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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생 리셋 오 소위-867화 (867/1,018)

< 03. 잘 좀 하지 그랬어?(46) >

인생 리셋 오 소위! 2부 197화

03. 잘 좀 하지 그랬어?(46)

오상진의 차를 타고 움직이는 박윤지 3소대장과 유선영 하사. 박윤지 3소대장이 오상진 바로 옆자리에 앉고, 유선영 하사가 바로 뒷자리에 앉았다. 가는 길에 오상진이 백미러를 통해 물었다.

“유 하사.”

“네?”

“뭐 먹고 싶어?”

“저는 아무거나 괜찮습니다.”

“그러지 말고, 모처럼 중대장을 뜯어먹을 기회야. 이거 날이면 날마다 오는 기회가 아니야!”

그 말에 유선영 하사가 피식 웃었다.

“좋아하는 거 말해봐. 부담 갖지 말고. 내가 말이야, 이거 비밀인데 로또에 당첨이 되었거든.”

“어? 정말입니까?”

“으응······. 1등은 아니지만 내가 이리저리 짱 박아 놓은 돈이 많아.”

오상진은 로또를 통해서 돈을 많이 벌었다. 물론 반 장난식으로 얘기를 꺼내 놓지만 말이다. 그리고 오상진이 로또 2등에 당첨되었다는 사실은 알게 모르게 퍼져 있었다.

“아, 정말입니까?”

“몰랐어? 내가 소대장 때 2등에 당첨되어서 그 돈을 잘 놔뒀다가 이렇듯 부담 없이 쓰는 거니까.”

“그, 그럼 저는······. 삼겹살 먹고 싶습니다.”

“삼겹살? 삼겹살 말고 소고기는 어때?”

그러자 박윤지 3소대장이 말했다.

“중대장님 소고기는 됐습니다. 삼겹살이면 충분합니다.”

“그래도 기왕이면 맛있는 거 먹으러 가자. 나도 부대 밖에서 삼겹살 먹기 지겹거든.”

유선영 하사가 조용히 입을 열었다.

“그, 그럼 저어······ 초, 초밥······.”

“아, 초밥? 초밥 좋지. 그런데 문제는 내가 아는 초밥집이 없어서 말이야. 3소대장.”

“네?”

“혹시 아는 초밥이 있어?”

“네. 예전에 가 보던 곳이 있긴 합니다.”

박윤지 3소대장이 멋쩍게 웃으며 말했다. 예전 한창 이민식 대위를 쫓아다니던 시절 말이다. 그때 몇 번 따라 간 적이 있었다. 하지만 그 얘기를 오상진에게 할 수 없었다. 오상진은 대수롭지 않게 말했다.

“그래? 그럼 3소대장이 길 안내해.”

“네.”

그렇게 가다가 신호에 걸려 차를 세웠다. 그러자 박윤지 3소대장이 조심스럽게 물었다.

“중대장님 아까 황 하사 말입니다.”

“황 하사가 왜?”

“아까 왜 같이 안 데리고 오셨습니까?”

오상진이 피식 웃으며 말했다.

“왜 인 것 같아?”

박윤지 3소대장이 힐끔 뒤에 앉은 유선영 하사를 보며 말했다.

“유 하사가 좀 불편해할 것 같아서 그러신 거 아닙니까?”

“맞아.”

유선영 하사는 그 얘기를 듣고 살짝 감동받은 표정이었다.

“황 하사가 이런 일이 있을 줄 알고 일부러 그러지는 않았겠지만. 내가 따로 유 하사 밥 한 끼 사 주고 싶어서 마련한 자리잖아. 그런데 유 하사가 불편해해서 되겠어. 안 그래, 유 하사.”

“감사합니다.”

“감사할 것은 아니고.”

박윤지 3소대장이 그런 오상진을 보며 감동했다.

‘역시 우리 중대장님. 중대장님은 너무 배려가 깊지? 이렇게 완벽한 남자가 다 있지?’

이렇듯 속으로 생각을 하는데 출발하던 오상진이 고개를 돌려 박윤지 3소대장을 봤다. 박윤지 3소대장은 오상진과 눈이 마주치자 깜짝 놀랐다.

“3소대장.”

“네네?”

“안내를 해야지.”

“맞다. 그러니까······ 여기서 직진하시면 됩니다.”

“언제까지?”

“저 앞 사거리까지 가시면 됩니다.”

그렇게 말을 하고는 살짝 긴장된 얼굴로 말했다.

“아까 황 하사가 저에게 유 하사에게 사과하고 싶다고 말을 했습니다.”

“황 하사가? 그렇게 말을 했어?”

“네. 본인 잘못 때문에 그런 일이 벌어진 것 같아서 미안하다고 말입니다.”

“그래서 사과는 했어?”

“유 하사가 주임원사실에 불려가서 사과를 아직 못했습니다. 그래서 제가 따로 자리를 만들어주기로 했습니다.”

“그래. 그래도 같이 부대에서 근무할 사람인데. 사과할 건 하고 그래야지.”

오상진을 말을 하고는 백미러를 통해 유선영 하사를 불렀다.

“유 하사.”

“네.”

“유 하사한테 용서를 강요하라는 것은 아니지만 그래도 어지간하면 황 하사 사과는 받아주도록 해.”

“네, 알겠습니다.”

유선영 하사가 고개를 끄덕였다. 유선영 하사 입장에서는 황하나 하사가 동기이고 부사관으로 임관한 지 얼마 되지 않았다. 그런데 윤태민 2소대장의 일로 황하나 하사까지 적대할 필요는 없었다.

사실 유선영 하사는 황하나 하사에게 딱히 밉고 원망하지도 않았다. 애당초 유선영 하사는 황하나 하사를 마음에 들어 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게다가 정신없이 이리저리 불려 다니다보니 황하나 하사를 신경 쓸 여유가 없었다. 그런데 오상진이 이렇듯 나서서 챙겨주니 배려 받는 기분이었다.

무엇보다 유선영 하사가 기분 좋은 것은 오상진에게 특별해지는 기분이었다. 그전까지 모든 시선은 황하나 하사에게 쏠려 있었다. 그런데 지금은 자신에게 향해 있으니 기분이 좋았다.

그렇게 박윤지 3소대장의 안내를 받고 초밥집으로 향했다. 초밥집에서 화기애애한 분위기에서 식사를 마쳤다. 식사가 끝나고 박윤지 3소대장이 오상진에게 말했다.

“중대장님.”

“응?”

“그냥 이대로 관사로 돌아갑니까?”

“아쉬우면 술 한잔할까?”

오상진의 말에 박윤지 3소대장이 슬쩍 차를 바라봤다.

“그럼 운전은 어떻게······.”

“나는 안 마실 테니까. 둘이서 마셔.”

“저희 둘만 어떻게 마십니까.”

“괜찮아. 유 하사는 술 한잔하고 싶은 것 같고. 그럼 3소대장이 같이 마셔줘야지. 나보다는 좋지 않겠어?”

오상진이 말을 하고는 뒤에 선 유선영 하사를 봤다.

“유 하사 어때? 3소대장과 술 한잔할 거지?”

“저는 상관없습니다.”

솔직히 박윤지 3소대장이 술 한잔하자고 먼저 얘기했는데 거절하는 것도 좀 그랬다. 어쨌든 박윤지 3소대장이 이렇듯 자신을 챙겨주고 있는데 말이다.

“그래. 그럼 우리 저쪽으로 갑시다. 저쪽 괜찮네.”

초밥집 맞은편에 호프집이 있었다. 그곳으로 간 세 사람. 자리에 앉자 오상진은 두 사람에게만 술을 주문하고 자신은 냉수를 시켰다.

안주를 시키고 맥주가 나오자 두 사람은 가볍게 잔을 부딪친 후 마셨다. 박윤지 3소대장은 괜히 오상진에게 미안했다.

“중대장님 죄송합니다. 저희 때문에······.”

“그런 생각 말라니까. 괜찮아! 오히려 내가 두 사람에게 미안하지. 내가 중대장으로서 중대를 바로 잡지 못해서 유 하사도 그렇고, 3소대장도 마음고생이 심했지. 내가 두 사람을 볼 면목이 없네.”

“아닙니다. 중대장님. 그런 말씀 마십시오. 솔직히 중대장님 오시고 나서 저도 깨달은 바도 많고 달라지려고 노력합니다. 예전에는 무슨 일만 생기면 다 내 잘못 같고 그랬는데 중대장님 오시면 얼마나 든든한지 모릅니다.”

듣고 있던 유선영 하사도 고개를 주억거렸다. 그녀도 오상진과 함께한 시간이 얼마 되지 않지만 박윤지 3소대장의 말처럼 그가 너무 든든했다.

만약 이 상황에서 오상진이 주임원사처럼 똑같은 말을 했다면 자신은 피해자임에도 불구하고 겉으로 내색하지 못하였을 것이다.

혼자 꾹꾹 억누르고 참고 살았어야 했을 것이 분명했다. 그러나 오상진이 제 일처럼 나서주고 신경 써준 덕분에 그래도 자책을 하지 않을 수 있게 되었다.

“내가 두 사람에게 앞으로 이런 일이 절대로 일어나지 않도록 약속은 못해. 내 몸이 여러 개가 아니니까. 하지만 앞으로 또 이런 불미스러운 일이 일어나더라도 중대장으로서 문제를 해결하고 바로 잡도록 노력하겠다. 그거 하나만은 확실하게 약속할 수 있어.”

오상진의 말은 이거였다. 자신이 아무리 노력을 해도 100% 다 막을 수는 없다는 것이다.

하지만 만에 하나 또 이런 부조리한 일이 벌어진다면 중대장으로서 절대 윗선에 굴복하지 않고 잘못을 바로 잡도록 최선을 다하겠다는 뜻이었다.

이런 오상진의 말을 듣던 두 사람은 오히려 더 든든해졌다. 차라리 입에 바른 말처럼 다시는 이런 일이 없도록 할게, 나만 믿어! 이렇게 말했다면 그러려니 했을 것이다.

그러나 오상진은 자꾸 나쁜 일에 연루되어 진급에 문제가 될 수 있음에도 불구하고 부하들을 위해 나서서 싸워주겠다는 하니 더없이 든든했다.

그때 오상진의 휴대폰이 지잉지잉 하고 울렸다. 발신자는 한소희였다. 오상진의 표정이 밝아졌다.

“네. 소희 씨.”

-저기 퇴근하는 길에 전화했어요. 어디에요?

“아. 밥 먹고 근처 호프집에서 술 한잔하고 있어요.”

-상진 씨도 술 먹어요?

“아뇨. 저는 차 가지고 왔잖아요.”

-오. 그럼 앞에서 술마시는 거 구경만 하고 있어요?

“하하하. 그렇죠. 잠깐만요.”

오상진은 바로 수화기를 손으로 막고 두 사람에게 말했다.

“잠깐 여자 친구에게 전화가 와서 밖에서 전화 좀 받고 올게.”

“네. 중대장님.”

오상진이 바로 밖으로 나갔다. 그런 오상진을 보며 유선영 하사가 말했다.

“중대장님 여자 친구 있으셨습니까?”

“음······. 계시다네.”

박윤지 3소대장은 뭔가 아쉽다는 듯 말했다. 유선영 하사가 작게 말했다.

“항상 좋은 남자는 짝이 있습니다.”

“그러게요. 그런데 유 하사는 남자친구 없어요?”

“아, 네에······. 부사관 지원하기 전에 남자 친구랑 헤어졌습니다.”

“왜?”

“부사관 때문에?”

“그런 것도 있고······. 서로 잘 안 맞았습니다.”

“그렇구나······.”

“3소대장님은 있습니까?”

“저요? 저는 뭐······. 솔직히 당분간 남자 친구 만날 생각이 없어요.”

“왜 그러십니까?”

“뭐······. 그냥요. 아니면 중대장님 같은 멋진 남자가 있다면 모를까.”

박윤지 3소대장의 시선이 호프집 밖에서 통화하고 있는 오상진에게 향했다.

“다른 남자들은 딱히 관심이 없네요.”

그런 박윤지 3소대장을 보는 유선영 하사는 고개를 주억거렸다. 사실 처음에 중대 들어왔을 때는 김진수 1소대장이 가장 괜찮아 보였다. 그런데 이번 일을 통해서 오상진의 배려를 받고 보니 마음이 바뀌었다.

‘중대장님 같은 분을 만나고 싶네.’

유선영 하사도 박윤지 3소대장의 시선을 따라 오상진에게 향했다. 그러면서 오상진에 대한 욕심이 어느 정도 생겼다.

가볍게 술을 마시고 세 사람은 오상진의 차를 타고 관사로 복귀를 했다.

“중대장님 죄송합니다. 저희만 술 마시고······.”

박윤지 3소대장이 슬쩍 말했다. 오상진이 피식 웃으며 말했다.

“아니야. 괜찮아.”

“그럼 다음번에는 제가 운전하겠습니다.”

뒷좌석에 앉아 있던 유선영 하사가 바로 끼어들었다. 오상진은 살짝 놀라며 백미러를 통해 이야기했다.

“어? 유 하사. 운전면허 있어?”

“네. 있습니다.”

“오. 그래? 그럼 알았어. 다음번에 이렇게 셋이 마실 기회가 있는 날이 또 올지 모르겠지만······.”

오상진이 멋쩍게 미소를 보였다. 그렇게 한참을 가던 오상진이 다시 물었다.

“참! 유 하사.”

“네.”

“지난번에 회식했던 곳이 이 근처 아니야?”

유선영 하사가 차창을 봤다.

“네. 맞습니다.”

“그럼 2소대장 차를 탔던 곳을 기억해?”

“그게······.”

유선영 하사가 미간을 찌푸리며 자신이 탔던 곳을 기억하려 했다. 그러다가 전봇대와 그 옆에 있는 우체통을 보며 눈을 번쩍 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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