리를 하는 거야.”
“엄마가 내 엄마고, 찬우는 엄마의 손자잖아. 그러니 당연히 책임을 져야지.”
최지애는 이렇듯 말도 안 되는 말로 우격다짐을 했다. 조애령이 고개를 저으며 한숨을 내쉬었다.
“어후, 정말······. 그 얼굴만 번지르르한 놈이랑 결혼한다고 했을 때 말렸어야 했는데.”
최지애는 자신보다 두 살 어린 한대수와 결혼을 했다. 한대수는 최지애가 운영하는 쇼핑물의 피팅 모델이었다. 여자 친구가 있는 한대수를 헤어지게 만들고 억지로 꼬셔서 결혼까지 했다. 애까지 낳아 현재 결혼 6년 차였다.
어쨌든 결혼을 했으면 잘 살아야 하는데 놀러 다니기 바빴다. 쇼핑몰도 신경을 쓰지 않으니 자연스럽게 망했다. 한대수는 최지애가 먹여 살리겠다고 하며 일도 하지 않고 집에서 빈둥빈둥 놀고만 있었다. 그러다 보니 조애령의 속은 타들어 갔다.
‘어떻게 자식 둘이 있는데 하나같이······.’
최지애 위에는 오빠가 하나 있다. 재산을 먼저 물려받아 독립을 한 이후로 코빼기도 보이지 않는다. 그래서 어쩔 수 없이 최지애를 끼고 살고 있다. 최지애 역시 조애령의 그 약점을 알고 만날 한찬우 타령을 했다.
“어후, 그러니까 잘하라고. 너 이번 계약이 얼마나 중요한지 아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