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04. 그 나물에 그 밥(17) >
인생 리셋 오 소위! 2부 230화
04. 그 나물에 그 밥(17)
“네. 오빠. 대표님께서 다 하셨어요. 제가 다 봤어요.”
“와, 진짜······.”
오상진은 감탄을 금치 못했다.
“소희 씨가 해준 음식들 다 맛이 있는데 이건 정말 최고예요. 식당 차려도 될 것 같아요.”
한소희가 배시시 웃었다.
“앞으로 자주 해줄게요.”
한소희는 오상진이 잘 먹을 수 있게 옆에서 갈비를 발라줬다.
“소희 씨도 같이 먹어요.”
“나는 아까 갈비 맛을 너무 많이 봤나 봐요. 지금 배가 너무 불러요.”
“그래도 같이 먹어요.”
“알았어요.”
그러자 열심히 갈비찜을 먹는 오상희가 말했다.
“오빠. 소희 언니 불편하게 왜 자꾸 그래. 언니가 어련히 알아서 잘 먹을까. 언니가 애도 아니고······.”
“오상희 시끄러우니까. 어서 먹기나 하세요.”
“그렇지 않아도 잘 먹고 있거든.”
오상희가 또다시 커다란 갈빗대 하나를 집어서 입으로 가져갔다.
‘어휴 진짜······.’
오상진은 한편으로 저런 모습을 팬들이 보면 어떻게 생각을 할까? 걱정이 되었다. 그러면서 한소희를 보며 말했다.
“소희 씨. 상희 저 녀석 제시카 말고 본명으로 가요.”
그러자 오상희가 발끈했다.
“됐거든! 나 제시카 할 거거든?”
“야. 상희 이름이 어때서.”
“오상희 이상하잖아. 아이돌 이름이 상희가 뭐야.”
“아버지가 지어준 이름인데 불만이야?”
“아이돌 이름이랑은 안 어울린다니까. 지어주려면 좀 예쁘게 지어주든가.”
“돌림자잖아. 너는 오빠랑 돌림자라는 것이 싫어?”
“누가 싫대?”
오상희가 입술을 삐죽거렸지만 요즘은 제시카라는 예명이 더 익숙한 것은 어쩔 수 없었다. 그렇게 식사가 끝이 나고 오상희가 자신의 배를 툭툭 두드렸다.
“와, 배부르다.”
“오상희 너 이렇게 들어가게?”
“그럼?”
“소희씨가 이렇게 음식을 준비했으면 네가 설거지라도 해야지.”
그러자 갑자기 오상희가 한소희를 바라봤다.
“새언니. 제가 설거지해야 되요?”
“안 해도 돼요. 들어가세요.”
한소희가 환한 미소로 답했다. 바로 오상희가 오상진을 바라봤다.
“봤지? 들었지? 나 들어가도 된다고 했다.”
“소희 씨. 왜 자꾸 봐줘요.”
“아가씨인데 제가 져 드려야죠.”
“그러지 않아도 돼요. 자꾸 그러면 버릇 나빠져요. 그리고 오상희 너 설마 밖에서 새언니, 새언니 이렇게 부르는 건 아니지?”
“그럼? 새언니를 새언니라고 부르지 뭐라고 불러?”
“그건 아니지! 회사에서는 대표님이라고 불러야지.”
“대표님 이전에 새언니거든!”
오상진이 한심하다는 듯 바라보며 말했다.
“넌 그 말이 맞다고 생각하니? 대표님 이전에 새언니라니······.”
“아, 몰라! 나는 그냥 새언니라고 할 거야. 새언니 그렇죠?”
오상희는 바로 한소희에게 말했다.
“그럼요. 저는 아가씨께서 새언니라고 불러주는 것이 좋아요.”
“거봐. 오빠는 알지도 못하고 나만 뭐라고 하고.”
오상진은 바로 귀찮다는 듯 손을 휙휙 저었다.
“알았어. 그만 들어가 봐!”
“칫. 오빠는 나만 뭐라고 그래.”
오상희는 바로 자신의 방으로 쑥 들어가 버렸다. 그런 오상희를 대신해서 세나가 열심히 설거지를 했다.
“세나야 놔둬. 오빠가 할게.”
“아니에요. 제가 해요.”
오상진은 그런 세나를 보며 피식 웃었다. 그러자 한소희가 갑자기 말했다.
“왜요? 왜 그래요? 왜 웃는데.”
“아니에요.”
“나도 좀 알려줘요.”
“아. 조금 있다가 말해줄게요.”
“조금 있다가요? 알았어요. 조금 있다가 꼭 말해줘요.”
“네.”
한소희가 과일을 비롯해 커피까지 완벽한 서비스를 해줬다.
“와, 소희 씨. 이거 서비스가 너무 후한데요.”
“그래요?”
한소희기 피식 웃었다. 그러다가 세나를 보며 말했다.
“세나야.”
“네. 대표님.”
“이거 아가씨 좀 가져다 줘.”
“알겠어요.”
세나가 가지고 오상희 방으로 들어갔다. 그 모습을 보며 오상진이 말했다.
“뭘 그렇게까지 해요. 지가 나와서 먹겠죠.”
“그러지 마요. 자꾸 상진 씨가 그렇게 말을 하니 아가씨가 그러잖아요.”
“아후, 소희 씨 그러지 마요. 나처럼 좋은 오빠가 어디있다고 그래요.”
“물론 상진 씨가 잘하는 건 알고 있죠. 그런데 여자는 또 안 그래요. 상진씨가 이해를 해줘요.”
한소희 입장에서는 오상희가 시누이였다. 만약 결혼을 하게 되면 시누이하고 잘 지내는 것이 좋다. 그래서 지금 오상희랑 잘 지내고 있는 중이었다. 그런데 오상진은 저러다가 너무 까불까불해질까 봐 걱정이 되는 것이었다.
“알았어요.”
잠시 후 세나가 과일을 가져다주고 나왔다. 다시 자리에 앉은 세나가 과일을 먹었다. 오상진은 그런 세나를 보며 물었다.
“세나야 요즘 어때? 연습은 잘되어가고 있어?”
“네. 잘되고 있어요.”
이번에는 한소희를 보며 물었다.
“데뷔는 언제쯤으로 되어 있어요?”
“그렇지 않아도 김 이사님하고 얘기를 했는데 타이틀 곡으로 10대들의 사랑 얘기 같은 걸로 정했다고, 겨울쯤에 내는 것이 좋다고 해요.”
“그래요? 아직 멀었네요.”
“네. 아직은 새로 들어온 애들도 있고 해서 호흡 문제도있고요.”
“으음······.”
오상진이 고개를 가볍게 끄덕였다. 한소희가 계속 말했다.
“그런데 내 눈에는 괜찮은데 조금씩 관리가 필요하다고 해요. 피부 관리는 물론이고······.”
“그래요?”
오상진이 슬쩍 세나를 바라봤다. 그러자 세나는 부끄러운지 고개를 숙였다.
“왜, 세나야. 괜찮아. 우리 세나는 예전과 똑같은데 뭐.”
“아니에요. 오빠. 저 요즘 좀 잘 먹었더니 3㎏이나 쪘어요.”
“그러니? 잘 모르겠는데.”
세나는 괜히 집중을 받게 되어 부끄러운지 뜬금없이 물었다.
“그런데 오빠! 두 분은 언제 결혼해요?”
“어? 결혼······.”
한소희가 약간 짓궂은 표정으로 바라봤다. 오상진도 그런 한소희의 눈빛을 의식하고는 입을 열었다.
“으응. 나는 당장에라도 하고 싶은데 내가 지금 평택에 있고 그래서 좀 늦어지는 거야.”
“그렇구나.”
“왜?”
“두 분이 너무 잘 어울리시는데 결혼을 아직 안 하셔서요.”
그러자 한소희가 눈을 반짝였다.
“어멋. 그래? 정말 그렇게 보여?”
“네. 대표님. 두 분이 이렇게 같이 연애하시는 것을 보면 정말 부러워요.”
“참! 세나야. 너는 당분간 연애는 안 된다는 거 알지?”
한소희가 잠깐 대표님 모드로 바뀌었다. 세나가 미소를 보였다.
“그럼요. 알고 있어요.”
“사실 TV에서 보면 좀 그런 생각을 했었거든. 아니, 뭐 아이돌들도 사람인데 연애도 할 수 있고 그런 거지. 그런데 막상 내가 이 일을 시작하고 보니 와, 안 되겠더라. 얼마 전에 캣츠걸스 얘기 들었지?”
“네에······.”
“남자 아이돌하고 얘기하는 사진 한 번 찍힌 걸 가지고 그렇게 난리라니.”
“그러게요.”
“그 인기 많은 캣츠걸스도 그렇게 난리데. 우리도 조심해야지. 안 그래?”
“그럼요.”
“나 너무 미워하지 말고.”
“아니에요. 제가 좋아서 하는 일인데요.”
“그렇게 생각해 주면 고맙고.”
“네. 대표님. 오빠.”
“응?”
“저 먼저 들어가서 쉬어도 될까요?”
“어어, 그래.”
“네. 그럼 쉬세요.”
세나가 인사를 하고 상희 방으로 들어갔다. 오상진이 빤히 한소희를 바라봤다.
“왜요?”
“우리 소희 씨, 오오······. 완전 기획사 대표 같았어요.”
“뭐에요. 저 기획사 대표 맞거든요.”
한소희가 씨익 웃었다. 오상진이 과일을 입에 물며 말했다.
“그런데 오늘 왜 요리를 해줄 생각을 했어요?”
“그냥요. 사실은 상진 씨 안 오면 내가 내려가서 해주려고 그랬죠. 그런데 상진 씨 온다고 하니까. 겸사겸사 나야 편하고 좋았죠. 사실 평택에서 했으면 아마 오늘 못 먹었을지도 몰라요.”
“그런데 어디서 배웠어요?”
“실은 엄마 필살기인데요.”
“어머님 필살기요?”
“네. 엄마가 요리를 엄청 잘하지 못하지만 몇 가지 필살기는 있어요. 그래서 좀 배웠어요.”
“제가 나중에 어머니에게 감사하다고 해야겠어요.”
“왜요?”
“이렇게 예쁜 딸도 낳아주시고 요리도 알려주시고······. 저도 좋아해 주시고. 너무 감사하죠.”
“어! 그 얘기 엄마에게 꼭 알려줘야겠다. 정말 좋아하시겠어요.”
“에이, 그러지 마요.”
“하지 말까요?”
“아니, 뭐······. 해도 괜찮고.”
“상진 씨 그거 알아요?”
“뭔데요?”
“우리 엄마가요. 상진 씨 보면 볼수록 마음에 들어 하세요.”
“처음에는 아니었어요?”
“처음에는 좀 군인이고 어려워했어요. 사실 군대를 제대로 다녀온 사람이 없잖아요.”
한소희 아버지는 한만식은 3대 독자라 군대를 가지 않았다. 한대만은 의무장교로 복무를 했다. 한중만은 어릴 적 디스크 수술을 받아서 군 면제를 받았다. 집안에서 유일하게 군대를 갔다 온 것이 한대만이었다.
그런데 이선주가 오상진의 까무잡잡한 피부를 보고 살짝 당황을 했었다. 하지만 이제는 오상진의 모습에 충분히 익숙해졌다.
“아무튼 고마워요. 내가 소희 씨 덕분에 모처럼 든든히 먹었어요.”
“부대는 어떻게 되었어요? 그때 그 얘기 말이에요.”
“아······. 살짝 꼬일 뻔했는데 주변 분들이 많이 도와주셔서 잘 풀렸어요.”
“아, 그래요? 그럼 그 여자 부사관은 괜찮은 거예요?”
“일단 남자 장교는 처벌을 받아야 할 거고, 여자 부사관은 좀 한동안 마음고생을 해야 할 것 같아요. 부대 내에서 안 좋은 소문이 났었고······.”
“어후. 그 맘 잘 알죠. 저도 학교 다닐 때 소문이 안 좋게 나서 맘고생 좀 했거든요. 이유 없이 밀고······.”
상황이 좀 달랐지만 한소희도 예쁜 얼굴 때문에 남자 선배들로부터 관심을 많이 받았다. 하지만 한소희는 그런 모든 남자들을 차갑게 대했다. 그래서 싸가지 없다는 소리를 많이 들었다.
그러자 오상진하고 연애를 통해 한소희의 성격이 많이 밝아졌다. 그렇다고 해서 한소희에게 접근하는 남자가 없는 것은 아니었다. 그럴 때마다 한소희는 단호하게 철벽을 치며 선을 그었다.
“저, 남자 친구 있거든요.”
그래서 한소희가 연애 중이라는 것을 학교에서 모르는 사람이 없었다. 그 만큼 많은 남자들이 한소희에게 대쉬를 했다는 거다.
“어쨌든 잘 풀려서 다행이에요.”
그때 현관문이 열리는 소리가 들려왔다. 한소희가 바로 자리에서 일어났다.
“어머님 오셨나 봐요.”
한소희가 후다닥 현관 앞으로 갔다. 현관문을 열고 신순애 여사가 들어왔다.
“어머님 오셨어요.”
“어멋! 소희야. 아직 안 가고 있었어?”
“어머니 서운해요. 저 그냥 바로 가요?”
“아니. 반가워서 그런 거야.”
한소희는 신순애 여사 손에 들린 장바구니를 봤다.
“어머니 이리 주세요. 제가 들게요.”
“안 무거워. 내가 놓을게.”
신순애 여사는 장바구니를 들고 주방 식탁에 놨다. 그러면서 주방을 힐끔거렸다.
“그런데 이 맛있는 냄새는 뭐니?”
“어머님. 이거 좀 보세요.”
한소희가 냉장고 안에서 갈비찜을 꺼냈다. 신순애 여사가 그것을 보고 깜짝 놀랐다.
“어머나. 이걸 소희가 한 거야?”
“네, 어머니.”
한소희는 시어머니가 될 신순애 여사에게 점수를 많이 따고 싶었다.
“어이구 우리 소희······. 요리도 잘하네.”
“아니요. 어머님에 비하면 아직 멀었어요.”
그런데 한소희 너머 오상진이 그 모습을 보며 흐뭇하게 웃고 있었다. 신순애 여사가 그런 오상진을 발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