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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생 리셋 오 소위-885화 (885/1,018)

< 04. 그 나물에 그 밥(2) >

인생 리셋 오 소위! 2부 215화

04. 그 나물에 그 밥(2)

“······.”

윤태민 소위는 말없이 가만히 있었다. 솔직히 할 말도 없었다.

방대철 주임원사가 어떤 식으로 유선영 하사에게 말했는지도 몰랐다. 그냥 방대철 주임원사가 알아서 한다고 했다.

지금도 자신이 저지른 일로 욕을 잔뜩 먹고 있는데 그 일까지 같이 욕을 먹고 싶은 생각은 없었다.

윤태민 소위가 입을 꾹 다물고 있자 오상진이 한숨을 내쉬었다.

“후우······.”

표정을 보아하니 서로 완벽하게 짜고 그런 것 같지는 않았다. 윤태민 소위의 부탁에 방대철 주임원사 멋대로 일을 처리한 것 같았다.

그렇다고 해서 윤태민 소위가 안쓰럽거나 그렇지는 않았다. 어차피 이 모든 일은 윤태민 소위 스스로 자초한 일이었다.

“윤 소위.”

“네.”

“아직 헌병대 조사 중이지.”

“그렇습니다.”

“그런데 왜 이런 식으로 독단적으로 나서는 건가?”

“아니, 그것이······.”

“그렇게 미안했으면 헌병대 조사가 진행되기 전에 진심으로 사과하고 잘못을 구하던지······. 이게 뭐야!”

“······.”

“그리고 내 앞에서 지난번에 뭐라고 그랬어. 잘못한 것이 없다며. 헌병대 조사가 나오니까 이런 식으로 돈 봉투를 건네고 말이야. 이 돈 봉투 하나만 봐도 윤 소위 자네가 잘못했다고 중대장이 보면 되는 건가? 이대로 헌병대에 보고해도 돼?”

“그건 아닙니다.”

윤태민 소위는 바로 부정했다. 그러면서 속으로 중얼거렸다.

‘아이씨······. 왜 얘기가 그렇게 흘러가?’

윤태민 소위는 헌병대 얘기를 듣고 그냥 돈을 주고 끝낼 생각이었다. 그런데 만에 하나 오상진이 헌병대에게 이의제기를 하면 곤란해지는 쪽은 윤태민 소위였다.

“제 생각이 짧았습니다.”

윤태민 소위가 냉큼 돈 봉투를 집어 들려고 했다. 그러자 오상진의 목소리가 바로 들려왔다.

“놔둬!”

“네?”

“거기 그대로 두란 말이야. 자네 그 썩어빠진 머리를 고쳐야 되겠어.”

“그럼 이건······.”

“왜 이제 생각하니 돈이 아까워?”

“그건 아닙니다.”

“자네 이 돈 가지고 가면 뭐할 건가? 이 돈 가지고 이 사람 저 사람 구워삶아서 자네에게 유리한 증언을 하게 만들려고? 그래?”

“그건 아닙니다.”

“아니긴 뭐가 아니야. 그리고 주임원사에게는 또 뭐라고 했어. 아니면 어떤 향응을 제공했어.”

“제가 평소에 존경하던 주임원사에게 고민 상담을 했습니다. 그래서 주임원사가 들어준 것뿐입니다.”

“그래? 확실한 건지?”

“내가 이 부분에 대해서 따로 조사를 요청하지 않아도 되겠어?”

“아닙니다, 정말 아닙니다.”

윤태민 소위가 화들짝 놀랐다. 오상진이 정말로 이 돈 봉투를 들고 대대로 올라가 버리면 큰일이었다. 그렇게 몰아붙인 다음에 오상진이 말했다.

“이 돈은 내가 당분간 가지고 있는다. 그런 줄 알고 헌병대에나 다른 곳에 쓸데없는 소리 하지 마.”

“네.”

“그리고 중대장 말 똑바로 들어. 유 하사는 돈 받은 적 없고, 자네도 돈 준 적 없어.”

“······.”

“잘 생각해야 해. 만약 그런 말이 나온다. 중대장이 이것을 들고 어디로 갈지 말이야. 내가 대대 선에서 끝낼 것 같아? 아니 천만에. 중대장 이거 들고 자네 외할아버지에게 갈 거야.”

“네?”

윤태민 소위의 눈이 엄청 커졌다.

“자네 외할아버지인 신범규 예비역 준장님께 갈 거라고. 자네가 외할아버지를 상당히 무서워한다지?”

“주, 중대장님 그건······.”

“그러니까. 행실 똑바로 하란 말이야. 유 하사도 건들지 말고. 마지막 경고야! 그리고 만에 하나 신범규 예비역 준장을 찾아가도 이 일이 해결되지 않는다? 그럼 난 그 위로 올라갈 거야. 중대장이 못 할 것 같아?”

윤태민 소위는 마른침을 꿀꺽 삼켰다. 오상진이 어떤 사람인지 잘 알고 있었다.

오상진이 타고 있는 육군참모총장 라인은 국방부장관의 일심회 라인보다 조금 밀리는 것은 사실이었다.

하지만 육군참모총장라인은 육군의 기강을 강하게 잡아야 한다는 개획을 잡아야 한다는 쪽이었다.

그런 쪽에 이 사건은 오히려 좋은 빌미를 제공하는 것이나 다름이 없었다. 그런 면이라면 오상진도 좋은 것이었다. 잘하면 군대를 바로잡을지도 모르는 일이었다.

‘그렇게 둘 수는 없어. 할아버지가 조용히 살라고 했어. 할아버지 얼굴에 먹칠할 수 없어.’

만약에 이 일이 커지면 분명 신범규 예비역 준장의 귀에도 들어갈 것이다. 소문이 신범규 준장의 외손자가 할아버지 얼굴에 먹칠을 했다. 그리되면 자신에게 향하는 모든 지원이 다 끊어질 것이 분명했다.

“알겠습니다. 절대 그럴 일이 없도록 하겠습니다.”

“진짜 마지막 경고야.”

“네. 중대장님.”

“그만 나가봐.”

윤태민 소위가 조심스럽게 일어나 중대장실을 나갔다. 나가는 그를 보며 오상진은 한숨을 내쉬었다. 진짜 마음 같아서는 정강이라도 까고 싶었다. 차마 그러지 못했다.

‘자, 윤 소위 어떻게 나올 것이야. 이대로 포기하고 몸을 사리는 것은 아니겠지. 자, 뭐든지 빨리 해봐. 그래야 일이 빨리 끝이 나지.’

윤태민 소위가 놔두고 간 돈 봉투를 보며 오상진의 표정이 싸늘하게 식었다. 솔직히 이렇게까지 하지 않고서는 이 일을 바로잡지 못할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때 오상진의 휴대폰 진동이 지잉지잉 하고 울렸다.

오상진은 휴대폰을 들어 발신자를 확인했다. 휴대폰에 저장된 이름을 확인하고 오상진의 표정이 밝아졌다. 발신자는 임규태 중령이었다.

“충성. 대위 오상진입니다.”

-그래. 오 대위. 잠깐 통화 괜찮나.

“네, 괜찮습니다. 그런데 아침부터 어쩐 일이십니까?”

-다른 것은 아니고 중대에 헌병대가 왔다 갔다면서.

“어! 그건 또 어떻게 아셨습니까?”

-이 사람아 내가 헌병대장인데 그걸 모를까. 보고가 늦게 올라오는 것은 있어도 안 들어오는 것은 없어.

“그러십니까.”

-이번에는 무슨 일이야.

“어, 그것이······.”

이번에도 사실 뭔가 조치가 필요했던 오상진이었다. 그래서 신이 난 오상진은 부대에서 있었던 일을 쭉 설명했다. 설명을 들은 임규태 중령이 한숨을 내쉬었다.

-아이고 진짜······. 또 윤태민이란 말이지.

“네.”

-그놈도 참 어지간하다. 지난번 내가 따로 보고를 받기로는 그놈이 지금까지 저지른 일이 한 트럭이라더니 거기서 또 그랬어.

“한 트럭이나 되기에 한두 개 더 들어가도 문제가 되지 않는다고 생각했나 봅니다.”

오상진의 그 말에 헌병대장 임규태 중령이 한숨을 내쉬었다.

-하아, 미안하네.

“네?”

-나한테 하는 소리잖아. 헌병대가 지금까지 뭐 하고 있었냐고 말이야.

“아닙니다. 왜 또 그렇게······.”

-아니야. 자네 말이 맞아. 헌병대가 정신을 차리고 제대로 했으면 이러지 않았겠지. 그런데 내 불찰이고······.

“에이. 헌병대장님으로 오신 지 얼마 되지 않으셨지 않습니까.”

-헌병대로 오기 전에는 기무사에 있었는데 뭐······. 부대 부조리를 바로 잡아야 할 역할을 해야 하는 조직인데 바로 잡기는커녕 군을 썩어가게 만들고 있으니······.

임규태 중령의 말에 오상진이 어쩔 줄을 몰라 했다.

“죄송합니다. 제가 괜한 얘기를 했습니다.”

-아니야. 아니야. 자네한테 푸념하는 것이 아니라 요새 들어서 회의감이 들긴 했네.

임규태 중령은 원래 헌병대에 있다가 기무사로 가서 다시 헌병대장으로 부임했다. 헌병대장으로 오면서 예전과는 많이 달라졌으면 했다.

그런데 지금까지 전혀 달라지는 것은 없었다. 여전히 헌병대는 존재 이유도 알 수 없을 만큼 해이해져 있고 권력들의 뒤나 닦는 역할만 하고 있었다.

물론 임규태 중령이 헌병대장으로 오고 나서 많은 부분들이 시정되고 새바람이 불고 있지만 모든 것을 바꾸지는 못했다.

이번만 해도 그렇다. 홍민우 소령이 최영도 소령을 만났고, 그가 자청해서 4중대로 내려갔다고 들었을 때 어이가 없었다.

솔직히 말하면 비리였다. 자신과 친한 사람을 수사를 맡긴다는 것은 말이다.

그런데 최영도 소령은 임규태 중령과의 통화해서 그런 얘기는 쏙 빼놓고 사건이 대단치 않다는 것만 늘어놓았다.

정말 그런 것인지 확인하기 위해서 오상진에게 전화를 걸었던 것인데 아주 대놓고 사건을 덮으려고 난리를 치고 있었다.

-아무튼 걱정 말게. 내가 다른 사람을 보내서 처음부터 다시 조사하도록 지시를 내리겠네.

“아닙니다. 헌병대장님. 그러지 마십시오.”

-그러지 말아? 혹시 다른 생각이 있는 건가?

오상진은 자신이 생각했던 것을 얘기했다. 그러자 임규태 중령이 껄껄 웃었다.

-하하하. 이거 헌병과장 큰일 났군. 큰일 났어. 사람을 아주 잘못 만났어.

그러자 오상진이 매우 조심스럽게 물었다.

“그런데 헌병대장님 제가 이렇게 해도 되겠습니까?”

-왜? 내가 하지 말라고 하면 안 할 건가?

“어······. 그건······.”

오상진이 바로 답을 하지 못했다. 그러자 수화기 너머로 부드러운 임규태 중령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그냥 자네 하고 싶은 대로 해.

“괜찮으십니까?”

-뭐. 우리 헌병대도 욕을 좀 먹겠지만 이번 기회에 경각심을 가질 필요가 있어. 언제까지 그런 식으로 하라는 일은 하지 않고 주먹구구식으로 일을 처리하나. 요즘 시대가 바뀌고 있는데.

“그건 그렇습니다.”

-그러니까. 자네 하고 싶은 대로 해. 나도 우리 쪽에서 성과를 빨리 내라고 헌병과장을 달달 볶을 테니까. 그러면 되겠지.

“그렇게 도와주시면 정말 감사합니다.”

-허허. 별소리를 다 하네.

“그리고 말입니다. 헌병대장님. 부탁 하나 드려도 되겠습니까?”

-부탁? 뭔가?

“대대에 주임원사가 있습니다.”

-주임원사? 그 양반이 왜?

“그분이 자꾸 유 하사에게 합의를 종용하고 있는 모양입니다. 제대로 합의하지 않으면 군 생활 힘들게 만들겠다면 협박도 하고 말입니다.”

-아이고. 그 양반도 참······. 그 나이 먹고 뭐하는 짓이야. 그래서 허튼소리 못하게 따끔하게 혼을 내줘?

만약에 다른 사람이었다면 그렇게 얘기를 했을 것이다. 하지만 오상진은 그런 식으로 단순하게 사건을 접근한 적이 없었다.

“그것도 좋은 방법일 수도 있지만 왠지 주임원사가 좀 이상합니다.”

-이상해? 뭐가?

“지난번 유 하사가 만나고 왔을 때 제게 이런 말을 했습니다. 주임원사가 대대장 영전에 문제를 일으키지 말라고 했다는 겁니다.”

-너희 대대장?

“네.”

-흠······. 대대장과 무슨 문제라도 있나?

“그것까지는 잘 모르겠습니다.”

-알았어. 무슨 얘기인지 나중에 오 대위 계획대로 일이 풀리더라도 대대장이나 주임원사 쪽에서 자신들의 비리가 드러날 우려에서 강하게 반발할 수 있다는 거지?

“제 생각은 그렇습니다.”

-그건 내가 도와줘야지. 사실 오 대위가 처리할 수 있는 문제가 아니잖아.

“그렇습니다. 부탁 좀 드리겠습니다.”

-부탁은 무슨······. 그 부분은 오 대위가 할 수 있는 것이 아니잖아. 당연히 내가 해야지. 그러려고 있는 것이 헌병대이지 않나.

“네. 감사합니다.”

-그래 알았네. 조만간 의원님 모시고 식사 한번 하지.

“의원님이시라면······. 최 의원님 말씀이십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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