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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생 리셋 오 소위-893화 (893/1,018)

< 04. 그 나물에 그 밥(10) >

인생 리셋 오 소위! 2부 223화

04. 그 나물에 그 밥(10)

“네?”

-소희는 기획사 차려줬다면서.

“형님. 기획사를 차려준 것이 아니라······.”

-알아, 알아! 들었어. 사돈처녀 아이돌 한다고 해서 그거 신경 써준다고 하다 보니 여차여차 기획사를 떠넘기게 되었다는 거잖아.

“하하하. 정리하자면 그렇습니다.”

-그러니까! 아니, 그래도 소희 우리 회사 이사 자리에 이름을 올려놓고 가끔 나와서 들여다보는 척은 하더니 요새는 아예 코빼기도 들여다보지도 않네. 이래도 되는 거야? 월급은 월급대로 다 받아가고 말이야.

“아, 그러면 형님. 소희 씨는 소중 픽처스에서 빠지라고 할까요?”

-에이, 말을 또 그렇게 하나. 내 말 뜻은 그게 아니잖아.

잠시 뜸을 들이던 한중만이 오상진을 불렀다.

-매제.

“네. 형님.”

-우리도 좀 키워주라.

오상진이 멋쩍게 웃었다. 원래 한중만이 운영하던 프로덕션은 망하기 일보 직전이었다. 부모님에게 유산을 당겨 받아 다 꼬라박은 상태였다. 만약 오상진이 도와주지 않았다면 지금 한중만은 집에서 완전히 찬밥신세였을 것이다.

그때도 거의 반쯤 집에서 나와서 생활했다. 그러나 요즘은 특별한 일 없으면 꼬박꼬박 집에 들어갔다. 그것도 제법 돈을 벌고 나름 사회적으로 인정을 받고 있었다.

어쨌든 그 덕분에 한중만 사업을 반대하던 아버지도 인정을 하고 있었다.

‘그 정도 해드렸으면 됐지. 더 하란 말인가?’

오상진이 쓴웃음을 지으며 속으로 중얼거렸다. 그사이 한중만의 말은 계속 이어졌다.

-물론 나도 이런 말 하는 것이 염치없다는 것은 알고 있네. 매제 덕분에 이만큼 먹고 살고 있다는 것도 알고 말이야. 하아······ 올해 실적이 좀 그러네.

실적이라는 말에 오상진이 피식 웃었다. 올해 오상진이 중대장 일로 바쁘다는 핑계로 영화 쪽에 관해 제대로 어드바이스를 해주지 못한 것도 있다.

그러나 한중만이 이리저리 너무 까먹은 것이 많았다. 그래서 김우진이 걱정을 늘어놓을 정도였다.

소중 픽처스가 잘되고 난 후 한중만이 밖으로 싸돌아다닌 영향도 좀 있었고, 독립 영화를 지원한다고 해서 이리저리 돈을 까먹은 것도 있었다.

오상진은 한중만이 그런 거라고 알고 있기 때문에 뭐라고 하지 않았다.

그렇다고 한중만이 영화 보는 안목이 좋냐? 요새 들어서 오상진이 찍어주는 것을 보고 안목을 좀 넓히고 있지만 그 정도로는 어림도 없었다.

게다가 오상진은 과거의 데이터를 통해 알고 있기 때문에 이 영화가 잘될 것이라는 확신을 가지고 있다.

그러나 한중만은 아직은 자신이 후원하는 영화로 성공한 전례가 의기소침할 수밖에 없다. 그래서 오상진이 예전처럼 더 신경을 써야 했다. 하지만 평택에 내려 온 이후로 신경을 쓰지 못한 것도 사실이었다.

“죄송합니다. 형님. 제 일 핑계로 너무 신경을 못 썼습니다.”

-아이고 매제! 또 무슨 그런 얘기를 해. 내가 아쉬운 소리를 한 것 가지고.

“아닙니다. 제가 더 열심히 했어야 했는데 죄송합니다.”

오상진이 이렇게 나오니 한중만도 할 말이 없었다. 물론 방금 전 한소희랑 통화를 했다가 오 엔터 대표고 미팅 때문에 일방적으로 전화를 끊었다.

그것 때문에 살짝 서운한 것도 있고 말이다. 하물며 오상진하고 통화를 안 한 지도 오래되고 해서 연락을 한 것이다.

막상 오상진이 저렇듯 저자세로 나오니 한중만이 오히려 민망했다. 아무리 그래도 한중만이 양심도 없고 그런 사람이 아니었다.

그러다가 한중님이 바로 화제를 바꿨다.

-아 참! 지난번에 매제가 말했던 스캔들 메이커 말이야.

“아, 네네.”

-거기 여배우 캐스팅 관련해서 제작사에서 미팅을 좀 했으면 한다는데.

“미팅요? 그때 제가 박보연 씨 말씀드리지 않았나요?”

-어어. 그랬지. 자네가 그렇게 얘기를 해서 나도 박보연 씨 소속사하고 얘기하고 그랬는데, 감독이 말이야.

“네네.”

-감독이 다른 배우를 원하더라고.

“감독이요? 누굴요?”

-이 배우, 저 배우 얘기를 하는데 감독이 박보연이 마음에 들지 않나봐. 내가 찾아봤는데 박보연이 아직 나이도 어리고 확실한 출연작도 없는 것 같고 말이지.

한중만의 말에 오상진이 고개를 주억거렸다. 미래의 박보연은 확실한 로맨틱 코미디의 필모그래피가 있는 배우였다. 하지만 지금의 박보연은 연기 지망생에 불과했다.

게다가 연기력으로 승부하는 배우지 예쁘고 늘씬한 비주얼 배우와는 거리가 있었다. 그렇다 보니 감독 입장에서는 좀 더 관객들에게 어필할 수 있는 여배우를 캐스팅하고 싶은 입장이었다.

“으음······. 그래서 감독님이 절 보자고 하는 겁니까?”

-그래. 안 그래도 나에게 몇 번 찾아와서는 다른 배우, 톱스타급 배우를 섭외하자고 하는데, 내가 또 매제 말이면 깜빡 죽는 거 알지. 그래서 내가 안 된다고 했더니 그 감독이 그러더라고. 오디션이라도 한번 보자고 말이야. 그래서 내가 매제하고 얘기를 해보겠다고 했거든.

“아. 그러세요.”

-그래서 말인데. 기왕이면 매제가 한번 와서 감독하고 얼굴도 좀 보고 얘기를 했으면 어떨까 하는데.

사실 스캔들 메이커 흥행이 주연배우로 캐스팅된 차연택에게 달렸다면 오상진도 그러려니 하고 따랐을 것이다. 하지만 스캔들 메이커의 흥행이 전적으로 박보연에게 달렸다.

어디서 저런 배우가 나왔냐며 천연덕스러운 그녀의 연기에 다들 감탄을 했다. 그러면서 영화의 흥행도 이어졌다.

하지만 만약 박보연 말고 다른 배우를 넣는다면, 솔직히 자신이 기억하는 것만큼 잘될 것 같지는 않았다.

“알겠습니다. 제가 한번 시간을 내보겠습니다.”

-그래. 그래 주면 고맙고. 군대 일 때문에 주말에나 가능하지?

“네.”

-이번 주 주말 어때, 잡아도 괜찮겠어?

“이번 주 주말 말이죠. 으음······.”

-왜? 소희랑 데이트 있어?

“아뇨. 데이트는 다음에 해도 되니까요.”

-그래! 솔직히 말해서 나야 일적으로 우리 매제 안목 믿고 가고 있는데. 소희라도 있으면 감독 설득하고 그랬을 텐데 알잖아. 소희 나보다 바쁜 거.

“하하하. 네 알고 있죠.”

-그러니까. 매제가 날 좀 도와줘. 강 감독이 말이야. 언변이 좋아서 나랑 얘기를 하면 내가 좀 달려.

“네. 알겠습니다. 그럼 주말에 약속 잡아주세요.”

-어, 그래. 알았네. 그럼 주말에 보자고.

“네. 형님.”

오상진이 전화를 끊었다. 그리곤 휴대폰을 바라보며 나직히 한숨을 내쉬었다.

“후우······.”

그렇지 않아도 군 문제 때문에 골치가 아픈데 그런데 주말에 서울을 올라가야 할 것 같았다.

“이번 주 안으로 이 일이 해결이 되어야 할 텐데······. 바로 해결이 되려나.”

오상진이 쓴웃음을 지었다. 그런데 다시 한번 휴대폰을 울렸다. 발신자는 홍민우 소령이었다.

“통신보안. 대위 오상진입니다. 네, 과장님.”

-4중대장 바쁜가?

“아닙니다. 괜찮습니다.”

-그럼 오늘 저녁 술 한잔 어떤가?

“술 말씀입니까?”

-그래. 자네도 이제 헌병대에서 들었을 것 아니야.

“네.”

-뭐, 어느 정도 조사도 마무리되고 했으니 술이나 한잔하자고. 괜찮지?

홍민우 소령의 말에 오래 고민하지 않고 대답했다.

“네. 알겠습니다.”

-알았네. 그럼 약속 장소는 문자로 보내주겠네. 끝나고 보지.

“네. 과장님.”

오상진은 통화를 마친 후 피식 웃었다. 홍민우 소령까지 나선 걸로 봐서는 이번 일을 덮으려고 아예 작심을 한 모양이었다.

“그렇게 호락호락하지는 않을 겁니다.”

오상진이 다시 자리에 앉아서 남은 업무를 처리하기 시작했다.

일과가 끝난 오상진은 중대장실을 나와 행정실 문을 열었다.

“나 먼저 퇴근한다.”

다들 퇴근 준비를 하고 있던 차에 김진수 1소대장이 바로 경례를 했다.

“충성!”

“그래. 수고들 해.”

오상진이 막 돌아가려는데 김진수 1소대장이 붙잡았다.

“중대장님.”

“왜?”

“별일 없으시면 술 한잔 어떠십니까?”

“술 한잔? 왜? 무슨 일 있어?”

“무슨 일은 아니고 말입니다. 그냥 중대장님과 술 한잔하고 싶어서 그렇습니다.”

그 말에 다른 부사관들도 오상진을 힐끔힐끔 바라봤다. 3소대장과 4소대장도 바라봤다. 만약에 오상진이 오케이 하면 같이 따라갈 심산이었다. 하지만 오상진은 애석하게도 약속이 있었다.

“어떻게 하나 오늘 선약이 있는데.”

“아. 그러십니까?”

“그래. 이번 주는 그렇고······. 다음 주에 기분 좋게 술 한 잔씩 하자고.”

오상진의 말에 김진수 1소대장은 무슨 뜻인지 대번에 알았다.

“네. 알겠습니다.”

“다들 퇴근하고. 먼저 간다.”

오상진이 행정실을 나가고 그 모습을 보는 김진수 1소대장이 박윤지 3소대장을 보며 말했다.

“아무래도 이번 주 안으로 마무리될 것 같은데.”

박윤지 3소대장이 말했다.

“그걸 어떻게 하십니까?”

“방금 중대장님께서 말씀하셨잖아. 다음 주에 기분 좋게 술 한잔하자고 말이야. 그게 무슨 의미겠어.”

“아아, 그게 그런 뜻이구나.”

홍일동 4소대장은 무슨 소리인지 못 알아 들었다.

“뭔데 말입니까?”

“아. 윤 소위 건.”

“아무래도 이번 주 안으로 해결될 것 같네.”

“그렇습니까.”

그때 행정실 문이 열리며 윤태민 소위가 들어왔다. 박윤지 3소대장이 그를 보며 나직이 중얼거렸다.

“호랑이도 제 말 하면 온다더니.”

그러면서 다들 딴청을 피웠다. 윤태민 2소대장은 그런 그들의 모습을 보며 말했다.

“뭡니까? 혹시 제 얘기하던 중이었습니까?”

예전이었다면 김진수 1소대장에게 버럭했겠지만 요즘은 좀 불편했다. 사실 박윤지 3소대장도 마찬가지로 불편했다. 그래서 홍일동 4소대장을 바라보았다.

“어, 그게······.”

홍일동 4소대장은 잠깐 머뭇하다가 앞서 오상진이 했던 말을 기억했다.

“아니, 조금 전 중대장님께서 다음 주 중으로 술 한잔하자고 말씀하셨습니다.”

“중대장님께서? 갑자기?”

김진수 1소대장이 끼어들며 말했다.

“내가 중대장님께서 술 한잔하자고 했는데 오늘은 약속이 있다고 해서 말이야. 그래서 다음 주에 하자고 하시더라고.”

“다음 주요.”

다음 주라는 말을 윤태민 소위는 다른 뜻으로 받아들였다. 헌병대 조사가 자신에게 유리하게 돌아가고 있다는 것은 들었다. 또 어제 뜬금없이 유선영 하사에게 휴가를 줬기 때문에 아무래도 뒷수습을 하려고 그러는 것 같았다.

‘아. 이번 주는 뒷수습 때문에 바빠서 그렇구먼.’

그렇게 생각한 윤태민 소위는 그저 피식 웃고 넘어갔다.

부대 밖으로 나간 오상진은 문자로 받은 약속 장소로 나갔다. 그곳에는 홍민우 소령이 미리 도착해 있었다.

“오 대위 여기!”

“아, 네에.”

오상진이 서둘러 가서 자리에 앉았다.

“제가 좀 늦었습니다.”

“아니야. 아니야. 나도 온 지 얼마 되지 않았어. 그보다 여기 와봤나?”

홍민우 소령의 물음에 오상진은 주위를 두리번거리다가 이내 말했다.

“아니요. 처음 와봅니다.”

“여기 내가 가지고 있는 단골집이야. 자네에게 특별히 알려 주는 곳이니. 나중에 여자친구랑 한번 와.”

“감사합니다.”

“미리 음식은 주문했어. 괜찮지?”

“네.”

잠시 후 음식과 술이 나왔다. 홍민우 소령이 먼저 소주병을 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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