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03. 잘 좀 하지 그랬어?(48) >
인생 리셋 오 소위! 2부 199화
03. 잘 좀 하지 그랬어?(48)
휴대폰을 들어 발신자를 확인했다. 홍민우 작전과장이었다.
“이 양반이 아침 일찍부터 무슨 일이지?”
오상진으 폴더를 열어 통화 버튼을 눌렀다.
“충성! 대위 오상진입니다.”
-어! 오 대위. 일어났나?
“네.”
-다른 것은 아니고 오늘 헌병대에서 조사 나갈 거야.
“오늘 말입니까?”
-언제는 빨리 처리해 달라며.
“네, 알겠습니다. 그렇게 알고 있겠습니다.”
-헌병대에서 넘어갈 거니까 너무 놀라지 말고. 그리고 미리 말해두는데 그 친구 내 동기야. 혹시 부탁할 것이 있다면 잘 말해봐. 내가 최대한 편의를 봐달라고 했으니까.
“네, 알겠습니다. 감사합니다, 과장님.”
-그래. 출근 잘하고.
“네.”
그렇게 전화를 끊었다. 오상진은 휴대폰을 손에 쥐고 생각에 잠겼다.
“홍민우 소령의 동기라······. 흐음 이거 불안불안한데.”
그때 부엌 쪽에서 한소희의 음성이 들려왔다.
“상진 씨 나와요. 북엇국 다 되었어요.”
“네네. 나가요.”
오상진은 아침을 든든하게 먹고 곧장 4중대로 향했다.
아침 점호가 끝나고 위병소를 통해 헌병대가 도착했다. 차에서 내린 헌병과장 최영도 소령과 박태진 중위가 4중대 행정실로 갔다.
그러자 김진수 1소대장이 바로 자리에서 일어나 경례했다.
“충성!”
“그래. 수고가 많아요. 나는 헌병과장 최영도 소령이다. 여기 유선영 하사가 있다고 하던데.”
“죄송합니다. 유선영 하사 아직 출근 전입니다.”
“출근 전이야?”
최영도 헌병과장이 슬쩍 시간을 확인했다. 7시 30분이 조금 넘어가는 시간이었다.
“내가 너무 일찍 왔나? 알았네. 여기 면담실 있지?”
“네. 있습니다.”
“그거서 기다리고 있을 테니. 그쪽으로 오라고 해.”
“네. 알겠습니다.”
“아. 자네!”
“네.”
“관등성명이······.”
“중위 김진수입니다.”
“그래 김 중위. 면담실이 어디라고?”
“저를 따라오십시오.”
김진수 1소대장이 바로 앞서 나갔다. 최영도 헌병과장이 서글서글한 눈빛으로 행정실을 나갔다.
잠시 후 출근을 한 유선영 하사가 곧장 면담실로 향했다. 문을 두드린 후 안으로 들어갔다. 자리에 앉아 있던 헌병과장 최영도 소령이 그녀를 봤다.
“자네가 유선영 하사?”
“네. 그렇습니다.”
“앉아요. 헌병대 과장 최영도 소령입니다.”
“아, 네에······.”
유선영 하사가 바짝 긴장한 얼굴로 자리에 앉았다. 최영도 헌병과장이 유선영 하사를 보며 말했다.
“긴장 풀어요. 간단히 물어볼 것이 있어서 그런 거니까. 너무 걱정하지 마요.”
“아, 네에······.”
유선영 하사가 대답은 했지만 솔직히 말로만 들었던 헌병대 조사를 받으려고 하니까 잘못한 것도 없는데 괜히 긴장이 되고 불안불안했다.
그런 유선영 하사를 보며 최영도 헌병과장이 속으로 중얼거렸다.
‘음. 이거 생각보다 쉽겠는데······.’
그리고 곧바로 질문을 하려고 하는데 문 두드리는 소리가 들렸다. 자연스럽게 문이 열리고 그곳으로 김진수 1소대장이 들어왔다.
“헌병과장님. 저희 중대장님께서 오셨습니다.”
“아, 그래?”
김진수 1소대장이 뒤로 물러나자 오상진이 들어왔다.
“충성. 고생 많으십니다.”
오상진은 자신보다 계급이 높은 최영도 헌병과장에게 먼저 경례를 하며 격식을 차렸다.
“어. 그래. 반가워.”
최영도 헌병 과장이 자리에서 일어나 먼저 악수를 청했다. 오상진이 오른손을 내밀며 악수했다.
“홍 소령에게 얘기는 들었네.”
“네.”
오상진이 힐끔 앉아 있는 유선영 하사를 봤다. 잔뜩 긴장한 티가 역력했다. 그리고 다시 시선을 최영도 헌병과장에게 향했다.
“그런데 조사를 피해자부터 하시는 것입니까?”
오상진이 일부러 피해자를 강조하며 물었다. 한마디로 유선영 하사가 들으라는 듯이 말했다. 최영도 헌병과장이 속으로 중얼거렸다.
‘오호. 이것 봐라.’
최영도 헌병과장이 손을 놓으며 자연스럽게 다시 자리에 착석했다.
“일단 유선영 하사가 피해를 입었으니까. 그것에 대해서 먼저 조사를 해봐야 하니까. 그리고 아직은 피해자라고 단정 짓지는 말자고.”
“예? 유선영 하사가 피해자가 아니면 뭡니까?”
오상진의 물음에 최영도 헌병과장이 뒤로 몸을 눕히며 팔짱을 꼈다.
“어허. 4중대장. 이번에 처음이지 중대장.”
“네. 처음입니다.”
“그전에 소대장도 했을 것 아니야.”
“그렇습니다.”
“그런데 왜 그렇게 눈치가 없어.”
“무슨 말씀입니까?”
“이런 일은 조사를 해봐야 알지. 먼저 그렇게 선입견을 가지고 누구는 가해자 누구는 피해자 이런 식으로 나누면 답이 없는 겁니다. 막말로 내가 이런 조사를 어디 한두 번 했는 줄 알아? 가서 조사를 해보면 100 대 0은 없더라고. 이것저것 따지고 보면 서로서로 과실도 있고 다 그렇게 나와. 게다가 경찰도 무죄추정원칙을 가지고 조사를 하는데 우리도 헌병대 아니야. 당연히 우리도 그런 식으로 조사를 해야지. 무턱대고 무조건 잘못했다고 추궁을 하다가 문제가 생기면 4중대장이 책임을 질 건가?”
오상진은 할 말이 없었다. 물론 최영도 헌병과장이 하는 말은 원칙적으로 맞았다. 그러나 하지만 어이가 없는 것은 가져다 댈 곳에 가져다 대어야 했다.
이미 윤태민 소위는 이런 전력이 한두 번이 아니었다. 또 이미 박윤지 3소대장에게도 비슷한 해코지를 하려고 했다가 무마된 적도 있었다.
그런 사실을 최영도 헌병과장이 아는지 모르는지는 모르겠지만 아무리 중립이라고 해도 유선영 하사도 잘못한 것이 있을 것이라는 것은 매우 위험한 발상이었다.
그런데 거기다 대고 최영도 헌병과장에게 뭐라고 할 수도 없었다.
“네. 알겠습니다. 그럼 철저한 조사 부탁드리겠습니다.”
“그건 걱정하지 말고 가 있어. 조사 다 끝나면 얘기해 줄 테니까.”
“네. 그럼 마지막으로 유 하사 좀 잠깐 보겠습니다.”
“유 하사? 그래. 우리가 잡아 먹을 것도 아닌데. 아니면 자리 비켜 줘?”
“그래 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내 참······. 어이가 없네.”
최영도 헌병과장이 자리에서 일어났다.
“박 중위.”
“네.”
“우리 나가서 담배나 피우고 오자고.”
“알겠습니다.”
두 사람이 면담실에서 나갔다. 오상진은 앉아 있는 유선영 하사를 봤다. 그리고 옆에 서 있는 김진수 1소대장에게 말했다.
“1소대장은 밖에 나가서 저 두 사람이 오면 문을 두드려!”
“네. 알겠습니다.”
김진수 1소대장이 밖에 나가고 유선영 하사는 살짝 굳은 표정으로 앉아 있었다. 오상진이 맞은편에 앉자 표정이 밝아졌다.
“어이구. 유 하사. 왜 그렇게 얼었어.”
“중대장님······.”
유선영 하사가 애써 밝은 표정을 지었다.
“어떻게 술은 좀 깼어요?”
“아, 네에······. 어제 술을 많이 마신 것이 아니어서 말입니다.”
“어제 얼굴 보니까 빨갛던데.”
“그랬습니까?”
유선영 하사가 자신의 얼굴을 손으로 만졌다. 오상진이 미소를 지으며 이렇듯 묻는 이유는 긴장한 유선영 하사를 풀어주기 위함이었다.
“나도 오늘 아침에 헌병조사가 온다는 소식을 들었어. 그래도 이런 일은 차일피일 미루는 것보다는 빨리빨리 조사를 받는 것이 유 하사를 위해서라도 좋을 거야. 그러니까 조사가 빨리 진행된다는 것에 대해서 너무 부담 갖지 말고 마음 편안하게 가져.”
“네. 알겠습니다.”
“그리고 있는 그대로, 사실대로 말하는 것이 중요하고. 헌병대 조사하는 과정에서 무슨 얘기가 있었는지 나한테 다 얘기를 해줘야 해. 혹시라도 뭔가 불합리한 것이 있거나 잘못된 것이 있다면 중대장으로서 그냥 넘길 생각이 없으니까.”
오상진의 말에 유선영 하사가 큰 힘을 얻었다.
“감사합니다. 중대장님.”
“그래. 내가 끝까지 유 하사를 도울 테니까. 너무 걱정 말고.”
“네. 중대장님.”
오상진이 고개를 끄덕이고는 면담실을 나갔다.
휴게실로 온 최영도 헌병과장과 박태진 중위는 담배를 꺼내 피웠다.
“과장님. 뭡니까?”
“뭘? 오 대위?”
“네.”
“너 얘기 못 들었어?”
“얘기는 들었는데 말입니다. 사단헌병과장에게 저렇게 뻣뻣하게 구는 간부는 처음봤습니다.”
최영도 헌병과장이 피식 웃었다. 박태준 중위도 나름 헌병대라고 나름 목에 힘을 주고 다녔는데 자신은 본체만체하고 최영도 헌병과장에게 되바라지게 받아치는 모습이 마음에 들지 않았다.
사실 헌병대 중위는 보통 중위랑 파워가 달랐다. 어지간한 대위들도 살짝 한 수 접어주고 그랬다. 그래서 목에 힘을 주고 다녔는데 오상진은 조금 전에 봤을 때 자신은 본체만체하고 최영도 헌병과장만 상대를 했다. 그것에 조금 자존심이 상했다.
“그래서 뭐? 오 대위가 맘에 안들어?”
“네. 그래서 말입니다. 제가 사단에 한번 올라가면 오 대위를 털어도 됩니까?”
“오 대위를?”
“네.”
“야! 박 중위. 바보같은 소리 하지 마.”
“네?”
“오 대위가 털렸으면 진즉에 털렸지. 다른 애들은 가만히 있었겠냐? 오상진 서울 그쪽에 있었을 때도 가만두지 않겠다고 이 갈던 사람이 한둘이 아니었어.”
“그런데 별일 없었습니까?”
“별일 없지.”
“와, 그게 가능합니까?”
“그러니까, 오 대위가 군 생활은 제대로 한 거지. 그건 나도 알고 있어.”
사실 최영도 헌병과장도 오상진에 대해서 나름 조사를 했다. 그도 그럴 것이 동기인 홍민우 소령이 오상진 때문에 고달파 하기에 알아본 것이다. 그래서 홍민우 소령 대신에 오상진 목줄을 채워볼까 했다. 그래서 샅샅이 뒤져봤는데 아무것도 나오는 게 없었다.
그리고 오상진의 사생활에 대해서도 조사를 해봤지만 깨끗했다. 심지어 돈도 많았다. 나중에 알고 보니 이리저리 영화 사업에 투자를 해서 돈을 꽤 번 모양이었다. 물론 군부에서 파악한 것하고는 반대였다. 사실은 과거를 기억하는 오상진에 의해 소중 픽처스가 돈을 번 것이었다.
“오 대위가 왜 저러는 줄 알아?”
“예? 왜 저럽니까?”
“쟤는 뒤가 없어.”
“네? 또라이입니까?”
“그런 것이 아니라. 당장 옷 벗어도 아쉬울 것이 없다는 거지.”
“집이 부자입니까?”
“집이 부자긴 하지. 예비 처가 잘 사는 편이야. 전 부대 의무장교였던 사람이 자신의 동생을 소개시켜 줬거든. 그 집이 좀 잘살아. 부친이 병원장이고.”
“와! 그 정도면 금수저 아닙니까?”
“어마어마한 금수저는 아니지만······. 뭐 나름 금수저일 수는 있네. 아무튼 그 집에서 영화 사업에 투자를 하나 봐. 그런데 오상진이 돈을 묻었다가 제법 번 모양이더라고.”
“와. 정말입니까? 완전 부럽습니다.”
“그러니까. 오 대위 앞으로 빌딩만 몇 채 있다고 하던데.”
박태진 중위가 깜짝 놀랐다.
“진짜입니까? 와아······. 그게 가능한 일입니까?”
“나야 모르지. 돈을 빌렸는지 아니면 은행 대출을 받았는지······. 아무튼 지난번에 부대에서 조사를 했는데 오 대위가 자신이 어떻게 돈을 벌었는지 밝혔다고 하더라고.”
“아니, 다시 한번 파보면 뭔가 있을 것 같지 않습니까.”
“파서 있으면 뭐? 불법적으로 금품을 받은 것도 아니고 지가 투자해서 돈 벌었는데 뭐라고 할 거야?”
“아니, 군인인데 이런 식으로 하면······.”
“야! 그런 식으로 따지면 멍청한 놈아. 우리 장성들이 걸릴 사람이 한두 명이 아니야. 그게 문제가 되어서 장성들이 있는 곳까지 올라가면 넌 책임질 수 있겠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