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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생 리셋 오 소위-877화 (877/1,018)

< 03. 잘 좀 하지 그랬어?(56) >

인생 리셋 오 소위! 2부 207화

03. 잘 좀 하지 그랬어?(56)

“언니 저 입 무거워요. 어디 가서 말 안 할 테니 걱정하지 마세요.”

“하아······. 내가 말을 꺼내는 것이 아니었는데.”

박윤지가 살짝 머뭇거렸다. 그렇다고 유선영 하사를 위로해 주는 자리에서 서운하게 만들 수는 없었다.

“실은 말이야. 예전에 그런 일이 있었거든. 2소대장이 중대장님에 대해 오해 했던 적이 있었거든.”

“오해요? 무슨 말이에요?”

“중대장님이 여자 친구분하고 교복 데이트를 했나봐.”

“와, 교복 데이트?”

“그걸 본 2소대장이 고등학생과 원조교제를 한 것으로 착각을 한 모양이야.”

“진짜요? 그런데 그걸 어떻게 풀었데요?”

“그건 나도 자세히 몰라. 대대까지 얘기가 올라갔던 것 같은데 대대에서 확인해 보니 그것이 사실이 아니라고 그랬던 것 같아.”

“중대장님이 정말 여고생을 만나고 그랬던 것은 아니라는 거죠?”

“어후, 말이 되니? 중대장님이 평소에 군 생활을 얼마나 열심히 하셨는데. 만약 그런 일이 있다면 이렇듯 빨리빨리 진급도 하지 못하셨겠지.”

“그런가?”

“응. 중대장님은 내가 알기론 특별히 연줄이 있었던 것은 아니고. 오로지 실력으로 올라가신 거야. 그래서 적이 엄청 많았대.”

“아항. 뭔지 알았어요. 원래 또 끼리끼리 어울린다고 집안 좋고 그런 애들은 잘난 사람 엄청 싫어하잖아요.”

“아무튼 그래서 그때 2소대장에게 나에게 사진을 한번 보여줬거든. 중대장님에 대해서 똑바로 알라면서 말이야. 그런데 교복 입은 모습을 봤는데 진짜 여고생 같더라.”

“정말요?”

“그래. 공부 잘하고 잘 놀 것 같은 그런 여고생.”

“아, 여왕벌 같은 그런 여고생요?”

“그래. 그거. 그렇다고 일진은 아니고. 뭔지 알지?”

“네. 뭔지 알겠어요. 다 가진 애를 말하는 거잖아요.”

“그렇지. 그런 느낌이었어.”

“와. 중대장님 좋겠다. 여자 친구도 예쁘고······.”

“왜? 선영이 너는 중대장님에게 호감 있어?”

“언니는요? 언니는 없어요?”

“나? 나야 뭐 없다면 거짓말이지.”

“그렇죠. 저 있잖아요. 여러 남자 만나보고 그랬지만 중대장님 같은 분은 처음이에요.”

“그렇지. 멋지고, 능력도 있고 배려심도 많고······. 그렇다고 여자라고 마냥 우쭈쭈 하고 그러지도 않아.”

“그래요?”

“응. 처음에 중대장님 오셨을 때 나 엄청 많이 혼났어.”

“왜요?”

“그냥 그때는 내가 군인인지 여군인지 제대로 정체성을 찾지 못한 것 같아. 뭐가 좀 힘들고 그러면 주변에서 여자라서 그렇다. 이렇게 하면 그 얘기를 반박하고 극복하고 그랬어야 했는데 그 얘기에 빠져 들었던 것 같아. 그래서 여자니까, 어쩔 수가 없구나. 여자니까 이것밖에 안 되는 구나. 이런 생각을 많이 했었어. 그러다가 군 생활 임기 채우고 나면 그만둘까 생각도 했지.”

“그랬는데요.”

“중대장님이 따끔하게 한마디 해주셨어. 마음먹기에 따라 다르다고. 내가 제대로 마음먹고 군 생활을 해야지 주변에서 자꾸 그런다고 휘둘리고 그러면 정말 여군은 어쩔 수 없다는 소리밖에 안 나온다고 말이야.”

“중대장님께서요?”

“그래. 그렇다고 중대장님께서 말로만 그런 것이 아니야. 나 힘들 때 많이 도와주시고 그랬어. 덕분에 지금은 정신 차리고 군 생활하고 있는 거고.”

“아, 그렇구나.”

“만약 예전의 나였다면 선영이 너 이렇게 많이 못 도와줬을 거야.”

“정말요?”

“응. 예전에는 나도 피해의식이 많고 나서는 것도 싫어했거든. 솔직히 선영이 네가 힘든 일을 당했어도 걱정은 했겠지만 어쩔 수 없다는 식으로 보고만 있었을 거야. 그런데 중대장님 오고 나서 내가 많이 바뀌었어.”

“그럼 나도 중대장님께 잘 해야겠네요.”

“그렇다는 거지.”

“그건 그렇고 이제 어떻게 해요.”

“그러게······. 일단 기다려 보자. 중대장님께서 어떤 식으로든 알아보겠다고 했으니까. 기다려 봐야지.”

“그런데 헌병대에서 저런 식으로 나올 줄은 몰랐어요.”

“정말?”

“네. 물론 저도 지난번에 주임원사님이 불러서 갔잖아요. 그때 주임원사님이 군대에서는 일을 크게 벌이는 것이 아니라고 말씀하셨거든요. 어쩌면 좋게좋게 덮고 넘어갈지도 모른다고 생각은 했었어요. 그런데 저를 이상한 사람을 만들 줄은 생각지도 못했어요.”

“나도 네 얘기를 듣고 깜짝 놀랐다. 어떻게 그런 식으로 얘기를 할 수 있지. 아무리 확실한 증거가 없다고 해도 말이지.”

“그러니까요. 아, 언니 그런 얘기 이제 그만하고. 우리 술 마셔요. 오늘 또 술 취하고 싶네요.”

“그럴래? 그런데 너 요새 너무 술 마시는 거 아니야? 이러다가 날이면 날마다 술 마시겠다.”

박윤지 3소대장의 말에 유선영 하사가 씁쓸하게 웃었다.

“언니! 내가 별 얘기는 안 하고 있는데 저 좀 무서워요.”

“응?”

“그날 일요. 잊으려고 하는데 불쑥불쑥 떠오르곤 해요.”

유선영 하사는 군에 스스로 자원했을 만큼 의지도 있고 깡도 있고 그런 성격이었다. 다른 사람들은 유선영 하사를 조용하고 까칠한 성격으로만 보고 있지만 박윤지 3소대장은 그녀가 어떤 성격인지 알 것 같았다.

남들에게 지기 싫어하는 오기도 있고 말이다. 그런 유선영 하사가 그날 일에 대해 악몽에 시달리고 있다고 하니 박윤지 3소대장은 차마 얘기를 더 이상하지 못했다.

“그래. 미안하다. 언니가 너 이겨낼 수 있을 때까지 옆에서 같이 술 마셔줄게.”

“정말요?”

“물론 매일 마신다는 보장은 못하는데······. 나도 내 건강은 챙겨야지. 안 그러니.”

“뭐예요. 그게 언니······. 같이 간을 버릴 것이면 같이 버려야죠.”

“안 돼! 나 시집가야지.”

“와! 언니 이런 식이에요.”

“아무튼 술 못 마시는 날에는 옆에서 안주도 먹고 얘기도 들어주고 할 테니까. 너무 걱정 마.”

“고마워요. 언니.”

“고맙긴······.”

“그럼 언니. 오늘은 여기서 자고 가도 돼요?”

“여기서? 그래라.”

“정말 그래도 돼요?”

“뭐, 어때. 여자끼리 같이 자는 건데······.”

“와. 신난다.”

“대신에 너 매일 내 방에 와서 자고 가면 안 돼.”

“알았어요. 오늘은 혼자 있고 싶지 않아서 그래요.”

“알았어. 오늘은 술 먹고 내가 DVD 영화 빌려 놓은 거 있거든? 그거나 보자.”

“오. 진짜요? 완전 신난다.”

유선영 하사가 씨익 웃으면서 맥주를 들이켰고. 그 모습을 박윤지 3소대장이 안쓰럽다는 듯 바라봤다.

박윤지 3소대장과 유선영 하사가 치맥을 먹고 있던 그때 황하나 하사는 윤태민 소위를 만나고 있었다.

“황 하사. 미안한데 나 좀 도와줘요.”

“네? 제가 뭘 어떻게······.”

황하나 하사는 당황한 눈빛으로 윤태민 소위를 바라봤다. 윤태민 소위는 곤란한 얼굴로 입을 열었다.

“하아, 황 하사 왜 이래. 내가 유 하사하고 편안하게 일을 마무리 지어야지 황 하사도 편안하게 군 생활을 할 거 아닙니까. 안 그래요? 막말로 내가 정말 유 하사에게 뭐라고 한 것도 아니고. 안전벨트 매어 주다가 살짝 스친 것 가지고 그것 가지고 성추행이니 뭐니 하면 내가 뭐가 돼요. 그리고 그런 나한테 그런 유 하사를 버리고 간 황 하사는 뭐가 되고.”

황하나 하사가 화들짝 놀랐다.

“버, 버리고 가다니 무슨 말씀을 하십니까. 2소대장님이 유 하사 데려다준다고 하지 않으셨습니까.”

“허허. 또 생사람 잡으시네. 내가 언제 그랬어요. 그리고 상식적으로 생각해 봅시다. 아니, 술 취한 여자 동기를 남자 차에 태우고 싶어요? 만약에 그런 일이 있으면 같이 움직이든가 해야지. 황 하사도 회식 자리에 있고 싶어서 되돌아간 거 아니에요. 이거 소문 안 좋게 나면 여기서 군 생활 좋을 것 없어요. 황 하사 장기복무한다고 하지 않았나?”

윤태민 소위의 말에 황하나 하사가 아랫입술을 깨물었다. 솔직히 말해서 황하나 하사도 이런 일에 자신이 엮인 것이 못마땅했다.

막말로 원치 않아서 유선영 하사를 부축했고 때마침 같은 2소대인 윤태민 소위가 왔다. 어찌 보면 윤태민 소위에게 유 하사를 맡긴 것이 자기 잘못이라고 생각하고 있다.

그렇다고 황하나 하사가 윤태민 소위에 대한 소문을 안 들은 것도 아니었다. 그런데 근신하고 있는 윤태민 소위가 설마하니 그런 파렴치한 짓을 저지를 것이라고는 생각지도 못했다. 그래서 황하나 하사는 유선영 하사를 제대로 얼굴을 볼 수가 없었다.

어쨌거나 사과는 해야겠는데 유선영 하사가 여지를 줘야 사과를 하지. 게다가 요새는 부대에서 오히려 눈치를 보는 입장이었다.

박윤지 3소대장은 마치 유선영 하사의 직속상관이라도 되는 것처럼 끼고 사니까 말을 붙일 타이밍도 없었다.

이런 와중에 유태민 소위가 불러서 한다는 소리가 자신을 도와달라는 일이었다. 정말 어이가 없었다.

“못 들은 걸로 하겠습니다. 솔직히 저는 이 자리에 있는 것도 불편합니다.”

“하아, 황 하사. 진짜 상황 파악 안돼? 분위기 몰라?”

“네?”

“황 하사. 이일이 이대로 시끄러워지면 누구에게 피해가 갈 것 같아요. 나? 아니, 난 어차피 다른 부대 전출 가면 되고, 그리되면 이 일은 유야무야 묻히게 되어 있어요. 유 하사? 유 하사가 뭐? 뭔 일을 당했는데. 살짝 스친 거? 그걸 가지고 유세떤다. 호들갑 떤다 그런 얘기가 나오겠지만 유 하사 지금도 피해자처럼 저러고 있는데 뭐? 유 하사가 생각보다 군 생활을 잘해. 별일 아닌 걸 가지고 일을 크게 만들어서 동정표나 얻고 말이야. 유 하사 같은 사람은 군 생활 잘할 거야. 그런데 황 하사는 어떻게 할 거야?”

“제가 뭘 말입니까?”

“황 하사는 막말로 원인 제공자잖아.”

“아니, 왜 말씀을 그렇게 하십니까? 제가 뭘 어쨌다고 말입니다.”

“어허. 충분히 알아들을 수 있는데 못 알아듣는 척을 하는 건지 모르겠네.”

윤태민 소위가 황하나 하사를 빤히 바라봤다. 황하나 하사는 정말 자신이 뭘 잘못했는지 모르는 얼굴이었다. 그래서 윤태민 소위는 반대로 말을 했다.

“자! 반대로 얘기를 해봅시다. 황 하사가 남자입니다. 그런데 황 하사가 술 취한 여자 부사관을 남자 장교 차에 태우고 그냥 가버렸어요. 이 행동이 바람직하다는 생각이 들어요?”

“네에? 그, 그건······.”

“남자가 했다고 해도 욕을 바가지로 들어요. 인사불성이었던 여자 부사관을 남자 장교 차에 태워서 보내는 겁니다. 물론 나나 되니까, 별 일 없었던 거지 만약에 그 남자가 흑심을 품었다면 어쩔 뻔했어요. 그러데 심지어 황 하사는 여자고, 여자끼리 잘 챙겨줘야 하는데······. 황 하사는 회식 자리가 그렇게 중요했어요? 그래서 유 하사를 버리고 간 거예요?”

“그, 그게 아니라······.”

“만약 이 사실이 외부에 알려지면 어떻게 될까요? 황 하사가 제대로 군 생활 할 수 있을 것 같아요? 황 하사가 뭐 장기해야 할 입장이라고 하지 않았어요?”

황하나 하사는 오래전부터 군 생활을 동경해 왔고, 육군사관학교를 가려고 했지만 성적이 좋지 않아 가지 못 했다. 그래서 차선책으로 부사관을 통해서 군 생활을 하려던 입장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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