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03. 잘 좀 하지 그랬어?(59) >
인생 리셋 오 소위! 2부 210화
03. 잘 좀 하지 그랬어?(59)
“그럼 단추는 뭡니까? 가운데 단추가 풀어졌잖아요. 그건 어떻게 설명 하실 겁니까.”
유선영 하사가 단호하게 물었다. 그런데 윤태민 소위는 전혀 몰랐다는 반응이었다.
“유 하사. 그걸 왜 나한테 물어봅니까. 유 하사가 제대로 잠그지 않은 거 아닙니까?”
“아닙니다. 제대로 잠그고 다닙니다.”
“어쨌든! 제발 우리 이쯤에서 마무리 지읍시다. 나한테 이 돈 작은 것 아닙니다. 있는 돈 없는 돈 싹싹 긁어서 마련한 거예요. 그러니까, 유 하사 이쯤에서 합의 봅시다.”
윤태민 소위가 유선영 하사에게 한 걸음 다가갔다. 유선영 하사는 흠칫 놀라서 뒤로 물러났다. 그러자 윤태민 소위가 다시 한 걸음 다가가서 유선영 하사의 팔을 잡았다.
“유 하사!”
“놔, 놔주십시오.”
윤태민 소위가 팔을 잡은 그곳에 억지로 돈을 잡게 했다.
“자, 받아요. 이거 받고 끝내자고요.”
“이거 놔주십시오.”
“허허. 내 말 들어요. 여기서 더해 봐야. 서로 힘들어진다니까요.”
“놔주십시오!”
유선영 하사가 윤태민 소위에게서 벗어나려고 발버둥을 쳤다.
“유 하사······.”
그때였다.
“뭐야!”
누군가 외치는 소리에 윤태민 소위의 고개가 홱 돌아갔다. 저만치 오상진이 무서운 눈빛으로 바라보고 있었다.
오상진은 최강철과 헤어졌다.
“강철아, 수고했다.”
“네. 소대장님. 들어가십시오.”
최강철이 오상진을 중대 위병소 앞까지 태워다줬다. 위병소에서 수화를 마치고 오상진이 들어갔다.
“충성! 근무 중 이상 무.”
“그래. 수고들 많다. 별일 없지?”
“네. 없습니다.”
“수고들 해라.”
“네, 알겠습니다.”
오상진이 중대장실로 향했다. 향하기 전 불 꺼진 행정반을 봤다. 혹시나 해서 문을 열고 안을 봤다. 역시나 행정실에는 아무도 없었다. 모든 일과가 끝이 난 후에는 병사들은 사무실에 들어갈 수가 없다.
아무도 없는 것을 확인한 후 중대장실로 들어갔다. 불을 켜고 자신의 자리로 가서 앉았다. 잠깐 생각을 하다가 주머니에서 USB를 꺼냈다. 그걸 만지던 오상진은 노트북을 꺼내 부팅을 시켰다. 잠깐의 시간이 흐른 후 손에 쥐고 있던 USB를 꽂았다.
마우스를 몇 번 클릭한 후 동영상을 재생시켰다. 확실히 미래를 살다 온 오상진의 눈에는 뭔가 좀 애매했다.
“흐음······.”
각도는 잘 나왔는데 정확하게 식별이 완벽하게 되지 않았다.
“요즘 기술력에 내가 너무 기대를 하고 있었나?”
그렇게 중얼거리면서도 몇 번이고 돌려서 확인했다.
몇 번을 확인해 보니 윤태민 소위가 유선영 하사의 가슴을 만진 것이 확실하게 티가 났다.
웃긴 것이 안전벨트 매주려고 했다면 손에 그쪽으로 향했어야 했을 것이다. 그런데 그쪽으로 가지 않았다. 가만히 유선영 하사를 바라보다가 슬그머니 가슴 쪽으로 손이 갔다.
이것 자체만으로도 윤태민 소위가 거짓말을 했다는 것이 밝혀지는 것이었다.
“헌병대에서는 안전벨트 어쩌고 했는데······. 이거 윤 소위가 거짓말을 했나? 아니면 서로 끼워 맞추기를 한 건가? 뭐 어쨌거나 이 증거가 있으니 다른 말은 못 하겠지.”
오상진은 차라리 윤태민 소위가 헌병대 조사에서 안전벨트를 매주려고 했다고 말을 한 것이 다행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무의식적으로 닿았다거나 잠을 깨우려던 동작에서 가슴이 닿았다거나 이런 핑계를 댔다면 이 CCTV만으로는 분별이 되지 않았을 것이다.
헌병대 최영도 헌병과장은 오상진에게 별것도 아닌 일로 호들갑을 떤다. 안전벨트를 해주려고 했을 뿐이다. 이렇게 얘기했다. 그 얘기가 누구 입에서 나온 것인지는 잘 모른다. 윤태민 소위가 말을 했는지 그 상황을 설명하는 과정에서 얘기가 나왔는지 말이다.
어쨌든 저쪽에서는 별일 아니라고 치부를 했기 때문에 차라리 잘되었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건 누가 봐도 안전벨트 쪽으로 손이 안 갔기 때문이었다.
“음. 이거 바로 내일 까버릴까? 아니지, 아니야. 좀 더 확실할 필요가 있겠어. 우리쪽에서 먼저 증거를 내밀면 저쪽에서 또 딴소리를 할지도 몰라.”
오상진의 생각에 헌병대가 증거가 없다는 생각에 정황증거만으로 상황을 짜 맞추고 있었다. 그래서 윤태민 소위가 유선영 하사를 왜 추행을 했는가에 대해서 온갖 이유를 만들어 가고 있었다. 본인들이 납득할 수 있도록 상황들을 연결 짓고 있다는 것이다.
그 과정에서 유선영 하사가 윤태민 소위를 상관으로서 제대로 대우하지 않은 사실도 나왔다. 또 윤태민 소위가 유선영 하사가 아닌 황하나 하사를 마음에 둔 것까지 나왔다.
진짜인지 거짓말인지 정확하게는 모른다. 어쨌든 일을 이런 식으로 짜 맞추기로 들어간 이상 이 증거를 그냥 내민다고 해도 저쪽에서 또 일을 짜 맞추려고 할 가능성이 높다.
똑똑똑!
오상진이 손가락으로 책상을 두드렸다.
“이건 유 하사가 조금 고생을 하더라도. 저쪽에서 입장을 확실하게 정한 다음에 오픈하는 것이 좋을 것 같아.”
오상진의 생각은 헌병대에서 더 이상 나올 증거는 없다. 무조건 유선영 하사가 잘못한 식으로 몰아간다. 아예 헌병대의 입장은 확실히 일을 정해놓고 그쪽으로 분위기를 끌고 간다.
이 사실이 맞는다고 생각했을 때 이 카드를 꺼내야 헌병대도 더 이상 일을 덮으려고 하지 않을 것 같았다.
‘어쩌면 이 사건을 더 높은 기관에 의뢰를 하든지······. 아니면 위선으로 끌고 갈 수 있을 거야.’
그러고 있다고 오상진은 그런 생각이 들었다.
“그건 그렇고······. 내일도 유 하사가 조사를 받을 텐데······. 괜히 쓸데없는 소리를 하면 안 될 텐데 말이야.”
오상진은 유선영 하사가 걱정이 되었다. 한마디로 헌병대가 시나리오를 다 짜놓고 이렇게, 이렇게 했지! 이런 식으로 몰아붙이면 일반 병사들조차도 그 말에 휘둘리게 되어 있다.
백 마디 말 중에 한 마디라도 헌병대가 원하는 대답을 하면 그걸 가지고 증거를 만든다. 오상진도 예전에 대대장까지 했었다. 그래서 헌병대가 어떤 스타일로 일을 하는지 누구보다도 잘 알았다.
오상진이 걱정하는 것이 그거였다.
오늘까지는 잘 버텼다. 그러나 계속해서 부인할 경우 헌병대가 어떤 식으로 시나리오를 짜 맞출지 모른다.
아니, 유선영 하사를 함정으로 몰아붙일 수 있으니 오상진이 마음을 다잡아줄 필요가 있었다.
“유 하사가 지금 있으려나?”
오상진이 시계를 확인했다. 밤이 늦은 시각이지만 오상진은 유선영 하사에게 전화를 걸었다. 한 참의 통화음이 가고 유선영 하사가 아닌 익숙한 음성이 들려왔다.
-충성! 네. 중대장님.
“유 하사 핸드폰 아닙니까?”
-중대장님 3소대장입니다.
“3소대장? 3소대장이 왜 유 하사의 전화를 받아?”
-제가 지금 유 하사 방입니다. 그런데 유 하사 잠깐 황 하사 만나러 나갔습니다.
“황 하사를?”
-네. 그런데 잠깐 만나고 들어온다고 했는데 한참이 지났는데도 안 들어옵니다.
“그래? 어쨌든 유 하사 지금 밖에 있다는 거지?”
-그렇습니다. 요 앞에 나간 것 같은데······. 어떻게 합니까?
“그러면 어차피 내가 유 하사에게 할 얘기가 있으니까. 내가 직접 그 근처로 가지. 혹시라도 유 하사가 들어오면 내가 가고 있다고 전해줘.”
-네, 알겠습니다. 그리 전하겠습니다.
오상진이 전화를 끊었다. 노트북을 덮고 USB를 챙겨서 사무실을 나섰다. 차를 타고 위병소를 지나 관사쪽으로 향했다.
관사는 군인전용 아파트다. 남자와 여자가 머무는 곳이 다르고 장교와 부사관이 머무는 곳 역시 다르다. 이것을 BOQ, BEQ라고도 불린다. BOQ는 독신장교 숙소라 하고, BEQ는 독신부사관 장교라고 한다.
오상진이 차를 타고 관사에 들어가기 전 주차장에 차를 세워서 걸어갔다. 걸어가는데 황하나 하사가 뛰어오고 있는 것이 보였다.
“황 하사!”
“주, 중대장님······.”
“어디가?”
황하나 하사는 황급히 어디 가는 사람처럼 안절부절 못했다. 그 모습을 본 오상진이 물었다.
“왜? 무슨 일 있어?”
“저, 그게······.”
황하나 하사는 그런 식으로 온 것이 마음에 걸렸다. 그래서 오상진을 본 김에 얘기를 꺼냈다.
“실은······. 2소대장이 유 하사를 불러달라고 해서······.”
황하나 하사가 말끝을 흘렸다. 오상진의 눈빛이 차갑게 바뀌었다.
“그래서 지금 유 하사하고 윤 소위랑 같이 있어?”
“네.”
“알았어. 중대장이 알아서 할 테니까. 황 하사 먼저 가 봐.”
“네. 죄송합니다.”
황하나 하사의 말을 끝까지 듣지도 않고 오상진이 재빨리 뛰어갔다. 그렇게 얼마 가지 않아 윤태민 소위가 유선영 하사의 팔을 잡고 흔들고 있는 모습을 발견했다. 오상진의 눈이 치켜떠졌다.
“지금 뭐하는 거야!”
오상진의 입에서 불호령이 떨어졌다.
“지금 여기서 뭐 하는 거야!”
오상진은 황급히 윤태민 소위와 유선영 하사 쪽으로 다가갔다. 그러자 윤태민 소위는 유선영 하사에게 억지로 쥐어주려고 했던 돈 봉투를 다급히 뒤로 숨겼다. 오상진은 그런 윤태민 소위를 보면 성난 얼굴로 물었다.
“그거 뭐야!”
“아무것도 아닙니다.”
“아무것도 아닌데 왜 숨겨. 꺼내봐!”
윤태민 소위가 꼼짝을 하지 않자 유선영 하사가 그제야 울먹이며 말했다.
“돈 봉투입니다.”
“돈 봉투?”
“네. 제가 자꾸 싫다고 했는데 돈 봉투를 억지로 주려고······.”
유선영 하사는 말을 잇지 못했다. 오상진이 나타나자마자 꾹 참고 참았던 울음이 터지고 말았다.
“흐흑······.”
유선영 하사는 두 손으로 얼굴을 감싸며 울었다. 그 모습을 보는 윤태민 소위는 당황했다. 아니, 짜증이 났다.
‘하아, 오상진이 조금만 늦게 왔더라도 돈 봉투를 주고 떠날 수 있었는데. 하필이면 돈 봉투를 전달할 때 나타나냐.’
윤태민 소위는 일이 꼬여도 진짜 더럽게 꼬였다고 생각했다. 오상진이 눈을 부릅뜨며 윤태민 소위를 봤다.
“야! 윤 소위! 너 내가 당분간 사적으로 유 하사 만나지 말라고 했을 텐데······.”
“저어 그것이······.”
“너 인마! 중대장 말이 우스워!”
“아닙니다.”
“그럼 뭐야! 오밤중에 왜 여기 와서 난리를 쳐! 이유가 뭐냐고!”
“그게······.”
막 변명을 하려던 윤태민 소위가 억울한 얼굴로 말했다.
“중대장님 제 사정도 봐주십시오.”
“뭐? 뭘 봐줘?”
“저도 4중대 사람이지 않습니까. 왜 유 하사만 싸고도십니까. 저도 중대장님의 부하입니다.”
윤태민 소위의 하소연에 오상진은 어이없어했다. 지금껏 단 한 번도 자신을 중대장으로서 인정하고 따르지 않았던 윤태민 소위였다. 그런데 이제 와 자신도 4중대 사람이라고 떠드는 모습에 어이가 없었다.
윤태민 소위 입장에서는 억울할 수 있다. 그전 이민식 대위하고는 잘 지냈다. 그의 사랑을 한 몸에 받았다. 게다가 윤태민 소위가 무슨 짓을 하던 대충 넘어갔다.
그래서 처음 오상진이 왔을 때 이민식 대위처럼 구워삶을 계획을 했다.
그러나 오상진은 이민식 대위 같은 사람이 아니었다. 좋은 것이 좋은 거라고 넘어가는 그런 사람이 아니라 이미 회귀 전 대대장까지 했던 오상진이다. 부대의 부조리를 그냥 보고 넘길 수도 없었다.
그런 줄도 모르고 윤태민 소위는 계속 까불다가 이렇듯 완전히 찍힌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