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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생 리셋 오 소위-904화 (904/1,018)

< 04. 그 나물에 그 밥(21) >

인생 리셋 오 소위! 2부 234화

04. 그 나물에 그 밥(21)

한소희가 웃으며 말을 했지만 신소라에게 이 영화가 잘될 거라는 얘기를 빼놓을 생각이 없었다. 그리고 오상진이 지금까지 선택한 영화가 얼마나 잘되었는지 알려줄 생각이었다.

“야, 이만하면 됐지?”

“네. 진짜 감사합니다.”

“그리고 내가 투자한 작품들은 조만간 돈 보내줄 테니까. 비워놓고.”

“알겠습니다.”

“그래.”

한소희도 정리를 한 후 시간을 확인했다.

“상진 씨, 우리 일어나야 할 것 같아요.”

“알았어요.”

두 사람이 자리에서 일어났다. 조예령이 업무를 보다가 자리에서 일어났다.

“벌써 가시게요?”

“네. 이제 가 봐야 하신데요. 그런데 예령 씨.”

“네?”

“혹시 모아둔 적금 있어?”

“그건······.”

조예령의 눈이 크게 떠졌다.

“설마 벌써 결혼? 저희 이제 만난 지 얼마 되지 않았잖아요.”

“어어, 그, 그게 아니라. 이리 와봐요.”

“왜요?”

“아니, 저기 우리 이사님이 감 좋으신 거 알지?”

“네. 지난번에 얘기하셨잖아요.”

“그래서 말인데 예령 씨도 거기에 투자할래?”

조예령이 깜짝 놀랐다.

“진짜요? 저도 해도 돼요?”

“그런데 100% 된다고 장담은 못 하는데. 물론 지금까지 다 성공했지만······.”

“어······. 그럼 불안한데요.”

“그런데 우리 한소희 이사님도 같이 투자하기로 했어.”

“그럼 저도 할래요. 투자할 수 있게 해주세요.”

“알았어.”

“그런데 저 이것저것 모아봐야 천만 원? 그 정도밖에 안 되는데요. 그거라도 괜찮아요?”

“천만 원이 어디야. 그렇게 해서 조금조금씩 모으는 거지.”

“그럼 은석이에게도 얘기할까요?”

“은석이?”

김우진이 슬쩍 회의실에서 창밖을 통해 업무를 보고 있는 최은석을 봤다. 물론 최은석도 열심히 하지만 김우진이 고개를 가로저었다.

“은석이는 나중에······. 일단 예령 씨까지만.”

“감사해요.”

“그리고 알고 있죠. 다른 사람에게는 비밀이에요.”

“그럼요.”

“혹시라도 다른 사람에게 말해서 투자 더 해달라고 해도 안 돼. 안 되는 거야. 그리고 미리 말하지만 안될 수도 있어. 투자는 자기가 하는 거야.”

“네!”

조예령이 갑자기 비장한 얼굴이 되었다. 김우진은 다시 한번 강조했다.

“다시 한번 말하지만 다른 사람에게 투자는 절대 비밀이야.”

“알겠어요.”

김우진의 말에 조예령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고 화장실에 간다고 하더니 밖에 나가서 휴대폰을 꺼내 집에 전화를 했다.

“엄마, 엄마! 지난번에 엄마가 내 앞으로 적금 든다고 했던 것 있지?”

-적금은 왜? 너 시집갈 때 하려고 든 것이 있긴 해.

“시집? 그게 중요한 것이 아니고. 그거 얼마나 있어?”

-뭐?

“얼마나 있어?”

-한 2천?

“엄마 나 그거 줄 수 있어?”

-얘가 지금 무슨 소리를 하는 거야. 왜?

“그건 묻지 말고. 아무튼 줄 수 있어?”

-줄 수는 있는데······. 너 설마 쓸데없는 곳에 쓰려고 하는 거 아니야.

“내가 애야. 그리고 엄마 나 못 믿어? 진짜 쓸 곳이 있어서 그래.”

-너 설마······. 사고 쳤니?

“아니라니까.”

-너 지난번에 말했던 그놈이지.

“아니야! 내가 나중에 다 말해줄 테니까. 지금은 아니야. 아무튼 엄마 나 믿어! 믿어 줘.”

-알았어. 어차피 너 주려고 만든 돈인데. 너 알아서 해라.

“알았어. 엄마. 고마워.”

조예령이 전화를 끊었다. 그리고 그 휴대폰을 자신의 가슴에 가져가 감쌌다.

“왜 이렇게 가슴이 뛰지.”

실제로 조예령은 약간 상기된 표정이 되어 있었다.

“엄마가 준 2천······. 내가 현재 모아둔 돈 천만 원. 만약에 2배만 뛴다면······.”

조예령은 이런 상상에 가슴이 더욱 두근거리기 시작했다.

“어, 오 서방 여기!”

약속장소에 도착하니 저만치 한중만이 손을 흔들었다. 한소희가 이맛살을 찌푸렸다.

“오 서방이 뭐야. 오 서방이······. 오빠도 참······.”

그러자 옆에 있던 오상진이 괜히 서운한 표정을 지었다.

“오 서방이 왜요?”

“아니, 여긴 공적인 자리잖아요. 당연히 상진 씨 호칭을 불러줘야 하잖아요.”

“내가 딱히 직책이 없는데요.”

“아까 저쪽 회사에서도 그렇고······. 아무래도 안 되겠어요. 상진 씨 직책을 따로 만들어 놔야겠어요.”

“그래요. 나중에 하죠.”

오상진과 한소희가 한중만이 앉아 있는 자리로 갔다. 그곳에는 두 명이 앉아 있었다. 한중만이 바로 입을 열었다.

“어. 그래. 소개부터 할게. 여기는 사적으로는 제 친동생이고, 공적으로는 오 엔터테인먼트 대표이고 소중 픽처스 이사인 한소희 씨.”

“반갑습니다. 한소희입니다.”

한소희가 먼저 명함을 꺼내 내밀었다. 그것을 받아 든 남자가 명함을 확인하고 고개를 끄덕였다.

“네. 반갑습니다.”

그리고 한소희가 대신 오상진을 소개를 해줬다.

“아. 그리고 저랑 같이 온 분은 오 엔터테인먼트 실질적인 대표님이시고요. 지금은 따로 하시는 일이 있어서 제가 대신 대표 자리를 맡고 있어요. 또한 소중 픽처스 고문이세요. 딱히 직함은 없지만, 무엇보다 소중 픽처스에서 가장 중요한 결정적인 투자를 하고 계십니다.”

그러자 같이 있던 두 남자가 자세를 바로 하며 오상진을 바라봤다.

“반갑습니다. 저는 바른의 최성철 대표입니다.”

사람 좋게 웃는 남자가 먼저 손을 내밀었다. 오상진이 인사를 하며 악수를 했다.

“그리고 이쪽은 감독을 맡은 강철영 감독님입니다.”

“안녕하세요. 강철영입니다.”

“네. 반갑습니다.”

오상진 역시 악수를 나눴다. 강철영은 다소 긴장한 얼굴이었다. 반면 최성철 대표는 여유 만만했다. 한중만이 회사 사람을 부른다고 해서 걱정을 많이 했었는데 막상 와보니 새파랗게 젊은 두 사람이 온 것이었다.

‘어라. 이거 너무 쉬운데?’

최성철이 속으로 미소를 지었다. 하지만 최성철은 오상진이 회귀했다는 사실을 꿈에도 알지 못했다.

“일단 식사부터 할까요.”

“그러죠.”

곧바로 종업원이 왔고 주문을 했다. 한식집이라 그런지 그릇이며 반찬들이 매우 정갈했다. 최성철 대표가 슬쩍 웃으며 말했다.

“이 집 꽤 맛집입니다. 물론 좀 가격대가 비싸긴 하지만요.”

“그러네요. 맛있어요.”

한소희도 미소를 지으며 대답했다. 그러나 강철영 감독은 많이 긴장을 한 듯 입을 꾹 다물고 있었다. 그 모습을 보며 오상진이 슬쩍 물었다.

“강 감독님은 이런 자리에 좀 부담스러우신 것 같네요.”

“아, 네에······. 영화만 찍다 보니 이런 고급스러운 한식집은 또 처음입니다.”

그러자 옆에 있던 최성철 대표가 바로 말했다.

“어이구 강 감독. 어디 가서 그런 소리 좀 하지 마. 아니, 예술 한다는 사람이 그래서야 되겠어? 이렇듯 좋은 곳도 와 봐야 영감이 떠오르고 그러지. 안 그렇습니까, 한 대표님.”

최성철 대표가 앞에 앉은 한중만을 보며 물었다. 한중만이 입가에 미소를 머금었다.

“하하하, 그렇죠.”

그런데 오상진이 최성철 대표보다는 강철영 감독이 신경 쓰였다. 아무래도 강철영 감독은 영화를 잘 만들어줘야 하니까.

이렇듯 음식이 하나둘 커다란 상을 가득 채웠다. 모두 젓가락질을 바쁘게 하는데 예상대로 강철영 감독은 잘 먹질 못했다. 어디 속이 불편한 것 같기도 했다.

반면 최성철 대표는 시종일관 한중만이랑 웃고 떠들며 이 작품이 어떻고, 저 작품이 어떻고 분위기를 띄우고 있었다.

한소희는 그런 최성철 대표를 못마땅하게 바라보고 있었다. 오상진이 가만히 있기에 그녀 역시 가만히 있는 것이었다.

오상진도 일단 식사는 끝내야겠다고 생각해서 묵묵히 식사를 마무리 지었다. 식사를 다 먹고 난 후 최성철 대표가 말했다.

“자리를 옮길까요? 편한 자리로?”

“아뇨. 어차피 여기 괜찮네요. 후식도 나올 거고.”

“그, 그럴까요.”

최성철 대표가 어색하게 웃었다. 상이 치워지고 후식으로 식혜와 다과가 나왔다. 식사를 마치고 시간이 좀 지나서인지 강철영 감독의 표정이 밝아졌다.

그때 최성철 대표가 먼저 얘기를 꺼냈다.

“이제 우리 영화 얘기 좀 할까요?”

“좋죠. 하시죠.”

한중만이 바로 고개를 끄덕였다. 최성철 대표가 주도적으로 이야기를 시작했다.

“그래서 말인데요. 여자 주인공은 저희가 생각한 강지영 씨로 하겠습니까.”

오상진이 그 얘기를 듣고 고개를 갸웃했다.

“강지영?”

오상진은 당장 강지영이라는 배우가 생각이 나지 않았다. 그런데 또 한소희도 기억이 나지 않는지 휴대폰을 꺼내 강지영이라는 인물을 검색했다.

“상진 씨, 이분요.”

한소희가 보여준 인물을 본 순간 오상진이 이맛살을 확 찌푸렸다.

‘아, 이 배우······.’

오상진이 사진을 보자 바로 알아봤다. 강지영 배우도 나름 유명한 배우고 커리어도 잘 쌓은 사람이었다. 그런데 이 배우가 하루아침에 커리어가 와르르 무너졌다. 그것도 말실수를 해서 말이다.

그 말실수가 바로 갑질이었다. 지금 당장은 아니지만 3~4년쯤 지난 후였다.

물론 지금 당장 이 영화를 찍을 때는 문제가 없다. 그리고 이 영화가 박보연이 아니라 강지영이 출연을 해도 큰 문제는 없어 보였다.

어느 정도 시나리오의 힘이 있기 때문에 열심히 찍으면 기대하는 만큼의 성적은 나올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앞으로 승승장구할 박보연이라는 배우를 두고 강지영을 억지로 끼워 넣을 생각은 없었다.

“말씀 중에 죄송한데요. 스캔들 메이커는 박보연 씨를 캐스팅하기로 되어 있지 않나요?”

“아. 그것이요. 그렇지 않아도 한 대표님 말씀을 듣고 얘기를 해 봤는데요. 박보연 씨가 많이 부담스러워하더라고요. 아무래도 주연급은 처음이고······.”

“그래도 항상 주연만 하는 사람이 주연하는 것은 아니지 않습니까. 혹시 뭐······. 최 대표님 군대는 다녀오셨습니까?”

“군대요? 아, 예! 다녀왔습니다.”

“어디 나오셨는지 여쭤봐도 되겠습니까?”

“아. 제가 방위 나왔습니다. 하하하······.”

오상진이 고개를 끄덕인 후 고개를 돌려 강철영 감독을 봤다.

“강 감독님도 군대 다녀오셨습니까?”

“네.”

“어디 나오셨습니까?”

“저는 O사단 나왔습니다.”

“그럼 강 감독님은 유격하실 때 생각나십니까?”

“유격요? 당연히 기억나죠. 그때는 아주 끔찍했습니다.”

“그다음 했을 때도 같으셨습니까?”

“물론 힘들죠. 그런데 처음에 갔을 때보다는 아니죠. 뭐든지 처음이 힘든 법이죠. 두 번 하다 보면 괜찮아지죠.”

“그렇죠. 아마 모두에게 마찬가지일 겁니다. 박보연 씨도 지금 신인배우일지는 몰라도 나중에 좋은 배우가 될지는 모르는 법입니다. 그리고 이 작품은 남자 주인공인 차현태 씨가 끌고 가는 작품 아닙니까. 차현태 씨가 솔직히 비주얼 쪽보다는 연기력으로 승부하는 배우 아닙니까. 그런데 강지영 씨는 차현태 씨 딸로 나오기에는 비주얼이 너무 세지 않습니까. 저는 그것이 걱정입니다.”

한중만이 바로 고개를 끄덕이며 입을 열었다.

“그렇지. 그렇지. 이제야 내가 마음에 걸렸던 것이 뭔지 이해가 되네.”

한중만이 바로 최성철 대표에게 말했다.

“최 대표님. 제가 바로 이 얘기를 하려고 했던 겁니다. 내가 계속 강지영 씨를 볼 때마다 걸렸던 것이 바로 이거였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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