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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생 리셋 오 소위-889화 (889/1,018)

< 04. 그 나물에 그 밥(6) >

인생 리셋 오 소위! 2부 219화

04. 그 나물에 그 밥(6)

“김태호 그 새끼도 웃긴 놈이네. 남자들은 뭐 술 취하면 다 범죄자야. 홍 중사 같은 그런 새끼도 있지만······. 아무튼 행보관씩이나 되면서 동료들 욕을 해. 아무튼 그래서?”

“황 하사는 별로 가고 싶지 않았던 모양입니다. 하지만 김태호 상사가 등을 떠미니 어쩔 수 없이 나갔습니다. 그런데 20분 정도 있다가 다시 돌아왔습니다. 그때 거의 끝날 분위기였는데 황 하사가 다시 들어와 분위기를 다시 살렸지 말입니다.”

“그래?”

“황 하사가 20분 후에 와서 다시 분위기를 살렸단 말이지?”

“네, 그렇습니다.”

“황 하사 걔는 유 하사를 그렇게 챙겼다면서 어떻게 그냥 왔대?”

“황 하사 말로는 2소대장이 차에 태웠다고 하던데 말입니다. 아, 그런데 주임원사님.”

“응?”

“사실입니까?”

“뭘?”

“2소대장이 유 하사의 그······.”

“야이씨! 그것 때문에 부대가 난리 난 거 몰라.”

“저는 대충 말로만 들어서 말입니다.”

“말도 마라. 유 하사가 술에 취해서 뭔 지랄을 했는지 2소대장을 성추행범을 몰아서 옷 벗게 생겼다.”

“그렇습니까? 그런데 제가 듣기론 2소대장도 좀······.”

“2소대장이 뭐? 누구한테 뭔가를 들었어?”

“아, 그게 좀······.”

김만식 중사가 난감한 얼굴이 되었다. 방대철 주임원사는 피식 웃으며 말했다.

“여자 부사관에게 들었냐.”

“아닙니다.”

“아니긴 뭐가 아니야. 여자가 여자 편 들지 남자 편을 들겠냐. 생각을 해 봐라.”

“그럼 아닌 겁니까?”

“헌병대 조사가 나온 거 몰라?”

“얘기는 들었습니다.”

“그런데 왜 조용한 줄 몰라?”

“그건 저도 잘······.”

“김 중사. 증거가 확실하면 바로 끝나는 거야. 그런데 지금 며칠째잖아. 원래 헌병대 조사가 이렇듯 오래 걸리는 이유가 뭐겠냐. 증거가 없어서 그런 거 아니야. 이건 유 하사의 일방적인 진술일 뿐이야. 증인도 증거도 아무것도 없어. 이 얘기는 서로 따져볼 것이 많다는 거지.”

“그럼 어떻게 되는 겁니까?”

“몰라. 유 하사는 고의적으로 가슴을 직접 만졌다 그러고. 윤태민 소위는 안전벨트 착용시켜주다가 스쳤다고 말하고. 솔직히 술 취했다고 해서 잠깐 스친 걸 가지고······. 얘기를 들어보니 윤태민 소위가 덮치려고 시도를 한 것도 아니야. 그냥 가슴 쪽을 스친 걸로 이렇듯 일을 크게 만든다. 난 솔직히 무섭다. 나중에 훈련할 때 조금이라도 부딪치면 성추행했다고 몰아갈 것 아니야.”

“어? 생각해 보니 그럴 것 같습니다. 하긴 약간 좀 쎄하긴 했습니다.”

김만식 중사가 뒤늦게 약간 꼬장을 부렸다. 술자리에서 자신에게 별로 관심을 보이지 않아서일까? 김만식 중사가 소심한 복수를 했다.

“좋아. 그럼 너 말고 또 간 사람은 없어?”

“네. 없는데 말입니다.”

“그럼 4중대 부사관들은 다 참석했고?”

“네. 그랬던 것 같습니다.”

“아, 참!”

“네.”

“만약에 헌병대에서 물어보면 나에게 했던 얘기 그대로 하라고.”

“네? 무슨 말을 말입니까?”

“아니, 나에게 했던 것처럼 술에 취해 인사불성이 되었다고······.”

“아, 예에.”

“너 또 어디 가서 헛소리하지 말고. 지금 윤 소위 까딱하다간 옷 벗게 생겼어. 너는 같은 남자로서 그러고 싶어? 너 이번에 윤 소위 옷 벗어봐. 너 우리 부대 전체 여자 장교를 하고 술 금지야. 너 그걸 원해?”

“어, 그건······.”

김만식 중사가 떨떠름한 표정을 지었다. 사실 그는 잘생겼다는 이유로 이리저리 술도 많이 얻어먹었다. 솔직히 그러다가 잠자리까지 가진 적도 몇 번 있었다.

김만식 중사는 스스로 그런 라이프를 즐기고 있었다. 그러나 윤태민 소위 때문에 자신에게 불똥이 튈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러니까 너도 말 똑바로 하고.”

“알겠습니다.”

“너도 아랫도리 간수 잘해. 넌 모를 거라 생각하는데 여자들은 다 알아. 그리고 너 최 소위랑 박 소위 너 때문에 싸우고 있는 거 알아 몰라.”

“어후······ 그냥 저······.”

“그냥 뭐?”

“그냥 술만 한 사이입니다.”

“술도 하고 잠도 자고. 그렇지?”

“······.”

김만식 중사가 입을 다물었다. 방대철 주임원사가 한심한 얼굴로 말했다.

“이 새끼야. 네가 지금 중사니까. 이 정도이지 네가 장교였으면 바로 둘 중 하나는 책임지든가 옷을 벗든가 해야 해. 알아?”

“네에······.”

“이 새끼가 얼굴 팔아서 웃고 다니기만 하고 말이야. 여기가 호빠야!”

김만식 중사의 얼굴이 굳어졌다. 방대철 주임원사는 거기서 멈추지 않았다.

“경고하는데 너도 행실 똑바로 하고 다녀. 홍 중사나 따라다니지 말고.”

“네. 알겠습니다.”

“그만 나가봐.”

“충성.”

김만식 중사가 어두워진 표정으로 경례를 하고 주임원사실을 나갔다. 그가 나가고 방대철 주임원사가 크게 한숨을 내쉬었다.

“후우······. 이거 뭐 하나같이 정상적인 놈이 없으니. 아무튼 그래도 이 일을 빨리 마무리 지어야 해. 우리 대대장님 영전에 문제가 생기게 할 수는 없어.”

방대철 주임원사가 다시 한번 의지를 다졌다.

다음 날 최영도 헌병과장의 지시를 받은 박태진 중위가 부사관들의 면담을 실시했다. 본래라면 4중대부터 시작되었을 것이다. 그러나 박태진 중위가 제일 먼저 호출한 사람은 홍성율 중사였다.

“홍 중사님 앉아요.”

홍성율 중사는 미리 방대철 주임원사에게 들어서 딱히 걱정하는 얼굴은 아니었다.

“제가 제일 먼저 홍 중사를 부른 이유를 알아요?”

“글쎄요. 제가 왜 먼저일까요?”

“홍 중사님이 또 부대 마당발이지 않습니까.”

“제가 마당발은 아니죠. 진정한 마당발은 주임원사님이시죠. 저는 발끝도 못 따라갑니다.”

박태진 중위가 멋쩍게 웃었다.

“어느 부대든 주임원사님이 마당발이죠. 그렇다고 주임원사님께 시간을 내어달라고 할 수는 없지 않습니까. 워낙에 바쁜 분이신데.”

“그럼요. 이해합니다. 그래서 제가 뭘 도와드리면 될까요?”

“제가 왜 왔는지는 아시죠?”

“그럼요. 얘기는 들었습니다. 4중대 윤태민 소위하고 유선영 하사 때문에 오신 것이 아닙니까.”

“역시 마당발이라 소식이 빠릅니다.”

“이미 소문이 돌 만큼 돌았습니다.”

“혹시 윤태민 소위는 좀 아십니까?”

박태진 중위가 수첩을 내려놓고 의자 뒤쪽으로 몸을 기대었다 그 모습이 그냥 예의상 다른 모습으로는 건성으로 묻는 것처럼 보였다.

그 모습을 본 홍성열 중사가 피식 웃으며 말했다.

“윤 소위님이야 4중대로 넘어가서는 잘 보지 못했지만 그전에는 술자리 몇 번 가진 것이 전부입니다.”

“아, 그래요. 윤 소위가 원래 대대에 있었습니까?”

“네. 1중대 소속이었는데 얼마 안 있어서 4중대로 내려갔습니다.”

“그렇구나. 4중대는 독립중대여서 거의 얼굴 볼 일은 없었겠습니다.”

“가끔 얼굴 보며 식사를 할 정도죠. 대대 전체 훈련 있을 때 또 얼굴 한번 보고 그런 거죠.”

“그러면 윤태민 소위는 어떤 사람입니까?”

“윤태민 소위라면······. 그냥 장교? 계급은 소위다. 그 정도죠. 별것 있겠습니까. 육사 출신이다 보니 빠릿빠릿하게 움직이고······. 그게 다입니다.”

홍성율 중사가 건성으로 대답했다. 사실 홍 중사는 윤 소위를 그다지 좋아하지 않았다. 왜냐하면 자신과 정반대의 사람이기 때문이었다.

홍 중사는 그렇게 부유한 사람이 아니었다. 먹고살기 위해서 직업군인을 선택했고 외모적으로 콤플렉스가 심했다. 이마가 넓어서 탈모가 있다는 소문도 들었고 피부도 좋은 편도 키가 큰 편도 아니었다.

그래서 방대철 주임원사가 항상 하는 말이 너는 군인이 안 되었으면 어쩔 뻔했냐. 이런 말을 자주 할 정도로 그냥 하자가 좀 많은 사람이었다.

하필 윤태민 소위는 소위 군대에서는 말하는 금수저다. 외할아버지가 신범규 예비역 준장이고 육군사관학교를 나온 엘리트다. 거기다가 잘생겼고, 키도 컸다. 돈도 많아 보여서 여자들에게 제법 인기도 많았다.

홍성율 중사 입장에서는 윤태민 소위를 좋아할 구석이 하나도 없었다.

게다가 윤태민 소위는 건방지게 굴기도 했고, 부사관들을 살짝 깔보기도 했다. 만약에 다른 일 같으면 홍성율 중사도 윤태민 소위에 대해서 좋은 소리가 나오지 않았을 것이다.

방대철 주임원사의 당부도 있고 또한 자신이 본 것도 있고 해서 이번에 적당히 윤태민 소위를 두둔하고 갈 생각이었다.

박태진 중위도 윤태민 소위에 대해서 딱히 많이 듣고 싶은 생각도 없었다.

솔직히 홍성율 중사 입에서 윤태민 소위에 대한 안 좋은 소리가 나와도 크게 상관이 없었다.

어차피 윤태민 소위에 대해서 이미 조사가 끝난 상황이었다. 자신이 알고 있는 것 말고 또 다른 것이 나온다면 골치 아파지겠지만 말이다.

마당발이라고 하는 홍성율 중사가 눈치 없이 그럴 것 같지는 않았다. 또 홍성율 중사도 박태진 중위가 형식상 물어봤기 때문에 대충 그 정도로 얘기를 하고 입을 다물었다.

“끝입니까?”

“네네.”

“홍 중사는 윤 소위랑 그다지 친하지 않은 것 같습니다.”

“부사관이 장교랑 친해봤자 얼마나 친하겠습니까. 그냥 술 몇 번 같이 마신 것이 전부인데 말이에요. 그 정도면 안 친한 거죠.”

“하긴 뭐······. 그렇죠.”

박태진 중위는 질문을 바꿨다.

“유선영 하사에 대해서는 어느 정도 알고 있습니까?”

“유 하사요? 여기로 전입 온 지 얼마 되지 않았죠. 그리고······.”

뭔가 골똘히 생각을 하는 홍성율 중사였다.

“아, 황하나 하사랑도 같이 왔고······. 두 사람이 라이벌 의식이 있는 것 같고요.”

“라이벌 의식이라······. 언제 그런 것을 느꼈습니까?”

“지난번 회식 때 느꼈어요. 사실 황 하사가 좀 예쁘거든요. 보셨는지 모르겠지만 상당히 미인입니다. 그래서 남자 부사관들이 관심이 좀 있죠.”

“그런데요?”

“그래서 지난번 회식 때 모든 남자들이 황 하사에게 술을 권했죠. 그런데 그렇게 권할 때마다 유 하사가 도끼눈으로 자신은 왜 주지 않냐며 술잔을 내밀었죠. 술도 그다지 잘 마시지도 못하면서 말입니다.”

“계속 그렇게 과음을 했다는 거죠?”

“네. 솔직히 왜 그런지 모르겠어요. 술자리에서 그런 사람은 좀 진상이에요. 억지로 술을 먹이는 사람도 문제이지만 감당도 하지 못할 술을 그렇게 먹는 사람도 문제에요. 저희가 중간에 합류를 했거든요. 합류할 당시에도 유 하사는 이미 취한 상태였습니다. 반 인사불성 상태였어요. 사람들도 못 알아보고요.”

“사람을 못 알아봤어요?”

“네. 인사를 했는데 딱히 못 알아보는 느낌? 솔직히 저도 짬도 있고, 중사 아닙니까. 선배가 왔는데 황 하사는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 경례를 하는데 유 하사는 그러지 않았단 말입니다. 황 하사가 툭 건드리자 그제야 고개를 들어 바라보는데 눈이 풀려 있더라고요.”

“으음, 그러니까. 이미 그때부터 만취한 상태였다.”

“제 기억은 그렇습니다. 남들은 뭐라고 그럴지 모르겠지만요.”

“솔직히 술 취한 사람이 자기 술 취했다고 그러지는 않죠.”

“사실 그것이 맞죠. 저도 술 좀 하는데 말술이라고 하는 놈들과 죽어라 마셔 본 적이 있거든요. 그런데 그런 놈들은 취해가지고 아주 그냥 정신없는 상황에서도 절대 취하지 않았다고 하죠. 그러면서도 온갖 헛짓거리는 다 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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