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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생 리셋 오 소위-903화 (903/1,018)

< 04. 그 나물에 그 밥(20) >

인생 리셋 오 소위! 2부 233화

04. 그 나물에 그 밥(20)

한소희의 물음에 오상진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럼요. 저는 괜찮은데······. 소희 씨 괜찮겠어요?”

“제가 설마 모아 둔 돈이 없을까요. 저도 나름 투자 많이 했잖아요.”

한소희도 알게 모르게 오상진 몰래 영화에 투자를 많이 했다. 그건 소중 픽처스에 이사로 있으면서 받아 둔 월급 역시 상당했다. 그 돈의 대부분은 재투자를 하고 있었다.

“사실은요.”

한소희가 오상진의 귀에다 대고 낮게 말했다.

“엄마가 괜찮은 것이 있다면 말해 달라고 했거든요.”

“아······.”

오상진의 입가로 미소가 번졌다.

“엄마를 끼워줘도 괜찮죠?”

“그럼요!”

오상진이 바로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다가 뭔가 생각났는지 이번에는 한소희 귀에 다 댔다.

“이왕 이렇게 된 거 큰 형님네도 투자할 수 있으면 하라고 하세요.”

한소희가 깜짝 놀랐다.

“큰 오빠도요?”

“큰 형님네도 지금 애가 둘이잖아요.”

한대만은 첫째를 낳고 바로 둘째를 가졌다. 김소희가 출산을 얼마 남겨 두지 않아 몸을 움직이지 못하고 있었다.

“알겠어요. 신경 써 줘서 고마워요.”

“뭘요. 가족인데요.”

오상진이 웃고 난 다음에 남은 대본을 다시 살폈다. 몇 개의 시나리오를 더 봤다. 그러다가 문득 생각이 나서 한소희를 불렀다.

“소희 씨.”

“네?”

“여기 영화에 괜찮은 배역이 있으면 우리 회사 연기자들 좀 넣어요. 도움이 될 거예요.”

“그래요. 상진 씨가 그러면 해야겠다. 안 그래도 소라 씨가 차기작은 영화 찍고 싶다고 말을 한 것 같은데······. 이거 소라 씨에게 한번 보여줄까요?”

오상진이 고개를 갸웃했다.

“소라 씨가 들어갈 역할은 아마 없을 거예요. 제일 비중이 큰 역할이 감독 딸 정도가 될 것 같은데요.”

그러자 김우진이 바로 말했다.

“어? 거기 감독 딸 없는데요.”

“없어? 왜?”

“글쎄요. 어디에 감독 딸이 있었어요?”

“어라? 내가 잘못 봤나?”

오상진은 당황하며 아까 그 대본을 들었다. 시놉시스에는 감독 딸에 대한 얘기가 없었다.

“어후, 빨리 훑어보느라 잘못 본 것 같네. 그런데 진짜 감독 딸 없데?”

“네.”

“그럼 안 되는 거지. 이 영화에 남자들만 득실득실거리면 좀 그렇잖아. 뭔가 밸런스가 맞지 않는다는 느낌이 들지 않아?”

“아······. 그럼 감독 딸을 추가해 달라고 할까요.”

“그래. 뭔가 재밌는 캐릭터로 넣으면 좋을 것 같은데.”

“으음. 예를 들면요?”

“예를 들면······. 옥 장판 파는 아가씨?”

“옥장판?”

김우진이 이맛살을 찌푸렸다. 오상진이 바로 설명을 덧붙였다.

“잘 들어봐라. 여기 이분이 너한테 옥장판을 팔아. 예쁘게 웃으면서 말이야. 옥 장판을 사면 당신은 성공할 수 있어요. 근데 가격이 너무 비싸! 또한 이 옥장판을 어디서 만들었는지도 알려 주지 않고. 그걸 너에게 강매를 해. 그럼 너는 흔들릴까? 안 흔들릴까?”

“에이 절대 안 사죠. 어떻게 사요.”

그러자 한소희가 입을 열었다.

“내가 꼬시는데 안 사? 진짜?”

“이사님은 소대장님 여자 친구분이신데 제가 그런 것에 넘어가겠습니까.”

오상진이 피식 웃었다.

“그럼 조예령 씨가 한다면?”

“어? 그······. 여기서 왜 예령 씨가 나와요.”

“다시 한번 물을게. 조예령 씨가 한다면?”

“어······. 고민이 좀 되겠죠.”

“그런 식의 느낌인 거야. 무슨 말인지 알겠지?”

김우진이 이해를 했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무슨 느낌인지 알겠어요. 확실히 국가대표팀에 나오는 캐릭터들을 순딩순딩한 느낌이 있는데 그런 캐릭터가 있으면 괜찮을 것 같네요.”

“그렇지. 물론 마지막 순간에는 같이 메달을 따기 위해서 염원하고 그래야겠지.”

“당연하죠. 저도 그 정도는 알죠.”

김우진이 바로 체크를 했다. 그러다가 한소희가 입을 열었다.

“그걸 소라 씨가 하면 재미있겠는데요.”

“에이. 그러면 제작비가 확 튀어요. 까메오로 출연하면 모를까.”

“까메오로 출연하면 되는 거죠.”

“네?”

“이 영화 잘된다면서요.”

“뭐, 그렇긴 한데······.”

“그러니까요. 잘되면 하면 좋은 거 아니에요.”

“그렇긴 하죠. 알았어요. 한번 소라 씨에게 얘기해 봐요.”

오상진이 잠깐 생각을 했다.

‘으음. 소라 씨가 정말 영화를 하고 싶어 하는구나.’

그때부터는 신소라가 할 만한 영화를 찾기 시작했다. 그러다가 박쥐맨이라는 시나리오가 나왔다.

‘이건 송강우 씨랑 강옥빈 씨가 나왔던 박쥐맨이구나. 이것도 문제적 작품이지.’

흥행에 크게 성공하지는 않았지만 많은 이슈를 만들어냈던 작품이었다. 문제는 신소라가 강옥빈 역할을 하기에는 너무 톱스타였다. 대한민국에서 모르는 사람이 없고, 노출씬 역시 강했다.

설사 신소라가 하겠다고 해도 최강호 본부장이 허락할 리가 없다. 괜히 추천했다고 최강호 본부장하고 서먹한 관계가 될 것만 같았다.

“소희 씨. 이건 절대 안 돼요.”

“아, 그거요. 왜요? 안 될 것 같아요.”

“아뇨. 노출이 너무 심해요. 올누드······.”

“어머, 그래요. 그런데 어떻게 알아요?”

“내가 이 감독을 좀 알거든요. 유명한 감독님인 것은 확실한데요. 신소라 씨가 무리해서 출연할 정도는 아니에요. 그리고 우진아.”

“네.”

“여기도 투자를 좀 해.”

박쥐맨 시나리오를 김우진에게 던졌다. 그것을 받아 든 김우진이 바로 체크를 했다.

“알겠습니다.”

그러고 있는데 다음 시나리오는 든 오상진의 눈에 6급 공무원이라는 글씨가 보였다.

“6급 공무원······.”

오상진이 바로 펼쳐서 확인했다. 김우진도 그 시나리오를 보며 말했다.

“소대장님 그건 어때요?”

“이거? 너도 괜찮다고 생각해?”

“네. 제가 재미있게 읽었거든요. 이거 남자배우 강치환 씨 캐스팅되었다는 소식이 있어요.”

“벌써 캐스팅이 되었구나. 그래, 이것도 잘될 것 같네.”

“헤헤헤, 제가 그것은 딱 찍어 뒀습니다.”

“오후, 김우진이 제법인데. 그럼 여배우는?”

“여배우는 아직 결정이 안 되는데요. 물망에 오른 배우가 임하늘 씨라고 얘기가 나오고 있더라고요.”

“임하늘 씨······.”

원작에서도 임하늘, 강치환 투톱으로 나왔다. 첩보물인데 이 당시 문제는 서양의 유명한 작품과 유사하다는 이유로 조금 까이기는 했다. 그 작품과 다르게 코믹적인 부분을 좀 넣긴 했다.

“이거 제작 언제 들어간다고 하지?”

“그거 여배우가 정해지면 바로 들어간다고 했어요. 일단 저희 말고도 투자하려는 곳이 많거든요.”

오상진이 고개를 끄덕인 후 6급 공무원 시나리오를 한소희에게 건넸다.

“혹시 소라 씨 괜찮다면 여기에 한번 출연해 보라고 해요.”

“이거요. 장르가 뭔데요?”

“코믹 첩보물이요.”

“으음······. 소라 씨가 코믹물을 하려나?”

“그렇게 웃으며 하는 그런 것은 아니에요. 상황이 재미있는 거죠.”

옆에서 지켜보던 김우진이 바로 감탄했다.

“와. 소대장님은 그걸 잠깐 훑어본 것만으로 다 아세요.”

“딱 보면 딱이지. 명색이 첩보물인데 캐릭터들이 웃겨봐. 사람들이 공감하겠니.”

“그렇죠.”

“그래. 첩보물은 나름 진중한 면이 있어야지. 그리고 우리나라 사람들이 첩보물을 무겁게 끌고 가면 보니?”

“잘 안 보죠.”

“엄청난 유명한 배우들을 캐스팅하고 블랙버스트급으로 제작을 하면 또 모르겠지만. 그렇게 제작을 하려면 한참 걸리잖아.”

“그렇겠죠. 어떻게 그렇게 잘 아세요. 소대장님은 모르는 것이 없어요.”

오상진이 피식 웃고는 고개를 다시 돌려 한소희를 봤다.

“그래서 제 생각에는 소라 씨가 편하게 출연해도 될 것 같다는 생각이 들어요. 신소라 씨가 약간 이런 깨는 캐릭터를 안 해봤잖아요.”

“흐음······. 알겠어요. 이거는 대본을 가져가 봐야겠어요. 이거 내가 가져가도 되지?”

“네. 가져가세요. 우리는 따로 또 받으면 되니까요.”

“오케이.”

한소희가 6급 공무원 시나리오를 챙겼다. 그러고 난 다음 오상진은 신소라가 출연할 작품을 찾고 난 후에 약간 긴장이 풀어졌다. 그래서 다음 작품을 느긋하게 훑어 있는데 어떤 작품이 눈에 확 들어왔다.

-해운대구!

‘헉! 이 작품은······.’

오상진이 눈을 번쩍 뜬 후 냉큼 그 작품을 집어서 훑었다.

‘맞구나. 내가 아는 그 해운대구!’

무려 천만이 넘는 관객을 동원한 초대형 재난영화였다. 오상진이 그 대본을 본 후 씨익 웃자 김우진이 불안한 표정을 지었다.

“저, 소대장님.”

“응?”

“그거 하시게요?”

“왜?”

“이거 제작비 200억 넘게 얘기하고 있던데요.”

“그래서 뭐? 제작비가 전혀 안 모였데?”

“제가 듣기로는 감독이 판을 크게 벌인다는 소문이 돌아서 사람들이 좀 꺼려 한다고 하던데요. 200억은 택도 없거든요. 제 생각에는요.”

“그래? 이거 잘 될 것 같은데.”

“진짜요?”

“그럼!”

“이게 잘 될까요?”

“무슨 내용인데요?”

한소희가 고개를 쭉 내밀었다. 오상진이 차분하게 설명을 해 줬다.

“부산 해운대에 지진이 일어나서 엄청난 해일이 덮치는 내용이거든요.”

“해운대에요?”

“네. 그 얘기인데요. 설정이 터무니없기도 하고.”

“야, 일본에서는 실제로 지진이 일어나기도 하잖아.”

“그건 일본이죠. 우리나라에서는 지진이 잘 안 일어나잖아요.”

“그건 장담 못 하는 거지. 그리고 너 하나만 알고 둘은 모르네. 아는 교수님들에게 직접 찾아가서 물어봐. 이런 일이 실제로 일어날지 안 일어날지 말이야.”

“그걸 물어봐서 뭐해요.”

“그걸 알아보고 기사를 내야 홍보도 되고 그러지.”

한소희가 깜짝 놀랐다.

“이야, 상진 씨 대단하다. 그러지 말고 상진 씨가 여기 대표하면 안 돼요?”

“네?”

“우리 상진 씨 너무 똑똑한 것 같아요.”

“아니에요. 내가 영화를 많이 보고 접하고 해서 좀 아는 것뿐이에요. 그리고 저도 소중픽처스 멤버나 다름이 없는데 그 정도는 해야죠.”

“역시 내 남친 멋져!”

한소희가 양손 엄지손가락을 올렸다. 그러고 있는데 김우진만 고개를 갸웃거렸다. 오상진이 그런 김우진에게 확신하듯 말했다.

“우진아. 여기도 50억!”

“소대장님 돈으로요?”

“어!”

“와아······. 왜 그러세요. 진짜 이게 잘된다고요?”

“응! 이거 잘 될 거야.”

“만약에 계획대로 촬영을 한다면 국가대표팀이랑 개봉이 거의 겹치거든요.”

“잘되었네.”

“네?”

“소중픽처스에서 투자한 영화 두 편 모두 연달아 잘되어봐. 얼마나 좋겠니.”

“그런가?”

그러자 한소희가 말했다.

“상진 씨. 여기 여주인공 신소라 씨는 어때요?”

“신소라 씨? 우진아 여기 여주인공 캐스팅되었냐?”

“한지원 씨가 캐스팅되었다고 하던데요.”

“으음······. 한지원 씨도 좋지만 우리 신소라 씨도 할 수 있을 것 같은데요.”

“그렇죠. 소라 씨가 예전부터 액션씬도 좀 있고, 선이 굵은 캐릭터를 해 보고 싶다고 했거든요.”

“어. 그럼 이거 괜찮을 것 같아요. 그런데 이거는 앞의 6급 공무원과는 다르게 진지하죠. 재난영화거든요.”

“그렇죠. 이거는 잘할 거예요. 게다가 잘된다고 했잖아요.”

“그런데 알죠? 신소라 씨에게는 절대 그런 얘기 하면 안 되는 거.”

“알아요. 내가 그런 것도 모를 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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