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03. 잘 좀 하지 그랬어?(54) >
인생 리셋 오 소위! 2부 205화
03. 잘 좀 하지 그랬어?(54)
오상진은 전투모에 있던 다이아 세 개를 가리켰다.
“아, 그래요? 중대장하고 소대장하고는 달라요?”
“중대장이 좀 더 높습니다.”
“네. 제가 잘 몰라서······.”
“하하하. 모를 수도 있죠. 여성분이신데······. 아무튼 실은 사흘 전에 부대에서······. 하아, 지금 제가 말씀드리는 것은 지켜주셔야 합니다.”
“네.”
여자는 뭔가 비밀을 지켜야 한다는 말에 긴장했다. 오상진이 진지한 얼굴로 입을 열었다.
“성추행 사건이 벌어졌습니다.”
“네에? 성추행이요?”
“네. 남자 장교가 여자 부사관을 차에 태웠는데 그 과정에서 가슴을 터치한 모양입니다. 그 위치가 아까 제가 말씀드렸던 그 위치입니다. 그런데 진술만으로는 처벌하기가 힘들다고 합니다. 그래서 제가 그 여자 부사관 사정이 딱해서 혹시 증거가 있을까해서 여기로 온 것입니다.”
“아. 그래서 절 부르셨구나. 블랙박스도 필요하시고.”
“네네.”
“진짜 아쉽네요.”
“아닙니다. 사실 이렇게라도 도움을 주셔서 감사합니다.”
“저는 괜히 오해를 했네요.”
“그렇다고 오해는 하지 마세요. 저쪽에서 너무 증거가 없다고 해서 방어적인 차원에서 이걸 쓰려고 하는 거지. 이걸 가지고 다른 곳에 쓰려고 한 것은 아닙니다. 그러니 오해하지 않으셨으면 합니다.”
오상진이 차분하게 얘기를 해줬다. 그런데 여자가 박수를 쳤다.
“아! 그러면요.”
“네에······.”
“저건 안 되나요?”
“네?”
오상진과 최강철이 고개를 돌려 여자가 손가락으로 가리킨 방향을 봤다. 차량 뒤 나무 쪽을 가리켰다. 오상진이 고개를 갸웃하다가 그쪽에서 붉은 색이 반짝이고 있는 것이 보였다.
“으응?”
좀 더 다가가 확인을 해봤다. 그곳에 숨겨진 카메라가 보였다.
“어라? 혹시 이거 CCTV입니까?”
오상진이 고개를 돌려 그 여자에게 물었다. 여자가 살짝 미소를 지었다.
“이런 말하기 좀 그런데요. 이거 전 남편한테 위자료로 받은 차량이거든요.”
“아, 그러세요. 이혼을······.”
그러곤 최강철도 깜짝 놀라며 말했다.
“어? 그렇게 안 보이시던데 결혼을 하셨어요? 당연히 미혼일 거라 생각했는데······. 워낙에 젊어 보이셔서 말이에요.”
“어멋! 말씀도 참 잘하신다.”
여자는 괜히 부끄러운지 얼굴을 붉혔다.
“저 서른 넘었어요.”
“와우! 대박!”
최강철은 진심으로 박수를 쳤다. 오상진도 솔직히 놀란 얼굴이 되었다. 최강철이 바로 립서비스를 날렸다.
“도대체 어떻게 피부 관리를 하시기에······.”
“제가 동안이라는 소리는 많이 듣긴 해요.”
“그러시구나.”
최강철은 놀란 눈으로 여자를 바라봤다. 여자는 살짝 민망한 듯 시선을 피하며 입을 열었다.
“아무튼 이 차를 팔려고 했는데 쉽지가 않더라고요. 전부 다 싸게만 사려고 하고······. 그렇다고 집에 딱히 차고도 없고요. 그래서 여기다 세워놨더니 사람들이 하도 만지고 혹시라도 차에 해코지라도 할까 봐서 제가 몰래 CCTV를 달아놨어요.”
“그러시구나.”
“원래는 여기서 살 생각이 없었는데 저희 엄마가 건강이 안 좋으셔서 겸사겸사 엄마 보살피면서 있으려고요.”
“이야. 효녀시구나.”
“어후, 별 말씀을······.”
“그런데 실례가 안 된다면 어머니께서 어디가 편찮으신데요?”
“저희 엄마······ 암이세요.”
“이런······ 치료는 어떻게 하고 계세요?”
최강철이 안타까운 얼굴로 물었다. 여자가 잡착한 얼굴로 입을 열었다.
“글쎄요. 병원에서 검사를 받긴 했는데 일단 약물치료 후 수술을 해봐야 안다고 하네요.”
최강철이 안쓰러운 얼굴로 입을 열었다.
“저기 차주분.”
“네?”
“괜찮으시다면 저희 선진그룹에서 운영하고 있는 암센터 병원이 있습니다. 그쪽으로 한번 와 보시겠습니까?”
“네? 혹시 선진병원요?”
“네.”
“안 그래도 거기 가려고 했는데 예약이 너무 길어서요.”
“아이고, 차주분 별걱정을 다 하십니다. 제가 도와드리겠습니다.”
“아뇨. 그렇게까지 하지 않으셔도······.”
“아닙니다. 이렇게까지 도와주시는데 저라도 답례를 해야죠.”
“그래도 저기에 꼭 찍혔다는 보장은 없는데요.”
“저건 어떻게 관리를 하세요?”
“업체를 통해서 집에 컴퓨터랑 연결이 되어 있어요. 상시 녹화를 하니까요.”
“그럼 죄송하지만 그 업체를 좀 불러주시겠습니까?”
“네. 잠시만요.”
여자는 휴대폰을 꺼내 사설 업체를 불렀다. 30여 분이 흐른 후 담당자가 나타났다.
“늦은 시간에 죄송해요.”
“아닙니다. 갑자기 출동 요청을 하셔서요. 무슨 일 있습니까?”
“CCTV요. 이거 상시녹화죠?”
“네. 그렇죠. 24시간 녹화되는 겁니다.”
“이거 저장 기간이 어떻게 됩니까?”
“최대 보름 정도 가지고 있습니다. 그리고 만약을 대비해 저장했던 것은 따로 보관하고 있고요.”
“보름이요? 혹시 영상을 확인할 수 있을까요?”
오상진의 물음에 업체 직원이 의문을 가졌다. 그러자 여자가 와서 말했다.
“아니, 저기 제 차 있죠. 저기에.”
“네.”
“4일 전에 제 차에 돌 같은 것이 던져진 것 같아서 확인 좀 해보려고요.”
“아. 그러시구나. 그럼 바로 드려야죠.”
“그건 제가 확인해 볼 테니까요. 일주일치 영상을 좀 보내주시겠어요?”
“네. 알겠습니다. 지금 당장 보내드릴게요.”
“네?”
“여기 집 컴퓨터에도 저장이 되어 있거든요.”
“그래요?”
“네네.”
업체 직원은 집 안에 CCTV를 녹화하는 컴퓨터로 갔다. 그곳 서버에서 일주일치 영상을 따로 빼서 줬다.
“여기 있습니다. 더 필요하신 것은 없습니까?”
“네. 이제 됐어요.”
“네. 그럼 수고하세요.”
업체 직원이 가고 여자는 USB를 건넸다.
“감사합니다.”
오상진은 바로 노트북에 꽂았다. 그런데 여자가 기웃기웃거렸다. 최강철이 그런 그녀를 봤다. 여자가 베시시 웃으며 말했다.
“죄송한데요. 저도 같이 보면 안 될까요?”
“상관은 없는데······.”
“실은 제 남편도 바람피워서 이혼을 했거든요. 그래서 여자들에게 몹쓸짓을 한 사람을 싫어해요.”
“그러시구나. 그럼 같이 보시죠.”
“그럼 집 안에서 봐요.”
“그래도 됩니까?”
“그럼요.”
여자를 따라 집 안으로 들어갔다. 집 안에는 전원주택처럼 꾸며진 집이었다. 딱 봐도 그리 못 사는 집은 아니었다.
거실에서 여자가 내어준 차를 마시며 노트북으로 녹화 장면을 틀었다. 대충 날짜와 시간을 알고 있기에 찾는 것은 그리 오래 걸리지 않았다.
“아, 있습니다. 있어요.”
최강철이 바로 그 장면을 가리켰다.
“있어?”
“네.”
“그런데 찍혔니?”
“어······. 잠시만요.”
최강철이 눈에 힘을 주며 집중했다. 그러다가 표정이 밝아지며 말했다.
“와, 대박!”
“왜?”
“소대장님 있어요. 찍혔습니다.”
최강철이 그 장면을 오상진에게 보여줬다. 멀리 윤태민 2소대장 차가 보였고 유선영 하사와 황하나 하사가 있었다. 황하나 하사가 유선영 하사를 태우는 장면까지 있었다. 그렇게 황하나 하사가 떠나가고 윤태민 2소대장이 차에 탔다.
그런데 잠깐 있더니 윤태민 2소대장이 유선영 하사 쪽으로 몸을 기울이는 것이 보였다. 그런데 그의 손에 유선영 하사의 가슴 쪽으로 가는 것이 확실하게 찍혀 있었다. 오상진이 그걸 보면서 입을 열었다.
“이야. 이건 좀 흐리지 않나?”
“소대장님 참! 저쪽에서 아니라고 하지 않았습니까. 절대 그럴 일 없다고요.”
“그렇지.”
“그런데 보십시오. 확실히 이 녀석의 손이 여자 부사관 가슴 쪽으로 가지 않았습니까. 이게 증거죠! 이 증거에 대해서 부인하는 것은 저쪽 몫이죠. 어쨌든 소대장님은 확실한 증거를 잡았지 않습니까.”
“그렇게 되는 건가?”
“이미 그 진술마저도 깨지는 겁니다.”
그러자 옆에 있던 여자가 말했다.
“맞아요. 저도 사실 남편 바람피웠을 때 호텔 CCTV를 받아서 그거 가지고 따졌거든요. 그전까지 증거 있냐고 따지던 남편이 사색이 되더니 말도 못 하더라고요.”
“그런데 그것이 법정에서 인정이 되나요?”
“만약에 그때 호텔 CCTV로 잡지 못했다면 의부증 환자 취급받고 이혼할 때 위자료도 제대로 받지 못했을 거예요.”
“아. 그러십니까? 현명하십니다.”
“그렇죠.”
최강철과 여자는 서로를 바라보며 웃었고, 오상진은 그저 고개만 끄덕였다.
“이게 증거가 된다는 말이지?”
오상진은 과거에 살다 왔기 때문에 이런 명확하지 않은 증거가 진짜 증거가 될지 의문이 들었다. 게다가 현재는 블랙박스 보급이 얼마 되지 않은 시기였고 CCTV 화질도 썩 좋지 않았다.
사실 이런 가정집에 CCTV가 달려 있다는 것은 정말 보기 드문 일이었다. 물론 방범용으로 달았다고 하지만 말이다. 최강철이 물었다.
“그런데 차주님.”
“네.”
“CCTV말입니다. 정말 차량 때문에 다신 겁니까?”
“아. 그게······.”
여자가 머뭇거렸다. 최강철이 조심스럽게 입을 열었다.
“혹시 전 남편분이 찾아오셨나요?”
“어떻게 아셨어요?”
여자가 깜짝 놀랐다. 최강철이 피식 웃었다.
“그냥 왠지 그랬을 것 같아서요.”
“네. 맞아요. 전 남편이 자꾸 술을 먹고 찾아와서요. 난리를 치고 그래서 CCTV를 달았어요. 한 번만 더 찾아오면 CCTV를 까발리겠다고 말했거든요.”
“혹시 전 남편분이 차도 돌려달라고 하지 않나요?”
“그건 또 어떻게 아셨어요?”
“저 차도 제가 알기론 국내에 몇 대 들어오지 않은 차일 겁니다. 아마 재산 분할 할 때는 현금이 아까워서 차를 줬을 텐데. 두고두고 아쉬웠을 테죠.”
“아. 그렇구나.”
“아무튼 저 차는 잘 가지고 계십시오. 아니다. 차 처분하실 생각이 있다면 저에게 파세요.”
“네? 저거 좀 비싸다고 하지 않았나요?”
여자가 의문을 가지며 말했다. 최강철이 피식 웃으며 입을 열었다.
“아. 제가 아까 선진그룹 기획실장이라고 했잖아요. 더불어 저희 형이 최강호 본부장님이고요.”
“보, 본부장님요? 본부장님? 어디서 많이 들어 본 것 같은데요.”
“네. 그리고 저희 어머니가 선진그룹 회장님 이십니다.”
“아. 그럼! 몰랐어요. 죄송해요.”
최강철이 고개를 흔들었다.
“아이고 제가 연예인도 아니고 몰라볼 수도 있죠. 아무튼 저 차 처분하실 생각이 있다면 연락 주세요. 제가 깔끔하게 처리해 드리겠습니다.”
“그래 주시면 고맙죠. 그렇지 않아도 엄마 수술비가 어떻게 들지 몰라서 저 차 한 푼이라도 비싸게 팔려고 가지고 있었거든요.”
“그런 것은 걱정 마십시오. 저에게 말씀하시면 선진병원에 특진으로 받을 수 있도록 조치해 놓겠습니다. 그리고 병원비도 제가 다 해드릴수는 없지만 직원가로 해드리겠습니다.”
“어멋!”
여자는 깜짝 놀라며 두 손으로 입을 가렸다. 눈을 크게 하며 최강철을 바라봤다.
“어, 어떻게······. 이 은혜를 어떻게 갚아야 할지.”
“아닙니다. 차주분 덕분에 이렇게 증거를 찾지 않았습니까. 이 자체 만으로 충분합니다.”
그렇게 뒷수습을 하는 최강철을 보며 오상진은 혀를 내둘렀다. 과거 소대에 있을 때는 정말 애처럼 보였다. 그런데 이렇듯 일을 처리하는 모습을 보니 내심 뿌듯했다. 오상진은 그 집을 나오며 최강철에게 말했다.
“최강철. 너 나 처음 만났을 때 기억 나냐?”
“처음 만났을 때요? 아, 제가 사고 냈을 때요?”
“어!”
“갑자기 왜 그때 얘기를 꺼내십니까?”
“와. 그때 최강철 진짜······ 어이구 놀기 좋아하는 재벌2세였는데. 이렇듯 달라질 줄 누가 알았겠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