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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생 리셋 오 소위-874화 (874/1,018)

< 03. 잘 좀 하지 그랬어?(53) >

인생 리셋 오 소위! 2부 204화

03. 잘 좀 하지 그랬어?(53)

“와, 그래서?”

“당연히 부장님은 그러지 않았다고 펄쩍 뛰죠. 그런데 여자 대리는 진짜라고 막 울고.”

“그래서 어떻게 됐어?”

“난리도 아니었죠. 그 부장님 일도 참 잘하시는 분이었는데······. 특별히 사생활에 문제가 있었던 분도 아니었고요. 그런데도 불구하고 인간쓰레기 되는 것은 시간문제더라고요. 그랬는데 회사에서 조사를 해야 할 것 아닙니까. 감사실에서 조사를 하는 과정에서 CCTV를 본 겁니다. 닿았는지 안 닿았는지 잘 모르겠지만 어깨 쪽으로 가슴을 스치는 그런 비슷한 장면이 있긴 했어요. 그것도 부장님이 일부러 그런 것도 아니고 나름 피한다고 옆으로 비켰는데 통로가 좀 좁아가지고 그 과정에서 스쳤던 것 같아요. 부장님이 술에 취해 약간 비틀거린 것도 있고요. 그런데 얘기는 다른 거잖아요. 닿은 것과 만진 것과는 다른 거고 고의랑 실수도 완전히 다른 거잖아요. 그런 식으로 부장님 이미지를 개판으로 만들어버리니 감사팀에서 여자 대리에게 물었어요. 왜 그랬냐고요. 그 여자 대리가 그랬어요. 아니, 닿은 것은 닿은 거고 부장님이 새로 올라간 과장을 더 챙기고 왠지 자신은 여자라서 차별하고 그런 것 같아서 그랬다고. 그렇게 말을 했다네요.”

“그래서 어떻게 되었어?”

“뭘 어떻게 돼요? 사실이 밝혀져서 그 여자는 지방으로 내려갔어요.”

“그래? 회사 그만두지 않고?”

“저도 회사 그만둘 줄 알았거든요. 그런데 우리 회사가 선진그룹이잖아요. 어쨌든 자기가 지금까지 일한 것이 있는데 여기서 그만둘 수 없다면서 욕이란 욕은 다 먹어가면서까지 지방으로 갔어요.”

“그렇구나.”

오상진이 고개를 주억거렸다. 최강철의 말대로 확실한 증거가 없었다면 부장이 덤탱이를 써야 할 상황이었다. 또 그렇게 얘기를 하고 나니 앞에서 최영도 헌병과장이 했던 말도 이해가 되었다. 하지만 최강철이 하려고 하는 말은 그것이 아니었다.

“그래서 내 말은요. CCTV를 찾아보세요.”

“응? 얘기가 왜 그쪽으로 가?”

“아니, CCTV만큼 확실한 것이 없다니까요. 분명히 목격자의 진술은 애매하지만 요새는 CCTV 대한민국에 많이 달립니다. 군부대에도 달려 있고요. 아니면 차량에도 달려 있고요.”

“차량? 차량에 뭐?”

“블랙박스요. 요새 비싼 차량에는 다 달고 있어요.”

오상진은 깜빡했다. 자신이 회귀 전에는 블랙박스가 거의 의무나 마찬가지였다. 블랙박스 안 달린 차량이 없을 정도였다. 하지만 지금 시대에는 블랙박스가 단 차량이 많이 없기는 했다.

‘아 참! 내가 그걸 잊고 있었다니.’

오상진은 지난번 가던 길에 봤던 그 스포츠카를 떠올렸다. 오상진이 젓가락을 놓으며 말했다.

“강철아. 너 다 먹었냐.”

“네. 대충은요. 왜요?”

“그럼 너 나랑 어디 좀 잠깐 가자.”

오상진은 바로 계산을 하고 최강철과 함께 서둘러 밖으로 나왔다. 슬슬 해가 길어지고 있어서 그런지 아직 밖은 깜깜하지는 않았다.

“어디가시게요?”

뒤 따르든 최강철이 물었지만 오상진은 답해주지 않고 차에 올라탔다.

“일단 너 운전 좀 해봐.”

오상진은 이곳으로 오면서 최강철의 차를 타고 왔다. 조수석에 먼저 탑승한 오상진. 운전석으로 가서 앉은 최강철이 입을 열었다.

“말씀을 해주셔야죠.”

“일단 출발해. 고고!”

오상진은 지난번에 갔던 길을 더듬으며 이동했다. 그렇게 한참 이동하다가 오상진이 말했다.

“잠깐 스톱!”

“여기요?”

최강철이 차를 세웠다. 오상진은 전면에 보이던 그 비싼 스포츠카가 그 자리에 그대로 있었다.

“강철아.”

“네? 저거 블랙박스 있을 것 같냐. 없을 것 같냐?”

“있겠죠.”

“그렇지?”

“뭘 고민을 하세요. 직접 가서 보면 되는 거죠. 내리세요.”

최강철이 차를 주차하고 시동을 껐다. 오상진이 차에서 내리고 최강철도 따라 내렸다.

두 사람이 그 스포츠카가 있는 곳으로 걸어갔다. 최강철이 슬쩍 확인을 해보더니 입을 열었다.

“오오, 이거 신형인데······. 이 동네에 이런 차를 타고 다니는 사람이 있네.”

최강철이 슬쩍 확인을 하더니 바로 말했다.

“어! 여기 있네요. 블랙박스.”

정면 유리창에 블랙박스가 달려 있었다. 오상진도 확인을 끝내고 난 후 슬쩍 몸을 돌렸다. 최강철이 오상진의 시선을 따라 움직였다.

“저쪽이 범행 현장인가 봐요.”

“어떻게 알았냐.”

“척 보면 척이죠. 저 선진그룹 기획실장입니다.”

“오호. 최강철!”

오상진이 피식 웃었다. 그 사이 최강철은 스포츠카 앞 유리에 있는 전화번호를 확인했다.

“소대장님 여기 전화번호! 전화 한번 해보세요.”

오상진도 확인을 한 후 휴대폰을 꺼냈다. 거기 적힌 전화번호로 전화를 걸었다.

“안녕하세요. 혹시 붉은색 스포츠카 차주 되시나요?”

-네. 맞는데요. 왜요?

수화기 너머 여자 목소리가 들려왔다. 그런데 뭔가 퉁명스럽게 전화를 받는 듯했다. 혹시라도 사고를 내서 전화를 한 것인지 그런 착각을 한 모양이었다.

“아. 다름이 아니라. 잠깐 뵐 수 있을까요? 중요한 문제로 만났으면 하는데요.”

-왜요? 중요한 문제가 뭔데요.

“만나서 부탁을 좀 드리고 싶어서요. 잠깐이면 됩니다. 근처에 계시면 좀 차량이 있는 곳으로 나와주실 수 있습니까?”

-으음······. 무슨 일인지는 알아야 나가죠.

차주는 약간 귀찮다는 반응을 보였다. 오상진은 최대한 부드럽게 말했다.

“아주 긴급한 일이라서 그럽니다. 차주님의 도움이 매우 절실히 필요합니다. 부탁드립니다.”

-하아, 귀찮은데······.

오상진이 곤란한 표정을 짓고 있자 최강철이 냉큼 전화를 달라고 손짓했다.

“왜?”

“제가 얘기해 볼게요.”

오상진이 최강철에게 전화기를 건넸다. 최강철은 목소리를 가다듬은 후 입을 열었다.

“안녕하세요. 저는 선진그룹 기획실장 최강철이라고 합니다.”

-선진그룹이요?

“네네. 정말 급한 부탁이 있어서 실례를 무릅쓰고 전화를 했습니다.”

최강철이 전화하는 모습을 보고 오상진은 속으로 살짝 걱정이 되었다. 이 시간이 그것도 여자가 나올까? 그 생각을 했었다. 그런데 선진그룹이라는 이름을 대자 바로 나오겠다고 한다.

“네. 감사합니다.”

전화기를 끊고 오상진에게 건넸다.

“뭐래?”

“뭐라긴요. 기다려 보래요.”

“나온대?”

“에헤이. 기다려 봐요.”

최강철이 의기양양한 표정을 지었다. 잠시 후 20대 후반쯤 보이는 여자가 밖으로 나왔다. 최강철이 바로 그녀에게 다가갔다.

“차주분 되세요?”

“네에.”

최강철이 냉큼 자신의 명함을 내밀었다. 그녀가 명함을 보고는 말했다.

“정말 선진그룹 기획실장님이시네요.”

“네네, 그렇습니다.”

여자는 처음에는 긴가민가했지만 명함을 보고는 고개를 끄덕였다. 하지만 경계는 늦추지 않았다.

이에 최강철이 휴대폰을 꺼내더니 너이버 검색에서 자신의 이름 최강철을 쳤다.

“자! 이러면 안심이 되겠죠.”

너이버에 최강철 선진그룹 기획실장이라고 사진과 함께 올라와 있었다.

“어때요. 제 사진 맞죠.”

최강철이 휴대폰에 있는 자신의 사진과 자신을 손가락으로 가리켰다.

“진짜 맞죠?”

“어!”

여자는 진짜 깜짝 놀랐다. 너이버 검색창에 이 사람이 뜰 줄은 정말 몰랐던 모양이었다. 최강철은 으슥한 표정으로 휴대폰을 닫았다. 모든 것을 확인한 여자가 물었다.

“그런데 저는 왜 보자고 하셨어요?”

“다름이 아니라 얘기하자면 긴데······. 저쪽 보이시죠. 저기.”

오상진이 직접 나서서 여자에게 손가락으로 한 곳을 가리켰다.

“어디요?”

“저기 길 건너 우체통이요.”

“아, 네에. 그 뒤쪽에 말입니다. 사흘 전인가? 그날 저녁에 무슨 일이 있었습니다. 혹시 차주분 차에 블랙박스가 있다면 그때 그 장면이 찍혔을까 싶어 연락을 드렸습니다.”

“아······. 그래요? 그런데 제 차에 블랙박스가 있긴 해요.”

여자의 말에 오상진과 최강철의 표정이 밝아졌다.

“있구나.”

“다행입니다.”

“그런데 저거 저장 공간이 작아서 있으려나 모르겠네요.”

“혹시 상시 녹화입니까?”

“아마 그럴걸요. 아닌가? 좀 헷갈리네요.”

“죄송한데 제가 블랙박스 메모리 카드 빼서 확인 좀 할 수 있을까요?”

“그건 상관이 없는데······.”

“부탁 좀 드리겠습니다. 제가 사례는 충분히 해드리겠습니다.”

“아니요. 사례는 하지 않으셔도 돼요.”

최강철이 바로 손을 흔들었다.

“아닙니다. 도움을 주시는데 어떻게 사례를 하지 않겠습니까. 저희 선진그룹은 절대 그렇게 일하지 않습니다.”

그 말에 여자가 웃으면서 말했다.

“잠시만요.”

여자는 도로 집으로 들어가서는 노트북을 챙겨서 나왔다. 차 문을 열고 블랙박스에서 메모리 카드를 빼내 노트북에 연결시켰다.

“여기요. 확인해 보세요.”

여자가 블랙박스 메모리를 열어줬다. 오상진과 최강철이 바로 노트북을 받아서 확인했다.

“소대장님 언제라고 하셨죠?”

“사흘 전!”

“사흘 전 몇 시요?”

“사흘 전 저녁 9, 10시쯤?”

“확인해 볼게요.”

최강철이 빠르게 확인을 해봤는데 사흘 전 것은 찍혀 있지 않았다.

“아······. 안 찍혀 있는데요.”

“그래?”

“네. 4일 이전 것까지 있긴 한데요. 딱 그 시간대만 없네요.”

“정말?”

“네. 그리고 여기 블랙박스 상시녹화기능이 꺼져 있어요. 운행기록만 남아 있어요.”

“상시녹화기능이 꺼져 있어?”

“네.”

오상진은 잔뜩 실망한 얼굴이 되었다. 최강철도 아쉬운 것은 마찬가지였다. 여자가 조심스럽게 물었다.

“안 찍혔어요?”

“그러네요. 상시녹화기능이 안 되어 있네요.”

“아. 그렇구나. 죄송해요. 도움이 못 되어서······.”

최강철이 바로 말했다.

“아이고 아닙니다. 어쨌든 도움을 주셔서 감사합니다.”

“네에······.”

그런데 오상진이 바로 끼어들었다.

“혹시 죄송한데요. 저희가 복사 좀 하고 드리면 안 될까요?”

“아무것도 안 찍혀 있다면서요.”

“그래도 혹시 몰라서요.”

최강철의 부탁에 여자는 살짝 망설여졌다. 그 모습을 보던 최강철이 조심스럽게 물었다.

“혹시 2~3일 안에 차량 운행하셨습니까?”

“아니요. 차량 운행은 안 했는데······. 알겠어요. 그거 복사하고 주세요.”

“어후. 네 감사합니다.”

최강철의 표정이 밝아졌다. 오상진이 물었다.

“저장되어 있지 않다면서. 그런데 왜 복사를 해?”

“에이. 소대장님 그것도 모르세요. 우리가 증거가 있는 것처럼 해야 저쪽에서 몸을 사리고 유리하게 끌고 갈 것이 아닙니까.”

“그래도 안 찍혀 있잖아.”

“그거야 저쪽에서는 모르죠. 우리만 알고 있고.”

그 얘기를 들은 여자가 살짝 불안하다는 듯이 바라봤다. 혹시 선진그룹이 안 좋은 쪽으로 일을 끌고 가려고 하려는 것처럼 보였다.

“인마. 차주분께서 오해하시잖아.”

“어? 들으셨나 보네요.”

최강철이 어색하게 웃었다. 그러면서 두 손을 흔들었다.

“오해하지는 마세요. 절대 이상한 짓을 하려고 하는 것은 아닙니다.”

그럼에도 여자는 어색하게 웃기만 할 뿐이었다. 이에 오상진이 나섰다.

“비켜봐. 내가 얘기를 할게.”

오상진이 앞으로 나섰다.

“실은 저기 앞에 부대가 있죠. 거기 중대장입니다.”

“중대장님? 아까 저분은 소대장님이라고······.”

“아. 이 친구는 제가 소대장 시절에 병사로 군 생활 했던 부하입니다. 그래서 입에 붙어서 소대장님이라고 하는데 저 중대장 맞습니다. 계급도 대위지 않습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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